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0 여름호 (239호)

[인성교육] 말모아 마음모아
인권을 코딩하는 인성메이커

이창훈 (서울상경초등학교, 교사)

2019 인성교육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 1등급 수상작을 재구성함

1. 준비하며

처음에는 ‘말’에서 출발하고자 하였다.
학교현장에서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로 가득찬 학급의 선생님이 되고 싶어 교실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인터넷, 다문화 등등…. 다양한 문화, 정보를 접하는 학생들을 보며 학생들에게 여러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권’의 중요성도 되짚어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말’, ‘마음’, ‘인권’, ‘인성’을 융합시켜 코딩해보겠다는 거창한 포부와 함께, ‘말모아 마음모아 인권을 코딩하는 인성메이커’라는 야심찬 이름의 학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2. 만들어가며

• ‘말모아 마음모아’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언어를 바르게 사용함을 가장 기초 단계로 설정하여 각 상황마다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고자 하였다.
• ‘인권코딩’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학생들이 교실 안 상황, 교실 밖 상황에서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경험하여 민주시민의식 함양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위해 각 프로그램마다 ‘인권코드’를 설정하였다.
‘인성메이커’
다양한 인권 이해 상황에서 각 인권과 연관된 인성 함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프로그램을 구성 하였으며, 프로그램 내에서 갖추어야 할 인성 덕목을 ‘인성블럭’으로 설정하였다.

3. 실천했어요

과제 1. 마음모아–내 안의 마음 깨우기

자신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학생은 다른 친구들의 기분도 개의치 않았다. 화난 감정만이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 한 방법인 것처럼, 친구와 대화하기 보다는 친구에게 윽박지르는 교실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친구에게 소리치 고 짜증내는 행동은 학급 내에서 급속도로 전염되어 갔다.
먼저, 학생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는 활동을 기본으로 나의 감정을 살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 또한 자신 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키우는 하나의 과정임을 깨우치도록 하였다. ‘나’에서 출발한 감정읽기가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첫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 대표 프로그램 안내

• ‘선생님’ 사용 설명서
– 학기말에는 항상 학생들에게 교사에 대한 정보를 후배들에게 전하는 ‘선생님’ 사용설명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 투정어린 불만도 있지만 학생들은 생각보다 정확하게 선생님을 바 라보고 있어 내심 놀랄 때도 많다.
– 학생들을 위한 정보가 되기도 하지만 교사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 한 자료이기도 하다.
• ‘나’ 사용 설명서
– ‘선생님’ 사용설명서를 바탕으로 자신에 대해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 할 수 있도록 한다.
– ‘나’에 대한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나와 친구가 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 ‘나’ 사용설명서 항목 ① 나에게는 ○○한 능력이 있다. ② 부탁하면 들어줄 수 있는 것 ③ 나와 지낼 때 주의할 점 ④ 내가 좋아하는 행동과 말 ⑤ 내가 화나거나 슬플 때 기분을 풀 수 있는 방법
※ 그 외 항목은 학생 자율 설정

과제 2. 말모아–너와 마음 나누기

어떤 교실이든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 ‘글’을 살펴보면 학급의 분위기나 도덕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사실 학 생들이 말하는 자체가 도덕적 행동 그 자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에 비해 최근 학생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과되지 않은 다양한 언어를 무의식 중에 학습하여 거친 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거친 언어 를 쓰는 것이 또래 집단 내에서는 오히려 인기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언어’가 변하면 친구 관계나 교실 분위기 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려 했다. 우리 학급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인성’, ‘인권’과 관련 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전에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언어’부터 학생들과 함께 변화시키기로 하였다.

◇ 대표 프로그램 안내

• 교실에서 찾은 희망
① 교실에서 찾은 희망 제시
② ‘따뜻하게 말해줘’ 미션 수행
③ 체육, 창체 시간 및 쉬는 시간에도 연습! 연습!
④ 영상 제작
⑤ 영상 홍보 및 꿈끼콘서트 참가, 학예발표회 참가
⑥ 으뜸상 수상 및 과자파티

•아이들 이야기 : 친구들과 협동하여 작품을 만들다 보니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고 선생님도 차가운 줄 알았는 데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부모 이야기 : 학교에서의 즐거움이 친구들과 선생님께 받는 다양한 관심임을 동영상을 보며 알게 되었다.

TIP 중요한 것은 동영상 편집도 동작의 정확성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다. 동작이 그리 정확하지 않아도 만드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웃는 얼굴 그 자체로 충분히 활동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과제 3. 인성메이킹 – 우리 함께 인성 두드림

학기초 중간놀이 시간, 피구를 하다가 화난 채로 돌아온 아이들… 술래잡기를 하다가 술래가 너무 힘들어 친구 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와 버리는 아이들… 방과후,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고 놀이터에서 핸드폰만 보며 SNS와 게임에만 몰두한 아이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울리는 방법을 모르거나 서투른 아 이들에게 어울리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재미만 찾는 어울림보다는 또래 내에서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한 책임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미덕’이라는 보물을 찾는 활동이 학급 운영 전반에 나타나도록 하였다.

