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2019 봄호 (234호)

핀란드 학교의 학생평가 특징과 시사점

김병찬 (경희대학교, 교수)

핀란드는 많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수준의 학생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이다(Sahlberg, 2011).1 즉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 국가의 관여는 최소화하고, 단위학교 및 교사들에게 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선 핀란드 각 학교급별 학생평가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핀란드 학교의 학생평가 사례를 제시한 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1. 핀란드의 학생평가 정책

가. 종합학교(초등학교, 중학교)에서의 학생평가 정책

핀란드에서는 학생 평가와 관련된 국가의 지침과 원리를 국가핵심교육과정에 제시하고 있다(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6). 국가핵심교육과정에서는 학생에 대한 평가를 수업 과정 중 평가와 최종 평가 둘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각 평가의 역할은 다르다. 먼저 수업 과정 중 평가는 수업 과정 중에 학생들의 학습을 안내하고 촉진하며 학생들을 돕기 위한 평가를 말하며, 이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피드백이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피드백이 주어져야 하며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생 자신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자신의 학습에 대해 알아나갈 수 있도록 피드백 해주어야 한다2).
최종 평가는 각 학기 및 학년 말에 평가보고서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각 학년도 말에 교사로부터 평가보고서를 받는다. 여기에 더하여 학생들은 한번 이상의 중간평가보고서도 받는다. 종합학교 1-7학년 학생들에 대한 평가보고서는 서술형이나 평점형, 혹은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사용하여 기록하고, 8-9학년은 평점형으로만 기록한다. 물론 8-9학년의 경우에는 보완적으로 서술형 기술을 함께 작성하기도 한다. 서술형 평가보고서에는 교사들이 각 과목에서의 학생의 발달 상황, 수업 과정 등을 기록한다. 평점형 평가보고서에서는 교육과정의 목표와 관련하여 학생의 수행 수준을 기록하고 평정 점수를 부여한다. 평가보고서의 평가 내용은 단지 시험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생 활동을 근거로 해서 작성된다.
핀란드 국가핵심교육과정에서는 학생 평가와 관련하여 모든 과목의 우수 수행기준(good or 8점)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는 교사들에게 평가 준거나 기준이 되고 있으며, 각 학교에서는 이러한 국가 기준을 토대로 좀 더 세부적인 평가 지침과 평점 기준을 마련하여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4-10점 평점 척도를 사용하는데, 기본적인 평점기준은 종합학교에서 성취해야 할 지식과 기술에 대한 학생의 성취 정도이다. 평점 4는 해당과정에서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낙제를 의미한다. 평가는 그 과목을 가르친 각 과목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며, 학생의 학교생활 및 태도에 대해서는 담임교사(class teacher)가 평가하는데, 학생 평가에 관해서는 담당 교사가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다만, 핀란드의 모든 종합학교 및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평가 점수 결과의 근거를 알 권리가 있다. 자신의 평가 결과 점수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은 평가를 담당했던 학교의 교장, 교사, 혹은 평가위원회 위원에게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학생은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European commission, 2009: 89). 종합학교를 마치는 과정에서도 최종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이때의 최종 평가 결과는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선별 준거가 되기도 한다. 이 최종 평가는 국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비교적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평가 결과 및 평점은 학생의 졸업장에 기록된다.
핀란드 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은 각 학년의 모든 과목에서 평점 5점 이상을 획득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한다. 종합학교를 졸업하는 최종 졸업자격 수여는 학생을 가르친 교사들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학교장이 결정한다. 학생들은 한두 과목에서라도 낙제(평점 4점) 점수가 있으면, 그 학년에 다시 남아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과목에서 낙제 점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장과 담당교사가 다음 학년에 올라가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낼 수 있다. 또한 낙제 과목이 없는 경우에도 부모와 교사가 협의를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학년에 계속 남아 공부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European commission, 2009: 62). 최종 평점에 오류가 있거나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담당기관을 통해 교사에게 재평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국가핵심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모든 과목들을 이수하고 낙제 과목이 없는 학생은 최종적으로 교장의 판단과 결정으로 종합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나. 인문고등학교에서의 학생평가 정책

