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자연재해와 테러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재난 발생 시에 대처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6년 7월 5일 울산 해역에서 진도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9월 12일에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연속해서 발생한 것을 계기로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렇듯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여 학생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에 학교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직적으로 대응하여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상 시에 대비한 체제가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평상 시에는 훈련을 통해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9.11 사고 이후 대피 역학(evacuation dynamics)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잦은 지진으로 인하여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는 일본, 사회와 시민의 안전에 민감하고 이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어 학교에서도 안전 관련 교육이 포괄적·세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독일에서의 재난 발생 시 학생안전 대책에 관한 정책 및 제도 현황과 더불어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
미국과 일본, 독일은 국가차원 및 학교차원에서 재난 대응을 위한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의 재난 시 학생안전 대책과 관련된 정책과 제도의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난 대비에 관한 원칙 및 세부 내용을 법으로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
일본의 경우 학교보건안전법 제3조에서 학생의 안전을 위한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역할을, 제26조와 27조에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학교보건 안전법 제3조에서는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가 상호 연계하여 학교의 보건 및 안전에 관한 정보와 사례를 고려하여 재정적 조치 등을 취해야 하며, 국가는 학교 안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공공단체는 국가가 마련한 조치에 준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
또한 26조에서는 ‘학교 설립자가 학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사고, 가해행위, 재해 등에 의해 학생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학생에게 위험이 닥쳤을 경우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학교의 시설 및 설비, 관리 운영체제를 충실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의 니더작센 주의 경우에도 학교법에 따라 ‘학교 응급조치, 소방대책, 대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 규정을 통해 ① 학교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자와 학교 인력의 과제 ② 응급 조치 ③ 소방대책 및 대피 관련 사항 ④ 응급 상황 대처방안, ⑤ 응급사태에 대한 준비 ⑥ 정보 및 상담 등을 규정하고 있다 .
둘째, 국가 차원의 통일된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학교에도 적용하고 있다 .
미국은 전국 단위의 통일된 위기관리 체제인 국가사고관리체계(National Incident Management System, 이하 NIMS) 구축을 통해 전국의 각 계층, 각 영역의 조직이 같은 위기대응체계를 공유하여 위기상황에서의 명령체계와 상호간 협조 및 의사소통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NIMS의 표준화된 지휘체계를 사고현장지휘체계(Incident Command System, ICS) 라고 하며, 위기상황 발생 시 사고의 원인, 규모, 장소, 복잡성과 관계없이 모두 일원화되고 통일된 위기대응체계를 작동하여 위기상황을 관리하게 된다. 아울러 NIMS의 위기대응원칙과 접근방법을 학교수준에서 적용한 학교 위기대응계획(school Emergency Operations Plan, school EOP)을 마련해 놓고 있다.
셋째, 재난에 대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어 재해에 대비한 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인데, 특히 과거의 경험을 활용한 매뉴얼을 개발·보급함으로써 각 학교들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건·사고·재해로부터 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2009~2010)’,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방재(防災)교육의 전개(2013)’ 등이 있다. 미국에서도 연방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토안보부, 사법부, 감사원, 위기관리국 등이 연합하여 ‘학교 위기대응계획 작성을 위한 매뉴얼(2013)’을 개발하여 각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이 매뉴얼에 따라 작성되는 학교 위기대응계획에는 학교 일반현황,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인원현황(유형별 장애인, 영어 미숙자 등), 건물정보(규모, 용도, 도면도, 대피경로, 화재경보체계, 소화기, 응급구조키트, 위험물 보관소, 전기차단기 등), 위험분석 결과(과거의 재난, 가능한 위험요소들 분석), 준비도와 예방 방안 등이 포함된다.
