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4 겨울호(257호)

[디지털 문해력 교육]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검색에서 사색으로

최유나 (덕원중학교, 교사)

들어가며

한글날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한글 주간이 진행된다는 소식과 함께 뉴스에서는 디지털 매체 과몰입을 문해력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제시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터뷰가 전해졌다. 디지털 매체와 문해력 저하의 직접적인 관계를 규명한 연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매체에 과몰입해서 텍스트를 멀리한다면 문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 텍스트를 멀리해도 점점 똑똑해지는 디지털 기기가 요약해주고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짐에 따라 스스로 지적 노력을 하기보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구매한 디지털 기기를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최소한 그것의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하듯,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필요한 지적 능력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지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모두에게 확대되었지만, 그 자체로 모두가 지식 정보를 가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기 전 문해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은 그보다 앞선 시대의 다른 사회 사람들은 문해력을 어떻게 규명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김성우 작가는 저서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고대에는 ‘문학과 학식’이, 중세에는 ‘라틴어’가, 근대 이후에는 ‘모국어’가 리터러시 개념의 중핵으로 제시되고 있다.”라며, 문해력이란 “불변하는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적절한 의미로 구성돼 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문해력(literacy)의 범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며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범위로 확장될 수 있다. 근대교육 제도에서 문해력은 국민의 기본권과 연결되어 매우 중요한 가치로 논의되었다. 이후 방송과 같은 영상미디어의 발전으로 대중매체의 강력한 영향력으로부터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미디어 문해력 개념이 대두되었다. 인터넷의 보편적 이용과 모바일 기기 등 디지털 기술이 다양한 정보 양식(문자, 이미지, 영상, 그래픽 등)을 이용해서 다면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확장된 문해력 개념이 대두된 것이다.

디지털 매체의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적다 보니 스마트폰 위에 올라간 손가락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간단한 손가락 동작으로 실시간 정보를 검색할 수 있지만 그래서인지 손가락을 떼지 못하고 언제나 검색 중이라면 바로 디지털 매체의 과몰입 현상이다. 그러나 과몰입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가진 성능의 문제라기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선택의 문제이다. 무엇을 보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며 움직이는 손가락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이다. 다음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시 속에서 그러한 손가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엄지손가락 하나면 세상이 다 가려진다 / TV도 가려지고 선생님도 내 엄지보다 작다 / 원래 키도 컸는데 더 커진 기분이다.” 본고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갖추어야 할 문해력은 무엇이고, 문해력 교육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가. 문해력과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4년 6월 발표한 “2023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결과”에서 중학교 3학년생의 국어 과목 ‘3수준 이상(보통, 우수)’ 비율은 2021년에는 74.9%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61.2%로 감소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의 국어 과목 ‘3수준 이상(보통, 우수)’ 비율도 64.3%에서 52.1%로 하락했다.

또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완강하다’를 ‘완전 강하다’로 해석하는 등, 최근 한자어나 몇몇 어휘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학생들의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문해력에 대한 서적 및 미디어 자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는 ‘문해력 어휘 테스트 문제집’이나 문해력 학원 등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는 주로 낮은 어휘력 문제로 집중돼 오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문제 풀이를 통해 학습하는 어휘력만으로는 사회적 불통의 이유 중 하나로 제기된 문해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어 교육학 사전』(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1999)에 의하면 문해력이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문자 언어의 사용 능력, 즉 모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여기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란 자소를 음소로, 음소를 자소로 바꾸는 최소한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읽기와 쓰기의 활용에 대한 심적 경향이나 사고방식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며, 문자 언어로 된 메시지를 단순히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메시지를 생성해 내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와 같이 문해력이란 쓰인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에서 나아가 자기 생각을 글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동적인 개념이다. 문해력은 국어 교과뿐 아니라 모든 교과의 학습에 필요한 능력이며, 본질적으로는 삶 속에서 기능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문해력 교육을 어휘력 확대·독해력 향상으로만 적용할 경우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 한계가 있다. 디지털 시대로 변화함에 따라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주어진 글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기에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은 더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표한 “피사(PISA) 2022 국제학업성취도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 학생이 교내에서 학습 및 여가용으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은 일일 평균 3.4시간으로 OECD 평균(3.1시간)보다 다소 높으며, 디지털 기기가 가까이 없어도 초조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45%로 OECD 평균(49%)보다 다소 낮았다. 학교에서 일일 1시간 이내 디지털 기기로 학습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수학 점수가 14점 높은 결과를 통해, 수업 중 적절하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 비교적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즉,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디지털 기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디지털 문해력이 더욱 요구된다.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를 공유 및 이해하고 거짓과 참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전 시대의 텍스트가 디지털 시대에는 주로 영상이나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으며, 정보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거짓 정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디지털 문해력은 이러한 정보의 진실성과 유용성을 가려내는 능력뿐만 아니라, 민주적 소통에도 필요한 역량이다.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하는 디지털 매체 속에 놓인 경우 선택적 정보가 제공되어 자신이 선호하는 관점에만 머무르거나, 비슷한 무리의 소통에 갇혀 다양한 관점을 채택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 디지털 시대, 교실 속 문해력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맞춤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 정보화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AI 디지털 교과서가 2025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다음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 볼 수 있다.

