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3 봄호(250호)

[난곡중] 학생성장의 밑바탕,
학교가 만드는 연결 고리

최사라 명예기자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학생들을 돌아본다.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학급 단합대회 등 학교 행사부터 시작하여 대면 수업의 상호작용과 학급 학생들의 관계 형성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생들이 놓친 소중한 경험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까지도 잠시 멈춤의 시기를 겪었다.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 교육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발견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학생성장을 위한 통합지원을 위해 교육 공동체의 네트워크가 가진 힘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서울형 교육복지사업을 특색사업으로 운영하며 학교 차원에서 학생성장 통합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난곡중학교(이하 난곡중, 교장 김재순)에서 학교 내·외부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게 된 과정과 방법을 들어보았다.

학교 안에서의 연결 고리 – 통합지원팀

통합지원팀 운영 세부 단계

코로나19를 지나며 가정에서의 돌봄의 공백이 발생했고, 신체적·심리적으로 충분한 성장단계를 밟지 못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학교 부적응 학생이 증가했다. 서울형 교육복지사업은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개별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난곡중은 대상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교내 통합지원팀을 구성하였다. 통합지원팀의 체계적인 사례관리 단계 설정과 역할 분장을 바탕으로 복합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대상자에 대한 집중사례관리가 이루어졌다.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지원팀의 집중사례관리

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각자의 역할에 맞게 관찰하고 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담임교사, 교과교사, 상담교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등 각자의 역할과 관찰의 범위가 다르기에 학생에게 필요한 것, 비어있는 곳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비어 있는 곳은 그대로 둔 채, 같은 영역에서 중복 지원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다각도로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관련된 교직원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을 위해 각자 하고 있는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난곡중에서는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때,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했던 과정이 있다. 학교가 학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오해를 해결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한 명의 교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자연스럽게 여러 선생님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교장, 교감, 담임교사, 보건교사, 진로상담부장,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상담교사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이 모여 학생을 지원하고 있는 방법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학생에게 어떤 영역에서 지원이 잘 되고 있고, 어떤 영역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었다. 더불어 통합지원팀의 구성원과 담임교사가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자 학생을 위해 자기가 하고 있는 역할을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역할 분담의 과정에서 보호자와의 소통을 일원화하여 보호자가 학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와 가정이 모두 학생의 성장을 원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지원팀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 과정이었다.

학교 밖에서의 연결 고리 – 교육복지 안전망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교와 지역이 함께하는 촘촘한 교육복지안전망 구축을 위해 학교와 지역교육복지센터 및 지역기관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사각지대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학교와 지역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난곡중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지역아동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학교 밖 여러 센터와의 연계·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정의 보호자가 학부모 상담을 할 때, 건강가정지원센터에 통번역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학교의 충분한 안내와 기관과의 연계가 이루어져 상담 시 통역사가 파견을 나와 대면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외부 기관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가 열린 마음으로 협조하여야 가능하다. 먼저 학교 관리자가 나서서 외부 기관과 연계를 독려한다면 학교에서 다루어 주기 어려운 영역에도 풍부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난곡중은 교육복지센터와 함께 독산1권역 교육복지학교, 교육복지 연계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학생의 성장 과정을 관찰한 결과와 필요한 지원 목록, 유관기관의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존재하여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서의 관찰 결과와 필요한 지원 목록 및 기관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교육복지 거점학교에만 존재한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없는 일반 학교에서도 교육복지 담당자가 이러한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유의미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담임교사가 참여하는 서울희망교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생중심의 통합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사제 멘토링인 서울희망교실을 지원하고 있다. 난곡중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모든 담임교사가 서울희망교실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난곡중은 13학급으로 학년부 체제를 갖추고 있어서 동학년 교사 간의 소통이 원활하다. 이런 환경이 기반이 되어 학생을 지원하는 데에도 담임교사들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 활동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서울희망교실 우수사례로는 방학 꾸러미 활동을 들 수 있다. 방학 전 활동에서 학생들과 함께 방학 계획을 세우며 원하는 물품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문제집이나 책을, 쉬고 싶은 학생에게는 보드게임이나 다이어리를 지원한다. 여러 물품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방학 동안 가정에서 스스로 해 보고 개학 후 소감을 나누는 활동은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희망교실 팀 간 교류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이전에 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동학년 담임교사가 의견을 모아 기획한다. 각 반마다 대상 학생들의 수도 다르고, 학생들이 원하는 체험도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반에 9명의 서울희망교실 대상 학생이 있다고 하면, 각 반마다 두세 명씩 팀을 나누고 소규모로 원하는 체험을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방탈출 체험 후 인증 사진을 인화해 주기도 하고, 대학교 탐방 후 기념품을 구매하여 학생들이 추억할 만한 물건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할 때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인솔하는 것보다 여러 선생님이 함께 모여 가는 것이 힘이 되고, 혼자일 때보다 체험활동을 여러 번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학년부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활동을 함께 기획하고 참여한다는 특색이 있다. 대다수의 교사가 다음에도 서울희망교실을 신청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협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활동을 전부 담임교사가 기획하여 개별적으로 학생들을 이끌고 나간다면 품이 많이 들고 교사가 소진되어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난곡중의 협력적인 서울희망교실 운영 방법이 꾸준한 활동을 위한 힌트가 될 것이다.