재난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하여 학교 건물 밖으로 대피를 하게 될 경우, 그 다음의 대응을 위해 학생들을 이동시킬 수 있는 건물을 확보한다. 반대로 학생들이 건물 밖에 있을 때 위기상황이 발생하여 학생들을 건물 안으로 대피시켜야 할 경우, 교사와 학생이 모두 안전하게 건물 안으로 대피한 후 건물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학교행정가들에게 위기대응 상자, 교사들에게는 위기대응 가방을 준비하여 위기상황 발생시 이를 활용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위기대응 상자에는 ICS의 연락처, 학생 비상연락망, 학생 이동을 위한 서류양식, 장애 학생명단, 교직원 비상연락망, 각종 열쇠, 학교 항공사진, 주변 지역 지도, 학교 지도, 대피소 위치, 지정된 위기상황 지휘소 위치, 화재경보기 해제절차, 스프링쿨러 해제절차, 상하수도 폐쇄밸브, 전기/가스/상하수도 배선도 등이 들어 있다. 교사들의 위기대응 가방 안에는 최신 학생 비상연락망, 위기대응절차 소책자, 응급구조 상자, 손전등과 건전지, 종이와 펜, 클립보드 등이 있다. 이 위기대응 가방은 교사가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일본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재해에 대비한 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특히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재난 발생 시 구체적 대응체계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도쿄도의 위기관리 매뉴얼 중 지진 발생 시의 학교대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은 지진 등의 재난 발생 시 기본적으로 교장을 책임자로 하여 교무 분장에 따라 안전을 담당하는 교직원이 중심이 되어 체계를 만들고, 교직원은 각 상황에 맞게 평상 시부터 역할을 분담하여 서로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교외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대비하여 평상 시와 다른 역할 분담과 연락 방법 등을 미래 정해놓도록 하고 있으며, 휴일 등 근무시 간 외에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정하여 연락체제도 정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니더작센주 ‘학교 응급조치, 소방대책, 대피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학교는 매년 최소 1회의 대피훈련을 시행해야 하며, 대피훈련이 정기적으로 시행될 경우에는 예고 없이 대피훈련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대피 훈련은 건물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하며, 장애인의 대피 상황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니더작센주 교육부는 응급상황 발생 시 학생이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상황별 대처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독일 사회는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고, 재난 발생 시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으며 학교 수준에서도 이를 잘 구현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재난 시 학생 안전 대책에 대한 법과 제도, 실제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법과 제도 측면에서는
첫째, 법과 제도를 통해 학생 안전 대책과 관련한 체계적인 규정을 두고 있으며, 재난 발생 시 학생의 안전과 관련한 국가와 지자체, 학교의 책임을 명확하게 부여하고 있다.
둘째, 단일하고 통일된 위기관리 명령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혼선을 방지하고, 위기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셋째, 연구 및 경험에 기반을 둔 재난 시 대처방안에 관한 매뉴얼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학생 안전에 관하여 사전에 세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시, 불필요한 혼란을 유발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 안전 대책에 관한 실제 사례를 통해서는
첫째, 학교차원에서 구체적 상황에 적합한 행동 요령을 세밀하게 수립하고 실질적인 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둘째, 학교 구성원 간 역할 분담을 통하여 재난 시 사전에 분담한 역할에 따라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인 위기대응 상자, 위기대응 가방 등 초기 대응을 위한 준비물을 구비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재난에 직면했을 때 학교 구성원들이 정확한 사고와 판단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요국의 재난 시 학생 안전 대책에 대한 동향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한 채계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있는 한국 교육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硏
1) 이 원고는 교육정책네트워크 해외교육동향 제290호 기획기사 ‘각국의 위기 대응 및 관리 현황’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 교육정책네트워크 홈페이지 ‘미국 학교에서의 위기상황 대처 및 관리 현황’의 그림 인용(http://edpolicy.net/EpnicGlobal/Epnic/EpnicGlobal01Viw.php?PageNum=3&Ac_Group=4&searchSel=&searchKeyword=&Ac_Name=&Ac_Code=D0060100&Ac_Num0=19651&Ac_Nam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