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2 가을호(248호)

교직의 기쁨과 슬픔 사이
– 제니 랜킨의 『교사 번아웃 탈출 매뉴얼』을 읽고

황소인(원묵중학교, 교사)

<책 『교사 번아웃 탈출 매뉴얼』>

‘교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방학’, ‘워라밸’ 등의 단어를 떠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지난 8년 6개월여를 겪어 본 바로는 ‘교사’의 일상은 ‘워라밸’보다 ‘번아웃’이라는 단어와 어울렸다. 그렇다고 이 직업이 소진만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당연히 이 직업의 자랑스럽고 행복한 점도 많다. 그렇기에 교사들은 오늘도 학교로 출근한다. 이런 교직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 길을 찾을 수 있는 매뉴얼이 있다. 바로 『교사 번아웃 탈출 매뉴얼(원제: FIRST AID FOR TEACHER BURNOUT)』이다. 저자 제니 랜킨은 직접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사 교육 전문가로 교사들의 소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교직에서 번아웃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을 지적한 뒤,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부에서는 교사의 소진에 대한 여러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소진이 일부 교사의 문제가 아닌 많은 교사가 겪는 문제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이 교사들이 매일 즐겁게 등교하며,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2부에서는 ‘소진을 예방하는 기초 마련하기’로 마인드 셋, 환경, 과잉 자극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 머리는 쉴 틈이 필요해요.”라는 부제가 달린 4장은 E 교사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항상 ‘켜짐’ 상태입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벌써 학생들이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리고 앱에서는 알림 메시지가 뜹니다.”(55쪽) 이런 교사를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일하지 않되, 불가피하게 가져가야 할 자료가 있다면 집에서 100% 완료할 수 있는 작업만 집으로 가지고 가라고 조언한다. 일거리를 잔뜩 가져가긴 했지만 쌓아 두기만 하고 학교로 다시 들고 온 경험이 떠오르는 내용이다. 다음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수업 방식을 선택하라고 한다. 본인의 개성과 취향에 어울리지 않는데 단지 유행하는 수업 방식을 택해 소진된 경험을 떠올려 보면 좋다.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의 목록 만들기, 일정 관리하기와 같이 당연해 보이는 방법도 소진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3부는 ‘업무량 줄이기’로 평가, 업무량, 과잉 충성, 협력, 지루함에 대해 다룬다. “주말에도 채점을 하느라 바쁩니다”라는 부제가 달린 5장은 “주말 내내 채점해서 주어도 학생들이 내 코멘트조차 읽지 않을 때는 또 좌절하게 됩니다.”, “과제를 읽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70쪽) 라는 교사의 탄식으로 시작한다. 이에 대해 교사가 학생에게 개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진을 방지하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 있다. 채점 기준을 사용하면 해당 내용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피드백을 함으로써 일일이 코멘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채점하기는 종이로 된 과제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고,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자신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의 소진을 예방한다고 안내한다.

4부에서는 ‘도구와 친해지기’로 수업 자료, IT 기술에 대해 언급한다. 저자는 IT 기술의 경우 교사가 혼자 힘으로 기술을 익히는 것은 시간 부족으로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5부에서는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기’로 학생, 학교 관리자, 지역 공동체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학생들이 나를 싫어해요”라는 부제의 12장은 학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참고할 다양한 방안을 안내한다. 학생들에게 피드백 요청하기, 초기에 개입하기, 평정심 유지하기 등 원칙적이면서도 필요한 방법을 정리하여 안내한다.

6부에서는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소진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성공적인 교직’에 교사들이 이르기를 바란다는 언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매뉴얼’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책을 읽고 교직 생활에 적용하여 특히 도움이 되었던 두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이 학생들의 삶을 바꾸었던 결과를 차곡차곡 모아 두면 이후의 소진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45쪽)

<학생들의 성장을 도왔던 경험 모음>

학생들의 성장을 도왔던 경험, 그것보다 교사로서 기쁜 순간이 있을까. 하지만 그런 몇몇 순간은 금방 사라지고 바쁜 현실에 압도되고 만다. 이 책을 읽은 이후 그런 순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편지나 SNS 메시지를 출력해서 모아 위 사진처럼 링 바인더에 넣어 소진의 순간이 올 때 펼쳐보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수천 명의 교사가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모든 교사가 수업 자료를 처음부터 다 만들 필요는 없다.”(164쪽)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한 협력>

이전에는 수업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빈 화면을 켜두고 수업 자료를 처음부터 제작했었다. 하지만 동료 교사의 수업 자료 활용하기 부분을 본 이후부터는 교내 동교과, 동학년 선생님들과 자료를 공유하였다.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에도 참여하여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자료를 참고하고 수업안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수업 준비를 시작할 때는 에듀넷 티클리어, 학생평가지원포털에 접속하여 기존에 개발된 자료를 먼저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수업 준비 시간은 줄어들고 오히려 수업의 질은 높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처음 교직에 들어섰을 때 선배 교사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 교사는 학생보다 자신을 먼저 보살피는 데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선생님 스스로를 먼저 돌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학생들은 선생님께 받아야 하는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16쪽) 현재 번아웃을 겪고 있는 교사가 있다면 이 책이 원제처럼 ‘응급 처치(First Aid)’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