◇ 대표 프로그램 안내

• 미덕을 찾아서
“미덕으로 내 안에 있는 큰 나를 깨우자.”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학생들의 잘못으로 보기보다 마음 광 산에서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미덕’ 원석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교사 스스로에게 큰 어려움이었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학 생들의 모습이 큰 힘이 되었다. 학생 생활 전반에서 ‘미덕’을 생각 하고 나누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막연히 바른 학생이 되겠다는 다 짐을 넘어 구체적인 덕목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동기가 되었다.
– 활동 내용
① 미덕 사전 만들기
② 매주 실천할 미덕 카드 뽑기
③ 미덕 일기 쓰기
④ 친구 일기에 미덕 댓글 쓰기
⑤ 미덕 상장 선물하기
⑥ 미덕 조끼 만들기

과제 4. 인권코딩–세상으로 인권 노크

인성 관련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환경’, ‘다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다소 아쉬웠다. 그래서 이러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인권’을 인성교육에 접목시켜 보고자 하였다. 4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인권’이라는 주제를 학년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여 다루어 본다 면, 교실에서 함께 키워온 ‘미덕’을 교실 밖으로도 실천하고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도 키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 대표 프로그램 안내

• 인권을 알다
① 인권수업 들어가기 – ‘지구가 만약 100인의 마을이라면’ 영상 보기
② 인권 분류해보기 – 30개의 인권 조항을 신체와 생명, 생각과 표현, 법과 재판, 의무, 인간다운 생활의 4가지 영역으로 나누는 활동을 통해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③ 우리가 만든 인권 조항 31조 -기존에 있는 30개의 인권 조항 외에 우리가 직접 31번째 인권 조항을 새로이 만들어 보았다.

TIP 인권영화 추천 ‘별별이야기’: 각 주제별로 10~15분 정도의 단편 영화지만 짧은 시간 동안에 학생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깊게 해볼 수 있게 함.
– 장애인의 현실 ‘낮잠’
– 사회적 소수자 차별 ‘동물농장’
– 고정된 남녀역할 ‘그 여자네 집’
– 외모차별 ‘육다골대녀’
– 이주노동자 ‘자전거 여행’
– 입시위주 교육 ‘사람이 되어라’

•선생님 이야기 : 아직 4학년 밖에 안 된 친구들에게 ‘인권’이라는 소재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부분이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음을 활동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오히려 이러한 인권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학생들이 좀 더 진지하게 활동에 참여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내가 지구상에서 꽤 행복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넓은 아량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우리동네 히어로
진행순서 ① 구청에서 하는 일 조사 – ② 우리 동네 탐방하기 – ③ 구청 홈페이지에 요청하기 – ④ 달라진 우리 동네 확인하기

TIP 학생들은 아직 모두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요청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모든 민원을 개별적으로 요청하면 구청 업무에 차질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민원 요청은 2~3건 정도가 적당하다.

•선생님 이야기 :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후, 구청 담당자가 정해지고 나서 답변을 해준 자체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축구 골대망이 수리된 것을 확인하고서 자신들이 동네에 발생한 불편한 점을 개선하였다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 어린 학생일지라도 사회에서 누군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돌아보며…

연구 과제를 모두 마친 뒤에도 물론 교실에서는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하거나 다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사소한 일 하나하나 교사에게 해결을 원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스스로 서로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고민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담은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늘어났다. 자신 위주의 판단 기준에서 좀 더 넓어진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점에서 나 스스로가 학생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구나 안도할 수 있었다.
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교육 자료 및 방법을 많이 적용하였지만, 결국은 학생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교사인 나의 모습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특히 학생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투에서 평소 내가 쓰던 말투나 어감이 느껴질 때 깜짝깜짝 놀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좋은 모습이든 좋지 않은 모습이든 학생들은 나의 거울처럼 내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직은 나 스스로가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에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 한 해이기도 하였다.
연구는 마무리되고, 아이들은 내 교실에서 떠났지만, 다시 만날 새로운 아이들을 위해 나 스스로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음은 확실하며, 지난 1년이 나와 함께 한 아이들에게도 평생의 배움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한국교육개발원(2018). 교과에서 인성교육. 인권을 만나다.
한국교육개발원(2018). 인성 GPS로 떠나는 행복한 마음여행.
권영애(2018). 자존감, 효능감을 만드는 버츄프로젝트 수업. 아름다운사람들.
제인 넬슨 외 2명(2014). 학급긍정훈육법. 에듀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