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가을호(256호)

[중학교 깊이 있는 학습]
과학, 깊이 있는 학습 도전

백종민 (석관중학교, 수석교사)

1. ‘깊이 있는 학습’이 뭐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이 다가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얕은 학습’을 해 왔단 말인가? 얕은 학습은 ‘피상 학습’을 말하며 많은 사실이나 현상, 주제들을 폭넓게 배우지만 학습 내용은 깊게 다루지 않는 학습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깊이 있는 학습이란 무엇인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깊이 있는 학습이란 “심화 수준의 학습이 아니라, 단편적인 개별지식의 습득을 넘어 학생의 주도적인 탐구와 사고를 통해 개념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전이하면서 지식의 폭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는 학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은 ‘이해’와 ‘전이’를 통하여 실제 삶의 맥락에서 주도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의 함양을 강조한다. 이는 ‘이해중심 교육과정’이나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연결되는 지점이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이론적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 ‘이해와 전이’를 강조하는 깊이 있는 학습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일반적 지식의 구조를 명료하게 시각화한 Erickson(1995)에 따르면 지식은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이들의 공통된 속성인 ‘개념’을 찾고, 이 개념들 간의 관계를 일반화나 원리, 이론으로 체계화시킨 것으로 본다. 따라서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실적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화나 원리를 습득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시키는 학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깊이 있는 학습은 ‘이해와 전이’가 가능한 수업으로 설계해야 함을 알 수 있다.

2. 수업 계획하기!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모두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들은 내년부터 실제 교실 상황에 적용되면서 더 구체적이고 현장에 적합한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에 깊이 있는 수업을 위해 학습상황에 실제 적용해본 과학 설계 시도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가. 교육과정 살펴보기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운동과 에너지’ 영역 중에서 ‘힘의 작용’ 단원과 관련되는 핵심 아이디어, 내용 체계의 범주, 성취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힘의 작용’ 단원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핵심 아이디어가 ‘영역’ 수준에서 통합적으로 진술이 되어 있어 단원 수준에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이해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핵심 아이디어가 초·중학교로 묶여서 진술된 것도 학생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핵심 아이디어는 ‘단원 수준의 학생 이해’와 ‘학생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재진술될 필요가 있다. 또한, 범주별 내용 요소 중 과정·기능과 가치·태도의 경우 영역에 따라 차이를 두지 않고 공통으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지식·이해의 내용 요소에 따라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여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힘의 작용 단원과 관련하여 아래 [표1]과 같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내용을 선정하였다.

나. 핵심 아이디어 재진술과 탐구 질문 생성

새 교육과정에서 핵심 아이디어는 교수·학습 설계의 초점으로 작용하는 학습의 토대가 되는 진술이다. 따라서 ‘단원 수준’에서 학생이 도달해야 하는 일반화된 지식과 중학생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재진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교육 목표뿐만 아니라 핵심 아이디어와 내용 범주, 성취기준 등을 참고하여 주요한 개념을 추출하고 이들을 결합시켜서 일반화한 핵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힘의 작용’ 단원은 기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았던 ‘힘의 평형, 알짜힘’ 등의 용어가 추가되었으며, 힘과 운동의 관계를 다루도록 하여 추후 ‘운동과 에너지’ 단원에서 학습하게 될 ‘등속 운동’과 ‘자유 낙하 운동’이 연계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힘의 작용’ 단원에서는 힘은 물체의 운동 상태를 변하게 하는 원인이며,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는 ‘힘의 평형’을 유지하게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 단원에 등장하는 주요한 개념과 이를 일반화한 핵심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이 진술할 수 있다.

다. 총괄 평가 과제와 루브릭 작성하기

단원 목표가 설정되면 단원을 학습한 후 학생들이 단원이 목표하는 역량을 제대로 습득하였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실제 삶의 맥락을 제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학교라는 공간이나 실제 학생들의 삶과 연계가 되도록 평가 과제를 설정하여 지식과 기능이 제대로 습득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중심 교육과정에서는 참평가를 위한 총괄 평가 과제를 만들기 위해 GRASPS 등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 있다

이 총괄 평가에 대한 루브릭의 예시 일부는 다음과 같다.

