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여름호 (235호)

학교급별 공간혁신 사례2-서울하늘숲초등학교 성장의 밑거름은 공간의 혁신

정수진 명예기자 (서울대도초등학교, 교사)

봄꽃들이 활짝 핀 정원을 따라 서울하늘숲초등학교로 올라갔다. 아름다운 산책길 때문인지 하교하는 저학년 학생들의 표정이 유난히 맑고 순수해보였다. 교문을 들어서자 고학년 학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운동장 옆 보도에 그려진 달팽이놀이 그림을 따라 활발하게 움직이며 체육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교무실로 들어서자 교무부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교직원 휴게실로 안내해주었다.


교무실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는 교무 행정실 및 교직원 휴게실은 그야말로 딴 세상이었다. 이곳이 학교인지 카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바닥, 조명, 공간 구조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교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혁신학교는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공간을 지키려고 애썼는데 그만큼 나눔, 소통을 중시한 결과라고 한다.
아늑하고 편안한 이 공간에서 교무부장(이하 최교사), 1학년 담임교사(이하 윤교사)와 공간 혁신과 수업 혁신,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교육 구성원들이 참여한 공간 구성과 설계

학교시설 환경 개선사업 추진 방침에 따르면, 학교는 혁신할 공간을 선정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설계 방안을 기획·운영하는 등 교육과정과 학교 공간 구성 연계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 학교가 개교하였을 때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어떻게 참여하였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최 교사가 답변을 해주었다.
최 교사는 서울하늘숲초등학교는 2017년 설계가 나왔고 2018년 5월 교육 공간 혁신 사업인 ‘꿈을 담은 교실’로 지정이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후 2019년 개교 이전까지 건축가, 시공사, 교육청, 개교학교를 준비하는 교원학습공동체 교사, 이전에 꿈담학교를 해 본 교사, 학부모, 행정실장이 참석하여 학교 공간 구성에 대한 TF팀 회의를 5~8월에 걸쳐 4회 실시하였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교원학습공동체가 모이는 날에 꿈담 디자이너, 담당자 등이 참석하여 학생 책상 등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의논했다. 이미 나와 있던 기본 설계에 바닥, 운동장으로의 접근성 등은 고려되어 있지 않아서 이런 점을 바꾸는 것에는 한계점도 있었다고 하였다.
공간 구성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 교사는 어떤 학생들이 이 학교에 올지 결정되지 않았던 상태라 이 학교에 실제 다닐 학생의 의견 반영은 힘들었다고 하였다. 대신 인근 지역인 천왕초에 다니는 아이들도 하늘숲초로 오게 될 학군이어서 천왕초 5·6학년 2~3개 반을 대상으로 도서실, 교실, 식당, 복도 등을 만든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아이들의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천왕초의 경우 학생 수가 1,500명인데 학교가 굉장히 좁아서 아이들의 주된 의견은 운동장, 식당을 넓게 해달라는 의견이 많았고 TF팀 회의 때 이 의견을 제시했다고 하였다. 한편 교사들의 의견은 저·중·고학년 발달 특성에 맞게 디자인이나 설계를 해달라는 의견이 많았고 그것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성장과 교육과정에 맞는 교실>

-맨발 교실

최 교사는 학교 공간을 설계할 때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맞는 교실을 목적으로 1~3학년은 교실 안정과 놀이 중심의 교실, 4~5학년은 협력을 배울 수 있는 사회적 교실, 6학년은 개별성과 자율성이 존중되는 민주적 교실로 설계했다고 하였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1~6학년 교실은 실내화를 신지 않고 들어가는 맨발 구조였다. 학생들은 1층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실내화로 갈아 신고, 실내화를 교실 앞에서 벗고 교실로 들어가는 구조이다.
윤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맞는 1학년 교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맨발 교실 덕분에 기본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들이 방처럼 왔다 갔다 편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바닥을 사용하게 되면 다양하고 자유로운 신체활동과 활동적인 수업이 가능하고 중간놀이 등의 시간에 자기 집처럼 쉴 수 있어서, 학생의 만족도도 높다고 하였다. 1층 6개 반의 경우 교실 바닥 난방까지 되었는데 온풍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난방효과가 좋고 아이들이 실내화를 신고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큰 먼지가 생기지 않아 쾌적하다고 한다.

<수업과 휴식이 함께 이루어지는 교실>

최 교사를 따라 4학년 교실을 둘러보았다. 기존 교실과 확연이 다른 점은 마치 베란다를 확장시킨 듯한 창가였다. 낮은 다락방 같기도 하고 카페의 창가 자리 같기도 한 이 공간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이 공간을 주로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같은 공간을 쓰는 친구들끼리 배려하고 타협하는 사회적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 안에 빈백 소파가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빈백에 앉아 편안하게 독서를 하고,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휴식 공간으로 친근하게 다가 올 것만 같았다.
교실을 구경시켜 준 4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 공간이 놀이, 휴식 공간 외에도 발표 무대로서 아이들이 수업 중에 주목하고 주목받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 무대 위에서 역할극을 하고, 연극을 보듯 역할극을 관람하는 학생들을 상상하니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

-우리 교실의 얼굴과 소통의 공간인 복도 중간 벽체

이 학교의 모든 교실은 앞뒤 통유리 출입문과 원색의 중간 벽체가 설치되어 있어 학교의 공간 자체가 생생하고 학급만의 특성이 드러났다. 교실을 우리 집, 우리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반마다 출입문의 색이 다르고 복도마다 색깔을 다르게 설정하였다고 한다. 보통 학교 복도에서는 학생들이 뛰어다니는데, 복도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관람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복도 공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고 실제로 변화된 공간의 역할이 학생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다른 학급이나 학년의 결과물을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활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고 하였다.

