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6 봄호 (222호)

학교혁신-관계혁신과 학교업무정상화

글 : 조호규 / 서울특별시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

학교와 교육계의 핵심적인 과제 중의 하나는 혁신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운용 방식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우리 학교가 어떻게 바뀌면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지, 교육적인 만남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적 토론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성찰적 노력이 전체학교로 확산되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우리는 그동안의 학교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노력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의 학교혁신이 혁신학교 교사 일부 중심의 혁신이었고, 교육청(교육부) 주도, 프로그램(contents) 중심의 하향적인 것이었다면, 4.16 교육체제¹)의 학교혁신은 유·초·중등학교 모든 교사의 학교혁신 노력과 새로운 형태의 학교혁신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교 혁신은 방법과 내용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공동체 구성원의 만남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만남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함은 관계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관계혁신은 학교문화의 변동으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 학교의 문화가 혁신되어야 학교가 바뀐다는 의미다. 이는 새로운 형태와 개념의 혁신인데, 이것의 기본 전제는 교사가 주체가 되어 의미 있는 능동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활동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공동체에서의 관계혁신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교육부·교육청과 학교의 관계가 그 하나이고, 학교 관리자와 교사의 관계가 그 둘이며, 교사·학부모·지역사회와 교사의 관계가 그 셋이고, 교사·학생과 학생의 관계가 그 넷이다.
관계혁신은 구성원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고양한다. 구성원들 간의 기존의 관계는 그들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저하시켜 왔다. 이런 관계에는 권위주의적·관료주의적·폐쇄적·일방향적인 가치가 지배적이다. 학교혁신은 권위주의적·관료주의적·폐쇄적·일방향적 관계를 민주적·자율적·상호 소통적인 그것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를 지시와 통제가 지배하는 타율적 공간에서 교사의 자기결정이 넘쳐나는 자율적 공간으로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민주적·자율적·상호 소통적 관계로의 혁신은 교사 개개인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고양한다. 이런 관계 혁신은 인정과 사랑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게 한다.
A. Maslow의 욕구단계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동서양과 시대를 넘어 아이, 어른을 따질 것 없이 인간은 누구나 존중 받고자 하는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 받고 인정받고 싶고 이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노력한다. 하물며 지식인인 교사들의 경우에는 자아실현 욕구 충족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식인은 자기 지시적이고 자기 규제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정, 사랑, 존중의 욕구충족은 관계혁신의 핵심적 가치 실현이다. 인정, 사랑, 존중의 욕구 충족을 위해 우리는 교육 공동체에서 다양한 노력들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교사들이 자신들의 자기 존중감을 더욱 고양할 수 있는 많은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집단지성으로 자기 결정하며 이에 따른 작은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운영, 다양한 전문학습공동체 운영, 회복적 생활교육 능력, 관계 능력 함양, 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상벌의 기제 보다는 그들의 내재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인정이 바탕인 새로운 관계혁신의 민주적 토론 문화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교사가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지식을 최대한 나누고 협력하며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교사들의 관계혁신에 의한 집단지성의 촉발은 교육 전반은 물론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다.
집단지성은 조직의 입장에서는 교육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보다 나은 교육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교사 개인에게는 관계혁신으로 자기 존중감을 갖게 하는 심리적 지원의 기능을 하게 된다. 특히 교사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행동주의적인 심리적 기제로는 교사들의 자존감과 교육적 에너지를 촉발하기 어렵다.
교사들에게는 행동주의적인 심리적 지원보다는 인본주의적 심리지원 시스템이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봐야 한다.

