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명예기자
학교와 학교 행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학창 시절을 떠올렸을 때 운동회, 학예회와 같은 학교 행사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아도 학교 행사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행사를 더욱 유의미하게, 교육적 가치를 담아 진행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서울치현초등학교(이하 치현초, 교장 홍은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학교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유의미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치현초의 성공적인 학교 행사 비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이 꽃피우는 행사
치현초는 2021년부터 서울형 미래혁신학교로 지정되어 학생들의 자치·자율활동 문화를 꽃피워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되는 치현초의 자치회와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실행해나가는 과정은 때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겪고 나면 치현초만의 특색있는 행사로 자리 잡게 된다.
[학생 자치회]
학생 자치회가 주관하는 행사는 전교 임원 선거 당시 내세웠던 학생들의 공약에서 출발한다. 전교 임원들과 선생님이 모인 간담회에서 전교 임원들의 선거 공약 실천 계획을 듣고, 학교에서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학생 자치회의 공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선생님들과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학생들이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공약사업이었던 ‘고미안 데이’는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엽서에 담아 아침 등굣길에 제출하면 학생회에서 선물과 함께 엽서를 전달해주는 행사로 학생회 임원들이 준비팀, 홍보팀, 접수팀, 배달팀으로 나뉘어 2주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했다. ‘봄꽃 우정 사진 전시회’는 교내외의 아름다운 꽃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중앙 현관에 전시하는 행사였는데, 따뜻한 봄의 기운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우정을 다지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교장·교감 선생님을 대신하여 학생 자치회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등굣길 맞이’도 진행되었다. 이 외에도 학생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여 학교 방송으로 공유하는 ‘치퀴즈’ 등 학생회는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 자율 동아리]
치현초는 동아리의 구성부터 운영까지 학생 주도로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동아리 활동은 5, 6학년 학생이 동아리 팀장이 되어 원하는 동아리 부서를 조직하고,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계획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동아리 운영이 결정된 후에는 동아리 홍보물을 만들어 붙이고 동아리 구성원을 모집해야 한다. 이후 동아리를 맡아주실 선생님을 초빙하는 것까지 모두 학생이 맡아 동아리를 운영한다. 동아리를 맡은 선생님은 동아리 활동 계획을 다듬고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24학년도에는 5~6학년을 대상으로 밴드부와 축구부, 연예미술부, 댄스부가 운영되고 있다. 밴드부는 학생들이 직접 곡을 골라 매주 모여 연습을 하고 자율적으로 장소를 섭외하여 버스킹 공연을 진행하였다. 댄스부는 운동회에서 직접 짠 율동을 활용하여 전교 학생들이 함께하는 준비 운동을 진행하였다. AI 메이커 동아리인 ‘샛별’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치현초 AI·메이커 페스티벌 샛별세계’를 열기도 하였다. 이 행사를 위해 동아리 학생들이 AI 고카트 등 체험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만들고 준비하여 행사를 진행하였다. 아카펠라 동아리 ‘씽~투게더’는 등굣길 음악회에서 무대를 펼쳤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최 ‘2024 우·동·소(우리학교 예술동아리를 소개합니다) 공모전’에 참가하여 우수 동아리로 선정되어 치현초의 학생 자율 동아리를 알렸다.
예술로 꽃피우는 행사
치현초는 학년별 1인 1악기 교육 수업, 미술 감상 수업, 6학년 뮤지컬 협력종합예술 수업 등 내실 있는 문화 예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 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 예술 축제의 장, 예술제]
치현초는 2년마다 예술제를 운영해왔다. 2023년에 진행된 ‘치현 예술 우리는 하나’ 예술제는 미술 전시회와 발표회로 진행되었다. 치현초의 예술제는 학년별 1인 1악기 특성화교육, 방과후학교, 학생 자율 동아리에서 준비한 미술 작품과 공연 활동을 나누는 문화 예술 축제의 장이다. 치현초에서는 학년별 1인 1악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1학년 리듬난타, 2학년 오카리나, 3~4학년 바이올린, 5학년 우쿨렐레, 6학년은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예술제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학년말에 1인 1악기 학년별 연주 발표회가 열린다.
[등굣길 음악회]
치현초는 2023년부터 등굣길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1학기에는 1인 1악기 학급별 공연, 학생 동아리의 공연과 함께 개별 참가 신청을 받아 음악회가 열렸다. 2024년에는 아카펠라 학생 동아리, 1인 1악기 학급 6팀, 24명의 개별 팀으로 총 150명의 학생이 아름다운 등굣길을 만들어주었다. 2학기에는 치현초의 학생 오케스트라인 ‘아라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등굣길 음악회가 진행되었다. ‘아라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정기 연주회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6학년 뮤지컬 발표회]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뮤지컬 교육은 치현초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치현초 뮤지컬 교육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학생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뮤지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작품을 고르고 주제에 맞춰 새롭게 가사를 쓴다. 노래도 직접 녹음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해간다. 2022년에는 생태전환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고, 2023년부터는 학급별로 문학 작품을 연계한 온책읽기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에 녹아든 뮤지컬 무대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6학년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뮤지컬 공연은 학년말에 뮤지컬 발표회에서 공개된다. 졸업식에서도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축제 같은 졸업식을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학교 안 미술관 투어, 갤러리 명화전]
치현초의 중앙 현관을 비롯한 학교 곳곳은 작은 미술관이다. 중앙 현관과 교내 복도에는 유명 작품들을 전시하여 학생들이 학교 곳곳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된 60여 점의 작품들은 2회에 걸쳐 주기별로 교체된다. 이와 더불어 ‘학교 안 미술갤러리 사업’과 연계하여 연 3회 전문가와 함께하는 미술 감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학급별로 담임선생님과 학교에 전시된 작품들을 알아보고 학교 이곳저곳을 돌며 감상한다. 이후 전문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미술 감상 활동을 하며 미술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는 가르치는 공간이며 배우는 공간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학생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 공연장이면서 미술관이기도 한 학교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배움을 일구어간다. 학생들은 수동적인 행사 참여자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행사의 기획자가 될 수 있다. 함께 행사를 준비하며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맛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학교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완벽한 결과보다 미숙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해보며 성장해가는 치현초의 학교 행사는 의미 있는 행사 개최를위해 고민하고 있는 학교에 의미 있는 울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