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4 겨울호(257호)

[생활교육] 안전한 디지털
생활을 위한 양육자의 역할
: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처 방법

한송이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센터장)

“스마트폰이 없으면 당장 제가 더 답답해요. 그렇다고 마냥 놔두자니 불안하고,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없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

양육자 대상 교육이나 상담을 진행할 때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요즘은 우리가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올여름에는 특히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피해자의 60%, 가해자의 75%가 청소년이란 사실1이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텔레그램 어플이 깔려있어서 부모님께 혼났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소년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거나 특정 어플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양육자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교육을 많이 진행하고 있고, 좋은 자료들도 온라인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가해 행동을 하지 않는 것과 성폭력을 방관하지 않고 피해자의 편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은 디지털 환경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본 센터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런 원칙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는 ‘성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곳으로, 양육자나 교사 등과 같이 청소년과 관련된 성인들도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성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상담이나 교육이 요청되는데, 특히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가해 행동에 대한 의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피해자인 경우에는 직접 성폭력상담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으로 연락해도 되는데, 가해 아동·청소년이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곳에 도움을 청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처벌만으로 끝내면 안 된다는 것을 양육자나 교사들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내담자를 만나게 되면 우선 예상과 다르게 대부분 착하고 예의 바른 모습과 태도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도 강하지 않고 ‘피해자에겐 잘못이 없다.’라는 인식도 분명한 편이다. 그런데 디지털이란 공간으로 배경이 옮겨지면 갑자기 경계가 무너진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한 학생은 오랫동안 길거리의 여성들을 불법 촬영해 왔는데,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는 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건 디지털 성범죄2라고 지적하자 그는 “왜요? 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때의 눈빛이나 표정, 말투가 정말로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나를 더 놀라게 했다. 다시 물었다. “그럼 왜 몰래 찍었나요? 범죄도 아닌데. 당당하게 얼굴을 정면으로 찍었으면 사진도 더 잘 나왔을텐데요.” 그는 “글쎄요.”라고 하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음… 찍으면 싫어할 것 같았어요.”라며 시선을 피했다.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걸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는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중인 친구의 멋진 모습을 순간 포착해서 찍게 되는 경우에는 운동을 중단시키면서까지 ‘사진 찍어도 돼?’라고 미리 묻기 힘들 것이다. 그럴 때는 운동을 마친 후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고,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지워야 한다. 친구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사진을 당사자에게 보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친구에게도 보내거나 여러 사람이함께 있는 채팅방에 올리고 싶다면 그때는 당사자에게 다시 물어봐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과 대처 방법

이런 행동들은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하며 습관처럼 자리 잡게 할 수 있다. 양육자들이 아이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 SNS 등에 게시할 때도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동의를 구하는 방법은 ‘사진 찍어도 돼?’라고 직접 물어보거나, 폰이나 카메라 등을 보여주며 ‘여기 봐.’, ‘같이사진 찍자.’라며 얘기할 수도 있다. 혹은 사진 찍으려는 행동을 취하면서 몸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해 주면 같이 즐겁게 사진을 찍으면 되고, 인상을 쓰거나 고개를 휙 돌리는 등별로 내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멈추고 ‘안 찍어도 괜찮아.’라고 얘기해주면 된다.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사춘기라고 티 내는 거야?’, ‘여드름 난 거 안 보여. 괜찮으니까 그냥 찍어.’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이유든 지금은 사진 찍기가 싫은 것이고, 그렇다면 아동·청소년의 ‘거절’ 역시 존중해줘야 한다. 양육자의 SNS에 오래전에 게시해 뒀던 아기 때 사진 역시 당사자가 지금이라도 삭제해 주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들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과 동시에 거절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내가 무언가를 거절하거나 중단을 요청해도, 심지어 싫다고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사과하고 나를 존중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다른 사람의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게 된다. 또한 누군가 나의 경계를 침범하려 할 때는 이것이 잘못되었다, 불편하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자신을 보호하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빨리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 피해가 발생했다면 최대한 빨리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내 아픔에 공감하며 내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게 해준다면 피해자들은 보다 빨리 용기 내어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수사, 법률, 의료, 심리,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피해 영상물 접속 차단, 삭제, 유포 상황 모니터링 등 다양한 피해자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는 미성년 피해자가 부모님과 같은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어도 삭제 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AI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감시 시스템’을 개발하여 24시간 자동 추적·감시가 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지능화되고 빠르게 퍼져서 피해 영상물 삭제 등의 피해자 지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전문가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 시민으로서, 혹은 양육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분명히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온라인 공간을 모니터링하기는 힘들지만 우연히 온라인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 사진 등을 목격하게 된다면 신고 버튼을 눌러 그 게시물이 삭제되게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 및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사용자와 온라인 공간의 안전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 책임 있는 태도를 갖춰야 하는데, 만약 안전에 소홀한 기업이 있다면 민원을 제기하거나 사용을 거부하는 행동 등으로 소비자로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 그들의 책임을 다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 전문 기술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갖춰 나가도록 지켜볼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

