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옥 (창동고등학교, 교사)
나는 비교적 오랜 세월 동안 줄곧 수학을 가르쳐 왔다. 논리적인 해결 과정들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의 답을 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며, 매년 새롭게 대두되는 유형의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지금까지 교사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다수의 어려운 문제들을 두세 시간씩 풀다 보면 과부하 걸린 뇌의 압박을 느끼면서 스스로 쉬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쉬는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한 스케치도 하고, 글도 끄적끄적하게 되었다.
담임을 자주 하면서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의 감성에 너털거리는 큰 웃음을 짓게 되고, 그 순간순간의 뭉클함을 놓치는 것이 너무나 아쉽기도 하였다. 생각이 날 때마다 수시로 수첩 한 귀퉁이에 적어 놓고 잊어버리곤 했다.
‘고요’라는 시는 창동고에서 근무하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교수 학습 시간에 성실한 모습으로 참여하는 애들이 너무나도 예쁘게 느껴지면서 잠시 바람 쐬러 나온 운동장에서 반짝이는 햇살과, 눈부신 황금빛 루드베키아를 바라보며 쓴 시이다. 창동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아래 시들의 배경 사진은 모두 창동고의 아름다운 일상생활 중 순간순간 찍었던 모습의 일부이다.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이 울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인 비교로 인해 자신의 부족함과 의도치 않은 실수들로 힘들어하며 자책하는 아이들이 자신을 귀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토닥토닥’이라는 시로 표현했다.
우리들의 현재 모습은 기나긴 인생에서 전부가 아닌 지극히 일부의 시간이며, 현재의 삶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내일이라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어서, 우리는 낙심하지 않고 지금의 시간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내일’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사계절을 산책하면서 벚꽃 나무와 애기 단풍나무의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놀랍고도 복 받은 시간이었다. 프랙탈 구조를 가진 멋진 단풍나무를 찍으면서 ‘프랙탈’을 시의 주제로 삼고 완성하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 형제, 동료 교사들, 친구들, 이웃과의 소중한 순간들에 스치는 감성들을 부지런히 적어갔으며 어느새 몇 권씩 수첩이 쌓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언젠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동안 미뤄 왔었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던 시집 출간을 50세가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리턴”이라는 제목을 달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송엘은 나의 필명이다.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모두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느끼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이제 교직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어린 후배 선생님들에게도 교사의 삶이 비록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에게 많은 감동과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자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를 믿고 따라주는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교사인 게 행복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