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남준 / 서울불암초등학교 수석교사
어쩌면 교사는 고독한 존재(?) 인지도 모른다.
교사는 하루 중 대부분을 교실이라는 독립된 공간에서 지낸다. 마치 망망대해를 건너는 배의 선장처럼 수업, 생활지도, 학교업무를 처리 하며 나만의 고독한 여정을 묵묵히 걸어간다. 용기를 내어 옆 반 교실 문을 두드려보는 교사도 있지만 한 해, 두 해 고독한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 또한 무뎌지고 만다.
많은 교사들이 교육현장에 활력을 쏟아 넣고, 협력적 교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폐쇄적인 교실문화는 오랫동안 우리 교육현장을 지배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고립된 교실을 열고 수업을 함께 나누는 교직 문화가 형성되도록 교육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필자는 올해 2년차 수석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 을 지원하고 학생의 학습 증진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한다. 본 글에서는 수석교사로서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성장을 돕고 교직문화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였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활동을 한다. 교장, 교감, 교사 외에 새로운 수석교사직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하나는 교사의 수업 전 문성 신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석교사의 업무는 수업 활동, 교사지원 활동, 연구개발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업 활동은 상시 수업공개와 시범 수업을 통해 여러 선생님과 수업을 공유하는 일이다. 수석교사의 수업이 꼭 우수한 수업일 수는 없다.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고 보완해 야 할 것도 있겠지만 수석교사의 수업 공개를 통해 수업을 보는 기회를 갖고 자신의 수업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사지원 활동은 교사의 수업 활동과 여러 측면에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생활지도, 수업, 동료 및 선배 교사와의 관계 형성 등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 활동은 수석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한 활동이다. 교수·학습 자료 개발과 저작물 발간, 스스로의 연찬, 각종 연구 활동의 참여를 통해 수석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함양한다.
◐ 언제나 수업 공개
수석교사는 상시 수업 공개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수업을 누군가 참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석교사는 늘 수업을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언제든지 수업을 상시 공개하겠다고 생각하니 매 수업에 대한 책임감과 전체 수업 에 대한 방향 설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교사가 언제든 자신의 수업을 공개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있다면 그 교사의 수업은 분명 올바르게 변화할 것이다.
본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참여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업 공개를 제안하였다. 수업 공개는 최대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고려하였으며, 수업 참관은 하나의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도록 당부하였다. 수업의 전 과정을 보아야 수업의 흐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수업 공개는 임상장학, 동료장학 주간과 연계하여 실시하였고, 월 2-3회 정도 돌아가면서 수업공개와 참관을 하였다
◐ 기쁨 두 배, 보람 네 배, 수업나눔콘서트
서울초등수석교사회에서 자발적 참여와 기부로 수업나눔을 위한 수업나눔콘서트를 개설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서울광희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매월 2회씩 진행되었다. 늦은 시간 수업에 대한 열정으로 교사와 수석교사가 모여 함께 공감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수업나눔콘서트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열고 수업 관련 자료를 공유 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는 다음 카페에 개설되어 있으며, 올해 수업나눔콘서트는 5월 18일 저녁 6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첫 문을 열었으며, 매월 1회씩 진행된다.
◐ 가르치기 위해 연구하는 선생님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일까? 학생들을 어떻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이끌지?
수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직접적인 행위이고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수업은 어느 순간 한 교사의 소유물처럼 고립 되어 버렸고, 함께 공유하기 껄끄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는 수업 공개는 여건 상 수업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본 학습동아리 모임을 통해 좋은 수업을 찾고 탐구하고, 수업이나 학급 경영과 관련 된 우수 도서를 선정하여 독서토론도 진행하였다. 또한, 각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질문이 있는 교실, 하브루타, 협동학습, 학급경영을 주제로 워크숍을 가졌다.
◐ 선생님! 동아리 함께해요
“선생님, 연구동아리 함께 하실래요?”