학교는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요구와 주장을 담아내는 회의체로서 자신들의 교육 열정을 녹여내는 민주적 논의구조를 만들어 가고, 교육청은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교육, 상담, 진로교육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민주적 논의 구조 구축과 정책 정비, 공문서 감축, 학교 업무 재구조화 등의 ‘학교업무정상화’는 학교 구성원들의 단독 의지와 실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를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근대 산업 사회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조직은 효율성을 추구했다. 기업 등은 물론 심지어 학교에서도 목표 달성에 최적인 효율적 조직을 추구해 왔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교장, 교감, 부장, 교사 체제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행정 부서 시스템이 학교 운영의 기본적인 조직이고 관료주의적 업무 처리가 기본 운영 원리로 작동하였다. 이러한 조직과 운영 원리는 교사를 행정 기능적 존재로 전락시켜 왔다. 그들은 상급 기관의 정책이나 명령을 이행하는 말단 조직원으로서 교육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지극히 대상화 되어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교육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들을 자신들이 결정하지 못하고 외부의 강제성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한편 교육청에서 온갖 공문서들을 쏟아 내리고 있으며, 학교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교육활동을 지속하며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몰두하기 어려운 조건을 쉼 없이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지식인인 교사들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자발성과 열정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조직시스템과 운영 원리를 혁신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 교육청은 이를 위해 2015년 하반기에 학교업무정상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리 교육청은 2014. 7. 1. 조희연 교육감 체제가 출범한 이후 선생님들이 정서적·물리적으로 여유를 갖고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 2015년 본청에서는 2014년 공문서 추계 대비 36.9%의 공문서를 감축했으며, 불필요한 업무·절차·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① 회의실 사용 및 회의 준비 개선, 단순 전달 회의 방법개선 등 11개의 과제를 즉시 시행하였다. 또한 ② 업무 칸막이를 해소하기 위해 업무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③ 관행적으로 발간되어 오던 ‘발간자료’를 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등 46%를 정비하여 투입 대비 산출의 효과성을 높였고, ④ 학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감사 자료 등 학교에 대한 요구 자료의 제로화를 목표로 자료 준비 전담조직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한편 11개 교육지원청에서도 ‘업무다이어트’를 추진하였다. 특히 남부교육지원청의 경우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연계하여 그동안 학교에 부담을 주어왔던 자치구 등의 과다한 공문서 발송 및 자료 요구에 대한 부담을 줄였으며,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경우 자치구청 보조금 정산 자료 축소 및 전용 계좌 폐지 등의 성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교육청은 보다 박차를 가하여 선생님들이 수업 및 생활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교육 활동 중심의 학교 문화 정착, 교무 행정업무 처리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합리적인 학교 조직 구성 등 「2016 학교업무정상화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5대 핵심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째, ‘교무행정지원사’가 배치된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담임교사를 학년부에 배치하고, 학년부에 배치된 담임교사는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수업활동, 생활지도, 상담 및 평가 등의 교육 활동 업무 외에 교무, 연구, 교육복지, 과학·정보, 체육,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학부모회(동아리), 대외 관계, 자료 관리·준비 등의 교무 행정 업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했다.
둘째, 학년부 중심의 학교 체제 구축을 위해 담임교사를 학년부에 배치하여 교육 활동 외에 교무 행정 업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 등 학교 특성상 부득이하게 교무 행정 업무를 전담할 교육지원팀의 완전한 구성이 어려운 학교의 경우 담임교사가 교무 행정 업무를 담당하되 그 비율을 최소화하도록 하였는데, 2016년 30%를 시작으로 2018년에 10%까지 감축하여 담임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교육지원팀은 교무, 연구, 교육복지, 과학·정보, 체육,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학부모회(동아리), 대외 관계, 자료 관리 및 준비 등의 교육 지원 업무(교무 행정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데, 학교의 부장교사, 비담임 교사 및 교육공무직 등의 지원 인력으로 구성하며 교감이 총괄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교육지원팀 구성 인원, 방식 및 세부 운영 내용은 우리 교육청에서 제공한 예시 자료를 참고로 학교 급별, 규모, 지역적 특수성 및 학교 문화 등을 고려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 토론 과정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였다.
넷째, 학교에는 다양한 직종의 교육공무직원들이 있고 지금까지 고유의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2016년에 교육지원팀이 구성되면 6대 교육공무직인 교무행정지원사,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전산실무사, 초등사서실무사, 중등사서가 우선적으로 교육지원팀에 들어가게 된다. 80여억 원의 추가 예산 지원을 받는 6대 교육공무직원 5천여 명은 처우 개선 성격의 1개월 근무 연장을 보장 받음으로써, 교육지원팀 내 교사들의 교무 행정 업무 경감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15년에 처음으로 공립 병설 유치원 15개원에도 교무행정지원사를 배치하였는데, 2016년에는 추가로 공립 병설 유치원 82개원에 1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총 97개 원에 교무행정지원사를 확대·배치함으로써 유치원 교사들의 업무 경감도 지원하기로 했다.
