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가을호(244호)

[진로]상상 더하기

김연희(남성중학교, 교사)

“처음 만난 세상 속에 나의 가슴이 라라라라. 날아가 볼래? 상상의 상상의 미래로 가볼까!” 요즘 유행하는 ‘상상더하기’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이다.

2020년, 나는 7년간 있던 학교를 떠나 새롭게 남성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한 3월, 놀랍게도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아니, 오지 못했다. 한 달이 넘도록 긴 나날이 지난 후 전면 원격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이제까지 익숙한 모든 노하우는 다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의 수업과 콘텐츠가 필요했다.
어느덧 1년 반이 지난 지금, 온·오프 블렌디드 진로체험과 수업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스스로 분석하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진로인성, 독서를 활용한 토론 수업, 고교박람회, 부모님과 함께하기, 진로상담 등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시도했던 수업과 진로체험으로 이어지는 몇가지 활동을 정리해 보았다. 체험활동을 모두 소개하기는 어려워 가장 기억에 남는 것만 소개한다.

1.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분석한다

자기소개 수업 

진로 수업 첫 시간에는 아이들도 교사인 나도 모두 서먹하다. 그래서 가볍게 자기소개로 수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자기소개를 보면 절대로 가볍지 않다. zOOm 수업에서 내가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난 후, 아이들은 구글 프레젠테이션 활동지 링크를 통해 자기 번호 슬라이드에 들어갔다. 여러 개의 이미지 중 끌리는 카드 하나를 선택, 복사한 후 자신의 활동지에 붙였다. 그리고 이미지 카드의 제목을 지어보고, 자신의 이름 초성을 딴 키워드를 생각했다. 카드 제목과 초성으로 만든 키워드를 엮어서 자기를 소개하는 문장을 적었다. 기대 이상으로 멋진 자기소개 카드가 만들어 졌고 아이들은 모두 진지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활동지는 상담할 때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격려해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TIP 온라인 도구는 대면 수업에도 계속 사용하기 좋다. 대면 수업 시에는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주고 활동지에 들어가 활동하게 했다. 나중에 칼라로 프린트해서 포트폴리오에 정리했다. 구글 프레젠테이션으로 양식을 만들어 학급별로 슬라이드 순서대로 번호를 넣어 주었더니 아이들이  바로 자기 슬라이드를 찾아가 작성했다. 아이들은 핸드폰에서 구글 도구 사용이 어색하다. 앱 다운로드, 이미지 복사 및 붙이기, 텍스트 넣는 법을 자세히 가르쳐줘야 한다.

객관적 검사를 통한 자기 이해 

전면 원격수업이라는 고난은 표준화 검사 수업에서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였다.
아이들의 표준화 검사를 위해 커리어넷을선택하였는데, 이는 모바일 앱으로도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직업흥미검사, 직업적성검사, 진로성숙도검사 직업가치관검사를 대면과 온라인 수업 모두 온라인 활동지로 객관적인 자기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수업은 mbti검사로 성격유형을 알아보는 수업이었다. 요즘 예능방송에 많이 나와서인지 워낙 관심을 보였다. 네 차례에 걸쳐 온라인 검사와 자기보고서 작성, 코드별 특징 설명 듣기, 모둠별 자기 유형 자료 제작, 유형별 소개하기 및 퀴즈대회로 진행했다. 두 번째 시간은 강의로 진행하고 나머지 세 시간은 아이들이 주로 활동했다. 아이들은 각자 검사하고 자기를 분석한 후, 모둠별로 자기들 유형 특징, 대표적인 사람들, 자기 유형 사용설명서를 매우 재치있게 발표하며 서로 정보를 나눴다. 그 후 아이들이 유형별로 두 문제씩 출제한 퀴즈로 쪽지 시험을 보았다. 발표 후 모든 자료는 학급 복도에 쭉 붙여 전시했다. 아이들은 오고 가며 다른 반 친구들의 자료들도 읽어보았고, 선생님들도 관심을 보였다.

연계체험활동 진로창체 표준화검사 및 담임교사 연수, 색채심리상담사 체험 

2. 진로는 인성과 함께 성장한다 

진로 교육은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시민 으로 성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당연히 모든 활동에 인성교육을 겸할 수밖에 없다. 

진로·인성 프로그램 마주보기 

1학년 수업 Ⅰ단원에서 사당청소년문화의집 영상과 키트 지원으로 진로·인성 프로그램인 ‘마주보기’를 수업했다.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확실한 주체성을 확립하여 삶의 주인공으로 책임감을 키우고, 학생들의 긍정적인 자기 존중감을 올려주고자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소통의 달인’, ‘가치로 미래를 바꿔봐’, ‘꿈 in 꿈’, 이렇게 네 차시에 걸쳐 영상과 활동으로 진행하였다. 결과물들을 진로교육실에 학급별로 모아 전시했다. 개개인별로 보았던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해보니 또 다른 독특한 정다움을 주었다. 학생들도 좋아했지만, 진로교육실에 방문한 모든 분들이 매우 흥미로워했다.

