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9 가을호 (236호)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교사로 거듭나기 위한 학급긍정훈육법(PDC)

정호중 (서울화곡초등학교, 교사)

교사의 난제, 친절해야 할까 단호해야 할까?

그저 친절하기만 했던 교사 A의 이야기

지옥 같았던 임용고사의 문턱을 넘고 발령을 받은 A교사. A교사에게는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선생님’의 모습이 있다. 바로 친구처럼 다정한 선생님. 언제나 학생들의 관심사를 존중해주고 농담 섞인 대화를 즐기는 바로 그런 선생님을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왔었다. 그렇게 행복한 3월이 지나고 A교사는 조금씩 상처를 받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를 좋아하고 잘 따랐던 학생들이 어느 순간 선생님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열 가지를 받아주고 한 가지만 거절해도 반항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권위를 잃은 상황에 자책하고 슬퍼하며 내년에는 나도 옆 반 선생님처럼 엄하게 아이들을 통제하리라 다짐한다.

마냥 무섭기만 한 교사 B의 이야기

B교사는 군대를 제대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교사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며 일체의 무질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B교사는 1년간 교실을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3월에 절대 교사가 이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웃음을 보이며 의견을 자꾸 들어주다보면 어느새 A교사처럼 학생들의 하인이 되어버릴 것이 뻔하다고 고민한다. 그래서 사실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지만 학생들 앞에서 화난척 연기를 하기도 한다. 교실은 질서정연한 편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왠지 모를 외로움이 있다.

학생에게서 멀어진 교사 C의 이야기

C교사는 올해 5년차가 되었다. 그녀 역시 첫 발령이 났을 때 A처럼 학생들에게 친구처럼 잘해주었지만 상처만 남아 B처럼 무서운 교사가 되겠노라 다짐하며 성격에 맞지 않게 소리까지 지르며 학급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C에게 엄격한 교사란 처음부터 맞지 않는 옷이었다. 결국 그녀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갈팡질팡 오가다가 학생들로부터 멀어지는 길을 선택했다. 학생들에게서 철저히 거리를 두고 수업에만 최선을 다한다. C에게 학생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농담을 하는 것은 자칫 하인의 길로 가서 상처만 남기는 결과가 올 것이 뻔하다.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교사들이 친절과 단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해왔으며 지금도 고민중이며, 앞으로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 시작하기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긍정 훈육(Positive Discipline)을 교실로 옮겨 놓은 ‘학급긍정훈육법(Positive Discipline in the Classroom)’을 실천하는 교사가 많아지고 있다. 학급긍정훈육법은 심리학자인 아들러(Adler)와 드라이커스(Dreikurs)의 이론을 교실에 적용한 훈육 방법으로 앞 글자만 따서 PDC라고도 부른다.
학급긍정훈육법에서는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교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친절함과 단호함은 함께할 수 있는 개념인가? 만일 교실에서 놀림 받은 아이가 화가 나서 놀린 아이를 주먹으로 쳤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어떻게 하면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억하자. ‘All feelings are ok, but behaviors are not ok.’ 화났을 아이의 감정에는 친절하게 공감한다. 즐거운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단호해져야 한다. 즉, 감정에는 친절하되 잘못된 행동에는 단호해야 한다.

지시와 통제가 아닌 동의와 협력으로

‘훈육’이라는 용어가 다소 딱딱하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는 단지 ‘Discipline’을 번역한 것이다. 학급긍정훈육법(이하 PDC)은 학생들의 ‘동의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학급을 운영하는 것을 지향하므로 ‘훈육’이라는 용어가 가진 잘못된 고정관념은 버리는 것이 좋다. PDC에서는 학생을 보상과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존재로 여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격려받을 때, 명령을 받는 대신 선택권을 가질 때, 그리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교실은 협력적이며 상호 존중하는 교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적으로 보이는 이론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살펴보자.

1. 함께 만드는 규칙, 우리 반 가이드라인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규칙은 아이들 마음속에 깊이 다가오지 않는다. 일부 학생들은 ‘규칙이니까 지켜야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부 아이들은 이 규칙이 왜 필요한지, 왜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쉽게 무시하기도 한다. 학생들과 함께 결정해 만든 규칙은 책임감을 높이고 더 지키고 싶은 동기를 갖게 한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원하는 반을 포스트잇에 한 가지씩 적기
올해 우리 반은 어떤 반이 되었으면 좋겠나요?”라고 묻는다. “협력을 잘하는 반”과 같이 예를 제시하고 해답을 칠판에 붙인다.
분류하고 제목 정하기
교사는 같은 것끼리 분류를 한다. 분류하기가 모호하다면 학생에게 어떤 의미로 쓴 것인지 묻는다.
템플릿 작성하기
위와 같이 항목을 모둠별로 나누어 해야 할 말과 행동을 논의하여 작성한다.
발표 및 동의하기

템플릿을 다 만든 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이 중 지키기 어려운 것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지키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수정한다. ‘복도에서 뛰지 않기’가 어렵다고 했다면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응급 상황이 아니면 천천히 걷기’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만일 ‘일주일에 5번 체육하기’에 모두가 동의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땐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건 우리 학교의 가이드라인(규칙)과 맞지 않아 어렵습니다. 체육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여러분이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선생님도 그런 점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단호하게 넘어간다.

