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중학교, 교사)
츠다 유이치의 『하야부사』는 우주 탐사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 책으로, 단순한 설명서나 기술 서적을 넘어 과학적 발견과 도전 정신을 서사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SF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여 우주 과학 분야에서 관심을 가질 법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로젝트 진행의 전반적인 과정은 한국 교육 현장에 울림을 준다. 우주 탐사와 관련된 복잡한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과학적 사고와 탐구 정신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학생들이 탐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이해하고 더 도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책의 도입부에서 하야부사 프로젝트의 개요와 추진 배경이 소개된다. 2014년 발사되어 2020년에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회수한 하야부사는 그 자체로 인류의 과학적 쾌거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의 매니저로서 우주 탐사 과정의 복잡성을 영화와 같은 서사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과학적 원리와 기술적 난관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 우주 탐사에 관한 이론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도전과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교훈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높다.
특히, 저자가 설명하는 ‘스윙바이 원리’는 매우 인상적이다. 우주 비행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바꾸는 기술적 원리인데, 인간은 아주 쉽게 한 발을 중심 축으로 하여 몸을 회전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방향을 바꾸거나 착륙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우주 비행선이 직진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방향을 꺾도록 하고 싶으면 오른쪽이나 왼쪽에 있는 행성의 중력의 도움을 받아 옆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게 스윙바이 원리다. 그런데 행성의 중력을 고려하는 것도 어려운데, 문제는 그 행성 또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 비행선이 나아갈 궤도에 있는 행성들의 중력과 속도를 모두 계산해서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 인간에게는 회전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게 몹시 쉬운데, 로봇이나 우주 비행선에게는 그토록 어렵다는 사실은 인류의 위대함(?)을 반증한다. 내가 이것밖에 못 해내나? 하고 속상할 땐 떠올리자. 우린 단순히 길을 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는 것만으로도 로봇이나 우주 비행선보다 대단한(!) 존재라는 것이다.
제3장에서 하야부사 발사를 마침내 성공했을 때에도, 계산한 궤도에 무사 진입한 걸 확인했을 때에도 활자만으로 심장이 뛰었는데 착륙은 더 엄청난 도전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하야부사 프로젝트는 소행성 ‘류구’에 착륙하여 샘플을 채취하고 귀환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특히 터치다운 과정은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며, 독자들은 우주 탐사가 얼마나 세심한 계산과 기술적 성취를 필요로 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류구에 도착하면 이제 그곳에 살짝 발을 디디는 ‘터치다운’이라는 것을 하고 동시에 그 표면을 부수어 부스러기들을 채취해야 한다. 그렇지만 애초에 이 터치다운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걸 책을 읽어야만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무사 터치다운을 위해서는 평평한 땅을 찾아야 하는데, 소행성 자체가 울퉁불퉁하고 터치다운을 도와주는 타킷마커를 제대로 떨어뜨리는 것도 치밀한 계산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시의적절한 순발력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이를 통해 과학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실패와도전을 반복하며 성취를 이루는 과정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강조할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이 단순히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험이 따르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출발 전에 ‘두 번째 터치다운까지 할 수 있으면 정말 멋있겠는걸’이라는 생각으로 하야부사가 소행성 류구로 발사되었는데 실제로 하나의 소행성에 두 번의 발디딤까지 해낸 행성은 전무후무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첫 터치다운을 성공하고나자, ‘만약 두 번째 터치다운을 시도하다가 첫 터치다운에서 채집에 성공했던 별 부스러기마저 잃으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생겼다고 한다. 당연한 우려이고 프로젝트 매니저인 츠다 유이치 입장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해야 했겠지만, 그에게는 또한 과학자로서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불같은 심장도 남아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망설이다간 대체 언제 과학이 진보하는 거지? 결국 두 번째 터치다운을 감행하는지 아닌지는 책을 직접 읽고 발견하는 기쁨을 남겨두고 싶다. 그 일련의 과정마저도 책의 활자를 따라가다보면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하야부사의 임무는 단순히 소행성에 착륙하고 샘플을 회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류구’라는 이름 자체도 일본 설화에서 따온 것으로, 이름을 정하는 데에도 대중의 공모까지 받았다고 한다. 과학이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선 인문학적 상상력과 낭만을 지니고 있음을 상징한다. 류구는 일본어로 용궁인데, 일본 설화 우리시마 타로 이야기에 나오는 용궁이다. 기자회견 때 사람들과 탐사 프로젝트 책임자들은 설화 내용을 인용하며 탐사에 대한 대화를 진행한다. 교사들은 이 부분에서 과학적 탐구와 인문학적 감수성이 결합된 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과학 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심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야부사』는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제 7장에서는 하야부사의 샘플 회수 과정이 묘사된다. 우주 비행선이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서의 난관을 묘사한 이 부분은, 우주 탐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예기치 못한 어려움까지 함께 다루면서, 현재의 현실과 맞닿은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야부사를 호주 쪽으로 떨어뜨려 보낸 류구의 부스러기를 회수해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일본의 과학자들이 호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던 어려움이 묘사된다. 교사들은 이 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과 문제 해결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하야부사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순한 과학적 성취가 아니라, 끊임없는 실패와 시도 그리고 그로부터 얻는 깨달음의 결과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그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묘사한 츠다 유이치의 책 『하야부사』는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자기소개서로 여겨진다. 책 속의 용어들이 비록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부디 청소년들이 꼭 이 책을 읽어보고서, 어른이 되어서도 끝없이 난제에 부딪히고 고민하다가 실패하기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기소개서를 써 오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미 청소년 때부터 완벽한 나를 어필하는 데에 급급하다. 그렇지만 좋은 자기소개서는 실패의 경험을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으며 그래서 이후 비슷한 상황이 또 닥쳤을 때 깨달음으로부터 배운 것을 어떻게 실천하여 이번에는 어떻게 성공하였는지를풀어나가는 일종의 에세이다. 『하야부사』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300여쪽에 가까운 두꺼운 자기소개서를 읽고, 십몇 년짜리 프로젝트라면 응당 이 정도 두께가 될 수밖에 없으니, 네가 청소년일 때 겪은 이야기들은 충분히 한두 페이지의 자기소개서에 맛깔나게 담을 수 있다고 독려하고 싶다.
이런 개인적인 바람과 별개로 츠다 유이치는 제 7장에 자기의 바람을 실어 놓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우주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면 참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인류에게 남겨주어야 할 선물이라고 한다. 몇 문제를 더 맞추는 것에 급급한 우리에게는, 지금 이 선택이 당장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따지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니라, 그저 심장이 뛰기 때문에 도전하는 미지에 대한 탐구 정신이 있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