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서울용마초등학교, 교사)
2022년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 필요하였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1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생들은 학력은 물론 건강까지도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우스갯소리로 ‘확진자’보다 ‘확찐자’가 더 심각한 위기라는 소리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코로나19로 학교보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학생들에게 학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및 심리 회복을 위한 학습사회성 방과후학교 사업 지원 계획이 있었다. 학생들의 자비 부담 없이 교육청의 예산 지원으로 학교 실정에 맞게 학생들의 교육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습사회성 방과후학교를 추진함에 있어 학교 실정을 고려하여 주요 교과에 대한 맞춤형 강좌를 개설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사회성 회복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하였다.
유의미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일이 있었다. 우선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외부에서 강사를 섭외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 만나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을 제일 잘 아는 담임 선생님이 참여하면 보다 내실 있는 회복적 방과후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교사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회복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교사들의 교육 회복은 학생들이 교육활동을 통해 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한 보람은 코로나19로 지친 선생님들 마음의 정신적 백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용마초등학교(이하 용마초)에서 서로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작은 한걸음을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하였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어떻게 담임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담임 선생님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상향식 전달 또는 부탁보다는 토론과 협의를 통한 설계가 필요하였다. 먼저 학생들의 교육 회복을 위한 다양한 학습 및 사회성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선생님들의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 기본 계획에서 강사료와 재료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는 신청하신 선생님들과 협의하면서 정하였다.
선생님들이 정한 몇 가지 의견 중 하나는 운영 방식의 자율성 확보이다. 최소 학생 수를 정한다거나 교육 복지 학생만을 대상으로 정한다는 방침 없이 선생님들의 자율적인 운영에 기초하였다. 예를 들어 사설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같이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구성원을 모집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자율성이 선생님들의 자발적 신청을 이끌었다.
두 번째는 운영 계획의 창의성이다. 기존의 딱딱한 수업이나 기초학력 향상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장점과 특기를 통한 운영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지는 않지만, 영어에 자신감이 있고 실력이 있어 이러한 자신의 특기와 장점인 영어 수업 위주로 다양한 활동(영어 수업에서 음식 만들기나 그림 그리기 활동)을 구성하셨다. 다른 선생님은 평소 독서 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학생들과 다양한 독서 활동을 따로 할 기회가 없었다.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서점에서 직접 책을 골라 보고 책을 같이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구성하셨다. 그리고 보드게임 연구 활동을 통해 보드게임에 다양한 노하우를 가진 선생님은 학생들과 할 수 있는 다양한 보드게임을 구성하여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구성하셨다. 이처럼 다양한 운영 계획서를 기초하여 선생님들이 하고 싶은 수업, 하고자 하는 활동으로 구성한 것이 중요했다.
다음으로는 행정적 편의성이었다. “돈 쓰는 것이 싫어서 안 해요.”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계실 정도로 많은 선생님들이 문서 기안과 교구 재료비의 지출 품의를 힘들어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할지를 고민하였는데, 마침 우리 학교에 방과후 코디네이터가 계셔서 소정의 수당을 드리고 학습사회성 방과후학교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에 총 14명의 본교 선생님들이 신청하였으며 13개의 강좌가 만들어졌다. 모두 각자의 운영 계획서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신청하였고 평균 50차시의 이상의 수업을 계획하였다. 이를 학교운영위원회에 충분히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고 적극적인 행정 및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선생님들의 자발적 방과후 프로그램 구성과 창의적이고 다양한 활동이 어우러진 용마초의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생각이 자라는 으뜸 교실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꾸려가기 위해 먼저 어떤 학생들이 소외되고 지쳐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2학년 담임교사로서 파악해보니 하교하자마자 바로 학원에 가는 학생, 돌봄교실로 가는 학생,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수업에 가는 학생, 형을 기다려야 해서 놀이터로 가는 학생, 그냥 집에 가는 학생이 있었다.