연구 동아리 3개를 동시에 진행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힘든 와중에서도 즐겁게 진행하였던 동아리가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주관했던 학교혁신 학습동아리이다. 150만 원을 지원 받아 ‘배움과 질문이 있는 우리 반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학습동아리를 운영하였다. 수석교사를 포함하여 9명이 동아리 회원으로 참여하였고, 외부강사를 초청하는 워크숍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본 학습동아리는 문헌 연구나 워크숍을 통해 좋은 수업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수업 공개와 수업 나눔을 통해 서로의 수업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목적은 수업 공개를 통한 나눔이었다. 연구회원 9명이 임상장학, 동료장학, 자율장학 등 27 회의 수업 진행하여 활발한 수업 공개를 진행하였다. 특히 동료교사의 수업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분위기 마련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 밖에 마을연계 연구동아리, 초·중 연계 연구동아리의 운영을 통해 함께 배우고 공유하는 교단문화 형성에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
◐ 신규 교사와 함께 고민하기
새 학년을 맞는 3월, 학교는 바쁘다. 교사로서의 첫발은 내딛는 신규 교사라면 3월 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말일 듯하다. 신규 교사의 3월은 수업 준비, 학생 상담, 생활 지도, 교실 환경, 학부모 총회 등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니, 가히 가혹한 3월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학부모를 첫 대면하는 학부모총회는 신규 교사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고경력 교사나 수석교사가 멘토가 되어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나눌 수 있다. 필자는 신규 교사와 저경력 교사를 대상으로 3월초 멘토링을 가졌다. 학급경영, 수업 등 선생님들의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신규 및 저경력 선생님들은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과 생활 지도 측면에서 큰 어려움 을 겪고 있었다. 3월초 자칫 소홀했던 생활지도나 관계 형성이 학생 간 따돌림 문제나 학생들의 산만한 학습 태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기하고 3월 지도계획을 공유하기 도 하였다.
또 학부모 총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총회의 전 과정을 살펴보고, 교사의 학급 경영관, 학생 지도 방향, 학부모님의 협조 사항 등 학부모 총회에서 다루어야 할 구체적 인 내용들도 하나씩 짚어 보았다.
다음 신규교사의 고민은 2015년 3월 본교에서 실시한 신규교사 멘토링을 한국교육신문에서 기사화한 것이다.
◐ 교사의 성장을 돕는 멘토링
북부교육지원청에서는 3년째 ‘수석교사-신규교사 멘토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신규교사의 학교 적응을 돕고 수업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신규교사 8명을 대상으로 학기별 1회의 수석교사 시범수업과 신규교사 수업 공개를 진행하였고, 사전·사후 협의회를 통해 수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수석교사와 신규교사간의 정기적인 만남과 SNS를 통해 학급경영 및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수석교사의 노하우를 전달해 주기도 하였다.
성공적인 학생 성장을 돕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이를 든든히 후원 하는 것이 바로 학부모이다. 본교에서는 교육의 한 축인 아버지를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 하도록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2008년 ‘불암초 자녀사랑 아버지회’를 결성하여 올해 9년차를 아버지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노원구청과 북부교육지원청에서 추진하는 마을학교 예산지원을 받아 행사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 있다. 필자는 2011년부터 6년째 아버지 회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버지회의 활동은 매년 발전을 거듭하여 확대되고 있다. 현 재 자율방범대, 학부모연수, 부자캠프, 체육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를 모범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수석교사로서 가장 보람된 것은 교사나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일이다. 교사는 수업이나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학부모 상담, 동료 교사와의 갈등 등 교직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사실 학교에는 교사의 이러한 고민을 쉽게 털어 놓을 만한 곳이 없었다. 수석교사는 나름 교직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교사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반자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도 그러했지만 올해도 종종 고민을 털어놓는 교사들을 만날 때 그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고자 최선을 다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밖에도 수석교사는 학생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바쁜 사생활과 담임교사의 업무 등 환경적인 요인을 따져보면 담임교사가 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상담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석교사는 여러 반을 수업하고 전교 모든 학생을 대면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수석교사를 알고 있다.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담임교사와 협의하여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고, 담임교사가 학생 상담을 의뢰할 수도 있다. 작 년과 올해에도 몇몇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발견하여 상담으로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수석교사로서의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수석교사 본래의 임무는 학교 내에서 교사를 지원하는 일이다. 그동안 교내·외에서 벅 찰 정도로 많은 일을 하였고, 나름 성과도 얻었다. 그러나 수석교사가 도입 취지와 목적 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에서 수석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 수석교사가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정책적 지원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