핀란드 인문고등학교 교육 법령에 따르면 학생 및 학부모는 학교로부터 학생의 학습활동 및 진행 과정에 대해 충분한 보고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인문고등학교에서 학생 평가는 교육과정에 규정된 목표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며, 과목 이수를 마치면 학생들이 이수한 각 과목에 대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평가의 목적은 그 과목의 목표에 학생들이 얼마나 도달했는지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며 그 과목에서 학생들의 진행 정도를 알려 주는 것이다. 각 과목에 대한 평점은 수량화된 평점으로 매겨진다. 평점을 더 높이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학점을 올리기 위한 별도의 시험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European commission, 2009: 86). 인문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1년에 5~6차례 각 과목별로 시험을 치러 평가를 받는다. 인문고등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평점 기준은 종합학교에서의 평점 기준과 유사하다. 4-10 평점 척도를 사용하며
5(adequate), 6(moderate), 7(satisfactory), 8(good), 9(very good), 0(excellent) 등으로 평정이 이루어진다. 4점은 낙제 점수이며 일부 과목은 passed/failed로 평가된다.
한편, 인문고등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이수하고 나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이 시험은 매우 고난도 시험이라 일부 인문고등학교의 교육과정 및 수업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학교들에서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이 시험 대비 위주의 수업을 강요하고, 교육과정 운영을 제약하며, 교사와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6).
핀란드 인문고등학교는 무학년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학년 진급은 의미가 없다. 다만 각 인문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표지향의 일관된 진학지도와 진로지도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개별적인 학습계획을 지원해 주고 있다.
국가핵심교육과정에서 정한 인문고등학교에서 이수해야 할 모든 과목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졸업증서가 수여되며, 전체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과목 이수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그리고 인문고등학교 말에 치르는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통과해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한 모든 과목을 이수하고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통과한 학생들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데, 인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비율은 20~30% 정도이다. 능력이 있거나 대학입학시험 준비를 많이 한 학생은 곧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은 2~3년 정도의 준비 및 기타 경험 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고 있다(Sahlberg, 2008).

다. 직업고등학교에서의 학생평가 정책

직업고등학교에서는 인문고등학교와 달리 별도의 국가차원에서의 전국단위시험은 없지만 각 학교에서 자격시험 과정을 통과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과한 학생들은 대학이나 폴리테크닉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직업고등학교 학생들은 각 학교에서 학습 결과 및 학교에서 익힌 기술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 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 향상 및 다양한 역량과 자질을 발견하여 촉진시켜 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학생의 자체평가, 교사와의 인터뷰, 현장실습 담당자의 평가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에 반영된다. 국가수준의 평가가 없는 대신 국가교육위원회(National Board of Education)에서는 각 직업고등학교에서 활용할 평가 기준과 방법들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09: 87-88).
학생들의 지식과 기술이 평가되며 학기 중과 학기 말에 학생의 학습 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달된다. 학생들의 수행 결과는 세 단계로 평가가 되는데, 3점(excellent), 2점(good), 1점(satisfactory) 등이 부과된다. 자유선택 과목 평가 결과는 평점 없이 passed/failed로 표기된다. 평가는 직업고등학교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며 현장학습에 대한 평가는 직업고등학교의 교사와 현장의 지도교사가 함께 평가한다. 직업고등학교에서의 평가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European commission, 2009: 87-88).
직업고등학교에서 자격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기본 교육과정에 대한 이수와 함께 모든 학생들이 기술시범을 보여야 한다. 기술시범은 직업교육 과정에 노동시장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술시범을 통해 학생의 기술 수준, 목표 달성 정도, 효과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기술 시범 평가는 단지 학생의 수행 정도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기관, 교사, 교육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09: 88).
직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최소한 1.5학점의 상담 및 진로지도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그들의 교육 및 학업과 관련된 충분한 상담 및 지도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각 학교에는 전문 상담 및 진로지도 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상담 및 진로지도 교사는 학생들의 학업장애, 결석, 기타 생활상의 어려움, 진로 등과 관련하여 상담을 해준다. 이와 같이 학생들은 상담 및 진로지도를 통해 자신들의 학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직업 세계 및 직업 경험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있으며 학습 및 생활상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상담 및 진로지도를 충분히 받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방침이다. 따라서 상담 및 진로지도 담당교사를 비롯하여 모든 교사들이 상담 및 진로지도에 참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상담 및 진로지도를 위해 학교 내에서의 협력, 가정과의 협력, 외부 교육기관 및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 등 협력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09: 94-95).

