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사)
왜 일상에서의 실천인가?
초등학생이던 때,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 중에 ‘친한 친구에게 조언을 아끼지 말라’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친구에게 조언을 무턱대고 했다가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이유는 과거에 비해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진정 친구를 생각해서 이야기한들 친구가 조언이 아닌 잔소리로, 혹은 참견이나 오지랖으로 받아들인다면 자신의 방어 기제를 한껏 발휘하여 공격성을 띠게 된다. 사회의 변화로 인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양상과 태도가 변하듯 학교폭력예방교육 자체의 본질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각 교과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된 단원이나 내용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학교 내외로 예방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능뿐만 아니라 가치 태도, 행동의 내용 또한 사회 변동과 함께 달라지므로 일상에서의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수업으로 들이다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 서울특별시 학교폭력 예방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것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나요?”이고, 그 질문에 해당하는 답변은 대부분 “그렇다”이다. 평소에 각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한 교육을 수없이 했음에도 매해 사건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특히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폭력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수 교육도 중요하겠지만 수업 시간을 활용한 교육으로 꾸준하게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일상에서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지 모색해보았다.
고등학교 2학년 사회문제 탐구 – 학교폭력 ZERO 프로젝트
사회 현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인지적 영역의 수업, 문제해결 방법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행동적 영역의 수업을 설계한 후 자신의 진로와 연계하여 고민하고 발표하는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이번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사회문제를 직접 고민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수업에 도입할 수 있는 과목인 ‘사회문제 탐구’를 통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ZERO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1차시]오리엔테이션–학교폭력 가상 체험하기(애플리케이션 이용)
최근 다수의 학교폭력 사건들과 피해 학생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욕설, 폭행, 따돌림, 금품 갈취 등 학생들의 행동이라고 보기엔 충격적이고 폭력적인 모습들이 너무 많아 안타까웠다. 정보화의 발달로 학교폭력의 수준도 학교를 넘어 일상을 위협한다. 이를 학생들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간접 체험하는 활동을 하였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졌고, 처음 접한 학생들은 충격을 받기까지 하였다. 사이버폭력 가상 체험을 통해 학습자의 관심을 유도하며 학습자는 ‘남의 일’이라고 판단되었던 폭력의 심각성을 깨달은 후, 근절을 위한 서명 운동도 함께하였다.
[2∼4차시]교과 내용 학습 및 일상에서 사례 찾기
체험을 통해 폭력의 심각성을 깨달은 학습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최근 뉴스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한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었고, 학생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과거에 저지른 학교 폭력 사건이 지금에 와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사례를 대답했다. 학습자에게 교과 내용을 설명한 후, 디지털 기기를 배부하여 관련 사례를 더 자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각자에게 하나의 사례를 조사하게 하고, 왜 이 사례를 선정하게 되었는지와 사례에 관해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5∼7차시]학교폭력 관련 기사 재구성하기
이전 차시에서 자신이 선정한 사례를 스크랩하여 신문 기사를 큰 종이에 붙이고, 신문 기사 내용과 그래프가 설명하는 핵심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하는 활동을 하였다. 간단한 안내 후 학생의 자율성에 맡겼다.
작성 후 자신이 조사한 기사와 출처를 밝히고, 자신의 느낀 점을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학습 내용을 공유하였다.
[8∼13차시] 학교폭력 예방과 진로 연계하기
학교폭력이나 범죄를 자신의 진로와 연계하여 발표하는 수업을 하였다. 예를 들어, 경찰이 되고 싶은 학생은 범죄의 구성 요건을,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인형 디자인을, 최고 경영자가 되고 싶은 학생은 기업가 정신과 연관하여 발표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 후, 공동의 가치관을 세워 자료를 만들고 느낀 점을 대형 포스트잇에 작성하여 복도에 게시하는 활동을 하였다.
대형 포스트잇에 생각을 공유한 결과, 학생들에게 공동의 가치관이 있음이 나타났다. 이를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템플릿을 제작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폭력이 없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이 수업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어울림 수업이 활성화될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수업을 처음 설계하기 전 어떻게 수업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지만 왜 막막했는지 생각해보면 ‘실패한 수업’ 이 될까 봐 걱정했던 것 같다. 선생님들께 ‘학교폭력 예방교육에는 실패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어울림 수업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만드는 데 익숙하지 않은 수업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어설픈 느낌이 있더라도 어울림 수업은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폭력 없는 사회를 염원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연령이 더욱 낮아지고 빈도는 높아졌다. 학교폭력을 당한 4명 중 1명은 초등 2학년 때 처음 폭력을 경험했다. 사이버폭력, 성폭력 등 학교폭력의 양상이 다양해진 만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선생님들이 준비한 어울림 수업이 학생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 폭력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