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경 (서울특별시교육청 디지털·혁신미래교육과, 과장)
미래사회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대표적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 기후 위기 등 미래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혼자만의 힘으로 풀기 어려워 소통과 협력을 통한 집단지성의 힘이 필요한 난제이다.
따라서 복잡하고 불확실한 특징을 가진 미래 사회의 난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미래 역량인 ‘협업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수업의 형태도 단순 지식 전달과 낮은 수준의 이해를 전달하는 표층학습보다는 ‘소통과 협력’을 이끄는 학생 참여형 교육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미래 역량도 함께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또한 행복한 학교생활과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통해 공존의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민주시민,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를 위한 교육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학생들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미래를 창조하는 인물로 학생들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 첫째, 학생 참여형 수업을 권장하며, 여기에 모둠활동, 토의·토론활동, 프로젝트 활동 등이 결합되면 더욱 좋다. 둘째, 학생주도성과 능동성을 높여 생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디지털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참여식 수업에 원활한 자료조사, 실시간 소통, 공유문서 작성 등을 통한 결과도출 수업의 효과도 매우 높일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수업혁신의 설계·효과·에듀테크 사용 팁을 선생님 간에 나누는 것이 학교 내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촉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좀 더 범위를 줄여 디지털 수업혁신 및 에듀테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학생의 미래역량을 촉진하고 삶과 연계한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탐구 학습으로의 전환에 많은 도움을줄 수 있는 도구, 학생 참여식 수업을 촉진해주고 효과성을 높여 줄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가 에듀테크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주도성과 역동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인 휴대용 학습기기(디벗)을 보급하고 각종 에듀테크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격차를 줄이고 자기주도적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개별맞춤형 도구가 인공지능 코스웨어이다. 인공지능 코스웨어가 점차 정교해질수록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을 너머 고차원적인 학생들의 미래역량 함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디지털 기반 수업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며, 서울교육의 성공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 키이자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은 교사이다. 그 동력은 자발성과 교수학습의 질적 탐구에 대한 욕구에서 나오게 될 것인데 서울 선생님들의 자발적 참여와 수업에 대한 질적 탐구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높은 상황이다.
필자가 교육청에 들어오기 전에 근무했던 중학교는 서울미래학교로, 디벗 정책이 생기기 전부터 휴대용 학습기기를 수업에 적용하던 학교이다. 각종 실시간 참여형 에듀테크(띵커벨, 패들렛, 카훗 등)와 교육 플랫폼 등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활용하여 학생 참여형 수업을 촉진하였는데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의 활성도가 확연히 달랐음을 경험하였다.
재직 당시 학교장으로서 에듀테크 활용 수업의 실체가 궁금했던 터라 여러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에듀테크를 도구로 사용한 수업의 효과성과 산출물의 질적인 수준이 높았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도 휴대용 학습기기를 통해 자기 표현을 더 잘 할 수 있었고, 그 아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학습이나 토의·토론수업에서도 에듀테크를 사용했을 때 학생 참여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참여식 수업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수업 재구성과 수업 설계의 노력이 필요하고 평가도 과정중심 평가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그 당시 선생님들은 이러한 수업 방식의 효과를 알고 참여식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더 강하게 원하였다.
학교가 더 나아갈 지향점은 ‘모든 학생들이 학습의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교실에서는 한 분의 선생님이 가르쳐야 할 학생이 여전히 많아서 각각의 수준이 다른 학생들에게 평균 지향의 표준화된 강의식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평균에 맞춘 강의식 수업은 개인별 학력 수준 차이가 학년에 따라 점차 벌어지면서 그 격차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 계속 누적되어 극복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효과적 방안이 인공지능 코스웨어를 활용한 개별 맞춤형 교육이다.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학생들의 흥미와 자기주도적 학습에 힘을 보태리라 판단한다.
