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7Vol.229.겨울호

공감하고 소통하는 학급 운영

마음: ‘대추 한 알’의 ‘스토리’를 읽어주는 교사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한다. 나의 삶의 속도보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만남은 늘 새롭고, 주어진 정답은 없다. 다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 시선이 어제보다 좀 더 따뜻하길 바란다. 그 간절함이 있어서일까? 다양한 정답을 찾으려 헤매던 어느 날. 장석주 시인이 무심코 ‘대추 한 알’ 툭 던져 주었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발갛고 말간 대추, 발갛게 쪼그라든 대추, 벌레 먹은 대추, 그 사이로 설핏 설익은 대추 등 ‘대추 한 알’의 모습은 다양하다. 학기 초 떨리는 마음으로 한 줌 집어든 대추의 모습들이 어쩜 그리도 다른지. 그 ‘대추 한 알’이 내게 오기까지 천둥과 벼락과 땡볕 즉 그 아이가 가진 사연, 그 스토리(story)를 읽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 같다.

사고를 치고 수업 중 선생님들에게 대들기도 하는 OO이 반장이 되었다. 수업 중 곧잘 엎드리고 반장의 역할을 팽개쳐 아이들의 수행평가 점수도 깎아 내리던 OO. 처음 그 행동을 봤을 때 놀라고, 상담이 잘 될 때는 행동이 바른 듯 하다가도 조금만 잔소리가 길면 화를 내고 급기야 부모님과 상담 중에도 “전학 가면 될 거 아냐?”하며 소리치기도 하던…….

행동만 보면 참으로 미웠던 그 녀석을 이해한 건, 국어과 수행평가에 적힌 ‘아버지’에 대한 글을 보면서였다. OO이 묘사한 아버지는 매일 아침 자기를 깨우고, 누구보다 자신과 친하며, 자기를 사랑하는 다정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실제 OO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따로 살며 거의 만나지 못했고, 학생부와 담임 상담 시 방문하는 사람도 어머니였다. OO의 행동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결별에서 오는 불만과 불안, 엄마에 대한 반항의 결과였고, 그것을 아는 순간 상담의 시작도, 그 아이를 대하는 내 마음도 달라졌다. 그리고 그때 아이의 천둥과 벼락 스토리를 읽어야 아이와의 관계가 시작되며, 교육도 존재함을 깨달았다. 졸업식날 어머니와 함께 떡케이크를 들고와 무뚝뚝하게 건네던 OO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추 한 알’에서 다시금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마음가짐이다. 아이의 겉모습과 행동-엎드리고, 지각하고, 대드는-에 현혹(?)되지 말고,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 내면의 상처, 즉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읽어 내며, 그 상처를 감싸주는 사람이 교사임을, 그리고 내가 그 아이를 위해 노력한 최선이 정말 그 아이의 입장에서의 최선이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만남: 교사의 교육철학과 철저한 준비로 시작하는 3월 첫 만남

교사는 뚜렷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내려 보자. 자신의 교육철학과 교사상 및 학생상이 그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학급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 학급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며 교사로서의 자아선언문을 만들어 간다.

이런 교육관을 바탕으로 설계하는 학급 운영. 그래서 새 학기를 준비하는 교사의 2월은 모두가 분주하다.

첫 만남, 첫인상, 누군가는 처음부터 기선제압이라 이야기하는데, 담임의 기선제압은 힘이 아닌 철저한 준비성이다. 철저한 준비와 관심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갈 때 아이들은, 놀라움과 호기심의 눈빛으로 마주할 것이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해를 돕기 위해 2월과 3월 2일 첫 만남을 표로 정리해 본다. 이후 학급활동은 연간 학사일정을 바탕으로 교사의 교육관에 학급 아이들의 의견을 덧입혀 조율해 가며 운영해야 한다. 교사와 아이들의 색깔에 따라 다양하고 톡톡 튀는 색깔의 교실 풍경이 그려지리라.

가치 & 소통: 가치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학급활동

지능은 개인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지만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가치’라고 한다. 그럼 올바른 ‘가치’를 키우는 인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하는 학급 활동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일 때는 ‘봉사활동’조차 즐겁다고 한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상담부터 실제 학급 운영을 하며 도움이 되었던 학급 활동들을 소개해 본다.

