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운영사례Vol.228.가을호

참여와 소통으로
혁신미래교육
공동체를 이루어가다

|이두희

Ⅰ. 왜 학교자율운영체제이고, 무엇이 중요한가?

단위학교의 자율성 증대 문제는 20여 년 전 5.31 교육개혁 이후 줄곧 교육계 안팎에서 관심사가 되어 왔으나, 구호에 비해 학교 현장에 파급된 효과나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정책 당국의 철학의 빈곤과 추진 의지 부족, 관련 제도 개혁에 대한 체계적 접근 미흡 등에 크게 기인하며,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자율운영체제를 구축할 주체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개혁, 시스템과 문화 차원에서의 개혁을 추구하는 혁신학교 운동의 흐름과 함께 학교자율운영체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그에 따른 실천적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도 서울형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참여와 책임 기반의 민주적·자율적 학교 운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차원에서는 공모사업 학교선택제, 학교 업무정상화,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확대, 학생자치 활성화, 학부모회 법제화 등의 정책을 통해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출범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를 설정하고, ‘단위학교 자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은, 학교자율운영체제가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곧,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 자체가 목적은 아니므로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을 통해 어떤 가치를 이루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학생의 참된 배움과 전인적 성장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학생들이 참된 배움을 통해 전인적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 공동체가 자율, 책임, 참여, 소통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운영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고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진전될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구성원 간 교육적 숙의(熟議)가 가능한 학교자율운영체제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본질적으로 한 인간의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은 지극히 어려운 과정이며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지만, 학생의 자율성에 기반을 둔 배움과 전인적 성장을 추구하고 특히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성찰과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심도 있는 논의가 거의 불가능하며, 자율과 책임,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학교 문화도 거의 조성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학교교육에 대한 입장과 요구가 각기 다른 3주체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숙의가 가능한 학교 자율운영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Ⅱ.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을 위한 5년 반의 성찰과 실천

길음중학교는 2012년 3월에 개교하여 현재까지 5년 반이라는 짧은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신설 학교이다. 개교 때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되어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에 대한 교사들의 욕구와 기대가 꽤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사 전체회의를 수시로 열어서 학교운영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을 논의하고 결정해 왔으며,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교사들의 참여 의식과 교육적 자부심이 크게 고양되었다. 무엇보다 전 교사가 수업을 공개하고 함께 연구하는 문화를 조성한 것은 신설 혁신학교로서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개교 이후 완성 학급이 될 때까지 해마다 많은 수의 교사들이 충원되면서 학교 혁신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학교 차원의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고, 교사 수가 늘어남으로써 개교 첫 해에 비해 교사 전체회의 논의의 질이 점차 떨어지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노정하게 되었다. 전 교사 수업 공개 및 연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소 형해화 (形骸化)하는 과정을 겪게 되었다. 또한 교사 전체회의에 대한 의존도가 과다함으로 인해 신설학교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내용과 시스템을 적기에 갖추지 못하고, 심지어 놓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2017)                                                                 / 전 교사 수업 공개 및 연구회(2016)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6학년도부터 학교 혁신의 철학, 교육과정-수업 혁신, 회복적 생활교육,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 등을 주제로 교사 자율연수 및 워크숍을 수차례 실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의 학습동아리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독서토론교육 활성화, 학교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비경쟁토론 방식의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교사 전체회의 논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7학년도에는 매주 목요일을 교직원학습·연구의 날로 정하고 방과후 시간을 이용하여 1주에는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2주에는 학교교육과정위원회·교과협의회, 3주에는 학습동아리, 4·5주에는 자율연수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화요일 1~3교시를 이용, 학년별 담임협의회와 학년교육과정협의회를 격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교내 메신저를 통해 전 교직원이 공유하고 있다.

학생 대토론회(2016)                                                                                 / 삶을 가꾸는 함께 배움 프로젝트 워크숍(2017)

우리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학생 인권 존중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학생자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학생들 주도로 학생회 임원회의, 학생회 대의원회, 학급회의를 활발하게 열어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고 있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2명이 참여하여 발언권도 행사하고 있다. 또, 학생회장단과 학교장, 의제 관련 부장교사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매월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입학식, 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 학급공동체활동, 점심시간 버스킹, G-리그(교내 스포츠클럽대회), 학년교육 과정 발표회, 학생의 날 기념 행사, 축제, 졸업식 등을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하고 특색 있는 창체동아리와 자율동아리, 배움두레 등도 학생 중심으로 조직·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학생자치 또한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율만 내세우고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2016학년도에는 학급별 토론회와 학생 대토론회, 전체 학생 투표를 거쳐 ‘학생의 약속’을 스스로 마련한 후 3주체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쳐 ‘공동체 생활협약’을 제정하였으며, 올해에는 자율동아리 중심으로 12팀, 100여 명이 참여하는 ‘삶을 가꾸는 함께 배움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선을 실현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민주시민교육 차원의 성숙한 학생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회 원탁토의(2016)                                                                        / 학부모와 학교장과의 대화(2015)