그런데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제도와 장치가 있는데도 피해자가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왜 그런 짓을 했느냐.’라고 피해자를 탓하는 시선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수칙 중에는 ‘랜덤채팅을 하지 마라.’,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게 개인 정보를 알려주지 마라.’, ‘SNS를 전체 공개로 하지 마라.’, ‘신체 사진을 보내지 마라.’ 등 ‘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물론 중요한 말들이지만 문제는 안전 수칙을 다 지켜도 범죄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악용하고 착취하는 범죄자의 잘못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거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SNS를 전체 공개로 하고 일상을 활발하게 공유할 수도 있다. 때로는 대화 도중 가족 관계, 내가 사는 동네, 나이, 출신 학교 등 개인 정보를 자연스럽게 얘기하기도 한다.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 만난 상대를 믿었던 것은 순수했던 것이지 어리석은 게 아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고 사진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일 뿐, 잘못한 게 아니다. 잘못은 오로지 그걸 악용한 가해자에게 있다. 온라인상에 위험한 사람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조심하자는 것이지, 그걸 좀 소홀히 했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청소년에게 디지털 성범죄 예방수칙을 알려준다면 ‘혹시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어떤 피해가 발생해도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난 언제나 너의 편이다, 도와 달라고 꼭 얘기해줘.’와 같은 말을 덧붙여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왠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이 들 때 역시 언제든 물어봐도 된다고 평소에 얘기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성범죄가 여성에게만 발생하지는 않는데, 최근 디지털 성범죄의 남성 피해자 수가 2018년 209명에서 2023년 2,320명으로 6년 새 11배 증가하였다. 특히 ‘몸캠 피싱’에 대한 유포 불안이 커졌는데,3 피해자들은 자신이 성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의 없이 상대의 신체, 사생활, 성행위를 촬영하거나 유포·유포 협박·저장·전시하는 행위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괴롭힘도 모두 디지털 성범죄4로 몸캠 피싱의 피해자 역시 당연히 피해자로서 지원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성범죄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 성범죄가 발생한다면 비난은 가해자에게 향하도록 하고, 피해자에게는 지지와 도움을 줘서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를 사소한 일, 혹은 흥미롭거나 돈이 되는 일로 취급하지 않고 ‘범죄’라는 것을 명확히 하여 애초에 모두가 디지털 성범죄에 접근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 이것은 전문가들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으며 우리 개개인의 노력이 모두 모아져야 가능하다.

안전한 디지털 생활을 위한 양육자의 역할

우리는 양육자로서, 또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내 주변의 아동·청소년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혼자 힘들었겠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도와줄 테니 안심해.’라는 말을 진심으로 전해주기만 해도 피해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문기관에 물어보면 된다. 어디라도 연락해서 ‘어떠한 일로 도움받고 싶은데 어디에 전화하면 되나요?’라고 물어봐도 된다.

혹시나 아동·청소년의 가해행동을 발견하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용서해주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보다 어떤 점이 잘못인지를 명확히 알게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해행동으로 상담이나 교육을받게 하는 것은 아동·청소년을 소위 ‘문제아’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고 온전하게 잘 성장하도록 돕기 위함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나 전국의 청소년성상담센터(서울 8개소)로 연락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1. 전유진. (2024년09월02일). 10대가 10대 노리는 딥페이크?… 피해자 60%, 가해자 75%가 청소년.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3009340002012
  2. 카메라 등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나 성적인 장면을 불법 촬영하거나, 불법 촬영물 등을 유표·유포협박·저장·전시 또는유통·소비하는 행위 및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성적 자율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하는 성범죄를 의미함.(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http://www.easylaw.go.kr)
  3. 구윤모. (2024년 06월 14일). 6년 새 디지털성범죄 ‘남성 피해자’ 11배 증가…‘몸캠 피싱’ 유포 불안 커.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 20240614509223?OutUrl=naver.
  4. 대한민국정책브리핑.https://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53543#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