모든 학생이 코로나19로 정신적, 학습적, 신체적 피로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학원을 가지 않거나 학교 방과후 수업을 받지 않아 충분한 보충 학습이 필요한 학생으로 꾸려가고자 하였다. 그리고 담임교사로서 참여했으면 하는 학생에게는 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드려 권유하였다.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면서 그 고민의 종착역은 수업 외적인 ‘재미와 친밀함’이었다. 신체활동으로는 다양한 놀이 위주의 수업과 친밀함을 위해 각자 하고 싶은 보드게임을 같이 협력하여 활동하는 시간을 가졌고, 팥빙수 만들기, 몽골 친구를 위한 몽골 나라 알아보기 등 학습자 구성원의 관심과 흥미에 적합한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생명의 소중함과 작은 생명체를 돌보고 관리하는 것을 통해 책임감과 성실함을 키우고자 하였다.
‘선생님 팥빙수 처음 먹어 봐요! 맛이 환상이에요!’ ‘오늘 달친(달팽이 친구)이 밥 줄게요!’
‘선생님 2학기에도 으뜸 교실에서 배드민턴 할 거죠?’-용마초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행복한 교사-
북적북적(Book積Book積) 독서 교실
학습사회성 회복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는 ‘북적북적 독서 교실’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들은 많은 학업량으로 인해 책과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고 싶지만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학생, 저학년 때는 책을 즐겨 읽었지만, 지금은 습관이 되지 못해서 읽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다.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통해 교과서 밖으로 나가 학생들에게 책과 가까워지며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학생들이 책을 공부라고 느끼지 않도록 많은 학습지와 글쓰기가 동반된 독서가 아닌, 책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운 독서 교실을 운영했다. 학생들과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많은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 책으로 『몬스터 차일드』(이재문)를 읽으며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째 책 『동물농장』 (조지 오웰)을 읽으면서 어리석은 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자세에 관해 생각을 나누었다. 세 번째 책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를 읽으며 함께 울고 웃으며 책의 감동과 여운을 오래 느꼈다. 네 번째 책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보드 섀퍼)를 읽으며 소원 앨범을 만들고 경제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함께 하면서 친구들과 즐겁게 게임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섯 번째 책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태지원)를 읽으며 평소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성차별, 소수자의 인권, 인종 문제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 수업을 했다.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은 예산 사용의 자율성이 확보되어 방과후에 좀처럼 할 수 없는 서점 투어를 계획하였다.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검색하고 구매해 보는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책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초 튼튼・놀이 교실
학습사회성 회복을 위해 1학년 학생들과 함께 한글 교육 및 수 감각 형성을 위한 기초 튼튼·놀이 교실을 운영하였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1학년 학생들 역시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안정적인 누리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는 배움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다양한 이유(다문화 가정, 불안한 정서, 학습 집중력 문제, 낮은 음운 인식 등)로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조금씩 학습격차를 보이고 점차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 학생들을 위해 차근차근 한글과 셈하기를 배우고,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함께 놀며 서로의 배움에 기여하는 맞춤 수업이 필요하였다.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에서 온전한 나의 계획서에 의한 재료 구입과 학생 구성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시작하였다. 먼저 기초 튼튼 한글 교육을 위해 학생들과 『한글이 ‘더’ 쉬워지는 찬찬 한글 익힘책』을 활용하여 모음, 자음, 받침의 순서로 이해하기, 쓰면서 읽기, 의미 단어 읽기, 무의미 단어 읽기, 따라 쓰기, 듣고 쓰기를 하였다. 한 사람씩 읽기와 쓰기를 확인해주며 학생들이 음소 수준의 음운 인식 훈련이 필요한지, 해독, 유창성 훈련이 필요한지 찾아 개인별 맞춤 지원을 해주었다. 학생들의 기초 수 감각 형성을 위해서는 레켄렉을 활용하여 덧셈과 뺄셈을 익혀나갔다. 한 학기 동안 느리더라도 1∼10까지의 수의 수량 파악하기와 10까지의 수 안에서 덧셈과 뺄셈을 꾸준히 연습하였다. 놀이 활동으로는 교구를 활용하여 이야기 상상하여 꾸미고 발표하기, 『파도야 놀자』(이수지) 그림책을 보고 장면을 함께 만들어 글자 더하기 활동을 해 보았다. 모양 꾸미기를 잘하는 친구, 한글 글자를 정확하게 쓸 수 있는 친구, 이야기를 잘 만드는 친구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즐겁게 놀며 학생들은 서로 배움을 경험하였다.