연계체험활동 온라인 수업 시에는 사전에 키트를 나눠주었다.

1% 기본습관 길들이기 프로젝트 

Ⅲ 단원 ‘교육 기회의 탐색’을 수업하던 중 ‘학습의 중요성’ 주제를 다루면서 성적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그중에 하나가 ‘그릿’이 있었다. ‘그릿’을 키우는 방법으로 ‘1% 기본습관 길들이기’ 프로젝트를 결정했다. 첫 시간에 이를 설명하고 페들렛에 3주간 실천할 아주 가벼운 기본습관 3개를 적게 했다. 그리고 매일 실천할 때마다 기록하게 했다. 나도 함께 실천하며 매일 기록하고 공유했다. 수업 시간마다 실천한 결과를 공개하고 페들렛에 예 쁘게 디자인한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물론 실패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지난 1주일을 돌아보고 기본습관을 수정하고 다시 시작하도록 격려 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실천하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그중에는 졸업하는 날까지 실천한 학생도 있었다. 자존감 향상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 향상에 매우 효과가 있었다.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 쓰기 

학년말 수업 마지막에 다음 해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게 하였다. ‘상급생인 나에게’라는 주제로 아이들은 매우 진지하게 언젠가 만날 미래의 자신에게 격려와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 편지들은 상급생이 된 아이들 앞으로 도착 할 예정이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은 후배들에게 인사말을 남겼다. 중학교에 올라온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이 반겨주면 적응하기 쉬울 거라고 하니 아이들이 포스트잇에 신입생 후배들에게 격려말과 1년 생활해 본 소감과 반갑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벽에 붙여 놓으니 후배들은 선배들이 준 편지를 자주 읽어보았다. 1단원 ‘의사소통’ 수업에서 감사한 분을 생각하고 5가지 감사글을 적은 후 사진 찍어 보내 답장 받아 보기를 했다. 잠시 기다린 후 답장을 받은 아이들은 발표하게 했다. 답장받은 아이들도, 기다리는 아이들도 특별한 표정으로, 그리고 소감글로 정말 감동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아이들은 그날 누군가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감사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배울 수 있었다. 늘 받는 데에만 익숙한 아이들은 가까운 분들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또한, 답장을 받으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연계체험활동 초록우산재단 감사 편지 쓰기, 진로의 날 ‘ 아버지의 꿈’ 영상보고 부모님 인터뷰하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전 학년 창체 수업으로 2주 동안 사당청소년문화의집 지원으로 ‘인권길 탐방’이라는 주제로 지역의 의미 있는 길을 탐방하며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걸 아낌없이 바친 선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현재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였다. 그리고 키트를 이용하여 염원을 담은 버스를 제작하였다.

연계체험활동 서울시의회 지원 민주시민아카데미

3. 독서로 삶의 가치를 배우다 

원격수업으로 지쳐가던 2020년 2학기, 성취기준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즐겁고 온라인으로도 병행이 가능한 수업을 고민했다. Ⅳ단원 ‘합리적 의사결정’ 에서 그동안 늘 관심은 있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던 ‘독서 연계 수업’을 결심했다. 책은 수업 시간에 읽고 적용할 수 있으며 주제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선정하였다. 주제는 단원의 목적에 맞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정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책을 골라 간단히 인상 깊었던 장면과 내용, 느낀 소감을 정리하는 활동에서 시작했다. 점차 조금씩 깊이 들어가면서 나중에는 토론 수업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이런 수업만 계속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스스로 이끌어가는 수업을 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등 다들 긍정적으로 말했다. 처음 해보는 나도 이 수업은 매우 흥미가 있었 고 계속 연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4. 미래를 상상하다

3학년 수업 2단원에서 ‘미래 유망직업 창업·창직’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 시작은 상상만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된 사례들을 살펴보고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어떤 직업들이 생겨날지 생각을 모았다. 장소, 미래 기술이나 이슈, 직무를 연계하여 직업 이름을 만드는 수업 후 새로 만든 직업을 소개하는 발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놀랍다.

