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석연구위원)
코로나19 대응은 뉴 노멀, 언택트 등 새로운 용어의 등장과 함께 사회, 문화, 정 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전통적 교육에 원격교육이 새로운 노멀로 등장하면서, 원격교육이 교육과정에 융합되거나 적어도 대안적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원격교육 또한 교육과정과 학습 환경 개선, 무엇보다 현장의 인식 전환 등 전체적인 교육체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인지하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혁신을 실행 하는 주체는 결국 현장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교육을 둘러싼 사회 변화의 교육적 의미, 특히 이번 코로나19 과정에서 얻었던 경험을 분석해서 향후 교육 혁신 방향과 과제를 확인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
1.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사회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 발달로 기업과 비즈니스, 경제, 사회구조까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하나의 현상(phenomenon)이라고 말할 수 있다(김진숙, 2019 재인용).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해제시하는 정의를 종합하면, 세 가지 공통된 속성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전환은 기본적으로 디지털과 물리적 요소를 통합(Integration)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대상의 속성을 변혁(Disrupt)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셋째, 디지털 전환은 사회 내 특정 분야 또는 특정 계층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총체적(Holistic)인 변화를 야기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은 테크놀로지와의 융합을 통해 목적 설정 및 달성 방식과 사고방식(mindset)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뿌리 깊은 변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이끄는 ‘사람’에 대한 고려이다. 결국 사회 구성원의 역량 문제, 역량과 기술 발전의 조화가 국가의 역할이며 이를 실행하는 제도적 기반이 결국 교육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나아가 디지털 전환이 사회 구조의 총체적 변혁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회 변혁은 수용과 갈등, 정착이라는 순환 체제를 가져오게 된다.
[그림 1]은 기술의 대중화가 사고방식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순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대중화되어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수용한 사람들은 그 수용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모습과 형태의 변화를 겪게 되며, 이들이 겪은 변화는 사고방식의 변화도 유발한다. 생활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변화는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며, 집단적인 삶의 형태 · 사고방식의 변화는 문화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 후 새로운 공동체가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며 문화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 발달로 기업과 비즈니스, 경제, 사회 구조까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하나의 현상(phenomenon)이라고 말할 수 있다(김진숙, 2019 재인용).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해 제시하는 정의를 종합하면, 세 가지 공통된 속성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전환은 기본적으로 디지털과 물리적 요소를 통합(Integration)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대상의 속성을 변혁(Disrupt)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셋째, 디지털 전환은 사회 내 특정 분야 또는 특정 계층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총체적(Holistic)인 변화를 야기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은 테크놀로지와의 융합을 통해 목적 설정 및 달성 방식과 사고방식(mindset)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뿌리 깊은 변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이끄는 ‘사람’에 대한 고려이다. 결국 사회 구성원의 역량 문제, 역량과 기술 발전의 조화가 국가의 역할이며 이를 실행하는 제도적 기반이 결국 교육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나아가 디지털 전환이 사회 구조의 총체적 변혁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회 변혁은 수용과 갈등, 정착이라는 순환 체제를 가져오게 된다.
[그림 1]은 기술의 대중화가 사고방식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순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대중화되어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수용한 사람들은 그 수용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모습과 형태의 변화를 겪게 되며, 이들이 겪은 변화는 사고방식의 변화도 유발한다. 생활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변화는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며, 집단적인 삶의 형태 · 사고방식의 변화는 문화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 후 새로운 공동체가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며 문화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전 사고방식과 문화와의 충돌이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김봉섭 외, 2017). 이러한 사회 변화의 순환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번 코로나19와 같이 외부적 충격에 의해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혼란과 갈등을 인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 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사회 구조 변화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김진숙, 2019 재인용).