라. 중단원 구성과 탐구 질문 생성

이제 학생들이 이해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로 핵심 아이디어가 결정되었다. 그러면 학생들을 이 핵심 아이디어에 어떻게 도달하도록 할 것인가? 이해와 전이를 이끌어내는 귀납적 탐구 수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중단원을 구성하고, 탐구 질문을 작성하게 된다.

먼저 각 중단원 구성은 단원의 핵심 아이디어와 내용 범주, 성취기준 등을 참고하여 작성한다. 각 중단원 수준에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하는 이해를 단원의 핵심 아이디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위 일반화를 진술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를 수업 속에서 이끌고 안내하기 위해 탐구 질문을 생성하게 된다. 교사는 탐구 질문을 통하여 학생들이 학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탐구 질문에는 사실적 질문, 개념적 질문, 토론 질문 등을 생성하게 된다. 이후에 수업을 위한 차시 배열이 따른다.

3. 수업 실행하기 예시

가. 힘의 작용 효과와 개념 도출

일반적으로 힘의 개념 도입을 위해서 주변에 힘이 작용하는 경우를 조사한다. 이때는 의도적으로 힘의 개념 도입을 위해 특정한 한 가지 사례 즉, 대상(물체)에 밀거나 누르거나 당기는 등의 힘이 작용했을 때, 그 물체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사하여 적도록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게 된다.

이러한 탐구 사례들은 고차적인 개념 수준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모양이 바뀌거나 움직이거나 빠르기가 달라지는 것들은 ‘변화’라는 개념으로, 그리고 모든 변화들은 ‘결과’라는 개념으로,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공통적으로 ‘힘’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힘’을 ‘모양이나 속력을 변하게 하는 원인’ 또는 ‘힘이 변화의 원인’으로 일반화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사실이나 현상이 개념으로 발전하도록 원인과 결과 말하기와 같은 수업 전략을 사용하여 학생들의 사고를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상호작용 방식에 따라 힘 구분하기

상호작용이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며, 힘은 두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 개념은 힘의 평형을 설명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며, 성취기준 [9과05-04]의 해설을 보면 수직항력이라는 힘을 도입하는데, 이를 이해하는 데도 쉬운 접근 방법이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중력, 탄성력, 마찰력, 부력을 학습할 때 상호작용 관점이 필요하며, 상호작용의 방식에 따라 힘을 구별할 수 있음을 학생들이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주변 사례를 통해 상호작용 방식으로 해석하여 다양한 힘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4가지 힘의 뜻을 알고, 어떤 대상들의 상호작용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각 힘의 개념을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서 개념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교차비교 차트’ 라는 수업 전략이며, 이를 더 확장하여 여러 가지 힘을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특징을 발견하면서 일반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표를 변형시켜 사용하면 <그림 6>과 같다.

다. 핵심 아이디어 도출하기

각 중단원 학습을 진행하면서 각 힘의 특징, 힘의 합력과 평형 등 수업 내용과 기능을 습득한 후 단원을 일반화하기 위한 종합 시간을 가진다. 이는 핵심 아이디어를 학생들이 도출하는 과정으로 고차적 사고력을 높여주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단원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학습한 개념을 제공하여 학생들 스스로 일반화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러한 일반화는 교사가 개념만 제공하여 문장으로 진술하는 과정이므로 학생들이 어려울 수 있고, 또한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진술될 수 있다. 따라서 모둠활동을 통하여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포스트잇에 적도록 하면서 모둠원이 서로 공유하도록 하고, 모둠원이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우리 모둠의 일반화 문장으로 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각 모둠이 전체 학습에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가장 좋은 일반화를 선정하여 채택하도록 한다. 아직 일반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일반화에 사용되는 개념들을 더 제시해 주거나 일반화된 문장 중 주요 단어만을 비워두어서 생각하면서 채우게 하는 등 학생의 학습 수준에 따라서 교사가 적절하게 조정하여 수업할 수 있다.

4. 단원 마무리하기

지금까지의 모든 단계에는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등 개별지도나 형성평가와 같은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학습의 결과로 ‘이해’의 단계인 일반화에 도달했다면, 이것이 실제 삶의 맥락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지, ‘전이’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괄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단원 학습을 통한 ‘이해’와 ‘전이’, 즉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고 지원하게 된다.

지금까지 깊이 있는 학습의 과정을 개괄적인 흐름으로 살펴보았다. 성취기준 중심, 또는 차시 중심 수업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수업을 핵심 아이디어 중심, 단원 중심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위한 교사 공동체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