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가을호(244호)

[전면등교]학교 집단지성의 힘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다!

{(소통+공감)×집단지성}×시너지² = 학교교육력 

오소라(서울영신초등학교, 교사)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또 교사가 되고 나서도 지난 수십 년간 3월 2일은 항상 개학날이었다. 개학 전날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늦게까지 새 학기 준비를 하면서 딱 하루만 더 방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새로 만날 아이들과 동학년 교사들 생각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었다. 하지만 2020년의 개학은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초유의 개학 연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교수업 시작 등 학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겪었고 우리 아이들은 기초학력 저하와 돌봄 부족, 기본생활습관 형성 부재라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학생들의 위기를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서울영신초등 학교(교장 고승은, 이하 영신초)는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학생들을 위한 전면 등교 방안을 고심하게 되었다.

1. 한발 앞선 시작 – 작년부터 선구적으로 전면(전교생) 등교 시작

2021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교육부는 학습격차 해소 및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등교수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초1·2학년 전면 등교 및 3~6학년의 등교확대 방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영신초는 한 발 앞서 2020년 10월 19일부터 이미 전교생 매일 등교를 실시하고 있었다. (20. 12. 15~21.2.28. 제외)
2020년 10월 전면 시차등교라는 창의적인 학사 운영 방안을 구상할 시기에 전교생 매일 등교에 대한 교사 및 학부모들의 인식은 비교적 일치했다. 저학년은 학교생활 적응과 기본 학습습관 정착, 돌봄 제공을 위해서 고학년은 학습격차 해소 및 바람직한 생활습관 형성을 위해서 특정 학년만이 아닌 전체 학생에 대한 등교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영신초 교육공동체 회의 중> 

영신초 교육공동체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시작했다. 2020년 10월 그 당시에 전교생 매일 등교를 실시한 학교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영신초 교육공동체는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성공적인 매일 등교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 학교구성원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교육과정 운영 방안

전교생 매일 등교를 위해 크게 교육과정 운영 방안과 학교생활 지원 방안의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하고 협의를 하기 시작했다. 단계별 밀집도를 준수하며 학생들의 등교일수를 늘릴 수 있도록 등교 시정표를 만들었다. 교육부의 밀집도 기준은 초등 1·2학년 학생은 밀집도 산정에서 제외하고, 3~6학년 학생의 2/3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밀집도를 준수하면서 전교생이 매일 등교하는 방법은 전교생 매일 시차등교(1~4학 년 오전등교, 5~6학년은 오전: 쌍방향 원격수업/오후등교) 방안이었다. 다음은 사회적 거리 두기 1~2단계 시 적용한 우리 학교의 매일 등교 시간표다.

코로나19 대응 방안에 따라 수업시간에 탄력적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학생들의 학교 밀집도를 지키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실제 학교에 등교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등교방법의 구상 및 적용이 가능해졌다. 영신초에서 창안한 시차등교 학사운영 방안의 기본적인 수업형태는 대면수업(등교)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 형태였다. 블렌디드 수업이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장점을 살려 디자인된 혁신적인 수업 방법을 말한다. 우리 영신초의 블렌디드 수업은 수업시간 40분을 교사와 함께 수업하는 대면수업 30분과 개별과제제시형 10분으로 구분 하는 수업 방법이었다. 학생들은 대면 수업 중 성취해야 할 수업 목표를 달성하고, 하교 후에 가정에서 심화보충 과제로 개별과제를 수행하였다. 학년별로 똑똑공책 등 다양한 형태의 과제수행 학습결과물을 교사에게 제출하여 개별 피드백을 통해 학년별 성취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블렌디드 수업, 대면수업, 과제제시형 수업, 원격 수업 등 모든 수업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의 적극적인 연수 및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학교에서는 최신 기종으로 실물화상기 교체, 원격수업용 마이크 지원, 듀얼모니터 전학급 설치, 웹캠 설치 등 디지털 기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였다. 학생 대여용 태블릿을 신속하게 구입 및 대여 하였고, 원격수업용 교사용 노트북을 교육청 공동구매로 예산을 절감하고, 교사용 태블릿을 추가 구입 하여 전 교사에게 지원하였다. 또한 원격기자재 사 용법 및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비대면 연수를 다양하게 실시하여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 기법 및 교 육과정 분석, 재구성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각 학년 단위의 자발적 교원학습 공동체를 조직하여 학년별 성취수준을 분석하고, 블렌디드 수업에 적합한 수업 주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 및 분석,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방역 지침을 지키며 대면수업 실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3. 소통·공감과 배려로 만들어낸 학교 생활 지원 방안

