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함께 내딛는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한 걸음

공의석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장학사

“죄송한데, 뭐하나 여쭤보려고 합니다.
우리 반에 특수교육대상학생이 있는데 어떤 진로·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학생과 학부모에게 상담을 해주고 싶은데
제가 특수교육 부분은 잘 몰라 걱정입니다.”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통합학급 담임 교사의 전화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장애학생을 위해 교육청으로 직접 전화를 주신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노력에 감사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교육청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로서 학생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보여줄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동시에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은 한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모든 교육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과 혁신, 생산성 급증과 높은 경제성장 촉발이라는 낙관적 전망보다 미래 일자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지금,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교육공동체가 함께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Ⅰ. 직업 세계의 변화와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기술, 생명과학, 정보통신의 융합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류는 과거보다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빠른 속도의 변화를 겪고 있다. 관련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까지 주로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대체해왔던 로봇이 고객 응대, 지식산업 등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재 경제 인구에 속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퇴직 전에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거나 로봇에 의해 밀려나게 될 것이며 현재 직업의 47%가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또한 10년 후 일자리의 60%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고 오늘날 학생들의 65%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결국 미래에는 창의성이나 감수성,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직업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비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도 명확한 구상을 그리기가 어려운데 더욱 세밀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은 특수교육과 장애, 관련 유관기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한계도 극복해야 하는 이중고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2015년 제정된 ‘진로교육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 세계에 대응하여 자신의 일과 삶을 개척하는 힘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는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과 관련한 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진로교육 시책을 마련해야한다.’라는 필요성만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 가지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는 시대 흐름에 맞게 장애학생들에 대한 진로·직업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장애학생이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장애학생에게 매우 중요한 삶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Ⅱ. 서울특별시교육청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주요 정책과 현황

1. 특수학교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및 확대 운영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특수학교 자유학기제의 전면 시행에 따른 안정적 운영을 위해 연구학교, 희망학교를 운영하여 우수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특수학교 교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하여 학교별로 교과협의회, 교사연구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자유학기제 활동 프로그램을 구성하도록 지원한다. 특수학교 자유학기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 컨설팅 및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체험활동이 되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 특수교육대상자 진로·직업교육 전문화

가. 진로·직업 교육과정 운영 전문화 및 특성화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유연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장애학생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자립생활 및 직업재활 훈련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진로·직업교육 연수 및 연구회 운영 등을 통하여 특수교사의 진로·직업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올바른 직업관 정립과 노동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해 노동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나. 현장 중심 진로·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장애학생 희망일자리’ 확대

‘장애학생 희망일자리’는 특수학교(급) 고3·전공과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기타장애 학생 중 중증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직업교육과 고용 연계를 체계적으로 촉진하는 커리어 관점의 고용전환 프로그램이다. 관련 직무로는 교무업무보조, 행정업무보조, 시설관리업무보조, 사서업무보조, 급식업무보조 등이 있다. 지원고용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기관 내 장애인 고용을 창출한다.

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의 ‘학교기업’ 운영

시각장애학생들에게 맞춤형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지역 여건을 고려한 현장실습을 강화하여 직업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취업률을 향상하기 위해 ‘특수학교 학교기업’을 운영한다.

마.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의 운영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으로 협업하여 설립·운영하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전용 체험형 직업교육훈련 전문기관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특수학교(급) 고등학교 재학생 및 전공과 과정의 발달장애학생에게 개별특성과 능력에 맞는 맞춤형 직업체험과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발달장애학생에게 적합한 맞춤형 직업능력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기업이 참여한 리얼세팅 직업체험실습실을 구축하여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현장실습 운영

‘서울특별시교육청 특수교육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및 ‘특수교육대상학생 현장실습 운영 지침’에 근거하여 현장실습 활동유형, 인정절차, 인정범위, 인정기간 등을 학칙에 정하여 수업 시수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별로 ‘현장실습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산업체 선정 심의, 특수교육대상학생 사후관리 등 현장실습 계획과 운영 전반에 관하여 협의한다(개별화교육지원팀과 통합·운영 가능).

