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겨울호(257호)

디지털 기반 수업 및 융합 수업 사례 [융합]
심층쟁점 독서토론으로
사고력을 향상시켜 볼까요?

강방식 (동북고등학교, 교사)

책을 읽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 이것보다 더 기쁜 것은 책을 함께 읽고 그 느낌을 누군가와 나눌 때이다. 교사로서의 책무도 다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책을 통해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켜 주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심층쟁점 독서토론이다. 동북고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토론 수업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의 심층쟁점 독서토론 모델이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2005년에 동북고 융합수업팀은 학생들의 미래를 대비하여 비판적 사고, 창의성, 도덕성을 키우는 교육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사고력 신장을 위해 여러 전공 교사가 함께 시작한 융합 수업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늘 독서와 토론이 있었다.

토론 수업을 시작하다

2004년,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1를 밑줄 치며 읽었다. 그 책에 나온 말이다. “최악의 수업은 교사가 질문하고 교사가 답변하는 수업이고, 최고의 수업은 학생이 질문하고 학생이 답변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이 도대체 어떤 수업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토론 수업’이었고, 지금도 질문을 생성하고 토론하고 글쓰는 수업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CEDA 토론2 뿐만 아니라, 서울형 토론수업 모형,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월드카페 토론 등의 일반화된 토론 수업만이 아니라, 동북고의 축구부도 함께 할 수 있는 동북고 청문회식 토론 수업까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참고로, 2023년에는 EBS ‘클래스UP 교실을 깨워라’ 7회차에 축구부도 토론 수업으로 이끄는 교사로 소개되었다.

아이들의 관심을 반영한 융합 수업, 토론과 실험으로 설계하다

이제는 교육도 맞춤식 교육이 아닌가. 최근 의학 및 생명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필요했다. 2022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생명과학, 물리 선생님을 찾아가서 특별 융합 수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나는, 의학 분야의 수시 면접(MMI면접), 생명과학 분야 수시 면접을 대비해 토론 수업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와 관련된 의생명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마침 대상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있었다.

그해 1학기에 학생참여예산제 활동으로 학생 주도로 토론하는 ‘호기심 천국 토론 광장’이라는 학생 활동을 지도했다. 토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으고, 학생들에게 토론 주제 정하는 것부터 포스터를 작성하고, 홍보하고, 실제 토론을 이끄는 사회자 역할까지 모든 것을 학생들이 진행했다. 기본소득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가짜뉴스, 로봇의 통제, 수술실 CCTV 설치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들부터 도시 재개발과 사회적 소수자의 주거권, 학교 내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설 설치, 노약자들을 위한 기술 개발, 별정 우체국 국장 지위 논란 등 개인 관심사에 따른 주제들을 선정하기도 했다. 흥미로웠던 경험도 있었다. ‘사람들은 가상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할 때, 과연 충분한 이야기가 나올 것인가에 관해 여러 교사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주제에 몰입하여 토론에 활발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토론자가 토론 주제에 대한 찬반 근거를 정리한 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참가자는 각자의 입장을 제시하고, 사회자는 참가자들이 골고루 발언할 수 있도록 돕고, 쟁점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호기심 천국 토론 광장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 중에 의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있어서 여름방학에 의생명 관련 토론 활동을 다시 한번 이끌어 보는 게 어떠한지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생명과학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의 의생명 관련 토론 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실험 활동을 기획하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조력 존엄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제안되고 있었고, 선생님의 가까운 가족 중에 존엄사 관련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한 실험 활동을 해보자고 했다.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볼 때 존엄사를 위해서 의약적 처방이 허가된다면 그때 환자의 고통은 어떨까? 이를 직접 확인해볼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 동물들은 어떻게 고통을 인지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인간은 어떻게 그 고통을 확인할 수 있을까 등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그렇게 해서 첫 실험 주제로 나온 것이 ‘물벼룩을 활용한 심장 박동 조절 물질 탐구’였다.