초등학교(3~5학년) 수학교과 평가 사례

핀란드에서는 각 교과의 학생평가와 관련하여 매우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가에서는 각 학년 및 교과에서 가르칠 내용 및 평가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기준을 정하여 국가교육과정을 통해 제시해 주고(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4), 각 학교에서는 국가교육과정의 지침을 바탕으로 재량껏 가르칠 내용과 방법을 정할 수 있으며, 평가 방법 역시 재량껏 정하도록 열어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핀란드에서는 교육 내용, 방법, 평가 등과 관련하여 국가에서는 핵심적인 기준만 정해주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각 단위학교와 교사들의 재량에 맡긴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핀란드 초등학교 수학 교과 평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 수학과 학생평가 목적, 내용 및 기준

초등학교 3~5학년의 수학 교과 평가의 목적 및 내용은 1) 수학적 사고의 개발, 2) 수학적사고의 학습, 3) 수 개념 및 기본 계산 능력의 함양, 4) 수학 개념과 구조의 경험 제공 정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평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학과 관련된 경험의 정도
수학 개념 및 개념 체계의 학습 정도
수학 개념 활용 학습 정도
기본적인 계산 기술 및 수학 문제해결 기술 학습 정도
수학적 현상의 유사성, 차이점, 인과관계 등을 파악하는 정도
수학적 사고와 관련하여 자신의 행동, 결정을 정당화하고 남에게 전달하는 역량 정도
수학 현상에 대해 관찰을 토대로 문제를 형성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역량
수학적 규칙을 활용하고 따르는 역량
지속적이고 초점 있는 수학 활동 및 협동학습 역량

자료: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2014). Finnish national core curriculum of basic education 2014.

핀란드 초등학교에서 수학과 학생평가의 방법과 절차는 철저히 각 단위학교 및 교사들에게 맡기고 있다. 따라서 평가 방법과 절차는 각 학교마다 차이가 있고 각 학교 내에서도 교사들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평가와 관련해서도 철저히 교사들을 믿고 교사들에게 맡긴다.
이렇듯 신뢰와 존중을 받고 있는 핀란드 교사들은 교육과정 운영뿐만 아니라 평가 역시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매우 철저하게 수행하고 있다. 우선 핀란드 교사들은 수학 교과학생평가를 위해 학생의 거의 모든 활동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핀란드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정기고사 제도가 없다. 따라서 교사들은 필요에 의해 수시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지필시험뿐만 아니라 구두시험, 토론, 과제, 조별활동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학생들을 평가한다. 지필시험의 경우 정기고사가 없기 때문에 수시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 대체로 각 단원을 마치면서 시험을 본다.
수학과 학생평가 결과 기록을 위한 별도의 양식이나 기록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모든 것들을 각 단위 학교 및 교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각 학교별로 또는 교사별로 양식이나 방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하나의 사례로 Ressu 종합학교의 경우에는 학교 차원에서 수학과 학생평가와 관련하여 평가 영역을 학교에서 제시해 주고 교사들로 하여금 그 영역 내에서 재량껏 평가하게 하고 있는데, 그 평가영역은 다음의 <표 1>과 같다.