윤 교사는 중간 벽체가 있는 복도 공간은 자기 반 작품의 게시 역할도 하지만 다른 학년, 다른 학급의 결과물을 지나가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는 역할도 한다고 하였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지나가면서 다른 학년의 결과물을 재미있어 하면서 유심히 관찰한다고 하며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복도에 게시를 하여 아이들에게는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된 것 같다고 하였다. 부수적으로는 아이들이 복도에 게시할 결과물에 더 신경을 써서 작품의 질이 더 좋아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간의 변화로 생긴 수업의 변화>

-열린 사고와 수업의 흐름을 이동시키는 앞뒤 방향성이 없는 교실

이 학교는 설계 시작부터 교실의 앞면만 보고 수업을 하게 되는 전면성을 탈피하여 교실의 3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실제 1학년 교실에 들어서자 전면 칠판이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이가 낮아 저학년 학생에게 적합해 보였고, 측면에도 화이트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뒤의 칠판은 자석 교구 등을 가지고 노는 주로 놀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뒤쪽 칠판 주변에는 책을 전시하고 가져다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뒤쪽 작품 게시판은 타공판으로 제작되어 작품의 탈부착과 위치 이동, 크기 변경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실제적으로 수업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윤 교사는 공간을 사용하면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교육 활동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이동한 점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일반적으로 수업을 할 때 교실의 앞을 보고 수업을 하는데 하늘숲초 교실에는 전면, 측면, 후면까지 칠판이 있어 단순히 활동을 할 때 방향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 수업의 흐름이 이동한다고 하였다. 윤 교사는 단순히 옆과 뒤에 칠판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수업의 흐름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윤 교사는 교실 공간의 변화로 학생들의 열린 사고가 가능해지고 학습의 주도권이 이양된다는 것은 단순히 창의성이나 리더십 향상을 넘어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윤 교사는 앞에 있는 칠판은 교사가 제시하고 주도를 한다면, 양 옆에 있는 칠판은 학생들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수업시간에는 주로 육각형 자석 칠판에 개인 활동 결과물을 표현하고 옆의 칠판에 모든 학생들이 결과물을 부착하면서 모든 학생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교실 공간의 변화를 통해 칠판은 선생님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깨졌으며, 학생들이 앞의 칠판에 나와서 발표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반면에 측면 칠판으로 나와서 학습활동을 진행하는 것에는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였다.
학생이 교실 정면에 나와서 발표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바퀴 달린 낮은 이동식 수납함을 보여주었다. 윤 교사는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우 그 수납함 위에 앉아서 옹기종기 모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표하게 될 때,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교사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다고 하였다. 다른 반의 경우 이 수납함을 길게 연결해서 무대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사는 고학년이 사용하는 이동형 가구는 높이가 조금 더 높은데 발표 중심 활동이 많아서 사회를 볼 때 활용성이 높다고 하였다. 윤 교사는 동학년 수업을 의논할 때도 “아 그건 이 쪽 칠판에 쓰자. 이 자료는 뒤에 있는 칠판을 활용하자.” 등의 훨씬 더 다양한 수업이야기와 협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업의 혁신 그리고 성장>

윤 교사는 1학년을 각각 다른 학교에서 3년째 담당하고 있는데, 하늘숲초는 학교 자체가 예쁘고 컬러감도 있으며, 똑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이 학교의 교실 공간이 주는 아늑함이 있다고 하였다. 공간의 혁신이 수업의 혁신이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윤 교사는 수업의 흐름이 열려 있는 이런 환경에서 6년을 경험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윤 교사는 공간이 주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는 교사는 별로 없을 텐데 달라진 환경에서 경험을 해보니 공간이 주는 힘을 몰랐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다고 하였다. 그리고 예전의 문제의식이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공간이 주는 힘, 그것에 대한 고마움을 이미 경험했다면 그 때부터 성장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고민거리, 공간의 영향력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자체가 수동성을 탈피한 의미가 있으며, 교사가 그 정도라면 훨씬 민감한 아이들은 그 이상의 성장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최 교사는 덧붙여서, 디자이너들이 TF팀 회의에 들어갔을 때 교사의 의견을 매우 존중해 주었다고 하였다. 교사와 학생의 필요에 맞게 공간들이 배치되고 그런 느낌을 주는 의무 교육 공간에 내가 있다는 점,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갖게 할 것이라며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윤 교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학교에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하얀색에 분홍색 커버가 씌워진 느낌, 보기에도 너무 예쁜 책상, 수납장이 다 짜여 있고, 정돈된 느낌…….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서 그 공간에 교사가 혼자 있더라도 업무에 집중이 잘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요.”
학교 구성원이 학교에 애정을 이만큼 가질 수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공간이 교육 구성원의 성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학교 공간에서 벗어나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일주일 전 쯤 완료되었다는 통학로였다. 학교 맞은 편 아파트 단지에서 천왕2생태터널인 6차선 차도를 건너지 않고 이 통학로를 건너면 학교로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구조였다. 따뜻한 봄날 푸르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천왕산 숲길을 매일 등굣길로 거닐 수 있는 하늘숲초 학생들은 맑은 심성과 정서를 가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학교 공간의 재구성과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 열린 사고, 문제 인식과 수업의 혁신 등 공간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했다. 부디 서울 지역의 다른 학교에도 공간 혁신이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