특별기획2018 가을호 (232호)

온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돌봄교실

 김경아 서울전농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아이들과 함께하는 감사함

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와글와글한 소리와 함께 몽실몽실한 얼굴들이 밝은 인사 건네며 돌봄교실로 온다.
아이들은 참 생기롭다. 그 영향일까? 선생님의 인사도 아이들처럼 목소리에 리듬이 생긴다. 기분도 밝아진다. 서머 힐(Summer Hill)학교를 설립한 닐(Alexander Sutherland Neil)은 “가장 좋은 교사란 아이들과 함께 웃는 교사이다.”라고 했다. 아마도 아이들을 보고 웃음이 안 나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그 자체로서반짝거림을 가지고 있다.
필자에게 아이들이 주인인 돌봄교실은 감사한 공간인 동시에 배움의 공간이자 아이들 본래의 순수함, 고운 마음과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새롭게 또 더 새롭게 배우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에게 돌봄교실은 어떤 의미일까?

초등돌봄교실은 즐겁고 안전하며 행복한 공간

돌봄(care)의 사전적 의미는 ‘관심을 가지고 잘 보살피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돌봄교실 안에서는 돌보는 것(caring)외에도 아동들의 연령과 발달단계에 따른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부족한 가족의 기능을 대신해 심리정서 영역과 사회적 지원을 위한 지역과의 협력 등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 돌봄서비스 이용률 중 초등학생 이용률은 12.5%(33/267만명), 영유아는 68.3%(215/315만명)이기1) 때문에 학령기 아동(초등학생)에 대한 공적 돌봄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고, 공적 영역 외 거주지와 인접한 곳의 다양한 돌봄서비스 이용을 원한다. 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양육형태 변화를 가져왔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며 가족 기능의 사회화가 진행되는것과 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 증가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학부모 입장에서 초등돌봄교실은 안심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여 아이들의 보호와 교육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곳이다. 이렇게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비를 절감해 주는 초등돌봄교실은 학교 속 집과 같이 즐겁고 안전하며 행복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첫째, 초등돌봄교실은 지역돌봄기관2)과는 달리 보육의 장소가 학교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지역돌봄기관을 중심으로 한 복지체계와 초등돌봄교실에 해당하는 교육체계 사이에 교육대상에 대한 차이가 있어 저학년의 경우 초등돌봄교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지역아동센터는 지원대상이 만 18세 미만이고 초등돌봄교실은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로 저소득·맞벌이 가정의 아동이 대상3)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있고 대상에 대한 선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는 낙인감4)을 우려하여 저학년의 경우 지역아동센터보다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선호한다.
반면, 아이들에게 돌봄교실은 어떤 의미일까? 엄마와 함께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돌봄교실 아이들은 자신들도 엄마랑 놀고 싶고 친구들이랑 맘껏 놀고 싶은데 나는 왜 학교에 남아야 하는가를 종종 묻고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돌봄교실에 남겨진 것이 아니라 방과후 시간을 재미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돌봄교실로 간다는 생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고 아이들이 행복해야 돌봄교실이 그 존재 의미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더 잘 돌보고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한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합치듯 마을공동체5) 본연의 의미를 살려 학교와 지역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와 지역은 어떻게 협력을 할 수 있을까?

지역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필자는 수년 동안 지역 돌봄기관과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했고 2011년부터는 초등돌봄교실에 근무하게 되었다. 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조금 의아했던 것은 지역과의교류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무엇보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돌봄 프로그램들의 질적 향상과 내용을 보다 다양화하기 위해, 지역 내에 산재해 있는 물적·인적자원들을 발굴하기 위한 현장을 탐방하고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필자의 자택은 일산이고 직장인 학교는 동대문구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첫째로 지역사회복지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획득한 정보와 온라인을 통해 알아본 자료를 기반으로, 직접 동네를 탐색하고, 기관과 단체에서 하는 사업들을 알아보았다. 우리 학교 돌봄교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요구에 딱 맞는 프로그램과 단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걸음씩 조금씩 나아가면서 협력할 수 있는 기관과 단체, 재능기부자를 찾았다. 둘째로 학교로 오는 수많은 공문들 속에서 돌봄교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는 한편 지역 외 기관·단체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조사해 보았다. 셋째로 고령화 사회에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펼칠 곳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 교육 전문강사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았다.

학교를 통해 지역과 함께 배우고 성장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필자는 지역공동체와 학교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고민하고 협력함으로써 돌봄교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잘 돌보는 것(caring)을 넘어 바르고 고르게 성장하고 아이가 속한 공동체 속에서 소통과 나눔, 배려를 배울 수 있도록 온 세대에 걸친 지역협력 재능기부자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했다. 마을의 공방 선생님이 손바느질을 가르쳐 주고, 지역 내 대학생 동아리와 고등학생 동아리, 어르신 동아리에서 라인댄스, 공예, 과학, 장애인 이해 프로그램 등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가르쳐 주었다. 이외에도 학부모님이 손뜨개와 미술공예수업을 해주고, 지역에 거주하는 간호사와 간호학과 학생들이 매년 방학 때마다 안전건강교육을 해주고 있다. 마을의 봉사단체(새마을 전농지회)에서는 1년 활동비를 아껴 돌봄교실 친구들에게 책을 기증하고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고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온 세대가 함께 학교 돌봄교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 협력 기관과 단체, 봉사자 재능기부 등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협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을공동체가 살아있었던 시대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가르침을 받고 동네 어머니들이 서로 돌봐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동네 누나, 형들이 함께 놀아주었다. 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에서도 그들의 풍부한 유산을 배우며 바르게 컸다. 이와같이 전농초 돌봄교실 아이들도 분명 자신들을 위해 지역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심을 알고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교육이라는 공동의 과업을 위한 그분들의 노력과 행동을 보고 배울 것이다. 학교가 베품과 나눔의 실천장,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함의 산교육장이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받은 모든 것이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동대문구청에서 운영하는 나무돌보미(Adopt a Tree)라는 봉사활동을 신청하여 실시했다. 학교 앞 가로수가 잘 클 수 있게 쓰레기도 줍고 잡초도 뽑으며 아이들이 뿌듯해 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마을과 학교를 위해 무엇인가 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꼈으리라….

