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선 (양서중학교, 교사)
“코로나 이후로 학생들이 너무 달라졌어요.”
요즘 선생님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감정 표현, 의사소통, 갈등 조절 등 여러 영역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말이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선언된 지 3년 4개월 만인 2023년 6월 1일부로 코로나 종식이 선언되고 일상으로 복귀가 완전히 이루어졌지만 코로나가 학생들에게 남긴 흔적은 너무나도 크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상에 제약이 있었고, 그로 인한 큰 변화가 있었기에 “학생들이 너무 달라졌어요.”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일 수 있다.
지금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코로나가 터졌을 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한창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동체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시기인데 몇 년간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서 있어야만 했다. 코로나는 끝났지만 그때의 영향은 학생들에게 여전히 큰 흔적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 전에,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확인한다면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명확해질 것 같아 코로나19가 가져온 학생들의 변화를 살펴 보겠다.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가 너무 컸다. 등교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었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통해 얻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기술과 관계 형성 능력이 약화되었다. 특히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데, 이러한 기회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커졌다.
둘째, 정신 건강 문제가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의 정신 건강 문제가 증가했으며, 이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학업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장기간의 고립감과 비대면 학습의 압박이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셋째, 생활 패턴의 변화가 컸다. 등교 제한과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일상적인 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지고, 신체 활동이 감소했으며, 스마트폰 및 인터넷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들이 발생했다.
넷째, 비인지적 영역이 발달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특히 감정 조절과 같은 비인지적 영역에서 매우 타격이 컸다. 학생들이 전보다 너무 어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등교 중지 및 순환 등교 기간 동안 유연한 성격, 끈기, 사회성을 키울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것이 학생들의 성격을 바꿨으며,이는 성실성, 개방성, 끈기, 참을성을 기르고 감정을 다룰 기회를 어렵게 만들었다.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비인지 능력,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생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했다면 이제 그 부분을 채워주면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학급경영을 계획하면 된다.
담임의 역할
담임교사는 기획자이자 고수, 낚시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섬세하게 세팅하되, 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결국 성장하고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며, 교사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좋은 걸 안 하면 너가 손해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담임교사는 농사를 치열하게 준비하고 싹이 트길 기대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시간을 쌓아가야 한다. 때로는 내가 해도 안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학생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급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에 기반한 학급경영
반에서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도록 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테두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 반 급훈을 통해 우리 반에서 키우고 싶은 가치와 그 가치에 기반한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담임과 학생 모두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겠다.
1. 급훈으로 명확한 기대와 일관성을 제공한다.
수용 가능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담임은 긍정적인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을 때 바로 알아채고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준다면 담임을 신뢰하고 학생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학급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반의 급훈은 ‘신뢰와 존중’이다. 서로 믿고 존중하는 것이 핵심 가치이며 이 가치에 따라 학급경영, 학급활동, 학생생활 지도, 교우관계 지도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리 반의 학급경영을 관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2. 학급 규칙으로 학급 운영의 기반을 잡는다.
학급 규칙은 학생들의 참여, 소통, 그리 고 학급 운영의 일관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좋다. 담임이 정해서 공지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참여해서 학급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자기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민주적 참여의 경험을 제공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첫째, 학급 규칙은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를 촉진한다. 우리 반에서 진행하는 방식은 학생들이 직접 학급 규칙 작성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떤 행동이 좋은 행동이고 어떤 행동이 나쁜 행동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둘째, 학급 규칙은 일관성을 확보해준다. 규칙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학생들 스스로가 만든 규칙이기 때문 에 규칙 위반 시 책임(결과)에 대한 논의도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이미 합의된 규칙에 따라 처리되므로, 쓸데없는 논쟁이나 갈등이 줄어들게 된다.
3. 긍정적인 학급 문화를 형성한다.
신뢰와 존중이라는 가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협력과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학생들이 서로 도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학급 문화를 위해 칭찬스티커, 칭찬문자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 1인 1역
1인 1역은 학생들에게 학급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학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사람은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에 애착과 관심을 갖게 된다. 학생들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반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하는 것을 담임과 반 친구들이 알아주고 인정할 때 자존감이 올라가고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 칭찬스티커와 칭찬문자
칭찬스티커와 칭찬문자는 학급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학생을 바로바로 학급에서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칭찬스티커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개개인 학생의 노력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목표가 이뤄지는 과정을 같이 진행하면서 학급에는 나만이 아니라 내 옆자리 짝꿍도 소중하다는 의식이 싹트게 된다. 특히, 교우관계가 어려운 학생들이 칭찬스티커 제도를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조금 더 원만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평소 같으면 놀리고 괴롭힐 여지가 생길 수 있으나, 그 친구가 뭔가 잘해서 칭찬스티커가 붙었다면 공동의 목표를 같이 달성해 나가는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칭찬문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학급에서 학생이 노력하는 부분 을 학생 보호자와 학생에게 보내서 담임이 매우 높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보호자 입장 과 학생 입장에서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면 담임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길 수 있다.
■ 학생들의 인성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학급 특색프로그램 운영
매일 아침 조회 시간에 2~3개씩 신문기사, 영상 자료 등을 활용하여 인성, 양성평등, 창의성, 진로진학, 생활교육 자료를 보여주면서 생각할 시간을 부여한다. 교육자료가 쌓이면 연간 400개가 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1년 내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학생들의 생각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최근 학생들의 언어 습관을 좀 더 다듬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언어 습관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인성교육 영상으로 조회 자료를 만들었다. 영상을 본 후, 인공지능으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같이 들으면서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럼에도 문제는 생긴다
한 공간에서 수십 명의 학생이 어우러지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분이 좋으나 나쁘나 같이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말 한두 마디가 오해를 불러일으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아직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보여서 지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다룰 때 옳고 그름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거기에 학생이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교사의 감정이 상하고 좌절할 수 있다. 이럴 때는 평소 행동에 대한 결과를 상세하게 안내하고 특정 행동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객관적 사실을 갖고 교육해야 한다. 교사는 수많은 학생들을 대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학생을 24시간 관찰할 수 없다. 그래서 담임의 역할은 안내와 설득이다. 이렇게 했는데 사안이 발생하면 감정을 싣지 않고, 사전에 안내한 절차대로 처리한다.
최선을 다하되, ‘그려러니’ 하자. 필자가 가장 많이 말하는 말이 ‘그러려니 하세요’다. 여기서 그냥 알아서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니’라고 생각하라는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다.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놓고 학생들의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기다리면서 ‘그래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구나. 그러려니. 곧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준비라 함은 학생들이 학교 생활하면서 할 수 있는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 등을 정해놓고 치열하게 끌고 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학급 규칙이 들어가고 학생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장려할 수 있는 칭찬 스티커, 생활기록부 그리고 칭찬 문자 등을 많이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또 학생들에게 미디어 행복 교육 생활 교육 자료, 다양한 직업 안내 교육 자료, 다양한 학급 활동을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포함된다.
담임의 멘탈과 1/3의 법칙
담임교사는 1/3의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학급에는 호의적인 집단, 분위기를 따라 색깔을 바꾸는 회색 지대 아이들, 혁신가(적대적) 집단으로 나뉜다. 모든 조직에는 기존 체제에 저항하는 혁신가가 있으며, 이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도 따라오지 않을 때는 호의적인 집단과 회색 지대 아이들에 집중해야 한다. 인간은 분위기와 환경에 지배당하고, 쉽게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급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며, 분위기로 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
담임교사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학생들을 돌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들이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담임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앞서 살펴본 여러 방안들을 통해 우리는 달라진 학생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들이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교사로서 우리는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