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4 겨울호(257호)

[디지털 시민성 교육]
레벨 업!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디지털 시민으로

이혜지 (서울영서초등학교, 교사)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필요성

알파 세대인 우리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란 세대이다. 이들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로봇 등에 익숙해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기도 한다. 다양한 디지털 세상은 그들의 삶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과 디지털 세상 속에서의 관계 형성 같은 일들은 이들에게 그리 낯선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최근 동료 선생님이 교내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를 듣고 “우리 반 아이들도 이걸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셨을 때, “시작만 하면 저희보다 아이들이 더 잘할 거예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디지털 및 AI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녹여낸 이래로, 올해만큼 교육계에서 이 두 단어가 자주 언급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디지털 및 AI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도 또한 높이 올라갔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왜 디지털 및 AI 교육을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연구회에서 “선생님, 학급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 질문에 대한 내 답변에서 고민의 실마리를 찾았다. “교실에서 함께 탐구한 내용이 학생들의 실제 삶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될 때, 보람을 넘어선 짜릿함을 느껴요.”라는 답변이었다.

‘아, 나는 디지털 및 AI 교육이 학생들의 실제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구나.’ 이 답은 바로 다음 고민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디지털 및 AI 교육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한 기업의 광복절 캠페인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 영상은 AI 기술을 사용해 독립운동가들의 젊은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많은 이들이 같은 감동을 느끼며 댓글을 달았고, 이러한 반응을 보며 기술 뒤에는 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개인의 가치관과 태도가 뚜렷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 기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비록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이나 인공지능의 원리와 활용이 현대 사회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이 어떻게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해 나가는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 및 AI 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이 책임감 있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성장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디지털 시민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AI 시대, 디지털 시민 되기 프로젝트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초등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느끼게 된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고, 다양한 앱을 사용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비판적 이해나 디지털 윤리,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고학년 학생들의 쉬는 시간, 잠시 귀를 기울여보면 그들이 소비하는 정보의 종류와 양에 놀라게 된다. 단 10분 만에 디지털 세상 속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정보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마치 진실인 것처럼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게 된다. 가짜 뉴스나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믿고 받아들이는 모습, 소셜 미디어에서의 행동이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강조해도, 그 순간뿐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유네스코에서 진행한 DKAP 프로젝트1를 알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디지털 시민성의 구성 요소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면, 학생들이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다음 [표 2]과 같은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게 되었고, 그 사례를 나누고자 한다.

시각적 자료와 실생활 자료를 선호하는 초등학생의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초등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 적합한 엔트리2의 탐험하기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실제 디지털 환경에서의 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1차시에서는 디지털 시민성의 의미를 이해하고 프로젝트 수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 여권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학생들이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민 유형 진단(DCTI, Digital Citizen Type Indicator)을 실시했는데, 이는 고학년 학급 교사라면 프로젝트 수업처럼 연속적인 수업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한번 시도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표 3] 참고).

총 27문항으로 구성된 이 진단은 5학년 기준으로 약 5분 정도 소요되며, 학생들이 자신의 디지털 시민 역량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진단 결과에 나타나는 어휘가 다소 생소하거나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교사가 해석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디지털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IT서포터즈X디지털 시민 ‘디지털 시민 유형 진단’ https://www.dcti.co.kr/dcti01.html?dcitgn=s1. 디지털 사고 양식은 연역형(Deduction)과 귀납형(Induction), 학습양식은 자기주도형(Self-direction)과 협력형(Collaboration), 활동양식은 모험형(Adventure)과 신중형(Prudence)으로 나뉘고 이의 조합에 따라 8가지 유형을 도출해낸다.