동의의 사인하기
동의의 절차가 끝났다면 잘 지키겠다고 서약한다.
게시 및 돌아보기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만 하고 돌아보지 않는다면 화석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생들이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하고 초기에는 매일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다면 꼭 지켜야 할 것을 추려서 한 장으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학생들이 잘 지키고자 노력한다면 격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 잘 지키지 않는다면 벌을 주지 않고 회의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고 수정한다.

2. 우리 반의 생활 절차(학급 일과)

“얘네는 고학년인데 줄도 잘 못 서네. 아침에 오면 가정통신문 내야지 꼭 내라는 말을 해야 내나?”
아이들에게 당연하게 기대하는 일들이 실제로 반대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교사의 스트레스만 높아간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이런 것들을 분명하게 배우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함께 정하면 안정된 하루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되며 교사의 잔소리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반의 생활 절차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등교할 때부터 집에 갈 때까지 우리가 매일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브레인스토밍하고 그 시간에 해야할 일 작성하기
일과 정리하기
교사는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며 말한 내용을 바로 정리한다.
일과 순서 정하기
해야 할 일도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위와 같이 먼저 해야 할 일부터 나중에 해야 할 일까지 정렬한다.
역할극 하기(중요)
일과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역할극으로 그 일과를 차례로 연습한다. 실제 역할극을 해보면 생각과 달리 순서를 바꿔야 할 것도 생기고 예상치 못한 것이 추가되기도 한다. 만일 하루에 역할극을 다 해볼 수 없다면 여러 날로 나누어 해볼 것을 권한다.
질문으로 돌아보기
연습을 하게 되면 많은 일과들이 안정된다. 하지만 일부는 잘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펼쳐졌다면 일단 다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연습을 다시 하면 문제가 훨씬 줄어든다. 이 때 벌을 주거나 잔소리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1.약속 확인하기(Review): 식당에 갈 때 우리반의 약속은 무엇이었나요?
2. 되돌아보기(Reflection):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3. 책임지기(Responsibility):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을까요?
4. 결과 확인하기(Results): 목표를 이루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1분 안에 줄을 선다 등)
5. 다시 해보기(Rehearse): 역할극으로 다시 연습해볼까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각자 연습해볼까요?

3. 매주 다 같이 하는 학급회의

학급긍정훈육법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학급회의이다. 교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의사소통 능력, 존중의 기술,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학급회의는 어떠한가? 상벌위주의 해결책으로 모두가 상처받고, 결과가 실천되지 않기도 하며 형식적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PDC학급회의는 기존의 어려웠던 학급회의의 모습은 덜고 서로가 존중하는 방식으로 학급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교사의 바람을 담고 있다.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자리 배치
학급회의는 의자를 원이나 디귿자 형태로 만들고 시작한다. 이 때 원칙이 있는데 ‘조용하게, 안전하게, 빠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처럼 조용하고 안전하고 빠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다. 그리고 초기에는 타이머로 시간을 재며 원만들기 연습을 할 수 있다.
마음 나누기
시작은 ‘고마웠던 점, 미안했던 점, 격려할 점을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서로 나눈다. 이 단계가 PDC학급회의의 독특한 특징이다. 학급회의를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하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하게 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회의 목적 확인
회의의 목적을 다 같이 읽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서로 비난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 회의를 함을 알린다. 발언을 돌아가면서 한다는 것을 알리면 추후 발언 기회에 대한 불만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결정 사항 확인
지난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 잘 지켜졌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만일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 다시 학급회의 안건으로 올려 일주일 간 지난 해결책을 시도할 것인지, 다른 해결책을 찾아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회의 안건
회의 안건은 학급 게시판을 활용하거나 안건지를 사용할 수 있다. 단, 회의에서 안건을 다룰 때는 상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있어요.”, “~한 문제가 있어요.”라고 한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 비난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역할극 (선택)
문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려운 경우 역할극을 할 수 있다. 역할극은 재미있기 때문에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해결 방안 브레인스토밍
해결방법을 브레인스토밍 한다. 아이들이 말한 내용은 서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그대로 적는다
해결책 결정하기
해결책을 정할 때는 4가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핀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실현 가능한지 여부이다. 만일 운동장을 100바퀴 뛴다는 해결책이 나왔다면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 두 번째는 존중하는 방식인지 따진다. 이 해결책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세 번째는 관련성이다. 만일 지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청소를 제안했다면 지각과 청소는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이다.
네 가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과감히 X표시를 하고 동그라미 한 것 들 중 일주일간 해보고 싶은 것을 다수결로 정한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여러 가지를 정해도 좋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결정한 것은 더 잘 지킨다는 점이다.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소중한 이유이다.
감사 나누기
마지막으로 문제를 해결한 소감을 나누고 마친다. 시간이 없다면 생략해도 좋다.

학생과 교사 모두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협력적으로 학급을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급긍정훈육법에는 이것을 위해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기술과 방법 그리고 철학이 담겨 있다. 오늘도 친절과 단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더 민주적이며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 싶은 교사에게 이를 권한다.

참고문헌
제인넬슨, 김성환 외 역(2014), 학급긍정훈육법, 에듀니티.
테레사라살라 외, 김성환 역(2015), 학급긍정훈육법 활동편, 에듀니티.
제인넬슨, 김선희 역(2010), 긍정의 훈육, 프리미엄북스.
네이버 블로그 ‘멍멍샘의 교실’, https://blog.naver.com/haohao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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