영어 선생님도 의생명 관련 토론 및 실험 활동에 관심을 보여서 MMI 면접 준비를 하는 과정에 영어 관련 기사와 논문 자료를 탐구하는 활동을 집어넣었다. 학생들이 자기가 탐구하여 발표하고 토론하고 싶은 주제를 자발적으로 만들면 영어 선생님이 관련 영자 기사를 영국의 가디언지에서 찾아 주었다. 영자 기사를 읽고 핵심 단어 20여 개를 찾아 정리하고, 기사의 핵심 내용과 인상적인 내용, 비판하고 싶은 내용들을 활동지에 적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학생들은 어려워했다. 영어 선생님은 대안으로 기사를 어떤 것에 주목하여 읽어야 할지 3~4개 정도의 핵심 질문을 만들어 다시 제공했다. 이 활동을 끝낸 학생들은 추가로 관련 영자 논문 1편을 의무적으로 읽었는데 곧잘 했다. 심층적 이해를 위한 사다리를 교사가 만들어 주었을 때 학생들은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던 수업이었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인가?’, 미완성의 탐구 과정

평소 수업을 바탕으로 2022년의 첫 의생명 관련 MMI 토론 및 실험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때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았다. 영어 기사와 논문을 찾아 읽는 것도 벅차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바쁜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1주간 생명 탐구 주간이라는 별칭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 4시간씩 총 20시간의 활동을 했다. 4시간 중 2시간은 토론 수업, 나머지 2시간은 토론 관련 실험 수업이었다. 2시간에 2-3개의 토론 주제에 대해 토론했는데, 각자 자신이 선택한 토론 쟁점의 현황, 찬반 근거, 자신의 입장을 PPT로 10분 정도 정리하여 발표하면, 나머지 학생들은 발표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을 5분 정도 질문하고 난 후에, 25분 정도 치열한 토론을 하게 된다.

첫해의 토론 주제로는 운동 후 근육의 통증 관리,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약을 위급 환자에게 치료할 수 있을지 여부, 마약성 진통제 치료 논란, 인수공통 감염병과 사회적 거리 두기, 동물실험 논란 등이었다. 마지막 활동일인 금요일에 자연스럽게 학생과 교사에게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왔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인가?” 토론 주제로 동물실험에 대해 논의할 때 누구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도 된다고 했고, 누구는 화장품 회사에서 판매하는 마스카라의 부작용을 테스트하기 위해 토끼의 눈에 마스카라를 칠하는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각자의 의견에 대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동물들이 불쌍하다, 너무 고통스러울 수 있다, 컴퓨터 모의실험으로도 가능하다’ 등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런 궁극적 질문이 나왔다. “도대체 생명이 무엇이길래 어떤 생명은 실험해도 되고, 어떤 생명은 안 되는가?”

생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생명과학I 교과서를 찾아봤다. 신기하게도 생명의 정의는 없고, 대신 생명의 속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잔뜩 나왔다. 생명과학II 교과서를 펼쳐봤다. 여기에도 생명에 대한 정의는 안 나왔다. 이번에는 대학 교재에서 찾아봤다. 생명과학 선생님이 대학교 때 봤었던 교재, 평소에 생명과학 및 자연과학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중고 서점에서 본인이 샀던 두 권의 대학 교재를 펼쳐 보았다. 여기에도 생명에 대한 정의는 없었다. 마치 수학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정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수는 양의 정수, 0, 음의 정수를 정수라고 한다는 설명과 비슷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정수는 가지런한 수, 옹골수 등 또 다른 명칭에 대해서는 나오지만 정작 정수에 대한 정의는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수업은 결론 없이 미완성으로 끝이 났다.

