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4 가을호(256호)

[문화 다양성 교육 연수]
생생 연수 맛집 탐방
– 삶의 경계를 확장하는
문화 다양성 직무연수 –

박에스더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장학사)

우리에겐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서울의 거의 모든 학교에는 이주배경을 가진 부모님이 있거나, 혹은 본인이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이 존재한다. 어떤 학교는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이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10개 이상의 언어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있기도 하다. 글로벌 도시 서울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서울과 연결된 세계가 늘어날수록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나타나게 된다.

가까운 아시아 20여개 국가1부터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섬나라까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36만 명의 이주민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그중 우리가 흔히 ‘다문화가정’이라고 생각하는 결혼이주 배경의 가족은 10명 중 2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국에 유학 온 사람, 일을 하러 온 사람, 한국에 거주 중인 가족을 만나러 온 사람, 우연히 한국에 왔다가 한국이 좋아서 여러 번의 비자 변경 후 한국인이 된 사람, 우크라이나 전쟁, 수단의 내전, 기후 위기와 재난, 모국에서의 민주화 운동, 종교 탄압으로 인한 신변보호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온 난민들도 있다. 최근엔K-pop이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 거주를 선택했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100명의 이주민이 있다면 각기다른 100개의 삶과 이야기가 존재하는 셈이다.

학교에는 파악된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만 2만 명이 넘는다. 서울의 학생 수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이주배경 학생은 10년 사이 배로 늘었다. 정부는 작년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외국 국적 학생를 포함한 ‘다문화학생’이 학교 안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정부, 지자체, 학교장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이 공존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할 의무도 갖게 되었다. 저출생과 인구소멸의 대안으로 국가에서 ‘이민청’까지 논의가 되고 있어 민주시민으로서 ‘다양성’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것은 이제 조건이 아닌 필수다.

숫자 너머에 삶으로 존재하는 사람

이주배경 인구 5% 이상이면 ‘다문화사회’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5%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어떤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고 어떻게 해야 공존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다+온센터)를 통해 현장 교사들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문화다양성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본 연수에서는 때로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고 계시는 난민 어머니를 만나기도 하고, 식당에서 일하고 계신 무슬림 어머니가 만든 디저트를 먹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체험을 하기도 하고, 서울 시내의 이주민 밀집지역에서 색다른 식문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통번역, 문화이해교육 등을 강의하시는 어머니들을 통해 다른 나라의 학교 제도와 교육 사례를 배우기도 한다. 서아프리카의 춤을 배우기도 하고, 다양한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거나, 이주배경 학생들이 밀집된 학교에서 먼저 다양성을 경험하신 선생님들의 수업 노하우를 배우기도 한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지를 알게 되고 해외교육 사례들도 배우게 된다.

올해 연수는 만남의 자리에 가수 하림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하림은 제 3세계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아티스트이자, 아프리카 음악인들을 위해 기타를 보내기도 하고, 한국의 이주민들을 위한 노래 공연도 하는데, 작년에 매우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탈레반을 피해 한국에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학생들이 한국 학교에서 정착하는 과정 중에 하림의 노래를 모국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했고, 하림과 함께 학교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감동을 느끼고 싶어 하림과 한국에서 성장한 이주배경 청년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홍대 지하의 작은 클럽에 청강생까지 포함한 100여 명의 선생님들이 왜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지를 이해하기 그 이전에, 모두 가족을 사랑하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는 결혼 이주가 처음 열렸던 시기 다문화가정에서 성장해 어느덧 변호사가 된 청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의사소통이 하나도 안되는 상황에서 온 마을이 노력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 대학생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하림은 5・18 유족으로, 아티스트로, 다양한 사회적 참사 현장에서 잊혀져 가는 ‘사람’과 수많은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악’, 그리고 다양성이 어우러질 때 창조되는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너는 ‘중국인이냐, 한국인이냐’를 묻는 많은 사람들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둘 다를 가진 제 3의 자신’ 의 매력을 보여준 변호사, 공부를 포기하려 했을 때 끝까지 자신을 붙들어주었던 단 한 명의 선생님과 이제는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의 반짝이는 눈빛, 각각의 삶에 공명하는 선생님들의 마음까지 더해져 감동이 있던 시간이었다.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한 워크숍

현장에 있다보면 ‘해외 어디를 가도 이주배경 인구에게 이렇게 지원을 많이 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주배경 학생들을 위한 지원에 대해 불편감을 호소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문화다양성 연수에는 이주배경 학생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사회의 구조와 제도에 대한 전문가의 특강과 이주민이 증가하는 다른 나라의 교육 현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있다. 전문가 특강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매해 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교원 중 희망 교원에게도 온라인 특강을 청강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 역시 금방 마감될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학교에서 자유와 평등, 정의 및 인권을 학습하였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있을 때, 교사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민정책과 비자(사증제도)에 대해 알아야 학생들의 체류자격과 조건에 대해 알 수 있고, 그래야 그 학생에게 적합한 지도를 할 수 있다.

