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길 명예기자
작년부터 11개 교육지원청에 새롭게 문을 연 ‘학교통합지원센터’(이하 ‘통센’)는 교육청의 또 하나의 조직으로, 사업만 늘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와 학교를 지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속에서 출발하였다. 교육활동·행정지원팀과 생활교육·인권지원팀으로 나뉘어 일선 학교를 지원하는 통센의 활약으로 교육지원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성과도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업무 이관’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사안이 발생할 경우, 학교 내의 전담기구를 통해 조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통센으로 보내면 경찰·법률가·갈등조정 전문가 등 각 분야의 학교폭력대책심의 위원회 위원들이 학생의 미래까지 염두에 두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려고 애쓴다. 이전까지는 학폭위 문제가 학교에서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였다. 사안에 따라서는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어 학교 본연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이와 관련한 민원도 많은 편이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학교 현장은 많은 혼란을 겪었다.통센은 원격수업 조기 안착을 위하여 온라인학습 현장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학교 맞춤 연수 및 컨설팅 지원으로 교사들이 원격교육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익혀 수업을 안정적으로 운영 할 수 있도록 현장을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학교의 다양한 요구 를 해결하기 위해 통센에서는 교육지원청의 부서별 협업을 이끌 어내고, 때로는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다각적이고 즉 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힘이 된다 SAVE ME!
이처럼 통센은 짧은 시간이지만 학교업무정상화와 교육활동 중 심의 학교문화 조성에 일조해 왔다. 특히 동부 통센은 콜센터의 끝자리 전화번호를 1253(일리오삼)으로 기억하기 쉽게 정하고, 로고송 ( ‘힘이 된다 동부통센 / 언제든지 전화해요 / 같이하면 든든 해요 / 동부통센 1253’ ), 캐릭터, 3분 홍보 동영상 제작으로 더욱 더 적극적으로 학교지원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동부 통센 안에는 여느 교육지원청에는 없는 조직이 하나 더 있다. ‘SAVE ME ! 동부전문상담지원단’이 그것이다. 이들의 활 동사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구체적으로 지원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내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모든 교 육지원청에 이와 같은 상담지원단을 조직하여 학교 현장을 도울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
동부전문상담지원단은 ‘SAVE ME! 도와주세요’라는 이름으로 2019년은 5명, 2020년은 8명의 전문상담사들이 위기 학생을 위 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상담사들은 ▶개인 상담과 학부모 상담을 통한 위기 사례 개입 ▶학생 지도와 상담, 갈등 중재 등에 대한 교사 및 학부모 자문 ▶종합심리평가 및 상담 치료 연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동부 통센은 전문상담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를 실시하고, 매달 지 원단 사례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SAVE ME! 동부전문상담지원단’의 위기 사례 개입 절차는 다음 과 같다. 먼저 담당 장학사를 통해 의뢰가 접수되면 협의를 거쳐 사례 관리자를 배정하고, 지원단이 개입해서 맞춤형 상담에 들어 간다. 사안의 경우에 따라, 상담 과정 중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발 견되면 즉시 기관과 연계하여 심리 치료 및 약물 치료에 들어간 다. 이후 추수상담 및 후속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김선자 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장은 “위(Wee)센터나 병원 등에서 상 담을 받으려면 내담자인 학생을 보호자가 동반하여 직접 찾아가 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라고 말 한 뒤 “동부청의 ‘SAVE ME ! ’는 상담이 필요한 곳이 어디든 상담 사가 찾아간다. 학생의 변화가 의미 있고 안정될 때까지 상담의 회기도 제한하지 않고 예산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 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더 많은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상담 신청의 절차도 간소화하여 신청서 한 장으로 상담 지원을 즉시 시작한다. 우리 청의 ‘SAVE ME ! ’는 상담 지원 대상을 학부모로까지 확대하였다. 학생과 학부모 동시 상담이 내담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동부통센의 양점임 장학사는 “필요할 경우 학생 지원을 위해 교 사 상담도 실시한다. 상담을 통해 교사는 학생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상담사도 교사를 통해 학생의 학교생활 모습을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한 학생을 중심으로 학부모, 교사를 함께 상담하면 학생에게 입체적인 지원의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상담 사례들
2019년 동부전문상담지원단의 상담을 받은 학생은 초등학생 32명, 중학생 18명, 고등학생 2명이다. 상담 시간은 방과후와 오전이 많았으며, 가정 방문도 다소 있었다. 52명의 내담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심리검사 후 연계된 치료를 받았 는데, 초등학생이 60%를 차지해 학년이 낮을수록 부적응 행동에 대한 전문적인 도 움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 사례 항목별로는 분노 조절과 폭력 성, 자살 및 자해 시도, 학교폭력 가해·피 해 순이었다. 교내외에서 친구들과의 갈등 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우울감 등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학생들이 상담 지원을 받 고 있다. 초등은 분노 조절과 폭력이, 중등 은 자해 관련 상담이 많았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교권 침해에 대한 상담 지원이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내담자의 변화 양상은 다양하다. 상담하기 전에는 길을 가면서도 떨어져서 걸을 정도로 불편했던 모녀가 상담 진행 후 팔 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변했고, 어머니에 게 나쁜 내용은 말하지 않았던 내담자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하게 되고, 설거지 등의 집안일도 도와주게 된 사례가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상담 후 시험성적 이 70점에서 95점으로 상승한 경우도 있 었다. 상담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해 주자, 내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되찾고 온 전하게 학업에 집중하게 되면서 나타난 사례라고 한다.
