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4 겨울호(257호)

[서울국제교육포럼]
포용과 공존의 미래교육의 동력,
‘SIEF 2024’에서 교육의
탈(脫)국경화를 논하다

이정민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주관 「2024 서울국제교육포럼(이하 SIEF)」 이 ‘환대의 공동체, 포용과 공존의 미래로’라는 주제로 8월 23일과 24일 양일간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개최되었다. 600여 명의 서울교육공동체와국내₩외 유관단체 및 교육 관계자가 참여해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본 아시아 청소년의 대안적 감수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진 이번 국제포럼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한 가치관 확립과 성장을 위한 서울교육의 방향이 함께 모색되었다.

진정한 환대와 공동체의 의미를 찾는 여정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호주, 싱가포르, 대만, 홍콩, 중국, 일본 등 6개국 9명의 국외 연사를 포함한 총 30여 명의 국내・외 유수의 교육전문가들이 기조강연 및 주제강의, 특별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 청중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 SIEF를 통해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문화 연구분야 대가뿐만 아니라 청소년 문화연구의 차세대 연구자들의 발표를 통해 동아시아 청소년의 가치관과 탈경계적 감수성 및 다중정체성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청취하는 장이 마련되었다. 또한 인디밴드 보컬・기후정의운동가・인권운동가 그리고 한국 청소년을 대표한 고교생 등이 각 세션별 패널로 참여한 열띤 토론을 통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

‘환대의 공동체’를 주제로 사회의 다양한 주체가 발표자로 나섰던 이번 포럼에서는 전체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들 외에도 가족과 공동체・생태・인권・다문화 정동・디지털 시대의 직업・한류와 지속가능한 문화교통 등 6개의 관심 있는 주제별 세션으로 청중들이 각자 흩어져 미래교육에 대한 통찰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고에서는 SIEF의 주제를 관통하는 ‘환대’의 의미와, 주요 강연 및 토론에서 논의된 포용과 공존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교육의 동력은 무엇인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환대’란 – 문틈을 넘나들고, 열쇠를 깜빡하고, 경계를 허물기

기후위기, 취업 불확실, 첨단기술의 일상화, 빈곤·사회 양극화, 가족 구조의 다양화 등 최근의 메가 트렌드는 청소년들에게 무거운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다양성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메가 트렌드를 대립과 갈등의 ‘위기’로 바라보기보다, 탈경계적 감수성과 다중 정체성을 지님으로써 변화에 적응하고 타인을 포용하며 연대를 통한 공존을 모색하는 ‘기회’로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이번 포럼의 주제를 관통하는 ‘환대’의 의미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였으며,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청소년들에 대한 공감과 함께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한 전 지구적 소통과 연대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여기는 ‘교육의 탈(脫)국경화’를 위해서도 환대의 부재가 낳은 혐오와 차별을 넘어 포용과 공존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떼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일상의 근간이 되는 진정한 환대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고찰은 포럼 첫날 시드니대학교 메건 모리스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에 잘 나타나 있다. 모리스 교수는 자크 데리다의 말을 인용해 “절대적 또는 무조건적 환대에서 희망을 발견”하는데, 문이나 열쇠 없이도 누구나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방문의 환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이는 문₩열쇠₩시험₩신원 확인이 많은 학교 교육의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해 제도권이 ‘집 없는 환대’까지는 아닐 지라도, 억압되거나 해결되지 않은 사회적 폭력이 드러나는지 파악해 내려는 의지야말로 환대와 공동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진정한 전제 조건이며, 이러한 경험을 적극 수용하는 것은 교육 현장 내의 환대 관행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환대에 대한 사유(thinking of hospitality)’뿐만 아니라 호스트와 게스트의 경계를 허무는 ‘환대로서의 사유(thinking as hospitality)’가 중요한 이유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돌아보는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하고 뿌리 깊은 혐오 문제에 대해 과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찾을 수 있을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온 다문화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이주민과의 공존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는가? 오키나와대학교의 와카바야시 치요 교수는 주제강연을 통해 다른 문화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본질적인 의미 이해를 통해 연대의식을 높임으로써 탈경계적 감수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타이완국립칭화대학교 이헝 리우 교수는 대만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Z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을 침해당한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해 실제 교육한 경험을 나누면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여”하기를 강조한다.

