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서울특별시교육청 체육건강예술교육과, 장학사)
우리나라 청소년 마약 사범은 2019년 239명에서 2023년 1,477명으로 6배가 넘게 증가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마약류란 마약, 향신정성의약품, 대마를 포함한다. 특히 2023년 청소년 마약사범 1,477명 중 93.6% 가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사범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 중 진통제(펜타닐), 식용억제제(나비약)의 불법・과다・중복처방 및 불법 유통의 증가가 청소년 마약류 오남용의 주원인이다. 이는 다크웹 등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불법 거래로 인해 온라인 접근성이 높은 10대 마약 사범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현재 정부는 전국의 마약류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부터 매년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개 이상의 하수처리장에서 분기별로 하수를 채집하여 불법 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조사하고 있다. 2023년 하수 채집 결과,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되고 있으며, 특히 코카인의 사용 추정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예방, 교육, 치료, 재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1
청소년들이 마약류를 접하게 되는 경로는 무엇일까?
2023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학원가에서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음료라며 시음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몇몇 학생이 실제로 음료를 시음했으며, 재구매에 대한 설문조사를 위해 부모의 연락처를 기록했다. 이후 기록된 부모에게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는 협박 문자를 보내며 돈을 요구하는 범죄가 대낮 길거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버젓이 행해져 충격을 주었다. 또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호기심에 필로폰을 SNS를 통해 구입하여 투약한 사실을 엄마가 발견하고 경찰에 직접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필리핀 세부에서 필로폰을 복용한 후 비행기 탑승 중 비상문을 열려던 10대의 뉴스도 있었다. 더불어, 마약류로 분류된 향정신성의약품인 식욕억제제를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아 SNS를 통해 5배가 넘는 가격에 불법으로 판매한 10대 47명이 무더기로 송치된 사건도 있었다.
실제 마약 판매자들은 의사의 처방에 따른 마약류 의약품이 합법적이고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홍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호기심과 주변인의 권유로 청소년들은 어둠의 경로로 빠지게 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복 처방을 예방하고자 2024년 6월 14일부터 펜타닐 성분이 함유된 의료용 마약류 처방 발급 전에 투약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펜타닐 투약 내역 확인부터 시작하지만, 앞으로 청소년이 접하게 되는 다양한 종류의 마약류 투약 내역 확인도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마약류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2023년에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함께 ‘서울시 청소년 마약류 오남용 및 건강에 관한 현황조사’를 실시했다. 고등학교 1, 2학년 2,351명을 대상으로 약 2개월 간 온라인 조사를 통해 마약류에 대한 인식, 지식, 태도 등을 파악하여 추후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 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조사는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일본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수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었다. 조사 결과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2
현황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마약 구입의 접근성이 쉽고, 의사의 처방을 받은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 합법적이고 오남용에 대한 위해성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다른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에게 마약을 쉽게 권하고, 그런 권유를 쉽게 받기도 했다. 위 조사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청소년들이 마약을 언제든 쉽게 끊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마약류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예방 교육을 바로 지금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던 미국과 포르투갈을 비교해보겠다.
1990년대 말, 미국과 포르투갈은 마약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두 가지 주요 정책으로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공급망 차단과 과할 정도로 실시한 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이었다. 반면, 골든타임을 놓친 미국은 일명 ‘좀비 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마약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 포르투갈 대사관을 통해 받은 답변에 따르면, 중독행동연구소는 10세에서 20세 사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 내 교사들이 예방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자료와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사례는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청소년 마약 예방 추진 계획은?
우리나라는 지금이 청소년 마약 예방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청소년 마약 예방을 위한 다양한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도 학생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안전교육 실시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여 2024학년도부터 학년별로 약물 중독 예방 교육을 강화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에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지키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불법 약물 사용 근절 예방교육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 중에 있다. 이 종합 계획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및 지원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학생 대상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하였다. 2024년도에는 전문 강사 30명을 위촉하여 중・고등학교 1,500학급에 마약 예방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능 이후 공교육 마지막 단계에서 전환기 교육의 일환으로 마약 예방 뮤지컬을 서울시와 협력하여 제작하고, 공연 관람을 추진할 예정이다.
학생 교육과 지도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원을 대상으로 원격 직무 연수와 대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가정과 연계하여 청소년 마약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 대상 대면 연수 지원 및 동영상, 카드뉴스 제작 등을 통해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그리고 2023년 6월 19일, 청소년 마약류 범죄 및 오남용을 예방하고, 마약류 중독자의 검사, 치료, 재활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서울경찰청,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4개 기관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에 따라 4개 기관은 청소년 마약 예방을 위해 협력하며, 홍보 및 캠페인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에 청소년 마약 예방 슬로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문구인 ‘마약에 만약은 없습니다.’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약은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중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약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