2차시에서는 다음 차시에서 활용할 ‘엔트리’ 사이트의 회원가입을 개인정보 보호 교육과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학생들이 실제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단계별로 실행해보며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목표였다. 사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회원가입 경험이 부족하고, 회원가입 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2차시에서는 다양한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통해 실생활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을 인식하게 하고, 실제로 회원가입을 진행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하게 행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차시부터 6차시까지는 엔트리의 ‘탐험하기’ 기능을 활용하여 디지털 공간 속에서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활동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을 탐색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엔트리의 ‘탐험하기’ 기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기존 엔트리 서비스는 코딩을 처음 배우는 사용자들이 직접 코드를 만들며 기초적인 개념을 익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탐험하기’ 기능은 다른 사람들의 프로젝트를 탐색하면서 창의성을 자극하고 다양한 코딩 스타일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참여와 협업의 기회를 더욱 많이 제공하며, 다른 사람의 작품에 피드백을 주거나 자신의 프로젝트에 다른 사람의 코드를 적용하는 등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에 유용하다. 따라서 디지털 정서 기능을 다루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판단하여 활용하게 되었다.

특히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누군지 유추할 수 없는 닉네임을 이용함으로써 학생들은 수업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익명성이라는 디지털 공간의 특수성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학생들과 지내다 보면 유튜브, SNS, 게임 등에서 익명성의 순기능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그 역기능을 간과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피해를 보지 않는다면 자신이나 타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무감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의 책임감을 잊고,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시민성 교육에서 디지털 정서 기능은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요소이며, 엔트리뿐만 아니라 다른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관계를 맺는 경험을 활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7차시부터 10차시는 프로젝트 전반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지켜야 할 디지털 에티켓을 정리하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캠페인 자료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활동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딥페이크 사건부터 사이버 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털 윤리 문제를 탐구하며, 디지털 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룰 수 있었다. 특히 학기초에 반에서 실제 문제가 되었던 익명 쪽지와 단체 채팅방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을 함께 논의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더 큰 현실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행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에티켓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림 4>는 학급 학생들이 캔바3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캠페인 자료 중 일부이다. 등굣길 캠페인을 마친 후, 교실에만 전시해두기 아쉽다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다른 학급의 학생들도 볼 수 있도록 복도에 전시하였다. 이 전시에는 다른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고, 7-10차시 수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5·6학년 선생님들께 캔바 및 SUNO4 AI 관련 연수도 진행하게 되면서 이를 활용한 수업을 실시한 학급도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긍정적 반응은 우리의 관심과 참여로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에티켓과 윤리에 대한 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 간의 더 큰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길

‘AI 시대, 디지털 시민 되기’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아이들은 작은 관심과 실천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문제 상황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사이버 폭력, 개인정보 유출, 가짜 뉴스와 같은 문제들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이 단순히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일관된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가정과 지역 사회와도 연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함께 디지털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최근의 디지털 이슈나 뉴스, 소셜 미디어에서의 개인 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부모님의 경험을 통해 실제적인 교훈을 얻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지역 사회의 디지털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역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주최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워크숍이나 행사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에서는 전문가들이 최신 디지털 기술이나 윤리에 대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강연을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강연을 통해 아이들은 디지털 및 AI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디지털 환경에서의 경험을 쌓고, 지역 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아이들은 다각적인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을 넘어서,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시민성이 평생 필요한 가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술과 사회는 계속 변화하며, 그 변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기에 교사와 학생 모두 평생 학습자로서 계속해서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지속 가능한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우리가 디지털 환경에서의 책임을 이해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디지털 및 AI 교육의 과정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디지털 윤리를 포함하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모든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학생들이 건강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며, 미래의 디지털 사회에서 책임감 있고 윤리적인 시민으로 자리 잡는 데 필수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변화하는 디지털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1. UNESCO(2019). Digital Kids Asia-Pacific Insights into Children’s Digital Citizenship
  2. 엔트리는 네이버 커넥트재단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비영리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이다.
  3. 캔바(Canva): 사용자가 쉽게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템플릿과 도구를 제공하는 온라인 그래픽 디자인 플랫폼. (https://www.canva.com/)
  4. SUNO: AI 기반의 음성 생성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자연스러운 음성을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함. (https://sun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