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가을호(240호)

[학교사례1]가정과 유치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원격 수업
서울언남초등학교병설유치원

 이기쁨 명예기자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측정하며 열감지 카메라를 거쳐 등교하는 아이들, 책상에 앉아 혼자 놀이를 하거나 친구와 거리를 두어 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낮설지 않은 요즘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현장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에서도 갑자기 맞이하게 된 등원과 원격 병행수업으로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서울언남초등학교병설유치원(이하 언남초병설유치원)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언남초병설유치원은 유아·놀이중심 교육과정과 함께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유치원으로 연령별 인성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여 운영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하여 개학이 연기되고 등원 일수가 적어져 기존 계획대로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교육과정을 일부 수정하고 물리적, 심리적 환경 개선 및 현재 상황에서 유아에게 적합한 교육방법 모색을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심리적·정서적 지원 중심의 환경 개선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가정에서 보내는 유아들의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위하여 자연 체험 활동 중심의 인성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교문에서 유치원 현관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꽃길로 조성하여 유아들이 매일 식물들을 가까이 관찰하고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입구뿐만 아니라 유치원 현관 앞, 1층 실내 정원, 계단, 2층 테라스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있었고, 이 식물들은 유아들이 직접 물을 주고 햇볕이 드는 자리로 옮겨 주는 등 사랑을 담아 키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꿀벌이 양쪽에 화분을 달고 날아 다니는 것을 알아내기도 하고, 케일을 먹고 자라는 배추 애벌레를 교실에 데려와 나비로 키워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 체험 활동은 실내에서 많 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전에 없던 생활 속 제약 때문에 생긴 유아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주고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었다.

개학 연기 속 원격 교육영상 제작

개학 연기가 반복되면서 유아들은 유치원에 오지 못하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고 싶은 유아들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교직원 협의를 통해 교사들은 교육영상을 제작하여 유아와 학부모님들과 소통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교사들 이 유치원에서 유아들의 활동이나 행사 영상을 제작한 경험 외에 실제 교육활동을 위한 영상을 직접 제작해 본 적이 없어 시작은 쉽지 않았다. 영상촬영, 편집, 플렛폼 활용 등에 익숙치 않은 교사들은 우선 기존의 교육활동 영상을 보면서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할까?’,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유치원 내에서 제작 가능한 영상은 무엇일까?’에 대해 수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기존 영상들을 참고하여 영역별로 제작할 영상 주제를 선정한 후 계획안을 작성하여 촬영을 시작하였다.

<등교 및 원격 수업 병행에 대한 안내>
<원격 수업 놀이활동 계획표>
<원격 수업 연계 자료>
<원격 수업 연계 자료>

첫 촬영을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겼다. 기존 교육계획안을 가지고 촬영을 하였는데 진행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 말이 꼬이고 중간에 계속 촬영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사들은 제작하던 영상을 돌려 보면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다시 협의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각본, 촬영, 음향, 편집 등으로 역할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촬영을 진행하였다. 이와 더불어 계획안을 각본의 형태처럼 장면별 각도, 효과음, 자막 등을 포함하여 세부적으로 작성하였다.

<교육영상 제작 과정>

① 아이디어 회의 → ② 영역별 제작 영상 선정 → ③계획안 작성 → ④ 콘티 설계 → ⑤ 역할 분담

이러한 세부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영상 제작 시간이 줄었고, 영상의 내용도 안정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이에 4월에는 10가지, 5월에는 8가지의 교육활동 동영상을 제작하여 가정에 안내할 수 있었다.
영상 촬영이 끝난 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영상 편집 과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편집과정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상 제작 어플리케이션 ‘블로(VLLO)’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블로(VLLO)는 영상 편집에 꼭 필요한 기능만 골라 담은 앱으로,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영상 편집, 오디오 편집, 화면 비율 조정, 텍스트 추가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자막을 쉽게 넣을 수도 있고 그래픽 트랜지션이 가능해 영상을 화려하게 구성할 수 있으며, 800가지 이상의 움직이는 스티커와 60가지 이상의 움직이는 텍스트가 제공돼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등원 수업·원격 수업을 병행한 교육과정 재구성