연계체험활동 1학년 진로탐색 창업·창직 워크샵. 진로의 날 3학년 온라인 기업가정신 히어로 워크샵 

5. 고교 진학 박람회에 도전하다 

중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시급한 문제는 고등학교 진학이다. 고입전형 이해 수업을 강의식으로 진행한 후에 진학 정보를 찾고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이 지루하고 어려워 아이들과 의논했다. 고등학교 정보 찾기 활동으로 학교 유형별 코너를 마련하고 학교별로 부스처럼 발표자료를 붙여 고교 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반 별로 2~3명씩 조를 짜고 전기고와 후기고 비율이 비슷하게 고등학교를 한 개씩 선택하게 했다. 아이들은 온라인 도구보다 직접 커다란 포스트잇에 발표 자료를 만들고 싶어 했다. 학교 이름, 전·후기, 위치, 남녀공학, 진학, 교육 과정, 전공, 학교 특색, 추천할 만한 이유 등을 조사하여 만들었다. 거리두기 4단계라 박람회 대신에 원격수업으로 바꾸었다. 준비한 자료를 스캔해서 ppt에 넣어 발표했다. 발표 전 아이들은 구글 스프레트시트로 고교선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건 6개를 적어 넣었다.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질문도 하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채점해 보았다. 그리고 점수가 높은 순으로 가장 가고 싶은 학교 순위 3개를 정리했다. 비록 고교 박람회는 열지 못했지만, 자료는 개학 후 복도에 전시할 예정이다. 3학년이 들어선 4층 복도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고교정보 게시판으로 가득할 것이다.

연계체험활동 1학년 진로탐색 창업·창직 워크샵. 진로의 날 3학년 온라인 기업가정신 히어로 워크샵

 6.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포트폴리오 

재미있고 알찬 수업과 유익한 체험을 아무리 많이 해도 기록하지 않는다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모든 자료는 자신을 이해하는 힌트를 준다. 수업 활동지와 검사 결과지, 체험 보고서 등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는 진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진로교육실에 학급별로 보관한다. 1학기 말 온라인으로 작성했던 수업 활동지를 컬러로 출력하여 나눠주었다. 모아둔 체험 보고서도 함께 나눠주고 3공 바인더 포트폴리오에 모았다. 아이들은 표지를 마음껏 자유롭게 저마다 자기 개성과 색깔에 맞춰 디자인했다. 표지만 봐도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이 활동은 아이들이 가장 만족스러워했던 수업 중 하나이다. 포트폴리오는 진로 상담용 자료로 쓰기에 좋은 재료이며 기본 도구이다.

7. 부모님과 함께 하다 

온라인 학부모 진로아카데미

아이들의 진로 발달에 부모는 매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학부모를 위한 진로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합 연수를 할 수 없어 1년을 미루다 올해 온라인으로 학부모 진로아카데미를 저녁 시간에 운영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한 분들에게 zoom 링크 주소를 보냈다. 주제는 ‘대학 입시 정책의 변화와 고교 선택’이었다. 부모들은 매우 만족하며 이런 연수를 계속 받고 싶다는 설문을 남겼다. 

학부모동아리와 함께하는 환경교육 

남성중학교에는 특별한 학부모동아리가 있다. ‘우리 동네 환경 키퍼’라는 도시 환경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이 운영하는 동아리이다. 진로의 날, 이 학부모동아리와 함께 ‘도시와 나의 미래’라는 주제로 반나절 체험 활동을 운영했다. 1부는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의 지원으로 ‘학교연계 도시재생 교육’을 운영했다. 2부는 학부모동아리 부모님들 지도로 ‘사당 4동 마을 이야기 보고’를 통해 우리 마을의 역사를 알아 보았다. 그 후 우리 동네 환경 상황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토론했다. ‘환경’이라는 주제의 체험은 흔할지 모르지만, 부모님이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토론하는 체험은 흔하지 않은 특별한 일이다.

연계체험활동 1학년 진로탐색 창업·창직 워크샵. 진로의 날 3학년 온라인 기업가정신 히어로 워크샵

 8. 개인맞춤형 진로 설계 지도 및 상담 

아침 8시 10분, 점심, 방과후, 그리고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상담을 진행하였다. 커리어넷 4가지 검사, 성격유형 검사를 비롯하여 수업 시간에 했던 활동들을 기록한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상담을 진행하였다. 모든 상담 내용은 학생과 함께 기록했다. 필요하면 상담 기록지는 학생에게 출력하거나 파일로 보내주었다. 상담 보고서는 포트폴리오에도 넣게 했다.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 많다 보니 상담 신청이 어려웠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직접 대면보다는 채팅으로 하는 것에 더 익숙하였다. 그래서 카카오 채널로 상담 창구를 열었다. 학생들도 부모님도 카카오 채널 ‘남성중 진로톡’으로 들어오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작년에는 학교에 거의 나오지 못하다 보니 이 카카오 채널 덕을 톡톡히 보았다.

글을 맺으며 – 상상을 더 하니 새롭게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각하지 못한 상황은 생각하지 못한 세계로 안내하였다. 어려움도 당연히 있지만, 몰랐던 경험들을 선물했다. 요즘 수업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능력을 믿고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기로 마음먹으니 새로운 관점으로 수업을 보기 시작했다. 온라인 도구는 더욱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새로운 시대에 상상을 더하니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생각하니 방송국 프로그램도 유심히 보게 된다. 시사 뉴스, 책에 나온 이야기, 주변의 다양한 것들이 수업 소재로 보이고 관심이 간다. 수업에 적용할 걸 끊임없이 상상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본다. 어쩌면 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