토론에 책을 더하다

여름방학 활동이 끝나고 가을이 왔다. 늘 그렇듯이 독서의 계절이다. 도대체 생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30년 전 대학원 시절에 구매하고 읽지 않았던 낡은 책 한 권이 거실 서재에 꽂혀 있음을 확인했다. 여러 번 이사하면서 폐지 재활용 센터에 팔기도 하고, 누구에게 주기도 하고, 중고 서점에 팔기도 하다가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해 남겨진 책이었다.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양자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쓴 책이다. 찬찬히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읽었다. 조금 알 듯하다.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는 데 도움을 주는 책도 사서 읽었다. ‘생명의 정의’라는 용어로 검색되는 논문, 동영상을 보다가 정우현 교수님의 『생명에 대해묻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고등학생 수준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고, MMI 토론 주제에도 많이 나오는 쟁점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작년 여름방학에 융합수업을 했던 선생님들에게도 일독을 권했다.이후 2023년의 수업은 작년 수업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기획하고, 작년보다 좀 더 심층적인 활동을 위해서필독서 두 권으로 독후 토론하는 과정을 추가했다. 때마침 서울시교육청에서 심층쟁점 독서토론이라는 수업모델이 개발되어 대학교의 박사 연구자들을 고등학교에 모시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북고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를 만나듯, 가는 날이 장날이듯,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 바로 서울시교육청에 심층쟁점 독서토론 공모 신청을 했다.

‘심층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으로 깊어지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맺어준 교수님과 함께 두 번째 여름방학 심층쟁점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활동은 작년과 달리 필독서 토론 활동 이외에도 사회 실천 활동을 추가했다. 2023년에 토론한 주제로는 보건 당국의 출산 장려책, 대역병 시대의 병동 입실 순위 문제, 동서양 의학 치료법 비교, 유전 대 환경, 실존주의적 관점에서의 동물의 자유의지 문제, 건강 기능 식품 광고하는 의사의 윤리성,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유전자 조작 아기 논란 등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첫 수업부터 각자가 정한 탐구 주제에 대해 쟁점, 찬반 근거, 자신의 주장 등으로 구성된 PPT 예비 발표를 듣고 맞춤식으로 피드백하셨다. 의생명 관련 전공 지식이나 독서 토론의 내용뿐만 아니라 발표 세부 기술까지 일일이 체크해 주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지도교사들에게도 피드백을 해주었다. 영국의 가디언지의 의생명 관련 영자 기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사이언스나 네이처지 등 전문 과학자들이 필수적으로 보는 전문 학술지의 뉴스레터를 활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도전할 생각을 못했던 세계적인 학술지의 콘텐츠를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실제로 2024년에 적용해서 실천해 보니 이전 해에 비해 학생들의 고급 콘텐츠 활용 실력이 향상됐고, 당연히 독서 토론의 근거 자료 제시에서도 세계적인 의생명 학자들이 현재 다루는 세부 주제와 용어 및 개념들을 함께 다룰 수가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영어 지도교사가 생명과학 및 의학용어를 어원적으로 분석하는 활동을 추가로 수업했다. 박테리아는 원래 막대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bakterion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균을 처음 관찰할 때 막대기 모양이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왜 부신피질호르몬으로 번역되는지, 인슐린이라는 명칭에는 랑게르할스섬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등, 의생명 용어를 어원적으로 분석해 보면 의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인류의 감정, 논리, 그 탐구의 역사를 새롭게 재확인할 수 있었다.

책 읽는 활동을 추가하면서 학생들의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여 대주제 자체를 심도 있는 질문의 형식으로 정했다. “‘생명’에 대한 정의를 토대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이다. 대주제를 탐구하기 위한 세부 핵심 질문으로는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생명관은 생명과학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생명과 관련된 사회 논쟁을 이끄는 사람들은 제각각 어떤 생명관을 가지고 있는가?’, ‘생명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바탕으로 생명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유전자 편집을 이용한 치료 행위 등의 의생명 쟁점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생명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생명관을 찾는 탐구 활동 및 그에 대한 비판적 검토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명관과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한 후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회 실천 활동을 해보자는 의도를 담아냈다.

