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실 (인헌중학교, 교사)
1. 들어가며
디지털 전환과 기후·생태 환경의 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 등 현대 사회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성이 확대되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잘 적응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주도성을 강조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학교는 학생들의 주도성 신장을 위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교육과정을 제시해야 하며, 학생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자율시간’의 도입으로 학생의 특성, 학교의 여건, 지역사회 등을 고려한, 학생들의 삶과 연계될 수 있는 신설 과목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자신들이 듣고 싶은 신설과목을 개설하는 데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사는 더 이상 주어진 기존의 공통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실행자’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개발자’이자 개발한 교육과정을 실행하여 학생들의 유의미한 성장을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낯선 역할에 낯선 과목까지, 모든 것이 낯선 현 상황에서 ‘학교자율시간’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본 글에서는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과목을 개발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2. ‘학교자율시간’의 의미
‘학교자율시간’ 운영을 위한 과목 개발에 앞서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학교자율시간’이란 학교에서 지역과 학교의 여건 및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부 시수를 확보하여 국가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새로운 과목을 자유롭게 개발·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다(교육부, 2024). ‘학교자율시간’은 중학교 3년 내에 한 학기 이상 편성하여 운영하여야 하며 국가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새로운 과목으로 개설되어야 한다.
‘학교자율시간’ 운영 가능 과목은 다음과 같다.
위 세 가지 운영 가능한 과목이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도저히 가늠이 안될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학교의 필요 및 여건에 따라 학교가 직접 교육감 승인 과목을 개발하는 절차 및 사례, 다른 학교에서 개설한 교육감 승인 과목 및 타 시·도 교육감 승인 과목 활용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3. 학교자율시간 운영 과목 개설
학교자율시간 운영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등교육과에서 상반기 1회, 하반기 1회 신설과목 교육과정(안) 신청 안내 공문이 발송된다. 신청 서류는 과목 신설 승인 신청서 1부, 신설과목 교육과정(안) 1부이다. 신설과목 교육과정(안)은 과목명, 성격 및 목표,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교과용 도서(인정도서)를 신청한 학교의 경우, 신설과목(교육감 승인 과목) 교육과정 승인은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의 교과용 도서(인정도서) 심의 결과에 따른 조건부 승인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 신설과목 교육과정 승인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은 교원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헤쳐 나갈 수 없다. 어느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교사 한 명 한 명의 노력과 의견이 모여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 교원학습공동체와 같은 학교 내 교육과정 연구 협의체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실제 학교에서 신설과목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2022 개정 교육과정 운영 방안 연구학교였던 방이중학교에서 겪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4. 신설과목「인간과 공존」개발 과정
신설과목 「인간과 공존」은 아래와 같은 과정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가. 신설과목 개발을 위한 교원학습공동체 구성 및 역량 강화
2022 개정 교육과정 운영 방안 연구학교 운영을 위하여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하였다.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를 신청하고, 교원 역량 강화를 통해 교원들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신설과목 개발의 여건을 조성하였다. 방이중학교에서 신설과목 「인간과 공존」 개발을 위해 실시한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총 30시간의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 과정 중 외부 강사 연수 및 워크숍을 연수 내용으로 구성하여 신설과목 개발을 위한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였다. 미래교육과 학교특색교육과정 개발, 짝토론, 신설교과 교육과정(안) 개발하기 등의 과정을 통해 신설 교과를 연구하고 초안을 설계하였다. 처음에는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신설과목 개발이 여러 연수의 과정을 통해 조금씩 실체가 명확해졌다.
나. 신설과목 교육과정 개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학교 및 지역 특색에 맞게 재구성한 신설 과목을 개발하기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희망하는 교육 주제, 수업 내용, 미래 교육의 지향점,특색 과목 필요 여부 등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인간상과 핵심역량을 토대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미래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다차원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이중학교 교원학습공동체는 방이중학교의 여건 및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신설과목 개설을 위한 의견을 모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술’, ‘인간과 자연’이라는 세 가지의 대주제를 정할 수 있었다. 교원학습공동체에서 각각의 대주제들 속의 중주제를 선정하기 위하여 브레인스토밍을 하였다. 여러 선생님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인간과 인간’에는 존중, 연대, 세계시민, ‘인간과 기술’에는 인공지능, 디지털 문해력, 디지털 시민, ‘인간과 자연’에는 기후위기, 우리지역 생태자산, 생태시민이라는 중주제를 선정하였다. 연구 교원들은 선정된 중주제를 하나씩 맡아 성격, 목표, 내용체계, 영역별 설명과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내용을 작성하여 최종 신설과목 교육과정(안)을 개발하였다.
다. 신설과목 워크북 개발
대주제 및 중주제를 선정하여 교육과정(안)을 작성한 다음 신설과목 워크북을 개발했다. 추후에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선생님들도 본 교과를 이해하고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이를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5. 교육감 승인 과목 활용 방법
모든 학교에서 학교의 여건 및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및 교원의 각기 다른 상황으로 신설 과목 개발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과목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 ‘학교자율시간’에 서울시교육청 또는 서울의 다른 학교에서 개설한 교육감 승인 과목과 타·시도 교육감 승인 과목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시하였다.
서울시교육청 또는 서울의 다른 학교에서 만든 교육감 승인 과목의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나이스(NEIS)에서 과목을 검색하여 학교 교육과정으로 편성할 수 있다. 타 시·도 교육감 승인 과목은 교육과정 편제표 제출 시 ‘타 시·도 교육감 승인 과목 사용 신청서’를 함께 제출하고, 나이스(NEIS)에서 과목을 검색하여 학교 교육과정으로 편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에서 개발한 교육감 승인 과목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 및 타 시·도 교육감 승인 과목은 ‘에듀넷·티-클리어’ 사이트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이트 접속 후 [교육정책]-[교육과정]-[교육감 승인 과목]으로 들어가면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열심히 개발한 신설 과목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학교에서 개발한 교육감 승인 과목을 토대로 교사는 학교의 상황과 학생의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다.
6. 제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한 ‘학교자율시간’의 존재가 현직 교사에게는 부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원래 하던 대로 하지, 왜 새로운 것을 해서 번거롭게 만들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이라는 교육 공동체는 결국 모두 학생의 유의미한 성장을 바란다. 학생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발맞춰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학교자율시간’은 그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본 저자도 ‘신설과목 개발’이라는 교원학습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엄청난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하는 일이다. 나라는 존재가 하나씩 모여 우리를 만들고, 다 같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모은 결과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엄청난 일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현재 많은 전국의 교사들이 신설 과목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설 과목을 개발하는 것도 학교자율시간 운영의 한 가지 방법이지만, 개발된 과목을 학교의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운영 방법이다. 개발된 과목을 토대로 학교의 여건과 학생의 특성에 맞게 변형한다면 오히려 발전된 형태의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처럼 ‘학교자율시간’은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그리고 전국의 교사와 교사들 간의 소통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께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그렇게 어렵고, 두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