첫째, 고용과 사회 구성원의 역량, 기능은 조화를 이루되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급격한 테크놀로지 발전과 변화에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동 인구의 양성이 국가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상, 의무적으로 주어진 기간 내의 학교 제도를 강화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평생학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대하여, 기존 학교 제도에서 논의되던 교육 현안, 즉 획일성, 표준화, 경직성 등의 문제 대응을 넘어서야 한다. 기존에 없던 교육 방식, 평가(인증) 방식과 관리, 이를 둘러싼 조직과 리더십의 혁신과 전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는 기존 질서와의 갈등을 촉발하기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윤리적 · 제도적 기준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러한 변화에 뒤처지는 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리더십의 문제이며, 비전과 전략에 대한 합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교육 정책의 신뢰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넷째, 미래 사회는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은 개개인의 성향과 수요를 철저히 고려하는 서비스 확대로 발전되겠지만, 사회와 고립된 개인화가 아니라 사회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는 연결 고리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민주시민교육에 더하여 새로운 디지털 시민성에 대한 고민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2. 코로나19 대응 경험으로 본 교육 혁신 가능성
사회 변혁 과정이나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나타난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은 프레임(Frame)이다. 일반적으로 프레임은 ‘기본 틀, 뼈대’ 등으로 해석 되지만, ‘프레임을 씌우다’, ‘프레임에 갇히다’ 등의 말에서 파악할 수 있는 인식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대상이나 개념에 대한 사고의 틀로 정의된다. 한번 인식된 대상이나 개념에 대해 형성된 프레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 경험으로 인식된 사고는 더 고착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프레임의 차이가 세대 차이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사안에 대한 극명한 견해 차이로 갈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속성으로 상대 프레임에 대해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힘들다. 그러나 사고의 틀,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유연해지려는 노력은 개인이든 사회 차원이든 필요해 보인다.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것은, 미래교육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가 교육과 학교를 바라보는 사고와 인식의 틀 안에서 겉돌았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학교에 대한 인식은 학교를 물리적 공간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하니 관련 법 조항에는 교실과 유사한 활동을 수행하는 특별교실의 크기를 규정하고, 운동장의 설치를 명문화하고 있다. 교실은 물리적 환경 범위 내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규정하면서, 교육 혁신의 목표를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등교는 몇 분의 차이만 있을 뿐 전국의 모든 초, 중, 고등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은 1, 2, 3차시 등 배워야 할 교과를 시간 단위로 시수화하여 운영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가는 주어진 성취 기준 내에서, 정해진 형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가 평가를 유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규정된 활동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 다. 좀 더 발전된 정책 과제로 학생의 학습 선택권 확대를 위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 또한 학교 내의 선택교과 개설 확대와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의 모델에서 크게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를 학생의 다양한 학습 경험을 보장하고, 또 하나의 사회 조직으로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인지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삶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기능·태도를 익히기 위한 것으로 합의한다면, 그동안 한정된 사고 에서 벗어나 발전적인 학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코로나19는 적어도 교육 분야에서는 기성 세대의 견고하기만 했던 교육 프레임을 깨는, 혹은 확장하는 기제로 작동되었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코로나19가 교육에 던진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김진숙, 2020 재인용).
1)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견고한 틀이 깨졌다
그동안 많은 혁신 시도에도 교육의 변화는 학교 안이라는 범위 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수업은 교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도 한몫했다. 이번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원격 수업 경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수업이 온라인을 통해서 학교 안팎을 이어줌을 경험했다. 온라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학습 내용을 매개로 한 교사와 학생의 교류라는 본질도 확인하게 되었다. 학습 내용의 표현 방식은 교과서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였고 교류 방식은 실시간, 비실시간 온라인 상황이었지만, 중단 없는 학습의 필요성은 학생의 학습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목표가 합 의된다면, 꽉 짜여진 교육과정 운영, 수업 시간의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실제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모든 교과, 시간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과별 전문 분야를 각기 맡아 학급을 운영하면서 담임, 부담임 등으로 이루어진 교사들 간의 협력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일부 전통적 방식의 수업 시간 운영을 권고하는 관리자와 교사 간의 마찰이 있기도 했고, 한시적 제도 유예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모든 학교, 모든 수업의 획일성을 벗어나는 경험이었다. 교육과정 운영의 견고 함이 깨졌다면, 학제를 포함한 학사 운영, 학교 간, 학교와 사회 연결 제도, 학점 인정 제도에 대한 현실적 논의가 이번 경험을 중심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2)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결국 현장이었다
온라인 개학, 원격 수업이라는 다소 생소한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필요한 수업 자료와 전략을 만들어 낸 주체는 선생님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경력, 직급을 떠나 동학년 차원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졌고, 학교 차원에서는 연수 및 실행에 필요한 것들이 지원되었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ICT 활용에 선도적인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수업 설계와 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고 공유되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선생님들만의 독특한 수업이 이루어졌다. 외부에서 주어진 콘텐츠나 자료의 순서는 재배치되었고, 자기 반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과제의 난이도는 조절되었다. 물론 단순하게 콘텐츠와 자료를 보도록 한다거나, 일방적인 내용 전달에 그친 수업에 대한 자성과 외부 비판도 있었지만, 이는 원격 수업 모델이나 전략에 대한 사전 연수, 경험이 거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전문성의 집약이었다.
