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경 (서울구암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
1. 들어가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생활습관이 무너지고 관계가 단절되면서 수많은 국내외 아동 청소년들은 불안과 우울 등 다양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비대면 교육 환경은 학교 현장의 많은 교사들을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으며, 특히나 대면 상담을 주로 하는 상담교사들에게는 더욱 큰 도전 과제였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상담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만한 프로그램이나 매뉴얼이 부재하고 낯선 온라인 플랫폼에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필자를 포함한 서울특별시 전문상담교사 6명은 지난 1년 동안 머리를 맞대어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고에서는 2021 현장연구 ‘초등학생의 정서 인식 및 조절력 향상을 위한 마음챙김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방안 연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2. 왜 마음챙김인가?
학생들이 자신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잘 대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스스로 관리하며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예방적 차원의 학교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정서 인식 및 조절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마음챙김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반면에 해외 학교의 경우 학생 심리지원을 위한 교육으로 마음챙김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은 사회정서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 SEL)의 일환으로 마음챙김 교육이 유·초·중등학교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 또한 ‘마음챙김 이니셔티브(mindfulness initiative)’라는 정책연구소를 설립하여 학교 마음챙김 교육에 대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우리 연구는 해외 마음챙김 교육에 착안하여 마음챙김 명상을 초등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였다. 아동의 경우, 성인에 비해 마음챙김 명상을 배우는 것을 다소 지루해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놀이적 요소를 추가하였으며,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학교 환경, 즉 비대면 매체에서도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3. 초등 마음챙김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과정
본고에서 소개할 마음챙김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Kemmis와 McTaggart의 자기반성적 실행연구 싸이클 모형에 따라 설계되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4. 초등 마음챙김 집단상담 프로그램 소개
최종 개발된 프로그램은 총 8회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씨앗심기→ 싹틔우기→ 꽃피우기→ 함께 가꾸는 정원→ 다짐하기>의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다. <씨앗심기> 단계는 마음챙김에 대해 소개하는 1회기로 이루어졌고, 마지막 <다짐하기> 단계는 일상 속 마음챙김 실천 계획을 세우는 1회기로 구성하였다. 나머지 <싹틔우기>, <꽃피우기>, <함께 가꾸는 정원> 단계는 모두 각 2회기로 구성되었으며 본고에서는 분량 조절을 위해 이 세 단계를 핵심 활동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회기별 구성 내용이 더 궁금하거나 지도안, 활동지, PPT 등이 필요한 경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누리집(https://www.serii.re.kr)에서 파일을내려받을 수 있다.
먼저 <싹틔우기> 단계는 신체자각 명상을 체험하는 먹기 명상(2회기)과 걷기 명상 및 요가(3회기) 두 회기로 구성하였다. 먹기 명상은 오감(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을 활용하여 먹는 활동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먹기 명상 후에는 ‘오감톡톡 먹기 명상 퀴즈’를 통해 서로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맞혀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위 사진에서 살펴볼 수 있듯 학생들이 오히려 성인보다 더 창의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감각을 표현해내었고, 활동지를 기반으로 퀴즈를 진행하니 학생들이 모두 즐겁게 참여하였다.
다음으로 <꽃피우기> 단계는 생각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활동 두 회기로 구성하였다. 4회기에서는 ‘내 몸은 내 마음의 힌트!’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는 신체 감각을 이해하고, 5회기에서는 ‘걱정은 방울방울’ 활동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고민, 걱정도 모두 비눗방울처럼 언젠가 지나간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단순히 구름 명상을 하며 구름 위에 걱정을 얹고 흘려보내는 상상을 하는 것보다 직접 비눗방울을 날려봄으로써 더 직관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아래는 실제로 아이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비눗방울 놀이를 했던 사진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꾸는 정원> 단계는 나와 타인에 대한 자비 명상을 하는 두 회기로 이루어져 있다. 6회기는 ‘진흙 속 진주 찾기’라는 주제로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감사한 것,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연습을 하였으며, 7회기는 자비의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며 자비 명상을 체험하도록 하였다. 7회기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자연물이나 사물에 자비의 마음을 담은 엽서를 직접 제작하였는데, 단순히 고마운 사람에게만 자비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대상에 추가하여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5. 마음챙김을 통한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
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1, 2학년 학생 8명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직접 운영하였다. 마음챙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명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쩌면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마음챙김을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민과 성찰을 거듭하며 집단상담 마지막 회기를 맞이할 무렵, 이제는 오롯이 명상에 집중할 줄 알게 되고 다른 친구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는 우리 프로그램을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러한 생각은 집단상담이 모두 끝난 뒤 학부모님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더욱 확고해졌다. 나에게 감동과 깨우침을 주었던 학부모님들의 코멘트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6. 글을 마치며
앞서 소개한 우리의 현장연구는 국내 마음챙김 교육의 초석을 다지는 연구였다고 생각한다. 마음챙김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므로 본 프로그램에서 출발하여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마음챙김 교육 콘텐츠가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마음챙김 관련 전문상담교사 역량강화 교육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마음챙김의 효과를 직접 체험해 본 교사가 보다 효과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상담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다양하지만 이를 돕기 위한 전문성 향상의 기회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마음챙김 프로그램 관련 전문상담교사 연수를 확대 지원한다면 단위 학교에서 마음챙김 교육이 활발히 운영되고 일반 담임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달 연수까지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비롯한 심리교육 기회를 확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학교상담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현행 교육과정에는 학생 심리·정서 지원과 관련된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학교상담 관련 연구가 확대되어 보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상담 및 심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향후 학교 현장과 교육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수많은 기관에서 마음챙김 교육과 학교상담 프로그램이 활발히 연구되고 개발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