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이수 / 학부모(서울특별시교육청 학부모대학 수료자)
학부모대학을 소개받았다. 직장 맘으로 정신없이 달리다 돌아보니 어느새 두 아이 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으로 삼춘기와 사춘기, 그리고 개띠 남편은 오춘기(?)였다. “나도 갱년기야. 나도 힘들어.”라고 투정부리고 싶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어 가슴앓이를 할 때였다. 학부모대학도 학부모지원센터도 생소했지만 가족과의 소통에 도움 이 될까 싶어 먼저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마치고 보니 교육청에서의 학부모 교육은 최고의 커리큘럼과 강사진이기에 신뢰하고 믿게 되었다. 그러니 다음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학부모책 되기’를 신청했다.
‘휴먼 라이브러리, 학부모책 되기’가 뭐지? 사전 정보는 없었지만 학부모대학에서 하 는 프로그램이라니 아무런 의심 없이 정독도서관을 찾았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9시 30분까지 시간을 맞추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지만 찾아가는 시간마저도 내게는 힐링이었다. 인사동 건너 북촌 길을 언제 걸어봤던가? 도서관 정원엔 봄꽃이 한 창이었고, 학부모들과 함께 먹은 삼청동 수제비는 지금도 가끔 먹고 싶어 생각난다.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 학부모책(Parents Book) 되기는 학부모가 ‘책’이 되어 다른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부모책 출신 강사 오현주, 김미숙, 유정은 세 분과 함께 학습, 진로, 인성 3가지 영역에 대한 경험을 학부모로서 말과 글로 표현해 보고 소통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인성 영역이었던 우리 팀명과 밴드명은 ‘반창고’였다. 아픈 상처를 감싸주고 새 살이 돋게 도와주는 반창고였다. 자녀가 대학생인 선배 학부모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후배 학부모가 모였기에 이야기는 풍성했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목차로 정리하고, 듣고 싶은 목차 하나하나가 주제로 선정되었다. 소개하고 싶은 책, 학교 일에 적극 참여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 스마트한 세상에서 발생하는 카톡 문제, EBS 공부의 배신, 희귀병을 앓고 있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 형제자매의 다툼을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아빠의 태도, 엄마와 아이의 행복, 가족 행사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나?, 스트레스 해소법, 적응력 떨어지는 요즘 아이들 이야기, 가족관계 개선 TIP, 가족에게서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 학교 폭력 이야기, 아이의 진학, 한국 교육 현황, 벗에 대한 이야기, 시행착오, 감정 단어, 내 아이도 왕따가 될 수 있다, 학교 기초 조사서의 부모 희망 직업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엄마의 역할, 가족 맞춤형 서비스, 한 가지 악기와 운동이 필요한가?, 10억이 넘는 빚이 나의 힘,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은 누구?, 수학여행을 마다한 딸과의 소통, PC방에서 찾은 수능 수학 만점 아들이야기 등 온갖 주제로 이야기 나눔이 시작되고 그 내용에 대해 서로의 공감, 반론, 격려, 충고, 응원이 가득 차 눈물과 웃음으로 채워진 3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했다. 학부모의 행복을 위해 학부모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목차를 정리하며 이야기 나눔을 하며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기회가 분명 있었다. 선배 학부모의 경험담은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또 다른 비전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야기 나눔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모색되었다. 그동안 엄마로 아내로 힘껏 노력해 온 스스로를 칭찬하고 나눔을 함께 한 학부모들에게서 격려와 응원을 얻는 행운도 있었다.
학부모 한 명이 한 권의 책이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책이 숨어있을까?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진 10강 동안 미처 읽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 궁금하고 아직 출판되지 못한 학부모책이 빨리 세상에 나와 나눔 안에서 감사함과 고마움을 찾고 스스로 힐링이 되길 빌어본다. 나는 오늘도 ‘엄마, 아내, 홍이수’라는 책에 또 하나의 목차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학부모책을 출판해 주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 허미영 선생님과 정독도서관의 노귀례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병중에도 풍부한 감성 카리스마로 우리 반창고 팀을 이끌어 주신 유정은 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빌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