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서울성자초등학교, 교사)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의 디지털 전환과 학령인구의 감소, 생태 환경의 변화 등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우리 학생들이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의 화두가 되었다. 우리 학교 역시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기후 위기의 환경 속에서, 다양화되고 개별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깊이 있는 고민이 깊어가던 차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접하게 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자율시간 확보 및 자율적인 학교 선택과목(활동)을 신설·운영함으로써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었고, 이를 근거로 우리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해 보고자 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 시안이 개발될 무렵부터 우리 학교는 교육부의 요청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방안 연구’라는 큰 과제에 도전하기 시작하였다. 총론 개발과 함께 시작된 연구학교인지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침반 하나로 지도도 없이 항해를 시작하는 배와 같은 처지였다. 흔들리는 나침반을 보며 항해를 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적용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보람있는 일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로서 교육과정을 고민하며 계획하고 실행한 지금까지의 여정을 바탕으로 초등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에 대한 사례를 학교자율시간 운영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설계 & 편성 ‘설계’라는 용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사용하던 ‘편성’이라는 용어와는 큰 차이가 있다.
‘편성’이 학교 교육계획에서 교과목을 몇 차시로 배정하여 운영할 것인가라는 수동적인 개념을 의미했다면 ‘설계’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습 경험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할 것인지 학생의 학습을 종합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보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확장된 의미를 지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이에 학교의 교육과정이 학생의 특성과 학교 여건에 적합한 ‘종합적인 학습 경험의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 학교는 다음의 절차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였다.
학교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의 요구와 학교 및 지역의 여건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고 민주적인 합의 과정을 거쳐 학교가 이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 준비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학교교육과정 설계를 위해 학교 및 지역사회의 여건 및 학생의 요구를 분석하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직원 다모임 및 동학년· 교과 협의회를 활용한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따른 토론을 실시하여 교육과정 설계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준비 단계에서 나온 설문 결과와 교육공동체 간 협의를 바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서울특별시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중점 사항 및 우리 학교의 교육비전 및 철학을 반영하여 학교교육과정의 큰 구조를 그려보았다.
활동 & 과목 ‘활동’과 ‘과목’은 학교 및 학생의 필요를 반영하여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의 계열성을 고려하여 심화·확장해 나갈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 목표, 내용, 교수·학습, 평가 등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활동’은 학교의 특색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구성이 가능하지만 ‘과목’은 ‘활동’과 다르게 과목의 성격, 목표, 내용체계, 성취기준, 평가 등을 설계하고 고시 외 과목 승인 신청을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받은 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새로운 과목이나 활동으로 개설할 수 있는 학교자율시간1 운영 방안을 선택할 때는 학교의 다양한 협의회를 여러 차례 진행하게 되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거쳐 ‘과목’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으로 우리 학교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학교자율시간 운영 방안으로서 이음( )+ 맞춤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운영함으로써 총론에서 제시한 교과(군)과 창의적 체험활동 외 새로운 ‘과목’으로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하는 설계를 하게 되었다.
이음+맞춤 교육과정 이란?
이음(IEUM)+맞춤 교육과정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학교자율시간 운영 방안으로써 지역의특성, 교육환경 및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요구와 필요를 토대로 하여 우리 학교가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이음(IEUM)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우리 학교 교육과정의 내용적 측면을 뜻하며 교육 내용은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다.
‘맞춤’은 학습의 질 개선을 통한 학습자의 교육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 학교 교육과정의 교육 방법 및 평가의 측면을 뜻한다.
학교자율시간 운영을 위한 ‘과목’은 위에서 제시한 이음(IEUM)의 교육내용에 따라 3~6학년을 대상으로 개설하여 운영한다. 이는 우리 학교의 학습자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고 학습의 질 개선 을 도모함으로써 학습자의 교육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의 일환이다.
설계에서 그린 큰 그림을 바탕으로 실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육과정 편성 작업을 진행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군)별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20% 범위 내에서 시수를 증감하여 편성·운영할 수 있다(단, 체육, 예술 교과는 기준 수업 시수를 감축할 수 없음).
우리 학교는 학년별 2개의 새로운 ‘과목’을 운영하고 연간 3~4학년은 58차시, 5~6학년은 64차시를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학교자율시간을 학년군별 최소 1학기 이상 반드시 편성·운영하되, 학생 성장의 위계성·연계성 등을 고려하여 학년군별 2학기 이상(총 4학기 이상) 운영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편제와 구체적인 과목명은 다음과 같다.
2024학년도 학교 교육과정의 편제는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개설 과목으로 한다. 성자초 개설 과목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내용적으로 가장 관련이 깊은 교과의 하위에 편성하였다.