중학교 남학생이 무단지각과 결석을 많 이 한다는 의뢰를 받고 학생 상담 10회, 아버지와 개인 상담 8회를 각각 진행했는데 두 명 모두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이 포 착됐다. 학생은 집에서 말수가 없었고 학 교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등교 거부 때문에 무단결석이 많았던 학 생은 상담 이후 결석 횟수가 현저하게 줄 어들었으며, 수행평가 등에도 동참하는 등 의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터넷 쇼핑 중독이 매우 심하였 으나 최근에는 전무하다고 한다. 아버지는 검사 결과 알콜중독으로 무기력하고 우울감도 심했다. 개인 상담을 진행하면서 십여 일 이상 단주(斷酒)에 성공해 혈색이 좋아진 아버지에게 언젠가는 꼭 이겨낼 수 있을 거라며 희망도 선물했다는 최근 사례는 감동적 이었다.
이처럼 ‘SAVE ME ! 동부전문상담지원단’의 상담 및 치료 지원은 위기 학생과 가정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으며, 일상의 행복과 희망 을 그려나갈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20학년도 SAVE ME! 동부전문상담지원단’의 최혜숙 단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많 아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다음과 같이 인터뷰에 답했다.
▶ 교사 상담도 진행하는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도하려면 교사 상담은 필수이다. 등교 거부 등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은 나름대로 이유 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교사와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생 지도와 상 담에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 상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학생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남자 고등학생이 있다. 그는 달리는 버스에 뛰어들 정도로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 친구들에게 막말을 하고 선생님 앞에 서도 거친 말을 쏟아냈으며 담임이 불러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수업 시간 도중에 학교 위클래스에서 만나 상담을 했다. 타인을 불 신하고 우울감이 생긴 데는 성장 배경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몇 회의 상담을 통해 담임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눌 정도가 되었다.
▶ 자해를 시도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데…
중·고등학생에 비해 초등학생의 숫자가 더 많다. 자해는 극도의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거나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선택하는 방법이 다. 최근에는 허벅지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자해를 한다고 들었다. 이들은 순간이지만 안정과 쾌감을 느낀다고까지 말한다. 친구와 같 이 정서를 공유하려고 선택하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상담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자해라는 말만 들어도 구토할 것 같다” 는 답변을 들으면 상담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 다문화가정의 상담은 어떻게?
주로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다. 중국와 베트남이 대부분이다. 부부의 나이 차이가 20년 심지어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특 히 어머니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자녀와 어머니와의 정서적 접촉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 에 중점을 두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다양한 방법으로 상담이 이루어진다는데…
때에 따라 연극치료 등 매체상담도 병행한다. 미술에 관심을 둔 학생에게는 너에게 이런 강점들이 있다고 하며 병행치료도 한다. 8명의 상담사는 전부 석사 이상의 프로급 상담사임을 강조하고 싶다. 학회에 가입해 활동도 하고, 동료들끼리 사례도 공유한다.
▶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과 인지 능력이 좋아진다는 명상을 활용하여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명상 치유소와 같은 공간이나 시설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한편 동부교육지원청에는 ‘동부지역학습도움센터’도 있다. 복합적인 이유로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도와준다.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일반적으로 정서심리 지원도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학습도움과 상담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상담과 학습코칭하는 일을 겸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동부교육지원청의 학교현장 중심의 밀착형 지원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학생들이 마음껏 배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