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2 여름호(247호)

모니터단 2022 ‘봄호’ 후기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

윤정호 (서울대방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과 재작년에는 우리 반 학생들을 모니터 화면에서 처음 만나고 많은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였다. 원격수업 초기 줌(Zoom)과 같은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사 입장에서 대면수업보다 편한 부분도 있었다. 수업 관리(자리에 앉기, 교과서 준비, 수업 방해 행동 지도 등) 시간이 줄었고,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산출물을 손쉽게 올리고 공유할 수 있었다. 올해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 하루하루 확진 학생 수를 체크하며 원격수업 전환 상황인지 따져볼 때마다 “이럴 바에 그냥 원격수업 하지.” 하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번 『서울교육』 봄호 특별기획 ‘어울림 속에 성장하는 학교 공동체’를 읽으며 교육의 본질, 수업의 핵심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에게 원격수업이 ‘편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어떤 것을 ‘안 했다’는 의미였고, 내가 빠뜨린 것 중 하나는 교사와 학생 간 소통, 학생과 학생 간 소통이 있는 인성교육이었다. 모니터 화면으로는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학생들은 소통의 부재 속에 공동체 안에서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에 대해 교육 받을 기회를 잃었다.

물론 대면수업을 한다고 다 인성교육은 아니다. 핵심은 진정한 소통 여부에 있지 않을까? 교실에서 일방적으로 PT, 영상 등만 제시하는 수업은 원격수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가르침을 완결하는 수업의 주체이고, 함께 만들어 가는 학습 분위기는 학생들의 학습 태도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수업을 하기 전에는 수업 중 학생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 없는데 그동안 이런 예측 불가능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소통 대신 일방적인 전달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

미래 교육에서도 교육의 본질, 수업의 핵심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성, 공감, 협력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며, 인성교육을 위한 서울면목초의 실천 사례는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미래교육에서는 대면에서의 교사-학생 간 만남과 교류가 비대면 수업의 질을 좌우하고, 비대면에서의 상호작용은 대면에서의 만남과 교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전면등교 속에 학생들 간 다툼, 장난 등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지만, 학생들의 반짝거리는 웃음을 보고 있으면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한 마디라도 더 이야기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울림을 주는 어울림

김연서(월촌중학교, 교사)

2020년,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는 비대면 수업에 대해 알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2021년에는 나름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졌고, 여러 가지 기술들로 열심히 쌍방향 소통을 하며 수업했지만 마음 한 편에 남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올해는 개학 초반까지만 해도 2/3 등교수업을 하다가, 한 달 전 드디어 전면등교가 되었다. 아이들을 마주하고 열심히 공부해 온 것을 대견해 하며 수업에 열정을 쏟아부었으나, 아이들은 어색해했고 수업은 어딘가 삐걱거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서울교육』 봄호가 떠올랐다. 그리고 특별기획 ‘어울림 속에 성장하는 학교 공동체’ 파트를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었다. ‘관계’와 ‘연결’에 대한 다른 학교들의 사례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멋지게 헤쳐나간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를 받고 힘도 얻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타이밍에 특별기획을 만나다니!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신뢰 관계를 쌓을까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좀 더 명확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결 개운한 마음으로 다른 파트의 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문득 『서울교육』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 책상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선생님들과 교육학자들의 최신 연구와 생생한 교육 이슈, 그리고 해외 사례들까지 읽어볼 수 있다니. 새삼스럽지만 교육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교육은 학생만 성장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성장할 수 있게 만든다. 함께 살아가고, 협력하고, 배우며, 성장하고, 어울리면서 울림을 주고받는 교육. 나 또한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그 과정을 『서울교육』과 함께하고 싶다.

행복한 교실을 찾아서

박부영(동명여자고등학교, 교사)

『서울교육』을 보며 내가 얼마나 작은 우물에 갇혀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수업 진도를 나가고, 진로 상담을 하고, 여러 행정 처리들만으로도 분주한 일상에서 내가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 속에는 신나는 학교와 교육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 다른 학교 현장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외부 현장 연수에 참가할 때 좋은 점은 다른 학교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 그 학교에서는 이렇게 하는구나! 저런 할동도 할 수 있구나!’ 그런 설렘과 배움의 기쁨이 『서울교육』의 목차를 펼치면 서부터 느껴졌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둘째 아이를 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나에게, ‘서울숭곡초등학교병설유치원’의 놀이에 담긴 가치와 교사들의 열정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어린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아이들만의 놀이 형성을 존중하는 선생님들께 학부모로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서 내가 만나는 고등학생들도 어릴 적 놀이처럼 학습이, 학교가 즐겁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특별기획의 김민성 교수님께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이 ‘연계의 전문성’이라는 말이 참 인상 깊으면서도 반성이 됐다. 고3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형성하기에 앞서 진도를 나가기 바빴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김민성 교수님이 인용한 파커 팔머의 말처럼, ‘말할 뿐만 아니라 듣기도 하는 교사,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학생들의 통찰을 환영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런 교사와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교실은 진정한 배움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하니 도전이 된다.

올해 3학년 우리 반 학생이 위탁형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오디세이학교’의 입학식 사진을 보며 그 아이의 대안학교 입학식 장면이 생각났다. 그곳에서 입학식을 축하하며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요’ 노래를 열창하던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 대견했었다. 오디세이학교의 여러 프로그램들과 구체적인 활동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다양하고 의미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셨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신나는 배움 속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서울교육』으로 본 교육 현장에는 행복한 교실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내가 있는 교실이, 진정한 배움을 찾아 떠난 우리 반 아이가 있는 그 교실이, 우리 모두의 교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