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서울혁신
미래교육과정

|최광락

 

Ⅰ. 들어가며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Google)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들어가는 길은 보안검색 등 삼엄한 분위기였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자 눈에 들어온 건 삼엄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 대신 중앙 공간에 모래가 깔려 있고 그곳에서 젊은 남녀 4명이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라고 보여준 곳은 우리나라의 교실 공간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그곳에서 관련되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는 식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은 내부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이곳에서 직원들은 아무 때고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무료로 주문할 수 있었으며 대기 중인 전문요리사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무한대로 제공한다고 했다. 곳곳에 터번을 두른 남자들, 수염을 많이 기른 사람들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아 이야기하고 쉬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이곳이 세계 최고의 IT 기업 사무실 모습의 전부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나오는 길에 있는, 미국식으로 기념품 파는 상점을 마지막으로 회사 투어는 싱겁게 끝이 났다. 당시 우리는 이 회사가 뭔가를 충분히 보여 주지 않았거나 단지 연구하는 공간이어서 일반 회사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어느 교수님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계 굴지의 IT기업에서 매년 글로벌인력 3,000여 명을 채용하는데 한국 사람이 채용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인사담당자들이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교육현장과 내용을 둘러보고는 하드웨어 분야는 다소 발달해 있지만 소프트웨어 활용은 아주 낮은 수준이라 우리나라 인재를 선호하지 않는 다고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선진국이 15%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거의 0%에서 이제 겨우 시작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참화를 겪었으면서도 민주화와 산업화에서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교육의 힘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 표준화된 산업인력을 다량으로 길러내 양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교육은 어찌어찌 3차 산업혁명까지는 우리나라를 버티게 하였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이끌기는 어려운 단계에 온 것 같다. 바깥세상에서는 기술 혁신이 눈부시게 일어나고 있지만 정체기에 들어선 우리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율’, ‘창의’, ‘협력’, ‘융복합’ 등 새로운 키워드와 부합하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Ⅱ.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

서울미래교육을 선도할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이 2015년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2016년에 소개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개발된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은 앞서 언급한 ‘자율’과 ‘창의’, ‘협력’, ‘융복합’ 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모두가 행복한 서울교육’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교육청은 적극적인 홍보와 연수를 통해 서울교육가족 모두가 목표를 공유하고 서울교육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1. 교육과정의 변화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핵심역량 기반 교육과정
•국가 교육과정 대강화
•교과용 도서 자유화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교육과정에 있어 지금까지의 수직적 제시 방식인 ‘국가 교육과정’과 ‘시·도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학교에서 교사들이 수동적으로 교육과정을 이행하는 방식 자체를 뒤집고 있다.

학생·교사·학교가 교육과정의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교육 현장에서 수시로 재구성 되는 역동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역량 기반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그동안의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등에 들어있던 역량 요소를 별도로 명시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잡은 물고기를 주는 교육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세계적인 큰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며 OECD나 유네스코 등에서 제시된 역량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에서도 ‘서울학생역량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지성을 기르는 인지 역량
• 감성과 건강을 키우는 사회·정서 역량
• 인성 및 시민성을 함양하는 참여·자치 역량

여기서 추출된 ‘서울학생 역량 기준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지성을 기르는 인지 역량
– 알고 있는 사실을 타인에게 잘 설명하는 능력
– 주어진 현상과 지식 및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
– 기존의 사실이나 지식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
–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여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
– 인류의 문화유산에 담긴 지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
–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
2. 감성과 건강을 키우는 사회·정서 역량
– 자연 현상이나 예술적 산물에 대한 심미적 감수성
–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문화예술적 능력
–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
– 타인과 협력하고 갈등을 관리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
– 신체 활동을 통하여 놀이, 학습, 일에 참여하는 능력
– 각종 미디어의 오용이나 중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태도
–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키우고 유지하는 능력
3. 인성 및 시민성을 함양하는 참여·자치 역량
– 자아존중감을 바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
– 민주적 절차와 방법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능력
–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함께 실천하려는 태도
– 정의와 비차별 정신을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참여·행동하려는 태도
– 생태, 평화, 인권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태도
–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시민과 공감하고 교류하는 태도

 

<국가 교육과정 및 각 기관의 역량 기준 비교>

국가 교육과정 대강화

그동안 국가 교육과정에서 교과목 편제, 수업 방법, 평가 방법 등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이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교과서에 따라 충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학교 교육과정이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자율과 창의를 담보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부분이 국가 교육과정 대강화의 필요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하듯 국가 수준에서는 큰 틀의 교수요목 정도만 제시하고 교사가 단위학교(또는 개별교사)의 차원에서 이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구현하게 한다면 우리 교육 현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해 본다.