한편, 핀란드에서는 모듈 형식의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3~5학년 수학교과 과정을 마치고 달성해야 할 기준은 다음과 같다. 평가에서도 이 기준을 적용하여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핀란드 학교에서 수학과 학생평가 결과 활용은 각 학교 및 교사마다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수학과 학생평가 결과는 수시평가와 총괄평가가 구분되어 활용된다. 우선 수시평가의 경우는 대부분 학습이 진행되는 과정에 이루어지는 평가이기 때문에 학생의 학습 상태와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데 활용된다.
즉 교사들은 수학 과목에 대한 수시평가를 통해 학생의 이해 정도 및 발전 정도를 파악하여 향후 교수활동에 반영하여 활용한다. 총괄평가는 대체로 1년 간의 교육활동을 마치고 학년말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총괄평가는 1년동안 학생의 학습에 대한 종합적인 평정이다. 이 총괄평가 결과는 학생의 진급을 결정하는 기준(4점 이하이면 유급시킴)으로 활용 하거나 상급학교나 다음 학년 담당교사에게 제공하여 학생 이해를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그리고 학생평가 결과는 학부모에게도 통보되는데 학부모들은 이 결과를 가지고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와 상담을 하기도 한다.
핀란드 초등학교 수학교과 학생평가 과정에서 별도의 창의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평가 지침이나 방안은 없다. 이들은 수학교과 학습 및 평가 과정에서 그 교과의 본래적인 목적에 충실하고자 할 뿐 별도의 목적이나 의미를 만들어 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창의성이나 인성 함양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과의 본래적인 목적에 충실하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이나 인성도 길러지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중학교 과정에서 수학과 학생평가 방법 및 절차는 철저히 각 학교 및 교사의 재량에 맡긴다. 따라서 핀란드 각 중학교 과정에서는 학교나 교사에 따라 다양한 방법 및 절차를 개발하여 수학과 학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 방법이나 절차는 학교 수만큼, 혹은 교사 수만큼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핀란드 중학교 과정 수학과 교사들은 지필평가, 구두평가, 과제평가, 문제해결력 평가 등 필요한 방법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3. 우리나라 학생평가에 주는 시사점

가. 교육적 목적에 초점을 둔 융통성 있는 학생평가 운영

핀란드는 시험이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시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험제도를 매우 지혜롭게 운영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 보통 학교에서 학생들은 1년에 두 차례 성적표를 받게 되는데 학급에서의 성취 수준, 과제활동, 그리고 교사가 수행한 각종 평가에 대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국가교육위원회(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4) 지침에 따르면, 학교에서의 평가의 목적은 학생들이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선택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촉진시키는 데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학력 수준에 대한 점검은 매해 봄 학기에 전국에 있는 종합학교 6학년과 9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가 아닌 표집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결과가 책무성을 묻는 기제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수행 기준과 지표들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합학교 9학년의 수월성 기준 등이 이미 개발되어 공표되었다. 국가 차원의 학력 수준에 대한 점검은 국어와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책무성을 묻거나 순위표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각 학교의 교사들은 소속 학교 학생들의 수준을 전체 평균 및 지표와 비교하여 확인하고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도 한다.
핀란드에서는 1990년대 초반 스웨덴 모델을 따라 종합학교 9학년 학생들이 각 과목별로 달성해야 하는 평균 수준을 표준화하였다. 이 작업은 국가교육위원회(National Board of Education)에서 맡았다.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9학년 학생들의 각 과목별 지식과 기능 수준을 점검하기 위한 문제은행(national test bank)체제를 구축하였다. 하지만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이 시험에 의무적으로 응시하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다. 시험은 전수가 아닌 표집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표집대상의 시험 결과와 여러 연구 등을 통해 국가차원에서 여러 학교의 성취 수준을 확인하고 점검하였다. 물론 각 학교의 성취 결과에 대한 순위도 매기지 않았다(Rinne, et al., 2002).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성취 수준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서열화에 따른 낙인과 점수 향상을 위한 비교육적 대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그런데 핀란드는 참으로 지혜롭게 정책을 추진했다고 본다. 국가차원에서 필요한 성취 수준 점검은 표집 평가를 통해 어느 정도 달성하면서 평가 공개의 부정적인 측면을 막기 위하여 학교별, 개인별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평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이루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로운 노력이었던것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각 학교나 교사들로 하여금 점수나 순위 경쟁을 위한 비교육적인 활동에 유혹당하지 않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나. 시험 위주가 아닌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는 평가

