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나눔Vol.223.여름호

‘학부모 책’ 바람이
불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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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정은 / 서울학부모정책모니터단

2014년과 2015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시행한 ‘학부모책’ 사업에 ‘학부모책’이라 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학부모’들을 만나, 공통된 분모 ‘아이들의 교육’을 두고 서로를 이야기하며 공감하고 지혜를 나눈 경험은 지난 15년 학부모 활동 중 가장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내 책 제목은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였고 부제는 ‘아이 성장에 맞춰 엄마의 역할 도 바뀌어야 한다. 가장 힘들었던 아이들의 사춘기 대화법’이었다. 그리고 머리말과 목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어 독자들에게 나를 먼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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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반적인 학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앞에선 강사가 강의를 하고 강의 후반 부에 잠깐 질의응답을 하는 일방형의 시간이었지만, ‘학부모책’은 내가 갖고 있는 학부모 경험에 대해 미리 목록을 공개하고 독자가 나를 선택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하고 함께한 독자들도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 흐름에 따라 토론하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졌다.
서울염동초, 서울독산초, 광성중, 대광중에서 총 4회의 만남이었고, 공개된 나의 목차 중 독자들이 관심을 가진 주제는 학교별로 조금씩은 달랐지만, 아들을 둔 학부모들의 주된 고 민으로 사춘기 아들과의 대화법과 게임을 허용하는 수준에 대한 것이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게임을 택한 아이에게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게임도 한 때이니 자율성을 주면 돌아온다는 선배 독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율성에 대 한 믿음의 강도는 독자들마다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했다.
딸을 둔 학부모 역시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이었고, 또래문화가 강한 여자 아이들 속에서 자녀가 외톨이가 되었던 사례를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이 많았다.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끼리끼리의 문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아이들과 연계하여 엄마들 사이에서도 끼리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웹툰과 카카오톡 등 SNS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귀가 후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핸드폰을 거실에 두는 사례에 대해 모두가 공감을 했다.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까지 더해졌고, 많은 가정 에서 함께 실천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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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소통 외로 공통적으로 나눈 이야기는 수학, 영어였다. 선행학습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어느 정도는 예습을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아이가 원하는 범위 내에서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아이가 스스로 정하는 학습 일정에 대해 얼마만큼 관여를 해야 하는지도 관심사였다. 어른의 생각으로는 학습을 먼저 하는 것이 좋겠는데 아이의 방식대로 하기를 원할 경우,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아이마다 소양이 다르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 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를 가장 많이 아는 선생님과 엄마가 아이 특성에 맞는 학습법을 조 언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분량이 많고 깊이 있는 영어 지문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다독과 정독 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상위 학교 진학을 위한 문제풀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서는 독서습관이 든든한 기초가 된다는 사실에도 공감 했다.
다시 초등학교 학부모로 돌아간다면 어떤 점을 바꾸고 싶은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도 있었다. 좀 더 빨리 아이들과의 관계 정립을 하고 싶고 공부량이 많은 과목에 대한 개입도 서두르고 싶다는 답변을 하였다.
학부모들은 2시간으로 정해진 만남의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면서 대부분 아쉬워했다. 어느 학교에서는 진지한 토론이 이어져 계속 말씀하시라며 나만 먼저 나온 적도 있었다.
‘학부모책 만남’은 독자들이 모두 학부모라는 특성상 일반 ‘휴먼 책과의 만남’보다는 이 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모임의 인원은 10명 내외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학부모책’의 역할은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여 주도할 때와 놓을 때를 알고 독자들의 마음을 배려하고 읽을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따뜻한 급식과 다과를 준비해 학부모책을 맞이해 주신 여러 학교에 감사드리며 함께 마음을 열어 나를 만났던 익명의 60여 분 독자 분들께 지면을 빌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 고 싶다. 앞으로도 단위 학교별로 이런 형식의 학부모 만남을 주기적으로 가지면서 서로가 힐링하고, 바람직한 학부모 역할을 말하고 공감하는 자기주도적인 ‘학부모책’ 바람이 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서울특별시교육청 학부모책이 그 바람의 주역이 되리 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