다섯째, ① 방과후학교 업무는 사회적협동조합, 혁신교육지구 정책과 연계하여 학교에서 마을로 업무가 이관될 수 있는 방안 등이 포함된 ‘방과후학교종합계획’을 수립하고, ② 청소년단체 업무는 희망하지 않는 교사에게 업무를 강제하지 않도록 하고 혁신교육지구 정책과 연계하여 지역대 전환을 시범 시행하며, ③ 교육 복지 업무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여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업무 간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교육복지센터’를 통한 학교 지원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의 학년부 배치, 교육지원팀 구성, 학교업무정상화추진팀 구성, 학교장부·위원회·위임전결규정 정비, 전시성 행사 페지 및 축소 등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을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추진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학교업무정상화의 일환으로 우리 교육청은 획기적인 방식의 정책 하나를 추진하고 있다. ‘학교공모사업 선택제’라고 하는데, 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부서에서 개별로 추진해오면서 야기되었던 교사들이 처리할 공문서증대와 계획서 작성 과다 현상을 줄이는 것이 그 하나이며, 아울러 마지못해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교육 활동에 대한 자기 결정 능력과 자율성,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 그 둘이다.
‘학교공모사업 선택제’는 혁신학교(초·중)를 제외한 초·중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500만 원 정도의 별도 예산을 학교 기타 운영비로 지원하고 있다. 학교는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학생회 운영, 학생 안전 체험교육의 3개의 공통 필수 프로그램과 학교협동조합, 학습 동아리 운영 등 2~4개 선택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특히 자율 선택 프로그램은 선생님들이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논의의 틀 속에서 활발하게 논의하여 추진함으로써 자신들의 자존감과 자발성을 높일 것으로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이 정책은 2017년 이후 학교에 지원금을 차츰 늘려 선생님들이 행정 업무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보다 여유 있게 실질적인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2016년에 시행되는 학교업무정상화 종합 방안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교육지원팀의 지원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2012년 교원 업무 정상화 방안의 경우를 보면 학교가 자율 시행하였으나 정책 의지 등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대로 안착이 되지 않았으며, 2013년에도 전체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하도록 했지만, 구성 및 운영 방법이 2012년처럼 학교 자율 결정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2012년과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2016년 정책 지원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교육공무직(교무실무사, 교무행정지원사, 전산실무사, 과학실무사, 초등사서실무사, 중등사서)의 근무 일수를 연장하여 교무 행정 지원력을 보완하였고, 교육청의 정책의지와 담당 인력 등의 행정력을 강하게 뒷받침 하고 있으며, 서울 및 타시도의 우수 사례들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 환경이 좋기 때문에 학교가 각 여건에 맞게 충분히 논의하여 시행한다면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향후 우리 교육청은 교육지원팀의 지원 역량을 보다 강화하여 본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편 학교업무정상화는 학교의 자율성 존중 기조 하에 추진되고 있다. 우리 교육청은 2014년 2학기부터 교육청 정책을 학교 토론으로 결정하도록 하여 학교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 9시 등교제가 그 시작이었고, 지난 9월에 시행된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추진 계획이 그 기초를 다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학교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 학교업무정상화 종합 계획도 학교 자율성 기조 하에서 추진되고 있다. 학년부 중심의 학교업무 재구조화, 교육지원팀 구성, 교육지원팀 운영 등의 기본 방침과 원칙을 최소로 제시하고 세부적인 업무 분장 등에 대해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민주적 토론과정을 거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 교육청은 학교 자율성 증진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여 정책(업무)을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새로운 정책인 학교공모사업선택제를 시행하는 등의 자율성을 높이는 학교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는 교사들의 행정 기능 중심의 업무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 교육, 상담 등의 교육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교육청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 정비, 업무 다이어트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간다면 학교업무정상화 종합계획은 성공적으로 학교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1) 4.16 교육체제는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교육의 시스템과 교육 컨텐츠의 변화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 것으로 향후 우리교육의 혁신적 변화를 추진하는 동력이 되는 새로운 공교육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