이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지금까지 제안된 기준이나 방향보다 훨씬 획기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논의 중에는 국가나 시 ·도교육청 차원에서 제안되거나 권고되는 수많은 추진 과제를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 새로운 방향과 지침을 만들 수 있는 권한까지 포함한다. 학교 중심의 교육 과정 운영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교육과정 대강화를 전제로 하는 차기 교육과정 운영 방향에 대한 실천적 전략이 만들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무학년제, 다양한 학년제 운영, 교육과정-학습–평가의 일체화도 현장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창조가 이루어져 야 한다.
이번 원격 수업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육과정 재구성과 다양한 수업이 이루어졌음에도, 원격 수업에서의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다.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와 인식, 수업 참여, 학습 결과물 등은 충분히 선생님들의 관찰과 기록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등교 개학 이후로 미루어 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의 범위에 거시적인 평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학교 단위에서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운영 절차, 결과 관리 등이 주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공동체로서의 학교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원격 수업은 지식 전달을 대체할 수 있으나, 사회성이나 정서적 교류, 협력에 대한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이는 곧 학교가 지식 전달뿐 아니라 학습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임을 재조명하였다. 학교 교육의 목표를 학습자에 두고, 학교라는 학습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제공해야 인지적인 발달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회정서 능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전과 의지를 포함하는 감성 능력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 물리적 교실 환경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린 블렌디드 학습 모델에 대한 시행이 확산될 것이며, 이를 위한 연구·연수 지원 등이 필요하다. 이번 온라인 수업의 직접적 경험은 학교와 학교, 학교와 지역사회, 학생과 전문가 간의 연결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 선택권, 학습 경험 인증제의 필요성을 넘어 디지털 기반의 생애 학습 관리 체제를 오히려 현장에서 요구하는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물리적 학교의 한계를 인식했다면 통합 학교나 학교 간 교육과정의 공동 운영, 방과후나 돌봄 교실의 운영 방식 전환 등을 예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3.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려해야 할 교육 방향과 과제
원격 수업 경험이 교육 혁신에 대한 가능성과 실현성을 높였다고 하더라도, 원격이 가지는 공간의 개념, 디지털 기술의 활용으로 한정지어 교육 혁신을 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번 과정에서 나타난 학력 격차, 학습 기회 소외 등의 문제를 기존 방식으로의 회귀를 통해 해결하려는 논의 또한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다시 한번 근본적인 교육의 목표와 가치, 교육과정, 교육 방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 체제에 대해 확인하고, 합의된 방향에 따른 단계적 실행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4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김진숙, 2020 재인용).
1) 주도성을 가진 학생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합의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 방지, 중단 없는 학습 수행 등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 수업의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 주도성, 즉 학습 시간 관리, 학습 계획 및 실행,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는 능력임이 밝혀졌다. 그동안 정해진 학원 스케줄을 소화하는 학생이나 교사 주도로 이루어진 교실 수업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던 능력이었다. 학생의 주도성은 학습 능력을 넘어서는 삶의 역량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OECD 교육 2020 보고서(이상은 외, 2019)에서 언급되 는 학생의 주도성(Students Agency)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에서 언급하는 학생 주도성 개념은 학생은 자신의 삶과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학생 주도성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성찰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결정과 선택이 아닌 책임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주도적으로 결정할 때, 학생은 자신의 학습목표 수준을 스스로 설정하고 더 의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특히 주도성은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창의적 배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상황에서 발휘될 수 있다.
학생의 주도성을 장려하는 교육 체제에서는 학습이 지도와 평가만이 아닌 공동 설계(co-construction)까지 아우른다. 공동주도성 (co-agency)은 교사와 학생이 교수 ·학습 과정에서 함께 작업할 때 발휘되는 것으로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공동체가 협력하여 학생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도성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은 세상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감있는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주도성은 개인이 아닌 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더욱 주목받게 된 학생의 주도성은 학교의 역할 확대와 연계되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지 목표로서의 담론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 주도성을 키우기 위한 학습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학습주도성에 대한 구체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것은 국가와 시·도교육청, 교육연구기관의 역할이며, 실행 전략은 현장 연구를 통해 만들어 져야 한다.