<출입구 분리 등교> 

교육과정 운영 방안은 결정되었지만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어야 했다. 교육과정을 실천하기 위해서 학교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역시 방역에 관한 것이었다. 등하교 시간에 밀집도가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년군별로 등교시간을 다르게 했고, 학년별로 동선을 정해 출입구를 분리하였다. 방역 인력을 학생들의 동선 곳곳에 배치하여 열화상 카메라 관리, 복도 및 화장실 통행과 밀집도 관리, 급식 시 거리두기 지도 등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학교 차원에서는 매주 1회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월 1회 일반 소독을 실시하였다. 또 복도에는 거리두기 스티커를 부착하여 학생들의 거리두기를 도왔으며, 쉬는 시간을 수시로 운영하여 화장실 및 복도 밀집도를 낮추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 하루 2회 이상 교실 환기를 수시로 실시하였다. 학급에서는 방역함을 비치하고 비상 마스크와 손소독제, 항균티슈, 체온계를 비치하였으며 부족분은 수시로 지급하고 방역에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였다.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학년부장과 방역담당부장인 교무부장 그리고 보건교사 등이 수 차례 심층토론을 하였고, 또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영신초만의 철벽 방역시스템을 완성하였다.

<열화상카메라 발열체크>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급식 실시 방법이었다. 급식을 먹는 동안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 본교는 급식실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급식실 동시 수용 인원이 전교생의 50%에 달하기 때문에 급식실 밀집도 1/3을 준수하면서 전교생 시차 급식을 실시하는 방안이 결정되었다. 우선 전교생 시차 급식을 위해 조리 시간이 길어진 만큼 조리사 유연근무제를 허용함과 동시에 인력을 충원하였고, 식중독 예방을 위하여 1일 2~3회 조리를 실시하고 2시간 안에 배식을 완료하였다. 2시간 안에 2회(볶음 등), 3회(나물무침류 등) 요리를 해서 배식까지 완료하기 위하여 영양교사와 조리담당 공무직 직원들은 업무량이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시차등교가 가능해 지도록 매우 힘든 과정인 시차급식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낸 영양 교사와 조리사(원)들의 노고에 영신초 교육공동체는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 밖에도 영신초만의 특화된 급식 방역시스템을 몇 가지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반별 지정좌석제 및 한 칸 띄어 앉기를 실시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도록 노력했고, 학년별 시차 급식이 끝난 다음에는 즉시 가림막 및 급식대를 소독한 후 다음 학년 급식을 실시하였다. 출구와 입구를 분리하여 급식실 출입 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였으며, 감염 우려로 급식을 희망하지 않는 1~4학년 학생은 수업 종료 후 즉시 하교하고, 5~6학년 학생은 식사 후 등교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하여 급식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학부모들의 불안도를 낮추었다.

<손 씻기 생활화> 

세 번째로는 학부모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여 학부모들의 의견을 학사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맞벌이 학부모가 다수로 돌봄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활동에 관심이 많고 협조적이며, 학교에 여러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학교장과 학년별 학부모간담회(6회)를 진행하여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제 등교 방안 운영에 적용하였다. 예를 들어, 처음 학교 시정표를 작성했을 때 5, 6학년의 하교시간을 14:50으로 설정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의 방과후활동 등을 이유로 하교시간이 너무 늦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전해졌다. 즉각적으로 의견을 반영하여 수업시간 및 쉬는 시간 조정을 통해 오후 수업 종료시간을 14:30 으로 수정하였다. 학사운영에 관련된 가정통신문을 통한 의견 수렴 시 기타 의견란을 만들어 Q&A형식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여 궁금증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을 하였다. 아래의 [예시]는 처음 우리 학교 전면 등교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 및 그에 따른 답변 예시이다.

