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혁 (경희여자중학교, 교사)
들어가며
오늘날의 교육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학생들은 물리적 교실을 넘어서 다양한 학습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수업환경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진로 교육은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중요한 교육 중의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역량은 학생들이 미래에 본인에게 적합한 역할(직업)을 찾고 자신만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 있어 강력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의 진로 교육이 직업, 학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학생들의 성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진로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이 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직접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함양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 다양한 수업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AI·디지털 시대의 진로 교육의 현황
■ 2022 개정 교육과정
AI·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 우리의 교육에 스며들면서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은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미래 사회는 학생 스스로 수행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기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이 디지털 기반 사회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주도적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2022 개정 교육과정 ‘진로와 직업’
2022 개정 교육과정 ‘진로와 직업’에는, AI·디지털 소양 교육을 직업 세계 및 사회 변화와 연계하여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 방향에 반영하였다. 또한 AI·디지털 사회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요구들이 생겨나며, 그에 따른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하여 기존 직업들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AI·디지털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하여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진로 교육도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전통적인 직업 정보 제공만으로는 학생들이 다가오는 미래에 적응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미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스스로 진로와 나를 이해하고, 직업 세계와 진로를 탐색하고, 진로 설계와 실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진로개발역량이 요구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진로개발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AI·디지털 기술을 기반한 진로 교육이 필수적이다.
■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 결과
2022년 12월 ‘2022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1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희망직업군에서 디지털 관련 직업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
위 그래프는 학생들이 프로그래머, 가상(증강)현실전문가 등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를 희망하는 비율이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에 대해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온라인기반 산업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12년에 시작되어 2022년까지 이어진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인공지능(AI) 전문가, 정보보안전문가 등 신산업 분야2 직업을 희망하는 학생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 현황조사를 통해 디지털 분야에 관한 학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디지털 분야의 새로운 직업군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선호했던 직업군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모두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AI·디지털 시대의 진로 교육
리터러시(소양)는 교과의 지식과 기능을 적용하여 실생활 문제를 다루는 능력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소양으로 언어·수리·디지털 소양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스마트기기를 잘 다루는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래 사회에서 필수적인 역량이며, 진로 교육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학생들이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인 주도성3과 관련되어 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등장은 사회 변화에 큰 혁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 현장의 형태와 방향은 더욱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협업 능력,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진로 탐색이 필수적인 시대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교육 현장에서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생성형 인공지능(OpenAI ChatGPT, MS Copilot, Google Gemini 등)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할루시네이션4 현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 시 학교급별 유의 사항을 꼭 확인하며, 사전에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학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진로 교육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 중 몇 가지를 제시해 본다.5 다음은 ‘나의 진로를 탐색해’라고 각각의 생성형 인공지능에 질문을 했을 때의 답변이다. 학생들은 각각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변들을 비교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생성형 인공지능의 질문에 대한 답변 제시
OpenAI ‘ChatGPT 4o’를 진로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시이다. 교육활동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교육활동이 좀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아래 제시된 답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면접 질문 생성: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한 예상 질문과 답변 제시
■ 직업(학과)탐색활동: 희망 직업(학과)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
■ 맞춤형 직업 추천: 성향과 흥미, 근무 환경을 제시하면 맞춤형 직업 추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진로 교육의 방향
AI·디지털 기술이 주도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현재를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도성과 상황에 따라 본인의 진로를 변경할 수 있는 진로탄력성(Career Resilience)6 개발이 필요하다. 이 역량들은 AI·디지털 역량이라는 기초 소양을 바탕으로 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 교육의 두 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업 방식의 개선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미래 사회에서는 AI·디지털 기술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핵심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 수업과 활동 시간에도 기초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는 수업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특정 과목이나 활동에서만 AI·디지털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육과정에 걸쳐 이러한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 중 AI·디지털 도구를 사용한 탐색, 문제 해결, 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디지털 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일상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다면 AI·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인 역량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다.
나. AI·디지털 분야 체험 중심의 진로 교육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 지역사회 자원을 기반으로 한 실제 체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디지털 분야와 관련된 직업이나 학과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미래를 더욱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직업을 체험해 보거나 지역에 있는 대학들과 협력하여 AI·디지털 관련 학과(인공지능, 빅데이터, 컴퓨터 공학 등)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관련 전공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자기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체험도 중요하다.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메타버스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METASSEM(https://meta.sen.go.kr)을 오픈하였다. 이처럼 메타버스 환경을 활용하여 가상 진로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진로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진로 교육은 이제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서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와 함께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학생들이 AI·디지털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미래 직업 세계를 이끌어갈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AI융합진로직업교육원7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추진하고, 교원 연수를 통한 교원의 미래 역량 강화, 그리고 공공기관, 대학, 진로직업지원체험지원센터8 등과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 지원을 통해, 학생들은 미래 사회의 핵심 인재로서 성장하며, AI·디지털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는 주역이 될 것이다.
- 2022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발표, 교육부 보도자료(2022. 12. 19.)
-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 컴퓨터·모바일 게임 개발자, 전기·전자공학자 및 연구원, 웹 개발자, 항공·우주공학자 및 연구원, 정보통신(IT) 엔지니어/전문가, 로봇공학자, 정보보안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통계분석전문가, 3차원(3D) 프린팅 전문가 등
-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의 비전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설정되었다. 이를 위한 개정의 중점 첫 번째 사항은 미래 사회가 요 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고, 두 번째 사항은 학습자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 고 학습자 맞춤형 교육의 근거로 학습자 주도성을 언급하고 있다(교육부, 2021).
-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 시 정확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조작된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
- 생성형 인공지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원문 변경없이 옮김.
- 진로 문제와 관련하여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 등으로 인한 위기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운 진로 목표를 상황에 맞게 다시 수정하여 추구하는 능력과 태도.(서울특별시교육청, 2019 진로교육활성화 계획)
- 성수공업고등학교(성동구) 부지에 미래산업사회 대비 진로직업교육 기반을 조성하고자 2027년 개교 예정임.
- 서울시에는 25개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가 있으며, 초·중·고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