다른 학교도 비슷하겠지만, 학교자율운영체제를 구축할 때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가 학부모일 것이다. 학부모 내에서 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이 극단적으로 혼재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교사와의 관계에서 자칫하다가는 불신과 대립이 조장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교육열이 높은 길음 뉴타운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개교를 할 수 있었다. 개교하면서 바로 혁신학교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더욱 깊었으며 그것은 실제로 현실화되었다. 개교 후 2년차에 학생 생활교육 방법을 둘러싸고 교사들과 심각한 대립이 발생했고, 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가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통로가 막힘으로써 2015년 후반기에는 혁신학교 재지정조차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아주 많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이런 연유로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도는 교육열에 비해 아주 저조하였으며, 몇몇 소수의 학부모들 중심으로 학부모회가 조직·운영되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다시 끌어내기 위해 2015년 겨울방학 때부터 학부모 학습동아리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현재 캘리그라피, 퀼트, 가족봉사단 등 몇 개 동아리가 자생력을 갖추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2016년 학부모회 조례 제정을 계기로 학부모회 규정을 전면 개정하여 학급·학년학부모회를 토대로 총학부모회를 구성하였다. 이후 학부모임원회의 정례화, 학부모회대의원회와 학부모 원탁토의 개최, 학년별 학부모-담임교사 간담회, 학교장과 간담회 수시 개최 등을 통해 올해에는 학부모 학교 참여가 아주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길음행복포럼(2016)                                                                                  / 공동체 생활협약 제정을 위한 공청회(2016)

이렇게 3주체별 자율운영체제는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으나, 각 주체가 함께 교육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배움과 성장을 이루어가는 학교공동체 차원의 논의와 실행 노력은 매우 부족하였다. 이러한 문제 인식 아래 2016학년도에 3주체와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길음행복포럼’을 발족하여 운영하였으나, 공감대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정착되지 않았다. 그래도 올해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길음중학교사회 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상호 신뢰를 통한 소통과 협력의 경험을 축적해 가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Ⅲ. 길음중학교 혁신미래교육 공동체 실현을 위한 새로운 시도

우리 학교는 미래사회의 주역으로 살아갈 학생들이 현재에도 행복하게 참된 배움을 즐기며 바람직하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도 함께 성장하는 길음 중학교 혁신미래교육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2학기부터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첫째, 길음중학교 혁신미래교육의 청사진을 다시 그릴 것이다. 독서·대화·글쓰기교육, 생태교육, 진로교육, 세계시민교육, 인성·시민성교육, 인문학교육, 과학기술교육, 삶의 기술교육 등 세부 영역별로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는 무엇으로 하며 교과·창의적체험활동을 학년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체계화·전략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 직원, 지역주민 등 5주체가 참여하는 ‘길음중학교혁신미래교육공동체 위원회(가칭)’2)를 구성하고, 전 구성원 대상의 설문조사, 각 주체별 상상 원탁토의 등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들을 분과별로 심도 있게 논의하여 비전과 전략, 실행 방안까지 도출하도록 한다.

둘째, 다양하고 특색 있는 혁신미래교육 프로젝트들이 학생들에게 즐거운 배움의 과정으로 긴밀히 연결될 수 있는 학사운영시스템을 연구·개발할 것이다. 학생들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프로젝트를 학년별로 배치하여 내실 있게 진행하며, 개인별 맞춤형 프로젝트도 과정을 즐기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 경로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쌍방향적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교과·창체가 융·복합된 ‘프로젝트 학습의 날’을 전 학년 대상으로 매주 1일 전일제로 운영하고, 학사력과 시간표를 개선하여 2018학년도부터 유연하면서도 전략적인 학사운영시스템이 되도록 적용할 것이다.

셋째, 교육적 숙의가 가능한 학교자율운영체제를 만들고, 이를 학교운영규정으로 제정할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 학교교육과정위원회, 교직원회의·학생회·학부모회, 교원인사 자문위원회 등 주요 회의체들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회의의 정례화,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적 구분 등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구안할 것이다. 또한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업무 재구조화, 학생·학부모 참여 예산제 확대 등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