<시차급식 및 지정좌석제> 

4. 또 한번의 위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의 밀집도를 준수하며 전교생 시차등교를 통한 전면 등교를 운영하면서 학교는 여러 번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첫째, 방역 업무로 인한 교사들의 피로감에 관련된 부분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보살피던 일상에서 방역이라는 큰 업무가 과중되었다. 매일 하루 2번의 학생 발열 체크 및 교실 소독, 학생들의 거리두기 지도 등의 방역 관련 업무가 추가되었으며, 매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두통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학생들 역시 친구들을 만나서 자유롭고 즐겁게 놀고, 어울리던 수업형태가 아닌 개인별로 앉아서 개별 활동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쉬는 시간에도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짜증을 쉽게 내고, 그로 인해 친구들과 다툼이 늘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 본교는 2020년 원격학습 시간이 많던 작년에는 학교폭력 발생 사안이 0건이었으나, 2021년 1학기 현재 6건의 학교폭력신고가 접수되어 해결 중에 있다. 학교폭력사안이 발생했지만 담임교사와 담당선생님이 성장울타리라는 우리 학교만의 학교 폭력학생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학교 교사들의 학교폭력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영신초 교사들은 전면 등교로 학교폭력이 발생하여 힘들고 부담이 된다는 관점이 아니라, 전면 등교를 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서 이런 문제행동들이 발견되었고 이를 잘 치유해서 바르게 성장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학교폭력사안을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다. 둘째, 새롭게 시도되는 학사운영에 대한 학교 구성원의 의문과 불만 해소에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1, 2학년은 밀집도 제외대상으로 인근 학교에서는 모두 대면수업으로 운영하고 원격수업을 하지 않는데, 우리 학교는 전교생의 등교를 위해 1, 2학년의 원격수업이 필요했다. 저학년은 기기 조작 미숙 등의 문제로 스스로 원격수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설득시켜야 했다. 3~6학년 학생들의 학습 결손방지와 생활 습관 정착을 위해서 전교생 매일등교의 필요성을 알리고 저학년 학부모님들과 심도있는 대화를 통해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수업시간에 감축 운영에 대한 의문에는 감염 우려로 급식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 및 밀집도 지침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시켜 나갔다. 실제로 5, 6학년의 경우, 오전에 실시간 쌍방향 원격학습을 실시하고 오전 급식 실시 전 등교하는 것은 밀집도를 준수하며 매일 등교를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구성원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5. 무모함에서 롤모델로

우리 학교는 현재(7. 15)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전면원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등교수업을 중단하게 되어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의 아쉬움도 무척 큰 상황이다. 그동안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이 전교생 매일 시차 등교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2020년 10월 전 학년 매일 시차등교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내부적으로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와 다른 학교 교사들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이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할 일이지만, 그에 따른 부담도 커, 한편에서는 너무 위험한 결정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전교생 매일 시차등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됨에 따라 주변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우리 학교의 등교 사례를 보고 전교생 매일 시차등교를 도입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났다. 너무 무모한 시도가 아니냐던 우리 학교의 사례가 롤모델이 된 것이다.

전교생 매일 시차 등교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매일 등교를 통해 학생들은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고, 대면수업을 통해 기초학력을 기르고 친구들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양질의 급식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교사들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대면수업의 장점을 살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기본생활습관과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서 등교수업이 꼭 필요했고,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기초학력증진과 생활지도를 위해 대면수업이 꼭 필요했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만을, 우리 학급의 아이만을 생각하지 않고 영신초 학생 모두를 우리의 아이들로 품으려고 노력했다. 영신초 어린이들 전체의 발전을 위해 양보하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고 협력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전교생 매일 등교’라는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좋은 방안을 만들고 실행한 교직원, 학교를 믿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학부모님, 매일 학교로 와서 열심히 공부해 준 영신초 어린이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 있었던 방역인력… 모두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져 전교생 매일등교가 2학기에도 전면 등교로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