연세대학교 김현미 교수는 ‘다문화・성인지 감수성 증진과 확장적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젠더・인종・종교 등의 차이가 갈등・배제・폭력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문화다원주의와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문화를 향유하고 다른 문화를 배울 권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젠더 정체성을 수용해야 하는 다문화적 장소가 되고 있는 ‘문화접촉지대(contact zone)’로서의 학교는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을 경청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적 기관이 되기에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또한 학교에서 청소년이 누려야 할 ‘문화권’이 곧 포용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친화적 환경은 성인지 감수성과 다문화 감수성의 증진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는 김현미 교수의 발언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우리 교육전문가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생존이냐 vs. 파국이냐를 넘어 가치 있는 스토리 공유하기

2018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슬로건을 건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2019년 수백만 청소년들의 지구적 동맹휴학 운동으로 번져나간 기후 위기는 현재 더욱 더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았다. 이번 SIEF에서도 <생태와 디지털 감수성>이라는 세션을 통해 관련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으며, <기술혁신 시대 일과 미래> 세션을 통해서도 “생존 대 파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위기 앞에서 ‘좋은 삶 상상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마련되었다.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좋은 삶의 비전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성공회대학교 조효제 교수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수 세대, 심지어 수천 년 동안 고착화될 수 있는 갈림길에 있는 지금, 단순화된 위기 담론을 넘어 지구행성 위험계 내 최대한 좋은 삶의 영위라는 고차원적 목적을 설정하고 행동할 때, 그 결과로 탄소중립을 성취할 수 있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한계와 제약을 의식하면서 더 순수한 자유 속에서 좋은 삶을 찾는 지구행성인을 기르는 것이 우리 시대 교육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AI 시대 청소년 직업 미래에 대한 본질적 물음 또한 본 세션을 통해 제기되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광석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에 대한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테크노-낙관주의가 다른 국가나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AI 자동화와 노동・일자리 문제를 제기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올바른 직업관 정립을 위한 하나의 방법은 AI 비판적 리터러시 배양이며 이에 대한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폐쇄적 가족주의를 넘어 삶과 미래 간의 균형 찾기

포럼 두 번째 날의 마지막 순서는 종합토론으로, 서울교육 정책 전문가와 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몸담으며 아시아문화와 사회학을 연구해온 교수진과 학생 패널들이 포럼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예로 청소년들이 삶과 미래 간 균형 찾기를 위해 가정과 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이 되는 데 어떤 권리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현실적 장애 요인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이에 대해 학생패널 모두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조건으로 꼽으며, 청소년들이 “책임감이 부족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동등한 존재”라는 시각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 역시 청소년이 언제나 “미래” 세대의 주역으로 표상됨을 꼬집으며 “현재” 이 사회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시민으로서의 청소년의 삶에 주목하는 시선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족주의 안에 갇힌 고통이 아닌 공존의 세계를 함께 모색하는 협력하기의 힘, 누구나 고유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함께 감각하는 힘을 갖는 청소년-시민되기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김현미 교수의 “모두가 가치 있고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더 많이 발언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시각과도연결된다.

청소년들이 대담하게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서울교육은 그동안 역지사지와 공존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의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경쟁자의 관점에서도 세상과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해 왔다. 이번 SIEF에서 다룬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는 지구적 통합”이라는 담론 또한 우리 교육청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다양한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나누며 청소년의 대안적 감수성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다수의 의견과, 소수자(minority)가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물음을 통해 세계적인 시야를 얻게 된 기회였다는 청중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SIEF가 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논의와 정책 제안이 이뤄지는 장을 만드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