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1 겨울호(245호)

학교 중심 맞춤형 교육정책의 시대

최규애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

코로나19는 기존 교육환경에 상상할 수 없는 변화들을 가져왔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운영이 힘들어졌고, 학생들의 등교가 제한되어 원격수업이 실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는데, 바로 서울교육의 정책 방향인 ‘참여와 소통의 교육자치 실현’이 앞당겨진 것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이른 봄 시작된 팬데믹으로 온라인 개학을 통해 때늦은 학기를 시작하고, 이후에도 등교와 원격수업을 반복해야하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였다.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유지하면서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에 대처하고자 했던 교육당국의 초기 정책들은 지역별, 학교별로 각각 다른 상황의 학교 현장에 다소간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방침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연간 학사일정을 수차례 수정해야만 했고, 법정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방학을 늦추는 등 교사의 업무 부담은 커졌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방침들이 때로는 유연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여러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이런 일을 겪으며 학교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를 보다 빨리 파악하기 위해 교육공동체와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각 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을 폭넓게 허용하고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더 빨리 갖췄다면 어땠을까. 학교 교육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판단하여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혼란과 불편함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점진적으로 학교자율운영의 폭을 넓혀나갔다. 먼저, 각 학교의 학사운영 방침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팬데믹 초기, 지역이나 학교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따른 학사일정 변경을 일일이 교육청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을 자율운영에 맡겼고, 변경 가능기간도 점차 넓혀갔다. 이는 학교가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감염병 같은 특수한 상황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학교는 이러한 자율성을 바탕으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며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거나, 취약계층 학생이나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 돌봄이나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활동’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학교의 각종 교육정책 사업과 목적사업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였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과 통합할 예산을 결정하고 관행적으로 진행해 왔던 행사나 사업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과감히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등 학교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제한적인 시도였지만 자율과 책임 하에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학교에 맞는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학교자율운영의 정책적인 흐름은 수업 방법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변화된 학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수업사례를 나누었다. 각종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나 블렌디드 수업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에 더해 원격수업일을 수업일수에 포함하고, 가정체험학습 기간을 확대하거나 수업시간을 상황에 맞게 감축, 또는 시차제로 운영할 수 있게 자율권을 보장하였고, 이러한 대책은 교육과정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한편,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2021학년도 2학기에는 학력격차 문제의 해소, 학생 마음방역 등 본격적인 교육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더해졌다. 이 역시 학교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추진되었다. 교육청에서는 교육회복을 위한 각종 사업 계획과 예산을 안내하고, 각 학교에서 필요한 분야와 예산을 직접 정하여 운영하게 하였다. 그 결과 기초학력보장을 위한 사업에 집중하는 학교나 학생 상담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학교 등 학교에 따라 다양한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렇게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별 학교 상황에 맞게 사업을 유연하게 적용하며 학교자율 운영체제는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청 내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도 적용 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물론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교육공동체는 학교운영의 주체이자 평가의 대상이기도 하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운 학교,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인지 늘 되돌아보아야 한다. 학교 구성원이 요구하는 사항을 경청하고, 자체적인 평가 결과를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점점 증가 하고 있다. 그만큼 학교는 구성원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한 협력적 자치로 책무성을 가지고 학교자율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19 시대 교육지원청은 학교자율운영의 조력자로서 노력하였다. 각종 정책을 학교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고, 각 부서가 협업하여 신속하고 통합적인 학교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원격수업 초기의 학교혼란을 줄이기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스마트패드 지원에도 힘을 모았다. 특히 다양한 원격수업 사례를 발굴·공유하여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대한 각종 요구에도 대처하였다. 이와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합심하여 노력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추진되고 있던 학교 통합지원센터의 지역학습도움센터 구축은 촘촘한 학습안전망으로 작용하여 학력격차 해소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

‘학교가 중심이 되는 맞춤형 교육정책’은 그동안은 일부 분야에만 시범 적용하였지만, 이제는 많은 교육주체들에게 일상어가 되어 가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확대된 학교자율운영을 실제 경험하며 이를 발전시켰고, 점차 모든 분야에서 학교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국가정책의 기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면, 학교에서는 이것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실정에 맞는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게 될 것이다. 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학교가 자율운영과 맞춤형 교육활동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학교를 지원할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미래교육 체제와 교육혁신을 더욱 앞당겼다고 말한다. 실제로 요즘 각 학교에서 미래교육의 여러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모든 교육정책이 학생중심, 학교중심으로 결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학교와 학생을 위한 정책이라도 시기와 방법이 학교현장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학교자율운영을 위한 교육 정책을 계속적으로 추진하고 미래교육을 위한 학교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더해 참여와 소통의 자치로 나아간다면, 우리 교육의 내일은 보다 밝은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