이제 기초 튼튼·놀이 교실은 한 학기를 지났다. 학생들의 배움이 성장하는 만큼 앞으로는 읽기 유창성 프로그램이 더해지고 50까지의 수, 받아올림 덧셈, 받아내림 뺄셈까지 연산 전략을 익히게 된다. 학생들의 놀이 활동도 교구를 활용하여 그림책을 읽고 좋아하는 장면 꾸미기, 주제와 관련된 나의 경험을 표현하고 발표하기 등으로 확장될 것이다.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기초 학습 능력을 튼튼하게 다지고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배우며 함께 성장하기를 꿈꾼다.
-서로서로 함께 배우는 교실에서 함께한 교사-
함께해서 즐거웠던 영어 수업
2022년도 3학년은 2020년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정상 등교가 어려웠던 학생들이었다.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여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본 경험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학년 초반에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때마침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들의 학습과 사회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 되었다. 3학년은 영어 교과가 처음 도입되는 학년이라 학생들이 영어 학습에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학습 부담감을 낮추고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본교는 학교 규모가 커서 4∼6학년만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시간을 함께하는데, 3학년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계획에서 교사의 자율성이 확보되었다. 그래서 담임 학급뿐만 아닌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에 대상을 3학년 전체로 확대하였다. 원어민 선생님도 흔쾌히 수락하였고 18명의 학생들과 <Joyful English Class>에서 50시간 동안 함께 즐거운 활동을 하였다. 기존 강의식 영어 수업이 아닌 영어 동화책을 함께 읽고, 그에 관련된 다양한 요리, 체육, 게임, 미술, 원예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솜사탕 만들기, 동화책 꾸미기, 페이스 페인팅, 물풍선 주고받기 게임, 대만 샌드위치 만들기, 라이스 크리스피 만들기, 이스터 에그 헌팅, 핼러윈 활동, 쿠키 만들기, 퀘사디아 만들기, 해바라기와 당근 심기, 여러 가지 체육 활동 등을 함께하면서 학생들이 행복해하고, 수업을 기다리는 모습에 교사로서 참 행복을 많이 느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몇몇 학생들의 흘러가는 말들이 귓가에 맴돌아 더욱 뿌듯함이 남는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친구들과 친해져서 좋았어요. 너무 재밌어요.’
‘다음에 또 해요! 끝나서 너무 아쉬워요.’
‘선생님, 영어와 한 발짝 더 친해진 느낌이 들어요.’
글을 마치며
서울시교육청의 2022년도 학습사회성 방과후학교 사업 지원을 통해 1학기 동안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서울시교육청과 선생님들에게 참 고마움을 느낀다. 예산 사용의 불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 교육청의 배려와 학생들의 학습 및 정서적 회복을 위해 노력한 선생님들의 마음과 열정이 학습사회성 방과후 프로그램을 순항하게 만들었다. 교육의 중심에는 늘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코로나19로 잠시 분리되었던 교사와 학생의 순간이 2022년에 들어서 다시 상생된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책에서 AI가 인간을 넘을 수 없는 것은 ‘친화력’이라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코로나19로 미래 교육을 한층 앞당긴 원격수업 등 다양한 형태가 이루어졌지만, 결국 교육을 통한 교사와 학생의 친밀감과 행복감은 교사와 학생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소중한 교육적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