돌봄교실이 지역과 협력하여 온 세대가 함께 진행함으로써 주는 장점은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바로 ‘놀이와 쉼’이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고 편해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마음껏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큰 행복감을 준다. 마음껏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봉사자들이 안전을 위해 늘 함께 해주었고 언니, 형 같은 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 속에서 마음껏 놀고 쉴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비록 부모님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친구 같은 학생 선생님들, 친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선생님들, 또 친구의 엄마와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의 순기능은 또다시 어르신과 학생들에게는 돌봄교실이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고 장래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장이 된다.
이 밖에도 아이들, 봉사자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었다. 아이들은 직접 키운 채소와 꽃들을 가꾸며 행복해 한다. 자연은 치유의 기능을 함과 동시에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무언가 기르고 수확하며 효능감과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들이 놀고 쉬는 동안 선생님은 함께 친구가 되기도 하고 관찰자가 되기도 하며 때론 조력자로서 역할을 하게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여러 협력을 통한 프로그램의 운영은 지역 또는 재능기부자들과 프로그램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많은 소통과 조율이 필요했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협력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 그 지역의 환경속에서 아이들과 학무모님들의 이해와 요구에 대한 상담과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요구를 파악하여 다음 학년도에 반영했다. 워낙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프로그램에 따라 한꺼번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병행하였다.

글을 마무리하며

현재 지역과 협력하기 위해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돌봄기관, 학교의 돌봄실무자들의 모임인 돌봄협의회 회의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돌봄협의회가 협력 업무담당자들의 정보공유와 친목 중심을 넘어, 현장에서 추진 가능한 협력 사업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공론화하여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볼(Stephen Ball)박사의 ‘네트워킹 거버넌스6)’처럼 실질 업무담당자가 대표가 되어 현장 협력 업무 의사결정과 추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지역협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7)도 논의해 봐야 한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필자의 간절한 바람은 지금까지 거론된(당위적으로 보이는) 필자의 경험들이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폭넓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부분 당위와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어떻게 하면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현장에 기반을 두지 않은 돌봄정책으로 인한 혼선과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모든 돌봄 관련 정책들은 현장 근무자들의 공감과 소통을 통해 생산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현장 근무자들의 복무 환경과 처우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고민의 일단이다. 그럴 때만이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본질적 목표에 현장의 많은 학교들의 참여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손잡고 가야만 한다.


1) 관계부처 합동(2018.4.).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사업 기본계획 1쪽
2) ‘지역돌봄기관’은 정부지원 지역내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을 말하며 운영주체가 다르다. 방과후교실과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초등돌봄교실은 교육부에서 운영한다. 지역 돌봄기관은 복지체계, 초등돌봄교실은 교육체계에 있는 것이다.
3) 지역아동센터 관련 근거법은 아동복지법 제16조, 31조이고, 초등돌봄교실은 초중등교육과정 고시 2009-41, 영유아보육법,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청소년기본법 제48조 2항이다. 운영주체에 따라 근거법과 소관부처가 다르지만 대상과 프로그램 등이 유사·중복된다.
4) 낙인(stigma,스티그마)은 다양한 사회적 편견과 관련이 있으며, 저소득층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한다는 부정적 편견이 강해 그 대상자가 편견에 맞추어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심리학 용어이다. 반대로 피그말리온 효과는 주변에서 실제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대상자가 점차 그것에 맞게 행동하면서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5)  ‘마을 공동체’는 90년대 지방자치의 시작으로 주민들과 지역의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 시민활동가들이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도모하고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전개하면서 생겨났다. 마을 공동체란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해있는 ‘마을’의 관한 일을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큰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양극화와 주민간의 갈등, 지역 내 문제(생활안전, 보육, 고령화-복지, 일자리 창출, 실업, 다문화 가정 등)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시민사회로의 성장과 거버넌스 시대에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민·관 협력적 추진을 통해 공동체 구현에 힘쓰기 시작했다.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마을 공동체에 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정책학회 기획세미나 공동체 발전 국민포럼. 공동체 발전 국민포럼 운영계획. 한국정책학회
6) 거버넌스(governance)란,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방식을 말하며,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라고도 한다. 오늘날의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겨난 용어다.
7) 서용선 외 10인(2017.5.). 마을공동체란 무엇인가? 탄생, 뿌리 그리고 나침반, 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