1) 도구 활용 개인 상담 및 집단 상담

 

2) 가치 중심의 임원 선거

임원 선거 전 2017년 우리 반이 키우고 싶은 가치(덕목)를 스티커로 표시하게 한 후 핵심 가치 3~5개 정도를 선정한다. 미리 게시한 친구들의 자기소개를 참고하며, 학급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일지 생각한 후 투표에 참여하도록 한다. 때로 예상 외의 아이가 당선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교사의 바람잡이 역할이 필요하기도 하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떤 학생이 되더라도 크게 수용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3) 비경쟁토론을 통한 학급 규칙 정하기

포스트잇을 이용해 모든 학생이 각자 우리 반에 필요한 학급 규칙을 자유롭게 써 보도록 한다. 칠판에 붙인 후 비슷한 내용을 유목화하면 대부분 5~7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를 회의를 통해 구체화시킨 후 문장으로 만들어 게시한다. 담임이 꼭 덧 붙이고 싶은 학급 규칙이 있다면 마지막에 양해를 구한 후에 항목에 넣도록 하며, 이 규칙은 1년 동안 헌법 위에 둠을 선포한다.

4) 모둠 및 학급 단합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 오는 일이 즐거울까?’ 매년 하는 고민이다. 중3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웠던 게임, 의미 있었던 활동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나왔다.

인간 보물찾기, 런닝맨 활동, 삼겹살 파티, 학급 야영, 요리 경연, 학급 등반, 초성게임, 미니올림픽, 문학기행, 수호천사 게임, 사진 이벤트, 봉사활동, 칭찬 스티커 받고 치킨·피자 파티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이라면 공부 외에는 다 즐겁다는 의미인 것 같다. ‘교실 놀이 365’ 같은 책이 있듯 이벤트와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에게 맡기면 이보다 더한 놀이와 이벤트를 찾아올 것이다. 다만 교사는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지지하는 안내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5) 나눔터 종례

지난해 우리반 아이들은 숫기가 없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존감도 매우 낮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하는 학급 종례, ‘나눔터’에 주목했다. 하루 생활을 정리할 수 있는 ‘나눔터’를 매일 1명씩 돌아가며 적고, 종례시간에 발표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물론 꼭 필요한 전달 사항은 미리 담임교사에게 물어 전달하도록 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난 후 아이들은 교탁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친구들을 관찰하는 눈도 발달했다. 소감문의 일부를 옮겨본다.

• 종례사항을 적으러 갈 때 좀 귀찮은 느낌도 들지만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있어 재미있다.

•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서 좋았다. <오늘의 인물>을 선정하며 친구를 칭찬하고, <기억에 남는 선생님 말씀>을 적으며 하루를 돌아볼 수 있었다.

• 동료교사를 존중한다. 교육은 스킬이 아니라 경험에서 얻은 지혜에서 나온다. 교육현장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와 운영 방법 등은 동료·선배교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오늘도 나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겸손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 교실에서 학생과 갈등이 생긴 경우 절대 교실 안에서 해결하지 않도록 한다. 학생들은 작은 영웅 심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교사와 1:1 대치 상황의 경우,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아도 수긍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장소를 옮겨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스토리를 읽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학습 관계도 좋아진다.

• 학부모 상담 시 학생의 강점 찾아 이야기를 시작하고, 엄마의 힘든 점 등을 먼저 들어준 후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아침에 지각이나 결석할 경우 반드시 부모님이 전화 또는 문자를 주도록 부탁한다.

•학급 운영과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양식 및 놀이 방법 등을 수시로 모아 활용한다.

•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연수 등 배움에 적극적인 교사가 된다. 협동학습, 비경쟁토론, 하브루타, 창의인성소통 도구 활용, 비주얼씽킹, 놀이(레크레이션), 디자인씽킹, 교육연극 연수 등 늘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교사가 된다.

교육에 정답은 없다. 오직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있을 뿐이다. 지금도 많은 교사들이 자신이 앉은 ‘꽃자리’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우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노력하고 있다.

‘가능성’을 품은 채 다양한 빛깔로 앉은 대추 같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이 땅의 수많은 교사들.

때로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이 나라를 이끌 소중한 사람.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드는 큰일을 하고 있음에 위안 삼으며 다시금 힘을 내 일어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