출처-정혜승 경인교대 교수 인터뷰, 탁지영, 문해력은 학생들만 키우면 끝일까? ···“문해력은 ‘인권’의 문제”, 경향신문, 2024. 9. 8.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에 따라 학생들에게 디지털 관련 교육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디바이스가 보급되고 있다. 학교 단위에서 디지털 기기를 배부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디지털 기기의 배부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매몰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디지털 기초 소양을 학습할 기회를 학생에게 제한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를 함께 사용하는 교실에서 어느 한쪽의 도구가 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이러한 상황이 문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개별적인 선호로 넘기기에는 학교 교육 기간을 통해 쌓은 기초 소양은 평생 학습에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며 추후 학습 격차를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다. 디지털 시대, 세계 문해력 전쟁

2023년, EBS의 <책맹 인류>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10부에서는 15세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랩 가사를 직접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장면을 담은 핀란드의 특별한 국어 수업을 공개했다. 다큐멘터리는 핀란드 직업 고등학교(vocational high school)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현저하게 읽기에 관심이 없다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직업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직업은 읽기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핀란드 정부와 읽기 센터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읽기로 돌릴 것이며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많은 청소년이 글은 읽지 않아도 대부분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사 역시 시의 일종으로 운율이 있고 비유적 표현이 많은데, 음악을 듣고 활용하는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문학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음악을 활용한 국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신기하게도 짧은 수업 후 진행한 설문에서 참가자의 약 15%가 읽기에 대한 관점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느꼈고, 40%는 읽기 자체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30%는 가사 이외의 새로운 텍스트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물론 단 1회의 수업으로 청소년들의 읽기 능력과 문해력이 단숨에 향상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CEO는 “청소년들이 인생에 읽기가 왜 필요한지 알고,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를 구별하고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핀란드 외에도 세계 각국은 문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은 ‘독서(讀書)와 필사(筆寫)’라는 전통적 방식의 문해력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급변하는 리터러시 환경에 맞춰 정책을 설계·추진하고 있다. 텍사스·플로리다·뉴저지·델라웨어 등 18개 주정부(2022년 기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준을 수립했는데, 그 방향이 독특하다. 이들 주정부는 단순히 어휘력을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지 않았다. 독특하게도 미디어 소비자가 뉴미디어·소셜 미디어 등을 비판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뒀다. 즉, 문해력의 범주를 기존 매체를 읽고 해석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매체까지 넓혔으며, ‘평행 읽기(lateral reading)1 ’와 ‘수직 읽기(vertical reading)2’를 통해 학생들이 글의 맥락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나라별로 각각 다르지만, 공통으로 전통적 읽기와 쓰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 자료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때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소셜 미디어 등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디지털 기기도 소통 방식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리언 울프를 비롯한 문해력 전문가들은 아날로그의 선형적인 정보와 디지털의 비선형적인 정보 중 어느 것이 우위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오른손, 왼손 모두를 사용하는 양손잡이처럼 두 능력 모두를 균형 있게 개발하고 사용하는 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종합적인 문해력이라고 알려준다.