핀란드는 각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보는 시험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 그리고 각 대학에서 치르는 대학입학시험 모두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서술형 시험이다. 객관식 시험 위주라면 학교에서 별도의 문제풀이 시험 준비를 시켜줄 수 있는데 주관식, 서술형 시험 위주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본래의 교육과정과 목표에 따라 충실하게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그 자체가 시험공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핀란드 학생들의 경우 공부나 시험공부는 각자 스스로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시험공부가 필요한 학생은 학교에서는 학교 공부에 충실하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는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에 따라 공부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이 있는 전공이나 대학을 지원한 학생들의 일부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설학원에 다니기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은 한국의 학생들만큼 공부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핀란드에서는 학교에서 보는 시험이나 고등학교나 대학입학 과정에서 보는 시험이나 거의 대부분이 주관식, 서술형 시험이다. 이러한 시험문제는 대체로 단순 암기나 문제풀이 연습을 통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본 지식에 대한 이해와 함께 평소에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하며, 많은 토론을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관심과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도 가지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험에 필요한 역량은 자기 혼자 별도로 문제집을 풀거나 사교육기관에서 문제풀이 연습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교사 또는 동료학생들과의 깊이 있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익힐 수 있고, 다양한 기관 방문 등 사회와의 접촉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 학교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과정 모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 사회기관 방문을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삼고 있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객관식 시험을 지양하고 서술형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이며,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사회 공동체의식과 책임의식을 길러주고 있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표준화 학습이 아닌 개별화 학습을 강조한다. 핀란드에서는 기본교육과정인 종합학교 1학년 입학 연령이 만 7세인데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입학 연령이 늦은 나이이다. 즉 핀란드에서는 학교교육을 서두르지 않으며 빠른 시일 내에 시험 점수를 높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또한 표준화된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도 않고 시험 준비를 위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도 않는다(Simola & Hakala, 2001: 15).

다. 교사들에게 평가 재량권 부여

핀란드 학교에서 학생평가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교사들에게 보다 넓은 평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 교사들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상당한 자율권을 가지고 재량껏 학생을 평가하고 있다. 즉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을 믿고 철저히 교사들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 핀란드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핀란드 교사들은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교사들이 창의적이어야 학생들도 창의적일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교사들에게 평가와 관련하여 광범위한 자율권을 부여해 줌으로써 창의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하여 학생들을 평가하도록 독려한다. 창의적인 교사들에게 배운 학생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학교에서 교사들의 학생평가 과정을 보면 제약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평가방식이 창의적이고 다양하기보다는 획일적이고 형식화되어 있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는 교사들의 창의성이 제약 받을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기대하는 것 또한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사들을 믿고 교사의 평가 재량권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교사들이 재량껏 창의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위해서는 교사들의 노력과 전문성 확보가 선결 과제이다.


참고문헌
European commission(2009). Organizational of the education system in Finland 2009-2010. European Commission report.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2016). Finnish national core curriculum of upper secondary schools. Author.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2014). Finnish national core curriculum of basic education 2014. Author.
Ressu comprehensive school(2018). School information. Author.
Rinne, R., Kivirauma, J., & Simola, H.(2002). Shoots of revisionist education policy or just slow readjustment? The Finnish case of educational reconstruction. Journal of Educational Policy, 17(6). 643-658.
Sahlberg, P.(2008). Rethinking accountability in a knowledge society. Journal of Educational Change, 11(1). 45-61.
Simola, H. & Hakala, K.(2001). School professional talk about educational change-interviews with Finnish school level actors on educational governance and social inclusion/exclusion, InS, Lindbald & T, Popkewitz S.(Eds). Listening to education actors on governance and social integration and exclusion. Uppsala: University of Uppsala, 10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