교사는 자기가 가르칠 교수요목을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가르치고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먼저 내용 구성을 위해 자료를 검색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자료를 작성하고 학생들에게 적용해 볼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수정하고 보완하여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수업을 진행할 것이며 과정 평가를 통해 수시로 피드백하여 보다 완벽한 수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의 수업이나 평가 모습보다는 훨씬 어렵고 힘들겠지만 교사들은 스스로 가르칠 내용을 구성하고 학생들과 교감하며 수업을 완성해 간다는 점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요소가 많아 오히려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교과용 도서 자유화

앞에서 말한대로 교육과정이 대강화되면서 교과서도 자유발행체제가 되어야 하고 교사들이 자신이 선정한 학습 자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가 또는 교육청에서 인정한 교과용 도서들만을 사용할 수 있는 체제에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

교육과정의 변화를 위한 전제

물론 이렇게 상상되는 교실을 위해서는 전제들이 있다. 지금처럼 교육이 줄세우기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잘 가르치고 잘 배우려는 협력적 경쟁이 아니라 지금처럼 남을 이겨 보다 상위의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매몰되는 사회라면 이런 시도 자체가 어려워진다. 표준화된 시험에 맞추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가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교육에 의한 신분 이동의 기회 자체가 적어졌지만 아직 교육에 대한 기대가 큰 우리의 현실에서 줄세우기의 틀을 깨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은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2. 수업의 변화

•교육과정 재구성
•미래역량을 기르는 수업
•협력과 참여 중심의 수업

교육과정 재구성

우리가 바라는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의 철저한 사전 준비 작업과 유연한 수업 운영 그리고 수시 피드백 작업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수업에서 보았듯이 주어진 교육과정, 교과서, 성취기준 등을 그대로 적용하는 수업은 성공 하기 어렵다.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고 수업 형태를 설정한 후 필요한 자료 등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학생들과 교감하며 수업을 진행하되 수시 피드백을 통해 재구성된 교육과정의 내용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수업에 성공 하면 교사, 학생 모두 성취감을 얻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행위 하나를 잃는 것이다.

미래역량을 기르는 수업

교육과정 재구성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이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수업을 조직한다. 본 수업에서 어떤 역량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지 충분한 사전 연구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수업에 적용한다. 교과에 따라, 수업에 따라 길러지는 미래역량이 다르고 복합적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협력과 참여 중심의 수업

수업 시간은 질문하고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도록 한다. 토론 수업은 학생들을 생각하게 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수동적 방관자가 아닌 수업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게 한다. 또한 협력하는 수업은 학생들이 미래역량인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길러준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참여 중심 수업 방법에 대하여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많은 선생님들이 이를 알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 모두가 수업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기쁨을 찾을 수 있게 된다.

3. 평가의 변화

•과정 중심 평가 강화
•개별 평가 중심 평가 개선

과정 중심 평가 강화
기존의 학력에 의한 줄세우기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 과정을 진단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확보해 이를 다시 수업에 반영하여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를 지향한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학습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역량 기반 교육에서는 평가 본연의 의미를 회복함으로써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순환적 관계를 이루게 한다.

개별 평가 중심 평가 개선

학생 개개인의 맞춤식 성장을 위한 개별 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권이  절대적으로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교사들이 각종 외부 민원에 시달리는 것을 꺼려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선다형 평가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신뢰 사회가 구축된다면 교사의 개별 평가권이 존중되고 학생 개인의 성장을 위한 평가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며, 물론 그 과정과 결과는 피드백 자료로 맞춤식 수업을 위해서도 활용될 것이다.

4. 서울교사 전문성 기준

• 서울교사 전문성 기준 요소
• 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여건 조성

서울교사 전문성 기준 요소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개인이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계획,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서울교사 전문성 기준이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전문가로서 교사에게 필요한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교육학적 관점을 반영하여 교사가 갖추어야 할 통합적 역량을 제시한 것이다.

1) 교육과정·수업·평가 설계 및 실행 역량
–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디자인하여 실행하는 능력
– 교육과정 및 수업과 연계하여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환류할 수 있는 능력
– 미래사회의 문화와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여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적용하는 능력
2)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운영 역량
– 민주적 시민성의 개념을 이해하고 학생들과 더불어 학급 및 학교 문화를 형성하고
성장시키는 능력
– 동료 교사들과 수평적 협력을 통하여 학습공동체를 구성하고 유지·발전시키는 능력
– 지역 사회의 교육 주체들과 민주적 교육공동체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
3)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촉진하는 역량
– 학생들을 창의적인 학습의 주체로 인정하고, 개성과 잠재력을 존중하며 성장을 돕는
능력
– 생태, 평화, 비차별 등 세계시민으로서의 태도와 가치를 이해하고 교육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

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여건 조성

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다음과 같은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학교업무 재구조화
•교원학습공동체 등 자발적인 교육전문성 신장 활동 지원
•토론이 있는 교직원 문화를 통한 학교공동체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
•하향식(top 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 up) 교육정책 및 일관성 있는 정책 지원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 발굴 및 연계 활용 확대

Ⅲ. 나가며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은 정보혁명 시대가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서 ‘자율’, ‘창의’,
‘협력’, ‘융복합’ 등 미래교육의 키워드를 함축하고 있다. 서울의 모든 선생님들이 이 취지를 잘
이해하고 학교 현장에서 실천한다면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서울의 혁신미
래교육도 잘 준비되고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 재
구성한 내용의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며 수시 피드백 평가를 통해 교사·학생 모두가 만족하
는 수업을 하는 모습을 꿈꾸어 본다.
아울러 서울의 학교에서는 더 이상 정답만 찾는 줄세우기 교육,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학생이 별종 취급을 받는 일이 없는 모두가 행복한 서울혁신미래교육이 실현될 것이라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