이 연수를 통해 종교 그 자체가 민족의 정체성인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개신교 국가인 핀란드에서의 다문화 종교교육 현장과 학교, 마을, 교육청이 어떻게 힘을 합쳐 학생들을 성장을 지원하는지 앞선 사례들을 통해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중도입국 학생으로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미국으로 이주 후 교수가 되기까지의 자전적 스토리를 통해 우리 다문화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김준겸(서울대) 교수의 특강도 있었다.

대면으로 진행되는 전문성 향상 워크숍은 전문가와 함께 15명 내외의 교원이 소그룹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매년 학교급별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지도, 상담, 특수, 교육복지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와 희망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 제공되었던 심화과정 연수에서는 이주배경 학생 밀집지역에서 실험적인 대안교육을 실천 중인 군서미래국제학교를 직접 탐방하기도 했다.

올해는 유치원 교원을 위한 교수학습, 2022 교육과정 실습, 심리정서 상담 및 사례 컨설팅, 다문화와 특수가 교차되는 상황에 대한 교수학습 가이드 등이 제공되었다. 문화다양성 교육자료가 매우 부족해 직접 제작하신 피부색 크레파스부터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그림책이 소개되기도 하고, 문화감응적 측면에서 다문화교육이 교육과정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 학교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코칭과 사례별 컨설팅,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Multicultural Special Education for Inclusive Classrooms』을 현장에 적용해보는 시간 등이 제공되었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문화다양성 연수는 다양성에 대해 체험하는 체험형 워크숍이 제공된다. 때로는 한옥에서 서로 다른 마을을 만들어 게임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즉흥극을 만든다거나, 사진 속에서 존재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기도 한다. 올해의 워크숍은 ‘촉각 그림책’을 제작하는 것과 ‘대림동 투어’로 구성되었다. 체험을 통해 타자의 삶을 경험할 때는 늘 조심스럽다. 당사자의 삶이 어떤 상황에서는 사회적으로 억압된 경우일 때, 단순히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공존의 상황으로 나아가는 훈련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촉각 그림책을 제작하기 전, 선생님들은 눈을 가리고 손의 감각만으로 지하철을 여행했다. 선 하나, 막다른 길을 안내하는 점, 계단, 지하철 안과 밖에 대한 표현들을 따라가며 시각 중심으로 살며 놓친 많은 감각들을 탐색했다. 같은 시공간에 살아간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하는 시공간이 다를 수 있음을, 삶을 조망하는 체계가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을 이해하고 서로가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을 그림책을 만들며 배웠다.

또한 대림동(大林: 다양성의 큰 숲)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항일운동가의 후손이자 이주민 활동가를 통해 ‘함께 살아감’에 대해 배웠다. 이 근처 학교에 근무했지만 무서워서 시장에는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는 고백, 연수에 이런 시간이 있다고 하니 ‘그 동네를 왜 가냐, 조심하라’는 의견을 들었다며 답답함을 토로, 이렇게 깨끗할 줄 몰랐다는 놀라움, 지나가는 이주민 어르신이 자연스럽게 동네 탐방에 합류하여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며 교실 속 내 학생을 다시 만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삶의 현장이 미디어를 통해 왜곡되지 않도록,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수를 넘어선 삶에서의 연결

올해에는 3년 동안 도전해서 겨우 연수를 수강할 수 있었다는 분이 있을 정도로 해가 갈수록 연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는 더 많은 만남의 자리를 선생님들께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 현안과 연계된 글로컬 워크숍’을 통해 이주민의 본국에서 일어나는 세계 현장의 이슈를 빠르게 학교에 안내하고 관련 수업자료를 개발해 센터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얀마, 시리아, 아프리카(2021), 우크라이나(2022), 튀르키예(2023)와 관련한 자료를 개발하고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는 식이다.

또한 이민정책연구원과 협력하여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다양성 교육 <다양성으로 여는 내일>을 함께 기획하고 희망하는 교원들에게 안내하는 과정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총 5회의 교육으로 진행되며 1회는 앞서 소개한 군서미래국제학교, 2회는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 뮤지움에서 다양성 전시를 관람하고 생명다양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8월에는 『친애하는 슐츠씨』의 저자와 온라인으로 만나 여성이 입는 바지의 작은 포켓부터 사소한 관습에 맞서 세상을 변화시킨 놀라운 이야기, 9월에는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역사도시 마르세유가 이민자의 항구가 된 사연, 그로 인한 학교 현장의 변화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 10월에는 용산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어떻게 이주민 학생들을 키워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 학교가 어떤 존재라도 환영받고, 환대를 실천하며,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지금 당장 신청하세요! 연결을 희망하는 선생님께 문화다양성 연수를 추천합니다.

 

 

  1. 중국, 대만, 일본, 몽골,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라오스, 동티모르,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