외국의 디지털·인공지능 교육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매시아(MATHia)라는 인공지능 코스웨어를 적용한 미 텍사스 주의 주빌리아카데미 학교에서 학생들의 수학과목 통과율이 2017년 68%에서 2019년 92%로 24% 상승, 그 해 같은 교육구 안에서 평균 수학 성적이 가장 높게 나왔다. 영국의 써드 스페이스 러닝(TSL: Third Space Learning)이라는 인공지능 코스웨어는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초·중학교 1만 5,800명에게 수학 학습 프로그램 TSL을 제공하였다. 이후 영국 교육부는 효과가 좋은 TSL을 국가 과외 프로그램(NTP)으로 선정해 수업료의 70%를 지원한 사례가 있다. 또한 에스토니아의 경우도 PISA 2022 결과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유럽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으며, 디지털 수업 혁신이 에스토니아 교육의 주춧돌이라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AI 코스웨어 성공사례의 경우 서울 서초구에서 2020년 4월 코로나로 학습결손이 우려되는 교육취약 계층 초·중학생 246명에게 전용학습기와 ‘AI○○’ 코스웨어를 제공하여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의 6월 평균 정답률이 67%였던 것이 3개월 후인 9월에 72%로 올라갔다. 또한 학부모 만족도 설문에서 ‘공부 습관이 개선됐다’고 답한 학부모가 94%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선생님들이 계시다. 그 힘으로 교육강국과 경제발전를 이룬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정책이 아무리 잘 설계되고 짜임새가 있다고 해도 교육의 가장 중요한 핵심과 원동력은 교사의 힘에서 나온다. 교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디지털 기반의 교육혁신을 통하더라도 모두가 성장하는 학교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교원 AI·디지털 연수에 디지털 배지(digital badge, 디지털 교육 인증제)를 도입하였다. 본청의 디지털 수업혁신 연수 기획단·추진단·실무단의 계속적인 회의를 통해 대상·수준·방식의 다양화를 통한 교원 맞춤형 연수를 확대하였다. 올해만 해도 400여개의 연수를 구성하여 선생님들이 희망하는 연수를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체계적 지원 방식으로 전국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사가 이끄는 교수·학습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선도교사단, 교원학습공동체, 연구회 등 중간리더를 양성하고 있는데 각각의 공모에 모집 인원의 2배 가까운 인원이 신청을 하는 등 선생님들이 배움과 나눔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수업 사례를 나눔하는 큰 행사이자, 새롭게 시도하는 형태로 서울 「디지털 러닝 페스티벌」이나 「AI·디지털 교육 컨퍼런스」 등에서도 각각 1,5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AI· 에듀테크 선도교사(920명) 등은 교육(지원)청 단위의 중간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소속 학교에서 학교 전체의 변화를 견인하는 동료의 힘, 학교의 리더단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디지털 수업혁신은 에듀테크의 사용 여부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수업모형과 설계를 통해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수업을 촉진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향상시켰는지에 대한 활용 사례 공유가 중요하다. 아울러 디지털 시민교육 활성화, 윤리교육을 포함한 AI·디지털 리터러시 제고, 그리고 학생별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한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개별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지 학교가 자율적이고 다양한 적용 사례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림과 같이 디지털 기반 수업·평가 전문가라는 교사상을 만들어 제시하였으니 방향성을 참고해서 많은 교사가 미래교육을 이끌어 주길 기대해 본다.
현재 자산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인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3조 3,000억달러(한화 약 4,600조 원) 내외이다. 이 중 1개 기업의 시가총액만으로도 우리나라 삼성, 현대 등 국내 모든 기업의 시가총액을 다 합한 액수보다 높다. 이는 디지털·인공지능 사업이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 정보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컴퓨팅 사고력을 위한 코딩교육은 학생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코딩과 인공지능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보다 많은 교육 정책적 안배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길이든 다소 빠른 길은 있을지언정 길을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없앨 수는 없다. 디지털 수업 혁신을 위해 성공했던 사례 그리고 기어코 성공하기 위한 과정의 좋은 실수의 사례 또한 소중한 나눔인 것이다. 선생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어느 때보다 부침과 힘듦이 많은 교육 현장에서 끊임없이 탐구하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