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서울특별시성북강북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 장학사)
非常, 평범한 일상이 사라졌다
2월에 처음 개학 연기를 논할 때만 해도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2020년 2학기에도 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을 허락하지 않을 듯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일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게 급식을 먹고, 그룹별 토론과 프로젝트 활동을 하던 일상 대신 날마다 자가진단과 줄서기, 손씻기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2~3주에 한 번씩 만나는 수업에서 친구와 대화조차 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부의 대책이 순차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의 대응은 늦어졌고, 대부분의 대책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는 상황에서 초기에 학교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사상 초유 1달 이상의 휴업과 온라인 개학, 이어진 순차적 등교 개학과정에서 방역과 교육의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느라 학교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교육지원청은 교육부와 학교 사이에서 각종 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전달하거나,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행정당국에 전달하는 중간 통로 역할을 주로 하였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이 본래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정 기구로서의 역할 못지않게 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고민이 매우 크다. 그러한 문제 의식 하에 작은 일이나마 각 교육지원청은 각자의 방식대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청이 되기 위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교원의 디지털리터러시 역량 강화 및 환경 구축
결국 모든 수업의 질은 교사에게 달려 있다. 갑작스럽게 전개된 원격 수업 상황에서 모든 교사가 원격 수업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리터러시를 갖춘 것은 아니었으며, 학교 역시 플랫폼이나 시스템 등을 갖추지 못한 채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원격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3월부터 온라인 교실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풀을 확보하고 학교별 연수 지원 등이 이루어졌으며,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교원 연수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원격 수업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집단 지성은 놀라운 형태로 발휘되었는데, 1500명이 모일 수 있는 온라인 단톡방이나 밴드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선생님들은 서로에게 배워가며 EBS 온라인클래스에 학급을 개설하는 것부터, 수업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 ZOOM을 이용한 수업 준비하기 등 한땀한땀 노하우를 익혀나갔다.
교육지원청 역시 이러한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보여주었다. 특히 동부교육지원청의 경우 가장 먼저 ‘동부 온(ON) 원격수업 운영 지원’ 연수를 개설하고 원격 수업 길라잡이를 펴내는 등 등교개학이 시작되기 전인 4월 초 선도적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성북강북교육지원청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수업 시간에 단순히 EBS 링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원격 수업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와 교사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소개하였다. ‘성북강북 콕콕 짚어주는 중등 원격수업 실천사례집’은 실제로 전교과 100% ZOOM을 활용하여 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의 운영 계획서부터, 각 교과별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들의 실제 수업 지도 사례 및 팁, 비교과영역인 동아리 지도나 자율활동에서의 원격 수업 사례 등을 수집하여 소개하였다. 도구제작이나 편집방법, 미디어 활용법이 아닌 교과 지도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원격 수업 역량은 단순히 미디어 제작도구의 활용법을 익히는 것만으로 볼 수 없다. 원격 수업이든 교실 수업이든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속에서 학생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교사가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역량을 갖출 때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과의 상호작용과 배움이 일어나는 실제 수업 사례 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실천사례집의 원고를 집필한 교사들은 그대로 학교로 찾아가는 연수의 강사가 되었다.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은 교과별 강사풀을 학교에 제공하고 직접 배우고 싶은 강사를 학교로 파견하는 ‘찾아가는 쏙쏙 스마트수업 역량 강화 연수’를 학교통합지원센터와 함께 추진하였다. 이러한 자료집 제작 및 다양한 연수는 우리 지원청 뿐만 아니라 여러 지원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되었으며, 교사들의 디지털리터러시 역량 제고에 일정 정도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각 지역청의 노력을 살펴보면 모두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등교개학 이후 모든 행사나 집합연수를 중단하고 기존의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는 등 조용한 지원을 기조로 하여 모든 연수는 학교로 찾아가는 연수 또는 온라인 연수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되 었으며, 교사의 자발적인 수업 사례 나눔을 활성화하기 위해 콘테스트 형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교사들의 자발적 수업나눔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역할을 지역청에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의 자발성은 수업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연수와 수업사례 나눔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각 지역교육청별로 조직되어 있는 수업·평가나눔 교사단이다. 수업·평가나눔 교사단은 수업혁신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수업과 관련된 분임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분임을 이끄는 중간 리더들과 수업·평가나눔 교사단을 든든하게 지지하고 있는 수석교사들의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서울 교사들의 수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현재 수업·평가나눔 교사단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전체를 통들어 2,559명, 202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스스로 활동 분야를 선택하거나, 교과별로 모여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월별로 정기적인 온라인/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분임 모임은 수업·평가 전문가 연수부터 학교별 원격수업 사례 나눔, 융합수업 설계 및 구성, 수행평가 루브릭 개발 및 서술형평가문항 연구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回復,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기
“이제 마라톤 10km 지점, 그간 전력 질주”
지난 6개월 방역을 맡았던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의 말이다. 이 말은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에게도 해당된다.
그동안 학교는 마라톤 첫 10km구간을 달리듯이 전력질주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 숨을 고르고 장기적인 전망과 대책을 고민할 때이다. 코로나 대응에 관하여 국민들이 교육에 매긴 점수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7월 발표된 매경이코노미의 설문조사1에 따르면 교육 분야에서 코로나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는 0.7%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가 가장 대응을 못하는 분야는 경제(46.3%)에 이어 교육(38%)라고 답했다. 이는 초기 부터 개학 연기 등을 둘러싸고 혼란이 있었던 것과 원격 수업 시행 과정에서 접속자 폭주로 인한 기술적 문제 등 상황에 긴밀하게 대처하지 못한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의 성격이 크다.
그러나 교사들의 원격 수업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고 볼 수는 없다. 22일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교육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6~13일 도내 교사 4,178명, 학생 26,521명, 학부모 23,114명을 대상으로 원격교육 운영과 관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족한다’(매우 만족, 만족)는 응답이 교사 54.91%, 학생 39.78%, 학부모 33.47%로 각각 나타났다. 교사에 비해 학생이나 학부모는 원격 수업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비상 상황에서 교육과정이 중단되지 않고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초창 기와 달리 이제 학생, 교사 모두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직도 감염병 우려로 정상적인 학생참여형 수업이 어렵고, 과정중심 평가도 어려운데, 무슨 교육의 본질이냐고 할 수 있으나, 우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를 설득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어떤 학생들은 원격 수업이나 자기주도적 온라인 학습이 더 자신의 속도나 역량에 맞다고 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원격수업 상황은 그저 의무적으로 클릭만 하면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학생들이 원격 수업과 등교수업의 넘나듦을 통해 배움에 다다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기를 다루는 일에는 서툴더라도 학생과 소통하려는 노력과 학교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있지 않으면, 코로나 시대가 많은 학생들이 배움 자체를 잃어버린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교육의 주체이자 희망은 역시 교사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새롭게 길을 찾아가는 교사들과 함께 교육지원청 역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원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