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4 겨울호(257호)

[수기] 책을 통해 성장한
나의 독서와 토론 이야기

박지윤 (한국삼육중학교, 학생)

저는 어릴 적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생인 저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들러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기 바빴습니다. 가방에는 언제나 책이 한 권씩 들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가방이 무겁다며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어도, 저는 언제나 책과 함께하였습니다.

이랬던 제가 작년에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중학생이 된 저는 그저 책을 읽는 것이 아닌, 그보다 더 나아가 책에 관해 토론하고 글을 쓰며 저만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활동으로 독서의 범위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에서의 독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새로웠습니다. 이전에는, 새로운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제 이야기에 공감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점을 조금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책의 내용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저는 독서토론과 독서논술의 재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독서에 맛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덕분이었습니다.

갓 중학교에 입학한 저는 복도를 지나가다가 보게 된 도서부 신입 부원 모집 포스터를 보고 도서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반 동아리와 달리, 도서부원이 되기 위해서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한국삼육중학교 도서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도서부원이 되자, 이전까지는 겪어보지 못했던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열심히 임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활동이었습니다. 도서부에서는 이른 아침에 모여 함께 책을 읽는 ‘북모닝’ 활동, 책을읽고 이야기 속의 사건을 다루는 ‘독서모의재판’, 선배와 후배가함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독서멘토링’ 등 새롭고 다양한독서활동을 주최하고 참여하였습니다.

또 제가 중학교에 들어와 흥미를 느낀 활동은 토론과 글쓰기였습니다. 저는 1학년과 2학년때 모두 교내 영어토론대회에 출전하여 선후배들과 함께 여러 사회적 주제에 관해서 토론하였습니다. 토론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점점 성장해가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관심이 적었던 주제까지 지식의 폭을 넓혀간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토론을 하면서 실력이 늘었던 부분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작문 실력이었습니다. 저는 토론을 할 때 제 생각을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글로 조리 있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견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니, 논술에 흥미가 생기고 작문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토론 활동 외에, 학생들의 작문 활동을 격려하는 대회도 개최하였습니다. 바로 학년별 백일장 대회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만큼, 한때 소설가가 꿈이었던 저는 교내 백일장 대회에 최선을 다해 임하였습니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생각을 진심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1・2학년 때 모두 운문 부문에 도전하여 두 번 모두 학년 1위로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대회에 임하면서 글쓰기 실력에 자신감이 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교내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아가던 중, 지금까지 쌓아왔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올해 봄에 있었던 사단법인 전국독서새물결모임이 주최한 제23회 대한민국 독서토론 논술대회였습니다. 학교 도서부의 담당 선생님이신 사서 선생님께서는 저를 포함한 도서부원들의 대회 출전을 위한 예선전 준비를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예선전에서 항상 관심을 두고 있었던 심리학을 주제로 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생각한 질문과 솔직한 답변을 작성하였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질문과 답변은 같은 책을 읽은 학생들과 작은 모둠을 이뤄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가 조장이 되어 토론을 진행했는데, 같은 내용을 읽어도 개인마다 생각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도서부 학생들은 토론 연습 후 토론대회 예선전에 다 함께 응모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5명이 예선전을 통과하여 함께 독서토론 대회의 본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사서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본선 진출자가 발표되자, 저희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학교도서관에 모여 대회 지정 도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지정도서 세 권(『일만 번의다이빙』, 『욕 대신 말』, 『왜 과학이 문제일까?』)을 모두 꼼꼼히 읽고, 질문이 생각날 때마다 포스트잇을 붙여 제 생각을 빼곡히 메모해 두었습니다. 책 내용과 연계하여 관련된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교과서 내용을 참고하여 생각의 깊이를 키워갔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선생님, 선후배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도 거쳤습니다. 실제 대회 형식과 똑같은 형식으로 연습했기에 실제로 토론장에 가서도 긴장하지 않고 순조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본선 준비 과정에서 정해진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질문을 만들고 만든 질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나라면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질문을 쓰다 보니 어느새 논하고 싶은 주제가 수도 없이 많아졌습니다.

본선 당일, 제가 토론하게 된 도서는 『일만 번의 다이빙』이었습니다. 『일만 번의 다이빙』은 다이빙뿐만 아니라 슬럼프, 친구 관계, 보호 종료 아동의 어려움, 그리고 6・25 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에 대해서 여러 지역에서 온 또래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일수록 나눌 수 있는 의견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 덕분에 토론이 더욱 즐겁고 유익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열심히 토론 준비를 한 덕에 심사위원의 질문을 듣고 바로 제 생각을 정리하여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책에 대해서 깊은 의견을 나눈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더욱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경험이었습니다.

토론을 끝마쳤을 때는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한 선후배들, 선생님들과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대회 준비가 끝나 한결 마음이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에는 결과 발표에 대한 긴장이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대회 결과에 대한 부담감과 긴장감이 잊힐 때쯤, 발표일인 8월 28일이 제 코앞으로 훌쩍 다가왔습니다. 27일 저녁, 저는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그때,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밤 11시에 전화를 걸 사람이 없을 텐데 누구지?’라는 생각으로 발신인을 확인했습니다. 사서 선생님이셨습니다. 전화를 받자, 선생님께서는 제가 대상을 탔다며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비몽사몽간 정신이 없었던 저는 깜짝 놀라 잠이 달아났습니다. 열심히 노력했기에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바라고 있기는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너무나도 좋은 성과를 낸 것이었습니다. 즐기면서 임할 수 있었던 대회에서 좋은 성적까지 얻게 되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수상 여부를 떠나 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흔치 않은 소중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독서토론 및 논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함께해 주었던 선후배,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에 끝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마련한 여러 독서논술 및 토론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경험은 무척이나 소중했습니다. 앞으로도 독서와 논술 활동에 더욱 열의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