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선생님께 드리는 학급운영 Tip
‘자치가 가장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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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형호 / 천호중학교 교사

교육부가 올해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로 신규임용교사 멘토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1월 29일과 30일 양일간 2012년부터 시작한 카카오톡 포럼방에서 가장 절실한 교직 서바이벌 기술을 조사하였습니다. 다음 표 안의 1번부터 5번 중 신규교사에게 가장 부족한 기술은 무엇일까 물었습니다. (두 개까지 응답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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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1위가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로 무려 60.1%로 압도적이었습니다. 2위 ‘학부모와의 소통’, 3위 ‘업무처리’, 4위 ‘수업운영’, 5위가 ‘교직원간의 소통’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본고는 가장 절실하다고 한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에 대한 필자의 33년간 축적된, 학급자치의 실질적인 팁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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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자존감과 소속감의 결여가 낯선 행동을 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의 극복을 위해 기여도(Contribute, 공동체의 삶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 자존감(Capable, 자신이 능력 있다고 느끼는 자존감), 소속감(Connected,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즉 소속감) 이른바 3C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교사의 학급운영, 생활지도의 목표는 자존감과 소속감의 증대를 정확하게 겨냥하여야 합니다.
그럼 개학 첫 날 할 일부터 살펴봅니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아이들 숫자만큼 따뜻한 음료를 준비하며 환영합니다. 날도 추운 3월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겠지요? 그리고 바로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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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급훈을 소개합니다. 급훈 역시 자존감, 소속감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한때 는 저도 학급 회의로 정하도록 하기도 했는데 “지켜보겠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등 자극적이거나 소극적인 내용의 급훈으로 결정되어 난감한 적이 많습니다.
요즘은 “서로 늘 인정하고 격려하자.”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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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학급규칙으로 모범상, 장학금 수여 기준(안)을 소개합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학교에서 학교장상으로 모범상을 다양한 형태로 주어왔습니다. 행동발달 6대 덕목이라 하여 ‘예절상’, ‘극기상’ 등의 이름으로 수여해 왔던 전통이 있었고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범상의 경우 학급마다 통일된 추천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의 유·불리를 떠나 학생들의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보상시스템으로 의미가 커서 이 상을 주는 학급의 규칙을 구성원들의 합의로 제정합니다.
d_03_1_18『훈육을 넘어서』라는 책에서 저자 알피 콘은 “구성원에 의해 만들어진 협약이야말로 최고의 훈육”이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법학을 전공한 곽노현 전 교육감은 저와의 인터넷방송 인터뷰 자리에서 저의 이런 철학을 “입법자가 되게 하라. 준법자가 되리니”하는 정책이라 시더군요. 역설적이지만 최고의 훈육이 바로 “자치”입니다. 저는 주번활동 동료평가 5점, 1인 1역 동료평가 5점, 출결 점수 5점으로 해서 15점 만점으로 해서 합계 석차연명부를 만들어 상위 고득점자 순으로 모범상이나 장학생을 추천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질의응답을 거치고 찬반토론의 절차를 거칩니다. (물론 찬반토론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만) 다음 자치시간 회장단 투표하는 날 함께 비밀투표에 부쳐 통과시킵니다. 학급의 모든 의결은 질의응답 → 찬반토론 → 비밀투표로 순서를 지킵니다. 투표용지 없이도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머리 위로 들게 하면 됩니다. 이 비밀투표는 사소한 듯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소속감 향상에 영향을 줍니다. 통과된 규칙은 일주일 계도기간을 둔 다음 시행해 규칙을 마음에 새길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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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역은 생글생글 카페(http://cafe.naver.com/ket21/1642)에 백여 개의 DB가 있어 이중 골라서 교실 뒷면에 게시하고 희망하는 것을 신청하도록 합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개를 신청해도 됩니다. 청소 분담 역할도 있지만 자신이 잘하는 장기를 친구에게 가르치는 재능기부도 권장합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제안도 가능합니다.
어느 해는 비보이(B-boy) 팀장을 맡고 싶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가수를 지망하는 아이인데 비보이 기술 영상을 만들어 학급 카페에 올려주었습니다.
d_03_1_23물론 잘 되는 역할도 있고 그렇지 못한 역할도 있습니다. 성실 여부보다 아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자꾸 잊어버리는 탓입니다. 역할을 잊지 않도록 하려면 시각화하여 구역에 ‘담당자 표찰’이나 ‘점검표’를 붙여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각자에게 필요한 도구를 학급비로 구입해 주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칠판 지우는 담당에게는 분필가루를 쓸어 담는 미니 빗자루가 안성맞춤입니다. 칭찬팀장에게는 칭찬스티커는 물론 칭찬받은 일시와 내용을 기록할 수첩을 “공식적으로” 구입해 주어야 합니다. 교실 안에 자신만의 영역과 차별화된 무기가 있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학급 대부분이 서로 기여하고 소속감을 느낄 때 이를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훈육이 아니라 상담이 필요한 경우 입니다.
1인 1역 평가는 모범상 추천하기 전에 익명의 역할 목록을 나누어주고 각 역할에 대해 5단계 평점 란에 체크를 해내도록 하고 담당(선거관리위원장)이 엑셀로 통계를 내도록 합니다. 익명으로 하는 이유는 역할의 성취 수준에 관계없이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5점 만점에 3.5점 이상이면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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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실청소를 위해서 주번제도를 운영합니다. 종례 때 학생들이 의자를 책상 위에 올리면 주번 2명이 일주일간 방과 후 교실 바닥 쓰레기를 쓸고 대걸레질을 합니다. 1인 1역으로 칠판 정리 등 담당이 있어 이 역할만 하면 됩니다. 일주일이 지난 다음 주 월요일 아침조회 시간이 되면 선거관리위원장이 5점 만점의 5단계 주번평가표를 학급 전원에 한 장씩 나눠준 다음 걷어 평균을 내어 학급달력에 기록하고 월 1회 정도 함께 모아 학급홈피에 탑재하면 저는 생활기록부에 평균이 3.5점 이상인 경우 ‘1학기 주번활동에 대한 동료평가 결과 5점 만점에 3.7점의 높은 점수를 받음’ 이라고 입력합니다.