의생명 심층쟁점 독서토론 및 실험 활동이 끝난 후 진행한 사회 실천 활동의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어느 학생은 ‘대역병의 시대 의료 공평성 확보를 위한 의료 자원의 배분과 환자 입실 순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쟁점 토론을 주도적으로 이끈 후, 국민신문고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내용으로 첫째, 현재까지 정부의 노력과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은 무엇인지, 둘째, 해당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의 필요성과 시급함을 강조했다. 민원에 대해 보건복지부 및 생명윤리 정책 관련 담당자와 직접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논제의 대안에 대해 깊이 고찰하여 채택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 또 다른 사례로 유전자 편집 기술 관련 토론 쟁점을 만든 학생은 토론 이후 이 기술이 앞으로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임을직감하고 이 기술의 장단점에 대해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역신문사에 연락해서 칼럼을쓰겠다고 제안했고, 결국 ‘가깝고도 먼 유전자 편집, 이 양날의 검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라는 제목의 칼럼이 신문에 실렸다.

독서토론을 통해 확인한 것

2024년 여름방학, 작년 활동에 이어 어떤 책을 읽을지 3월 초부터 고민했다. 작년에 읽은 슈뢰딩거의 책은 생명과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은 안 읽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1953년에 DNA 이중나선 구조의 원리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했던 왓슨과 크릭이 젊었을 시절에 똑같이 이 책을 읽고 통찰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연스레 왓슨의 『이중나선』을 필독서로 정했고, 추가로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라는 책을 선정했다. 작년에 이어 똑같은 교수님이 올해도 동북고 심층쟁점 독서토론 및 실험 활동을 피드백해 주었는데 특히 『호모 데우스』라는 책을 선정한 것에 기쁨과 설렘,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은 작년과 달리 필독서에서 다루는 최근 주제에 맞게 로봇 간병,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과 법적 규제, 줄기세포 이용한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최첨단 의생명 기술의 사회적 적용에대한 논란을 다루었다. 도움을 주신 교수님께서는 작년보다 더 세밀하게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봐 주셨다.예를 들면, ‘초고가의 개인 맞춤형 치료제에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할까?’라는 토론 주제에 대해 좀 더구체적인 수치를 적용해야 논의가 생생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피드백을 받은 학생은 ‘1회투여 비용이 5억 원 이상인 초고가 치료제로 인해 생기는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적 제도가 필요할까?’라는 주제로 수정했다.

1주일간의 활동을 끝낸 후 지도교사, 학생, 교수님이 함께 활동을 평가했다. 학생들은 10개의 토론 쟁점에 참여하기 위해 2권의 필독서 및 외국 전문학술지의 콘텐츠를 활용했다는 자부심을 느꼈고, 처음 해보는 전문적 실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론으로 사고력이 향상됐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한 학생은 자신이 매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물리를 가르치는 지도교사는 『이중나선』이라는 책을 세간에서 읽듯이 흥미 위주로만 읽어서는 안 되고 왓슨이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찍은 DNA 회절 사진을 보고 가슴이 뛰었던 순간을 상상해 보며 평소 과학자는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지난하게 해야 할지 각자 성찰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2년째 동북고 심층쟁점 독서토론에 도움을 준 교수님은 일 년에 30여 군데 이상의 고등학교에 컨설팅을 다니는데 동북고처럼 깊이 있는 심층쟁점 독서토론을 하는곳을 못 봤다고 칭찬해 주었다. 또한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무척 기대된다고 했다. 3년간 실시한 심층쟁점 독서토론을 통해 확인한 것은 책에서 얻은 심층적 쟁점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에 참여하는 토론이야말로 세상의 흐름을 진단하고 앞길을 개척할 수 있는 큰 줄기와 뿌리가 된다는 것이다. 교사에게도 학생들에게도.

 

  1. 조벽(2010),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해냄
  2. 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의 약자로, 흔히 교차조사 토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