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학생들에게 희망을…
김소영 (서울서일초등학교, 교사)
봄호의 기초학력에 대한 글들을 읽고 교사로서 학습 부진학생을 지도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배움의 속도는 달라도, 성장의 기회는 평등하게”라는 문구를 보고, 성장의 기회가 과연 평등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떤 학생에게는 이미 놓쳐버린 순간들이 누적되어 유레카를 외칠 순간이 개별로 필요할 테니 말이다. 한 번의 관심과 지도. 이것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학습부진학생들을 지도할 때 한편으로는 답답함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학생에 대한 관심과 미안함이 학습부진학생들을 위한 지도의 첫 걸음임을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각자 마음의 출발선도 다른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하나만 더!’를 마음 속으로 외치며 쌓아 갔던 하루하루가 어떤 아이에게는 희망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어떤 아이에게는 작은 호기심으로 머물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다는 것만으로 학습의 끈을 놓지 않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선생님들의 바람일 것이다. 끝없는 반복에도 더딘 성장을 보이는 아이에게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수십 번 도전해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그 아이에게 맞는 방법일 것이다. 뜻밖의 온라인 개학과 교육과정상 진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이 개별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이 학습부진학생들을 끌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봄호를 통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여름호에서는 어떤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선생님의 에너지는 학생에게서, 학생의 에너지는 선생님에게서 온다
홍기웅 (서라벌중학교, 교사)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덮쳤다. 아이들은 학교에 안 나오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선생님은 말썽꾸러기 학생들을 안 보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학생과 선생님은 얼굴을 보고 부딪치며 애증을 쌓아나가야 한다. 아이들의 빈 책상과 의자는 먼지로 가득 채워졌으며 온기가 없는 교실은 싸늘하게 식어만 갔다. 학교는 역시 아이들의 ‘웃음열 에너지’로 움직여야 되는 곳이다. 희망이 사라진 줄 알았을 때, 아이들의 이름 뒤에는 아이디가 붙기 시작했다. 반전은 여기서부터 일어났다. 교실에서만 진행된다고 생각했던 수업, 아이들 관리가 온라인 수업으로 이어지자 오프라인 수업 이상으로 관리가 이루어졌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모든 수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업진도율과 학습시간까지 체크되기 시작했다. 연배가 있으신 선생님들도 더 좋은 질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신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노력하신다. 이것을 보면서 나는 절대 AI가 선생님을 대신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 역시 선생님들의 열정에 반응을 보인다. 진도가 처진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진도율 100%를 맞추기 위해 애를 쓴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협의회가 이루어진다. 서로의 소통이 이전보다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지쳐있다가도 아이들만 생각하면 힘을 내는 사람들. 이분들은 선생님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이렇게 현장에서 노력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교육부를 비롯한 산하 기관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수업 장비, 학생들에게 필요한 스마트 기기. 사실 교육부에서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준 적은 없었다.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에 익숙했던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으로 4차 산업 수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잘 어울리는 듯하다. 개학이 늦어졌다. 분명 아이들의 학업누수는 생겼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된 이유는 달라도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열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말에 누군가 반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선생님을 기다리고, 선생님도 여전히 아이들을 기다린다. 다시 한 번 「서울교육」 2020 봄호의 특별기획 제목들을 되뇌어 본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아이들’, ‘서울 학생 기초학력보장 방안’, ‘중학교 기본학력 책임지도제’, ‘즐거운 공부! 행복한 나!’, ‘기초학력 보장, 학생 삶과의 동행에서 출발합니다’, ‘다양한 학력보장 프로그램으로 정규교육과정을 풍성하게’ 이 제목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그 목소리는 무엇인가? ‘선생님, 저를 좀 내버려 두세요. 다 귀찮아요. 그냥 공부 잘 하는 애들이나 신경 써 주세요.’인가? 그 아이의 목소리는 ‘선생님, 저도 잘 하고 싶어요. 그런데 하나도 모르겠어요.’, ‘선생님, 저도 꿈을 갖고 싶어요.’, ‘선생님, 제발 저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간절함이다. 지금 우리의 오감을 곤두세워서 아이들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좀 더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서울교육의 힘, 우리 선생님들의 고군분투기
송석리 (한성과학고등학교, 교사)
지난 봄의 폭풍같은 혼돈의 시간을 지나 이제 한숨 을 돌리며 「서울교육」을 펼쳐보았다. 마침 새학기부터 백워드 설계 기반의 융합 수업을 공부하는 교원 학습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던 터라, 이번 ‘봄호’는 선생님들과 함께 공유할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다. OO 클래스룸을 사용해서 학생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신 선생님의 연구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에 읽었다면 그냥 스쳐지났을텐데 ‘세상을 휩쓸고 지나간 폭풍의 흔적에서도 얻을 수 있는 유익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교실 현장에서 다양한 교과 간 융합 수업을 위해 노력하신 선생님의 수업의 흔적과 학교 안 제3의 공간을 고민하신 흔적들을 살펴 보며 우리 서울교육의 힘은 역시 선생님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학교 안에서만 보아도 정말 다양하고 멋진 선생님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봄호에서 소개해주신 우리 선생님들의 다양함과 또 그 각각의 다양함 속에서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모습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코로나 19가 교육 현장을 뒤흔들어놓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실 선생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여름호’에서는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온 많은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