언남초병설유치원은 개학 후 주 2회 등원, 주 3회 원격 수업을 병행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였다. 등원 수업 시 유아 · 놀이중심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과 함께 원 수업은 컨텐츠 활용과 과제 제시형이 함께 이루어졌다. 또한 원격 수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가정과 소통을 위해 클래스팅 앱으로 유아들의 생활이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가정과 유치원에서의 경험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각각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원격 수업 일에는 4차시의 원격 수업 활동, 연계활동 재료 꾸러미와 선생님과 함께하는 놀이계획표를 제공함으로써 가정에서 놀이계획표의 해당 영상을 보고 활동 방법에 따라 재료꾸러미를 이용한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활동 후에는 ‘언남과 함께하는 유치원 책’ 에 활동 내용을 간단히 기록하여 공유함으로써 유치원과 가정의 교육이 연계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등원 수업일에는 유아들이 자유롭게 놀이하며 놀이를 확장해 가는 유아 · 놀이중심교육과정 속에서 어떻게 유아들 간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다.
유아 개인 책상 구비, 미술 · 조작 · 생태 관찰 등 혼자서 놀이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 제공을 통한 환경의 재구성과 한 학급 유아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교차로 수업 및 놀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따로, 또 같이 놀이하는 방법을 만들어 가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유치원에서 교육공간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유휴공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유아 간 접촉과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교육환경 변화와 갈등 해결

코로나 초반 개학이 미뤄지고 돌봄이 길어지면서 돌봄 유아 수의 증가, 돌봄 유아들의 원격 수업 지원 방법, 영상제작을 위한 시간 마련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 상황들이 빚어졌다. 긴급 돌봄 운영에 있어서 원내 구성원 간 의견이나 입장 차이가 생겼고 전에 없던 상황이라 정해진 원칙이 없는 상황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소통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돌봄 상황에 대해 교육과정 교사들과 방과후과정 강사들이 유아의 안정적인 적응을 최우선하여 함께 협의해 가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코로나 초기 다수의 유아들이 가정 보육을 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 있는 유아들이 의미 있게 시간을 채워 나갈 수 있는 교육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교육과정 교사들은 가정에 보낼 수업 영상과 연계 활동 자료를 우선 제작하고, 돌봄 시간 중 지원이 많이 필요한 시간대를 서로 협의하여 교육과정 교사가 이 시간에 돌봄을 함께 지원하며 갈등 없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등교 수업 및 원격 수업 병행 운영을 위한 제언

원격 수업은 대면 수업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양질의 원격 수업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적 지원이 필요하다.
언남초병설유치원이 원격 수업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다양한 지원과 소통이다. 처음 영상 제작 시 시행 착오가 많았으나 원장, 원감님께서 묵묵히 교사들의 노력을 지지해 주었고, 이와 더불어 카메라, 영상 촬영 장비, 촬영 장소 등 다양한 비품 및 환경을 지원하여 양질의 수업 영상 제작이 가능했다. 또한, 교직원 간의 소통을 통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서로 믿고 지지하며 협력해 나갈 수 있었다. 영상 제작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Q. 모든 교사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영상을 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결과물을 보면 ‘선생님들이 굉장히 협력적으로 원격 수업 제작에 참여했구나.’ 라고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런 협력을 이루셨나요?
A 저희는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모여서 왜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문제를 하나하나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수업 영상 제작 후에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다음 영상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혼자라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격려해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들이 가진 강점이 모두 다른데 서로 잘하는 영역을 인정하고 격려해준 것이 영상을 제작할 때 큰 힘이 되었어요. 가령 체조 활동을 제작할 때는 신체 활동을 잘하는 선생님이 영상 제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다른 교사들이 선생님의 수업을 격려하고 지지했는데 이런 부분이 영상 촬영 시 더 적극적인 표현을 이끌어 낸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는 신체 활동, 언어, 미술 활동 등 서로의 강점 분야가 달라서 영상 제작이 수월했던 것 같아요. ‘칭찬하기, 인정해 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남초병설유치원 교사들은 유치원 내 자발적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끊임없이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언남초병설 유치원의 사례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 하는 공동체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과제에 준비할 겨를 없이 원격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교사들은 유아들이 원격 수업 상황에서도 수업 결손 없이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자의 방법으로 유아와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긴급 돌봄 지원, 원격 수업 콘텐츠 공유 플랫폼 마련 등 원격 수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유치원에서도 유아들에게 적합한 다양한 원격 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응원 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