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동
2016학년도 2학기에 남부권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의 운영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출산·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학생 한 명 한 명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든, 말썽을 피우며 친구의 공부를 방해하는 학생이든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현실을 보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학생 맞춤식 교육과정의 추구라는 구호에 맞추기 위해서는 학생 수 만큼 다양한 교육과정이 존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주요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학교 시설, 공간 및 기자재의 부족, 교사의 수업 부담 가중, 전공 교사의 부족 등이다.
이런 문제점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학교의 벽을 허무는 교육과정의 개설·운영일 것이다. 이에 서울 남부권역에서 구로고, 구일고, 신도림고가 연합하여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였다.
학생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큰 틀에 동의한 3개교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실무적으로 교감 및 본청담당 장학사 회의를 하였다. 그 자리에서 논의됐던 내용은 첫째, 학교별로 개설 희망교사를 3명씩 선정하자, 둘째, 선정된 교사(9명)가 개설 가능한 교과를 한 개씩 선정하자, 셋째, 수합된 9개 교과의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을 조사하자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기존의 업무만으로도 허덕이는 실정임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그러나 나아갈 방향이 ‘학생 중심 맞춤식 교육과정’의 추구라는 것을 설득하고, 개설 및 운영의 여부는 일단 학생의 수요조사를 해보고 다시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설문조사 결과 아래의 표와 같이 희망자가 있었고, 전체 교사에게는 업무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전제 하에 시범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개설된 스페인어 회화Ⅰ, 현대문학 감상, 사회과제 연구, 국제 경제 외에 고급수학 등은 신청자 수가 적어 개설되지 못하였다. 교과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매주(또는 격주) 토요일 오전에 수업했으며, 개강식, 현장체험학습, 평가, 이수식 등도 이루어졌다. 준비하기 위한 컨설팅을 받았고, 협의회 및 워크숍도 여러 차례 실시하였다. 참여한 학생의 대부분이 학업에 열의가 많고 성실하게 출석하여 수료율이 85%가 넘었다. 수료한 학생의 만족도가 아래 그림과 같이 매우 높았다.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기존의 학교수업에서는 진도, 평가 등으로 부담이 컸는데 연합형에서는 첫째,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고, 둘째, 꼭 배우고 싶었던 교과를 마음껏 배울 수 있었으며, 셋째, 인근 타 학교 학생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과, 넷째, 생활기록부에 기재돼 관련 학과의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수업 및 운영 교사들도 대체로 만족했는데 그 이유로는 첫째, 원해서 온 학생들이라 모든 학생의 관심이 높았으며, 둘째,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구성한 교육과정을 학생 체험 중심으로 수업한 결과, 당연히 아이들이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교사도 덩달아 신이 났다고 답하였다. 원만한 운영을 위하여 주말도 반납하고 수고하신 3개교 교장·교감선생님, 담당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