개설 과목에 대한 승인 절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올해 5월에 안내를 하였는데,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에 걸쳐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안내되었다. 우리 학교는 교육부 요청으로 과목의 형태로 정책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승인받을 과목을 교육공동체와 조율하여 올 하반기에 신청할 계획이다.
학교 자율시간 ‘활동’과 ‘과목’의 개설과 운영에 대한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2학년 학생맞춤 교육활동 운영 사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학생의 한글 해득 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학습의 기초인 언어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교자율시간은 3~6학년 대상으로 운영하지만 우리 학교는 교육과정 설계 및 편성의 자율성을 한껏 살려 1학년과 2학년 대상 ‘학생맞춤 교육활동’으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및 기초 문해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놀이 교육 방법 등을 활용한 한글 해득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1학년 학생들에게 입학 초기 학교생활 이해 및 적응, 한글 해득을 통한 앞으로의 학습 토대를 마련하기위해 <한글과 만남> 활동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글과 만남>이라는 활동과 동일한 이름의 배움책을 개발하여 1학년의 주요 과업인 한글을 해득하며 앞으로의 학습을 위한 기초를 잘 다지도록 하고자 하였다.
2학년은 1학년 때 학생들이 배웠던 한글 해득 능력을 바탕으로 기초적인 문해력 향상을 목표로 <한글과 자람> 활동을 구성하였다. 한글의 기초를 깨우친 2학년 학생들이 생활속에서 자주 접하는 매체를 활용하여 삶과 연계한 교육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소양이 함양될 수 있도록 하였다.
3~4학년 학교자율시간 과목 개설 운영 사례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 문제에 민감성을 느끼고 다양한 환경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을 탐색한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생태 시민 역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정보나 소프트웨어 기술의 단순 사용을 넘어 그 기술을 대하는 태도와 활용 능력까지 포함한 디지털 리터러시가 초등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 학교에서는 3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1학기에는 생태전환교육 내용으로 <환경과 미래>와 <지속가능한 미래> ‘과목’을 개설하여 학년별 각 29차시씩 운영하고 있으며, 2학기에는 디지털소양교육 내용으로 <디지털 탐구생활>과 <소프트웨어 탐구생활>을 ‘과목’으로 개설하여 1학기와 마찬가지로 학년별 각 29차시씩 운영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하고 능동적 자세로 참여하는 교수·학습 방법을 강조하는 만큼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는 프로젝트 학습 및 체험 중심의 학습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과 연계한 체험학습을 실시하여 교육의 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6학년 학교자율시간 과목 개설 운영 사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는 자기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이다. 즉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하는 가치도 이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히고 자기 주변의 환경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5학년과 6학년을 대상으로 1학기에 민주시민교육 내용을 <더불어 사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미래> ‘과목’으로 개설하여 학년별 각 32차시씩 운영하고 있다.
또한 3~4학년에서 학습한 디지털소양교육 내용을 심화·확장하여 현재와 미래의 기술적 혁명과 사회적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 생활 속 AI에 대해 인식하고 그 위상과 잠재적 우려점을 탐구하고 이해한 후, AI를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 내용을 2학기 ‘과목’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과목명은 <AI와 스마트미래>, <AI와 미래>로 이 역시 학년별 각 32차시씩 운영하고 있다.
5~6학년은 학급, 지역과 관련한 소재를 삶과 연계하여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으로 주고 구성하여 교수· 학습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토의·토론 학습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지도 하고 있다.
학교자율시간을 ‘과목’으로 운영하는 만큼 학년간 교육 내용의 위계와 체계를 갖추기 위해 과목별로 과목의 성격, 목표, 내용체계, 성취기준, 교수·학습, 평가 방향을 과목의 각론으로 수립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의 방향, 평가의 내용 및 방법을 설정하고, 단원별 평가요소, 평가 방법 및 시기, 평가기준, 성취수준, 피드백 계획 등 구체적인 평가 계획을 수립하여 학생들에게 결과를 통지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아직 3, 4학년까지 적용된 단계가 아니어서 별도 통지 양식을 활용하여 통지하고 있지만, 나이스 시스템에도 평가 입력이 가능해지면 조금 더 체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치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교자율시간 운영을 위해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처음부터 바로 완벽하게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다.
연구학교를 시작하던 첫해는 ‘과목’의 형태보다는 ‘활동’의 형태에 조금 더 가까웠다. 한 해 한 해 교육과정 설계·운영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조금씩 우리 학교에 딱 맞춘 교육과정으로 거듭나기 위해 내용체계를 만들고 성취기준을 작성하는 등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정교화하면서 점차 ‘과목’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게 된 것이다.
연구학교 3년 차에 접어선 지금, 항해를 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동안 남긴 발자취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고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신장하며 교육혁신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