그런데 어떤 주는 수련회 등 교외활동이 있어 하루 이틀만 해도 되는 경우가 생겨 불공평하겠지요? 그래서 도입한 제도가 주번 자율선택제와 가산점 제도입니다. 자율선택제란 주번을 보통 이름 가나다순으로 정하는 대신 자신이 봉사할 주를 2명씩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제도입니다. 학교교육계획서에 있는 학사일정을 크게 출력해 교실에 붙이고 선택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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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번신청이 가장 늦게 되는 주는 언제일까요? 정기고사 때입니다.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정기고사 때 주번활동을 한 친구들 생활기록부에 는 “정기고사가 있어 주번활동이 부담스러운 주에 주번을 맡는 봉사정신을 보임.”
이라고 추가로 입력해 준다고 약속합니다. 가산점제도란 봉사하는 일수만큼 0.1점씩을 더해주는 제도입니다. 하루를 하면 0.1점을, 닷새를 하면 0.5점을 더해줍니다. 그래서 주번 평점이 5점이 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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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안 하고 도망(?)가는 일이 없어지니까 교사는 더 이상 감독자일 필요가 없어지고 오히려 아이들 청소를 돕는 조력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제게 고마움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너무 고마워 주번 활동할 때면 우유나 빵 등 간식을 한 차례씩 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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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을 체크하던 1인 1역 검찰팀장이 아이들과 자꾸 마찰을 빚었습니다. 궁리 끝에 늦게 오는 애들 말고 일찍 오는 애들 체크하라고 하고 이름도 “지각기록부”에서 “Early bird 기록부”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니까 참 신통하게도 단박에 검찰팀장과 아이들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자습에 절반 이상 참여한 학생의 생활기록부에는 월별로 “ㅇ월에 아침에 일찍 등교하여 자기주도학습에 임함”이라고 입력해 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맛있는 벌레를 먹어야겠지요? 그래서 집에서 먹지 않고 남는 음식을 싸와서 교무실로 가기 전에 교실에 먼저 가서 교탁에 음식을 놓아두고 일인당 몇 개라고 칠판에 써두었습니다. 학교에서 전입교사 인사차 보내온 떡을 포함해 먹을 것은 모두 다 아침에 일찍 온 학생들과 나누었습니다. 한 번은 어느 선생님이 김 상자를 선물하셔서 천 원에 세 봉지하는 보리건빵을 사서 김에 싸서 먹으라고 하니 애들이 정말 맛있어 하더군요.
그리고 이따금 아이들에게 지각을 통해 가져올 괴담 수준의 불이익을 안내해 줍니다. 생글생글 카페(http://cafe.naver.com/ket21/9229) 참조해 주세요. 그럼 지각이 없어지냐고요? 확실히 줄어들고 일찍 오는 애들은 더 일찍 오게 됩니다. 늦게 오면 교실 안의 요상한 향기만 맡게 되므로. 그럼에도 계속 지각을 하는 아이는 역시 마음이 힘겨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입니다. 상담이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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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분석가이자 정신의학자인 가야마 리카는 “젊음의 코드를 읽는다”는 책에서 젊은 세대의 45가지 심리코드를 기술하였는데 그중 한 가지가 “선생은 늘 뒷담화의 대상이다”입니다. 교사 평가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동료평가를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모범상 추천을 하게 될 때면 학급의 그 어느 누가 고득점자가 될지 몰라 통계를 내는 과정에 담임인 저마저도 흥분을 하게 됩니다. 추천서에는 추천하게 된 과정과 사실만 적으면 되어 편리합니다. “학급의 모범상 추천 규칙에 따라서 1인 1역 봉사활동에 대한 동료평가결과 5점 만점에 4.75점을 받고 기간 중 개근으로 출결 평점 만점을 받아 학급 내 종합평점 1위를 하여 추천함.” 이 내용을 생활기록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그대로 붙여 넣습니다. 또한 이를 학부모께 알리는 방법으로 생활통지표 “학교에서 가정으로”란에 “가정통신문은 생활기록부 사본으로 대신하오니 살펴보시고 격려바랍니다.”라고 입력합니다. 그리고 생활기록부를 출력해 스테이플러로 성적표와 함께 철해 보내드립니다. 통지표를 받아든 아이들은 성적은 짝과 비교하지 않아도 생활기록부 내용은 서로의 것을 항목별로 비교하며 결과에 따라 우쭐해하기도 하고 시무룩해 하기도 합니다. 한 번 기록한 것으로 모범상 추천서, 생활기록부, 생활통지표 가정통신문 모두 세 곳에 활용하니 그야말로 1석 3조지요.
학급 인원이 39명이었던 어느 해는 1인 1역 평가 통계 나머지가 안 떨어져 소수 여섯 째 자리 그대로 기재해 주었습니다. 이런 담임의 태도에 점차 아이들은 우리 담임은 진짜 철저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저처럼 카리스마 없는 교사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기입니다.
이 정도면 담임은 종합 예술가 아닌가요?


이 글은 필자의 의도를 존중하여 종결어미를 그대로 살려서 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