학교 안팎의 촘촘한 연결 고리로 발견된 학생들

서울형 교육복지의 특징은 경제취약, 문화취약 외에도 ‘적응취약’1이라는 항목을 명시화하여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수면 아래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곡중에서는 1차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안내하는 학생들을 확인하고, 2차적으로는 담임교사와 보건교사, 교과교사의 상담 또는 관찰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진로 교과에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활동을 했을 때, 학생들의 활동 결과를 보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발견한다. 보건교사의 경우에도 자해를 한 흔적을 보고 상담과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발견한다. 발견된 학생들은 진로상담부장,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상담교사의 적절한 지원을 받게 된다. 학생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세세한 관심 덕분에 적응취약 학생들도 필요한 때에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담임교사와 진로상담부장,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상담교사의 네트워크가 활발히 작용하고 있다. 김지원 선생님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경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안경을 새로 맞춰주고,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고 다니는 학생에게는 방한복을 지원할 수 있는 이유는 학생과 관련된 교육 공동체의 활발한 소통 덕분이다.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교사가 학생의 필요를 알아채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개별화 지원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학생들을 향한 난곡중의 따뜻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누리봄실 속 꿈꾸는 학생들

난곡중 2층에 자리잡은 누리봄실은 교육복지 프로그램이 실제로 운영되는 장소이며, 이곳의 프로그램은 가정이 채워주지 못하는 빈틈을 품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쉬어갈 수 있는 텐트와 편안한 의자가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좌식 책상을 원형으로 배치하였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온기에 마음도 몸도 뭉근하게 녹아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문을 두드리곤 했다.

누리봄실 교육복지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이 소규모로 팀을 이루어 참여한다. 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학생성장의 측면에서 학습, 진로 탐색, 상담, 개별화된 집중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다른 학교에도 적용해보면 좋을 특색있는 프로그램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누리봄실에서 진행되는 인상적인 첫 번째 프로그램은 ‘그래, 가족’이다. 개별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학교에 여러 가족이 모여서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가족이 원하는 공방을 예약해주고 가족 단위로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여 체험하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결핍된 경우, 보호자도 공방 체험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같은 학교에 자녀들이 다니기 때문에 보호자들끼리도 생활권이 겹치게 된다. 그렇기에 가족 단위로 사생활을 지키면서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가족 단위로 마카롱, 반지, 쿠키 만들기 등을 체험해보며 가족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관계가 회복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같이, 가치’이다. 누리봄실만의 자체 동아리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동아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학 때 이루어지며, 공방에 직접 가서 체험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디저트, 조립, 향수 동아리를 운영했고 동아리마다 3~4회 가량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향수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체험들을 통해서 조향사의 재능을 찾는 학생을 발견하기도 했다. 학생을 인솔하는 담당자는 고되더라도 직접 방문하여 진행하는 공방 체험인 만큼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내 손 안의 제주’이다. 제주에 있는 강사와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소통하며 제주도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제주에서 온 재료를 사용하여 공예 체험을 실시했다. 제주의 풍경을 보며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 등의 체험은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신선한 경험이 되었다. 이외에도 특수분장, 메이크업, 멘토링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난곡중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했다.

가정과 지역사회를 잇는 연결 고리, 학교

학생들의 성장은 무엇을 통해 알 수 있을까?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출결, 학생의 언행, 수업 시간의 태도, 자해 행동의 완화 등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기준이 다를 것이다. 어떤 기준이든지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대하며 학교 현장에 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맞물려 함께할 때 최선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학교는 그 중심에서 학교 밖의 가정과 지역사회를 연결하고, 학교 내부에서 학생을 지원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난곡중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학생들을 세세하게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내부의 선생님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학교 외부의 가정과 지역사회의 연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형 교육복지에서 필요한 것은 학교 내·외부를 넘나드는 협력과 소통의 활성화이다.

학생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 한 명의 교사가 전부 다 알 수 없다. 학생들을 다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학교 안팎의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그리고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1.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협력복지과(2022), 2022학년도 서울형 교육복지사업 기본 계획, 서울특별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