라.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들어온 디지털 기초 소양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에서는 디지털 기초 소양을 학습의 기반이 되는 역량으로 모든 교과를 통해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디지털 소양이란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때 디지털 기초 소양과 함께 제시되는 것이 언어 소양이다. 언어 소양은 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호, 양식, 매체 등을 활용한 텍스트를 대상, 목적,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생산·공유,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구성원과 소통하고 참여하는 능력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초 소양과 언어 소양을 함께 함양하기 위한 몇몇 교과의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어과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설정한 ‘자료·정보 활용 역량’을 수정하여 ‘디지털·미디어 역량’을 제시하며, ‘매체’라는 영역을 신설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국어과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에서는 “‘매체’는 기존 영역에 부분적으로 반영해 온 매체 관련 내용 요소를 수정·보완하되,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의사소통 환경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내용 요소를 교육 내용에 포함하였다.”라고 제시하였다. 이는 그동안 실제적 교수·학습을 통해 요구되었던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과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학습하게 된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적합한 문해력 개념 확장의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과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정보 활용 능력을 다양한 자료와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 해석, 활용, 창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제시하였으며, 도덕과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도덕과는 비판적이면서도 배려적인 사고력과 도덕 판단 능력,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도덕 공동체 의식, 생태계 위기에 공감하는 도덕적 상상력, 새로운 정보기술 사회가 요구하는 인공지능 및 디지털 윤리 등의 교육을 통해 총론이 목표로 하는 시민 역량과 생태 전환 역량, 디지털 역량의 함양에 기여하는 교과”로 제시하였다. 두 교과에서 추구하는 디지털 기초 소양을 이전의 정보통신 윤리교육과 비교해 보면, “기존의 정보통신 윤리교육에서 미디어 이용 조절, 개인정보 및 저작권 보호 등 개인의 윤리를 다루었다면, 현재 디지털 시민성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책임 있는 자세, 사회참여 등 시민의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개념”(정현선·장은주, 2021)으로 확장하여 해석할 수 있다.

정보과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컴퓨팅을 활용한 문제 해결을 전제로 문제를 발견, 분석하여 실생활과 다양한 학문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인 ‘컴퓨팅 사고력’,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윤리의식과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인 ‘인공지능 소양’은 총론의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역량과 연계된다. 디지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윤리의식과 시민성을 갖추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의사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인 ‘디지털 문화 소양’은 ‘인공지능 소양’과 더불어 총론의 ‘협력적 소통’, ‘공동체 역량’과 직접 연계된 역량”이라고 제시하였다. 여기서 디지털 기초 소양이 다른 역량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학습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 소양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존에 읽기 능력(문해력)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게 범위가 확장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문해력은 핵심 역량과 관련되어 제시되는 수준으로 별개의 역량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으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위와 같이 교과 과정에 반영되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 과정의 교과목 단위별로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관적이지 않고 중복되거나 중요한 역량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각 교과에서도 디지털 기초 소양에 대한 용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고, 각 교과 간 융합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어 개념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

나가며: 성찰적 문해력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모르는 것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보는 것은 일상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성이나 이미지를 통해 검색할 수 있고, 검색의 결과도 문자와 함께 이미지나 영상 자료로 골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수·학습 활동에서 ‘~ 개념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라는 지식·이해를 다루는 교수·학습 목표는 학생들에게 5초의 검색 시간을 50분의 수업을 통해 전달받는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것은 넓게는 디지털 시대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의미를 제기하는 질문들과도 통해 있다. 이에 대해 교실에서는 역진행 수업(flipped learning) 과정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교수·학습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앞에서 제기한 영상이나 미디어에 의존해 정보를 획득하는 경향이 높아 문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대답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그러한 ‘검색’이 의미 있는 방향을 가지고 깊이 있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사색’의 방법이 함께 필요하다. 즉, 5초 후 등장하는 검색의 결과를 통한 의미의 설명이 아닌, 자기 생각이 담긴 의미의 재구성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핀란드의 사례를 적용해 보면, 좋아하는 음악의 가사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보는 경험을 통해 문해력을 기르고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문해력이 모든 교과 학습의 도구로 쓰이는 것에서 나아가 문해력의 본질적 가치에 닿을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때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차이가 생겨나므로, 다음 단계의 의미 있는 검색을 위해 디지털 시대의 사색하는 문해력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개개인의 ‘성찰적 문해력’은 사회의 긍정적인 미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의 저자 조병영은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기호를 다루고 의미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지식 정보 기술 사회를 살아가지만, 눈앞에 펼쳐진 정보와 텍스트와 미디어를 맥락화하여 정확하게 분석적으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등장을 우려하며,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다. “좋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좋은 리터러시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미래는 좋은 리터러시를 갖춘 사람들이 절대 다수가 될 때,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리터러시를 돌아보고 또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두가 좋은 리터러시를 갖추고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가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결국, 디지털 시대 필요한 문해력은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1. 평행 읽기’는 특정한 웹이나 소셜미디어 포스트에서 벗어나 동일한 주제나 이슈를 다룬 전통적 미디어의 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평행 읽 기를 통해 학생들은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비교ㆍ검토할 수 있다.
  2. 수직 읽기’는 뉴스 혹은 사이트의 정보를 그 자체의 순서나 구성에 따라 분석하면서 읽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