2) 디지털 시민성을 키우는 교육으로의 전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전략 중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시민 의식이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공동체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우선시하였다. 또 하나는 국가 안전망의 기반이 되었던 IT 기술이다. 코로나19 자가진단이나 확산 경로는 앱 이나 웹을 통해 공개되고 개방되었다. 위기 상황에서 빛나는 시민 의식에 디지털 기술을 또 하나의 방역 도구로 활용하며 개방성과 투명성이 합쳐져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제가 된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 실시된 온라인 개학, 원격 수업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IT 기술 활용 역량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었고, 그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영향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즉, 디지털 시민성을 주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디지털 시민성은 그동안 전통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시민 의식과 사회성을 강조하던 개념에 더하여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디지털 활용 기술 습득과 디지털 환경에서도 요구되는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시민성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국가 차원의 역량 프레임 워크 내에서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는 디지털 시민성을 ‘연결된 세계에서 갖추어야 할 인성’으로 규정하면서, 교육 내용으로 비판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테크놀로지 활용,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의 이해, 역량 있는 ICT 이용자로서의 책임과 윤리, 안전과 위험 관리에 대한 인지, 순기능 촉진을 위한 테크놀로지 활용, 학교 밖 세계와 연결, 문화 경제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테크놀로지 이용 등을 다루고 있다. 디지털 시민성을 교육의 한 분야로 다루고 있는 싱가폴은 교육부 차원에서 자라나는 세대가 책임감 있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고, 인터넷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김진숙, 2019 재인용). 결국 디지털 활용의 궁극적 목적이 개인의 역량을 중심으로 한 사회 · 국가의 안녕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태도와 가치 인식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 분야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기존의 민주 시민 교육과정과 연계시켜 학교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향후 국가나 시 ·도교육청 차원에서 좀더 명확한 개념 정립과 세부 역량 요소 도출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3) 사회정서학습이 일상화되는 학교 교육과정으로의 전환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학교의 역할이 더 이상 지식 전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찾아가는 공동체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졌다면, 사회정서학습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17년에 보고된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하 CASEL) 자료에서 제시된 사회정서학습의 개념을 살펴보면, 사회정서학습이란 아이들과 성인이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태도 및 기술의 습득과 적용 과정을 의미한다(김진숙 외, 2018 재인용).
포괄적 개념에 포함된 역량은 자기 관리, 자기 인식, 사회 인식, 관계 능력, 그리고 책임있는 의사결정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자기 관리(Self-management)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 생각 및 행동을 성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이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회 인식 (Social awareness)은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며, 관계 능력(Relationship skills)은 다양한 개인 및 단체와 건강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모든 능력의 최종적인 역량으로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Responsible decision-making)은 윤리적 기준, 안전 문제 및 사회적 규범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행동 및 사회적 상호 작용에 대해 건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정서학습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정서 역량을 모든 교과의 목표와 연계하여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전환해야 하며,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 학습과 프로젝트 학습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언어, 수학, 사회 등과 같은 교과와의 통합을 우선하여, 이를 위한 학교 차원의 계획을 통해 조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정서학습은 교실이나 학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확장하는 것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학습자를 중심으로 한 학습공동체 조성이 코로나 이후 미래학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라면, 사회정서학습을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차기 교육과정에서 주요한 방향을 가져가야 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사회정서학습을 인지하고 프로젝트 학습에서 적용하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4) 목적과 가치를 우선하는 디지털 교육 체제로의 전환
얼마 전 발표된 한국판 뉴딜에는 대표 추진과제로서 그린 스마트스쿨이 포함되었으며, 이는 모든 학교의 공간 리모델링을 기반으로 디지털 인프라 환경 구축을 위한 무선 인터넷 구축과 노후된 디바이스 교체,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한 교과서 선도학교 운영 등을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 교 · 사대에 미래교육센터를 만들어 현직, 예비교원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과제도 보인다. 예산의 배정이 디지털 환경 구축에 투입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뉴딜이 갖는 성격상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로서 의미가 있다. 이제 시 · 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이러한 환경 아래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과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온라인 교과서 선도학교 운영 과제에는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교과서 형식에 대한 변화까지 담고 있어서, 교사의 자율적 재구성, 이를 활용한 교수학습 모델 개발에 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학교 공간의 리모델링 역시, 단순히 시설과 설비의 교체가 아닌,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활동과 경험을 제공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 한 후에 공간 재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격교육법 제정에 있어서도 현장의 제안이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담보되어야 한다. 결국 국가 차원의 거대 담론에 의한 수용과 함께 구체적인 실행 전략 마련은 현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디지털 교육 체제에 담겨져야 할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김진숙, 2019 재인용과 수정).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 기반 구축
학습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교육과정 재설계를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학습 자원이 체계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교과 중심 위주의 교육과정이 학문 중심 교육과정과 간학문적 핵심 개념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디지털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이는 디지털 학습 자원체계도를 통해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디지털 학습 자원체계도(Digital Learning Map)’는 교육과정의 주요 핵심 개념과 요소 간의 상호 관련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학습자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연계도를 일컫는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온라인 교육 통합 플랫폼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플랫폼 내에서는 현장의 교육과정 재설계와 필요한 학습 자원 제공이 가능하게 되어, 개별 학습자에게 맞춤 형 학습이 이루어지게 된다.