Ⅲ. 특수교육교육과정과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

1.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과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2015년 고시된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유치원 교육과정, 공통교육과정, 선택중심교육과정, 기본교육과정으로 구성되었다. 교육과정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을 제시하였으며 일반학급 및 특수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학생들에게 교과의 내용을 대신하여 생활기능 및 진로와 직업교육, 현장실습 등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진로·직업교육은 ‘진로와 직업’ 교과 외에도 선택중심교육과정의 전문 교과 중에서 학교의 여건에 맞는 것을 선택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진로와 직업 등 교과를 중심으로 중점 학교를 운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교과(군)별 50%범위 내에서 시수를 감축하여 진로와 직업 등의 교과로 편성할 수 있다.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는 자유학기제, 직업중점학교를 운영하도록 하여 직업교육을 강조하였고, ‘자기를 이해’하는 것부터 ‘자기의사결정’을 하여 ‘직업생활’에 이르는 체계적인 과정을 제시하여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였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종 훈련부터 서비스 직종까지 다양한 직종에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현장 중심 직업교육을 내실화하였다.

2. 제5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2018~2022) 계획

교육부는 2017년 12월, 생애단계별 맞춤형 교육으로 특수교육대상자의 성공적인 사회통합 실현을 위한 ‘제5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2018~2022)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번 계획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분야 국정기조를 토대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균등하고 공정한 교육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5개년의 특수교육발전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Ⅳ. 함께 내딛는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한 걸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지고 올 직업세계의 변화에 따른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 방향과 서울시교육청 주요정책과 현황, 특수교육교육과정과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 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을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모두가 다음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첫째,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특수교사와 통합교사가 협력하여 교육정책 및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장애학생의 개별적 요구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로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개별화 교육계획에 장애 학생의 자기결정 의지가 반영된 진학 및 성인생활 준비를 위한 개별화 전환 교육계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부와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과 관련한 각 부처에서는 장애학생 직업평가·직업교육·고용지원·사후관리를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장애학생 일자리 및 취업지원과 관련하여 장애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생애주기별 맞춤 취업지원이 가능하기 위해서 교육청은 먼저 특수학교 전공과 및 학교기업,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직업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 등을 교육·훈련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 2018년 특수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시행됨에 따라 중학교 과정부터 진로체험 기회를 확대하여야 하며, 중등과정을 운영하는 모든 특수학교에 진로전담교사를 순차 배치하여 장애학생의 진로탐색 및 미래 진로설계를 지원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의 장애학생들도 일자리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평가 기능을 강화하고, 특수교육-복지 연계형 일자리 사업을 청년 장애 일자리로 확대·개편하고 직무지도원을 배치하는 등 지원체계도 강화하여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학령기 장애학생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발달장애인 전용 훈련센터를 각 시·도별로 설치·확대하고, 특수학교(급)의 취업 특별직무과정 운영을 위한 설치비용 및 장애학생 직무·취업역량 향상을 위한 기능훈련 전문가를 지원하여 특수교육 인프라 연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장애학생의 직업평가를 통해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 참여대상을 확대하여 더욱 많은 장애학생이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현재 학교는 진로·직업교육, 직업훈련, 치료 등을 감당하고 있지만 학교의 본분은 훈련이 아닌 교육이다. 따라서 직업훈련은 당연히 국가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기관이나 장애인 복지기관, 혹은 기업체 훈련기관 등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학교는 장애학생들의 진로·직업과 연관된 바람직한 가치나 태도 등의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기울여야 한다.

셋째,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은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때 이를 바탕으로 장애학생들이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가정과 사회를 떠나 장애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될 때 동등한 다름과 상호존중적 차이를 지닌 대상으로 그들을 대하고 맞이해야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따뜻한 관심이 있을 때 장애학생은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장애학생의 단순한 취업률보다는 직업(고용)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빠른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필요한 만큼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맞춤형 직업 재교육을 실시하여 장애인이 사회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인 중증장애학생이라 할지라도 한 개인으로서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직업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에 공감과 배려, 소통이 거론되곤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학생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은 미래 역량을 기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가 함께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한 걸음 내디딜 때 장애학생의 불확실한 미래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도전과 기회의 장으로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