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서울특별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연구교사)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학생의 72.8%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을 정도로 통합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는 통합교육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학급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학습과 생활을 관리하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학교 적응을 지원하는 특수교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제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2022년 『서울교육』 겨울호에서는 통합교육 환경에서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지닌 모든 학생의 성장을 위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 ‘더공감교실’ 8교의 시범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함께하는 협력교수의 가치와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더공감교실’ 프로젝트 이해하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협력하여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공감교실’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더공감교실’ 시범학교는 유치원 2원, 초등학교 3교, 중학교 2교, 고등학교 1교로 총 8교이다. ‘더공감교실’은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함께 협력하여 특수교육대상학생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학생과 어울림과 배움을 함께하는 진정한 통합교육이 구현되는 통합학급을 의미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을 통해 통합교육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교육정책과 학교문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각 시범학교에 기간제 특수교사를 1~2명 추가 배치하였고, 예산을 배부하여 다양한 협력 기반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교직원의 협력, 소통 문화 형성을 지원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특수교사나 일반교사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이 공동의 책무성을 갖고 함께 노력하여 특수교육대상학생뿐 아니라 다문화학생, 배움이 느린 학생 등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지닌 모든 학생이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호 협력적인 학교 문화 조성
신학기 준비 기간부터 학교는 통합교육의 이해에서 시작하여 구성원들의 역할분담까지 협력적인 공감문화를 조성하였고, 교직원, 학부모, 학생 등 학교 공동체 모두가 협력에 참여하고 통합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또한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함께하는 교원학습공동체인 ‘더불어통합 교육공동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갔고, 시범학교 간의 교류를 통해 각 학교의 사례들을 공유하고 장점들을 배워갔다. 협력교수의 성패는 이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모이는 것은 시작이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진보이며, 함께 일하는 것은 성공이다.
– Edward Everett Hale-
‘더공감교실’ 사례 들여다보기
‘더공감교실’의 협력교수는 통합학급 내 모든 학생의 긍정적 학교생활을 증진하고 수업 참여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통합학급 모든 구성원 개개인의 재능과 장점을 교육과정에 담아내야 한다. 교사들은 본격적인 학기 시작 전부터 시간표를 조정하고 논의를 통해 계획을 세워 협력수업을 진행하며, 수업 후에는 수업 실행 결과에 따른 평가와 협의를 하였다.
학교급별 ‘더공감교실’의 운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치원: ‘공동담임제’의 실현
유치원의 ‘더공감교실’은 특별하다. 각 연령대에 특수교사를 추가 배치하여 특수교육대상유아가 배치된 통합학급에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학급 운영을 함께 책임지고 실행하는 공동담임제를 실시하였다. 전문성이 다른 두 명의 교사가 한 학급의 일과를 온전히 공유하며 유아들을 지원하는 것은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특수교사와 일반교사들이 협력하여 통합학급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모든 유아들의 성장을 지원하였다. 두 명의 교사 모두 학급 운영을 함께 책임지고 실행하는 서로의 파트너를 얻었으며 이는 ‘공동담임’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었다. 공동 담임제를 통해 두 명의 담임교사에게 배우는 유아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생각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있으므로, 교사 당 학생 수가 줄어 특수교육대상 유아 뿐 아니라 일반유아들 모두 개별 특성에 맞는 지도가 가능하였다. 또한 하루 일과 내내 특수교사가 통합학급에서 함께하며 유치원 생활 전반에 걸친 관찰과 지원을 제공하여 특수교육대상유아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유아들을 지원할 수 있었고, 장애가 의심되는 유아들을 발견하여 특수교육대상학생으로 추가 선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보편적 학습 설계’ 원칙의 적용
유동적인 시간표 운영과 교과 간의 통합이 많은 초등학교의 수업 특성상, 초등학교 ‘더공감교실’의 협력교수는 ‘10분의 기적’ 으로 수업에 대한 전달사항 안내, 수업 내용의 교수적 수정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 등이 대면, 내선전화, 메신저, 공유 폴더나 패들렛 사용 등의 방법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수업장학이나 학부모 공개수업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가진 모든 학생들을 위해 보편적 학습 설계 원칙을 적용한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고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여 협력수업을 실행하였다. 일반교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특수교사와 협력하는 과정을 통하여 특수교육대상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특성과 요구에 적합한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고, 협력교수가 이루어지는 시간 이외의 수업에도 보편적 학습 설계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었다. 장애이해교육과 관련해서는 더공감 캐릭터 만들기, 수어챌린지, 픽토그램(그림상징) 그리기, 배리어프리 등 다양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협력과 평등을 배우며 공동체의식을 함양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중·고등학교: 가능성의 발견
‘더공감교실’ 중학교 시범학교에서는 체육을 전공한 기간제 특수교사를 선발하여, 체육 시간에 협력교수를 중점적으로 실시하였다. 체육은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이었고, 과목 특성상 개인의 능력차가 커서 두 교사가 함께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특수교사가 일반(교과)교사와 협력하면 그 교사가 수업하는 다른 여러 통합학급의 수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협의시간 확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어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체육 교과 이외에도 미술, 국어, 역사, 과학 등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과목들에 대한 협력교수도 ‘해보니까 되더라’는 교사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협력교수의 유형으로 특수교사가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해보는 것은 통합학급 환경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특성을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를 통해 특수교사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이 통합학급에서 필요한 것으로 관찰된 학업이나 사회성 기술들을 특수학급에서 개별지도 할 수 있었고, 일반학생들과도 유대감을 형성하여 또래지원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학교에는 자유학기제가 있어, 부서 운영을 통해 특수교육대상학생과 일반학생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정기적인 격려, 존중, 사회정서학습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였고, 생각을 전환하여 특수교사의 특수학급 정보 수업을 일반교사가 함께 협력하여 특수학급에서 실시한 사례도 있었다.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에서는 직업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교내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가죽공예, 쇼콜라티에 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의 자신감 고취와 함께 장애인식개선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었다.
협력과 소통으로 만들어가는 ‘더공감교실’
특수교사와 일반교사는 각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을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상할 수도 있고,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이때 대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게 되고 어려움이 생긴다. 성공적인 협력교수를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식적인, 그리고 비공식적인 소통의 시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더공감교실’ 시범학교 운영은 이제 1년차다. 우리는 여러 학교들의 사례를 통하여 협력교수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더공감교실’의 협력교수가 계기가 되어 협력과 소통으로 모든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통합교육 현장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