디지털 학습 성장 관리 체제 구축
디지털 평가를 통한 학습 성장 관리 체제 구축이다. 인공지능(AI) 튜터에 의한 기초지식 습득을 기반으로 문제해결력, 창의력, 기획력 등의 고차원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학습으로의 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기반 평가(Digital assessment)는 단순히 지식과 개념 확인을 떠나 학습 역량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학습성장 포트폴리오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는 국가와 시·도교 육청이 함께 기획하고, 설계하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기반 평가 서비스 는 필요 시민간의 서비스 활용도 고려할 수 있다.
교원의 디지털 활용 역량 지원 체제 구축
교육과정 재설계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학습자 개인의 맞춤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디지털 활용 역량과 지원하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원격 수업 경험에서 학교 내 자율연수의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 만큼, 학교 단위, 지역 단위 교사연구회 및 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자율적 연수가 시행되도록 한다. 또한 중앙교육연수원, 시·도교육청 연수원 의 모든 교육과정에 기본 디지털 리터러시 과정뿐 아니라, 교과와 연계된 교수 ·학습 전략 측면에서의 디지털 활용에 대한 연수가 강화되어야 한다. 교원 연수 전략에 있어서도 기존의 강의 중심이 아닌, 온라인 ·오프라인이 융합된 실시간 · 비실시간 참여 중심의 연수가 이루어지도록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지역교육청 중심으로 현장 교사가 중심이 된 디지털 혁신 교사 커뮤니티 구성도 유효해 보인다.
원격, 블렌디드 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 모델 개발
교실 학습 방식은 학습자의 학습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블렌디드 학습 환경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블렌디드 학습 환경은 학습자와 교사 모두의 경험이 교실 안으로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교실, 사회, 학교, 국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온라인 · 오프라인 환경이 혼합된 학습 환경을 말한다. 이는 학습자의 학습 선택권 확대를 위한 고교학점제의 정착을 지원하는 기반이 되기도 하며, 학교 활동에 머물렀던 중학교의 자유학년제 활동의 확장이기도 하다. 또한 원격 수업 방식은 교육 기회에 대한 접근성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방과후학교, 병원학교, 학생선수 지원, 나아가 학교 밖 청소년, 홈스쿨링 학생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은 교육 혁신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 단계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 과정 역시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혁신을 지속화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현장이 함께하고, 현장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참고 문헌
김봉섭, 김현철, 박선아, 임상수(2017). 4차 산업혁명시대, 지능정보사회의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 탐색. 대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자료 RM 2017-6
김진숙(2020). 학제 혁신의 두 가지 차원. 한국교육학회 토론문.
김진숙(2019). 디지털 전환과 교육체제 융합. 한-OECD국제콘퍼런스.
김진숙(2019). 디지털 시민성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 실천 방안. 교육부 행복교육신문.
김진숙 외(2018).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한국교육의 전망과 과제」, 서울:박영story:피와이메이트.
이상은, 소경희(2019). 미래지향적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OECD 역량 교육의 틀 변화 동향 분석. 한국교육과정학회. 교육과정연구. 37권 1호.pp.139-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