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8 겨울호 (233호)

함께하는 행복 Together! To Get Up! 다문화 사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

한경희 서울영림초등학교 교사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는 대부분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와 글로벌 인재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폐쇄적이고 편견과 차별이 심한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다문화 학생들은 우리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 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할 소중한 존재들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 중 약 40%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이주해 온 중국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로, 대부분 방과 후에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늦은 밤까지 집에 혼자 방치되어 있다. 가정에서 방치되어 ‘나’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받는 편견과 무시까지 더해져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저평가하는 무기력하고 꿈이 없는 청소년으로 커 갈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자아개념이 미숙한 상황에서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익혀야 할 인성교육이 다문화 학생들에게 흡수되기란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 해 만난 우리 반 아이들의 55%는 중국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주변에서 받는 편견과 무시때문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다문화라는 특수상황에 처해 상처받는 아이들만의 문제만이 아닌 갈등과 적대감, 차별을 함께 바라보는 나머지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다문화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성품과 역량을 기르기 위해, 주입식 도덕교육이 아닌 체험과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진행하였기에 그 모습을 함께 공유해 보고자 한다.

 

『Together! To Get Up!』의 의미

영어식 운율(rhyme)의 재미를 살려 만든 이름으로
‘협력’을 뜻하는 Together를 모든 활동의 기본으로 각각의 실천과제를 선정하였고
다양한 활동(To get)을 통해 4가지 인성 역량을 기른다(UP)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천과제별 주요 활동

실천과제 1. Dream Together

소외계층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대부분은 집에서 혼자 밥 먹고 잠들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인지, 가정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지 못하여 자존감이 낮고 타인과 관계맺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다 보니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자신감이 없고 지나치게 소극적인 아이들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갑자기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나에 대한 참된 인식과 이해를 시작으로 친구, 가족으로 범위를 확산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이 힘을 바탕으로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관심과 도움을 끌어내고자 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학기 초에 집중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학기 초에 형성된 자아존중감과 친구, 가족과의 긍정적인 관계가 바탕이 되어 새로운 학년 생활에 밑받침과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1. Dream Together: 내가 만든 이름

국어 교과의 사전 찾기 활동과 연계하여 자기 이름과 어울리는 순수한 우리말로 된 좋은 뜻의 ‘호(號)’를 찾아보고 미술시간에 예쁜 글씨체로 새 이름을 표현했다. 친구들은 뜻깊고 예쁜 소리로 이름을 불러주고 자신은 이름의 가치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도 소중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이름에 애착을 가졌다. 덕분에 기분 나쁜 별명 대신 호(號)가 곁들여진 이름을 떠올리며 조금은 긴 호흡으로 다정하게 친구를 부르게 되었다

 

실천과제 2. Talk Together

우리 반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바르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학교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문제 상황에 부딪히면 친구나 가족의 핑계를 대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 설문 결과 하루에 30분 이상 가족과 대화를 나눈다는 응답이 70%였으나, 학부모와 학생 면담 결과 ‘대화’가 아닌 부모의 일방적 지시와 설교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족간의 ‘대화’에 낯설어했다. 가족과도 하기 힘든 낯선 대화들을 학교에 와서 하려니 아이들은 자기 위주의 말만 늘어놓고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화 역시 연습이 필요하고 문제해결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친구와 속마음을 나누고 갈등이 있을 때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해피톡톡, 바른 표현과 경청으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자신을 다듬어 보는 공감톡톡, 가족 간 소통의 창구를 열 수 있는 가족 톡톡으로 구성해 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에서의 소속감을 향상시키고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다.

 

#2. Talk Together: 감정카드 활용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 이미지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50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솔라리움 카드를 활용하여 마음을 여는 대화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졌다. 주제 질문에 따라 카드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면 모둠원들은 설명을 듣고 돌아가면서 질문과 피드백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청의 기술도 연습할 수 있다. 친구들의 기분을 파악하며 질문이나 격려의 한 마디를 하는 등 대화의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다.

 

실천과제 3. Green Together

개인의 만족과 행복에만 집중하기보다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가치를 추구하도록 ‘Green Together’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문제들 중에서 자원 재활용 교육과 에너지 절약 교육을 주제로 정하고 과학 교과와 도덕, 창의적 체험활동의 환경교육과 접목시켜 보았다.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린스쿨, 나눔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보는 나비효과, 인터넷 세상 역시 사람이 기본임을 깨닫도록 그린 인터넷으로 구성하였고, 이러한 활동이 일회성 교과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바람직한 가치판단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하였다.

 

#3. Green Together: 꿀벌사육통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여 꿀벌사육통을 만들며 꿀벌살리기 활동을 하였다. 꿀벌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재의 환경 문제를 사물인터넷 기술과 연계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니맷과 레이저컷을 활용하여 꿀벌사육통을 만들어보았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시작으로 시작된 수업에서 “무섭기만 한 꿀벌이 소중하게 느껴졌다.”는 아이부터 “꿀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아이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융합기술이 어떤 식으로 접목되어 쓰이는지 경험하게 되었고 인터넷의 순기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인간’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꿀벌을 통한 환경문제와 연결하여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실천과제 4. Global Together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마을에는 기초질서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중국 동포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아이들은 쓰레기 무단투기, 무단횡단이 특이할 것 없고, 길에서 큰 목소리로 싸우는 중국동포를 보게 되고, 한편으로는 그들을 비하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나는 실정이다. 갈등과 적대감,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존중과 배려가 자리잡게 하고 싶었다. 시대에 맞지 않게 여전히 폐쇄적인 한국의 문화로 인해 차별과 상처를 경험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인성 교육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시민교육이 프로그램의 바탕이 되도록 지구, 평화, 인권을 테마로 구성하였다. 우리나라가 가진 문화적 특성을 알고 각 문화마다 각기 다른 점이 있음을 알아 다양성을 인정하며 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를 기르는 지구마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집단과 집단의 관계에서도 존재하는 갈등과 충돌을 폭력 없이 합리적인 대화로 풀어가는 평화마을,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존중하며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인권마을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협동과 배려, 다양성, 책임 등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구성하였다.

 

#4. Global Together: 인권마을

인권교육의 출발선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으로서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권과 친구들의 인권을 인식해보고 존중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학기 초 학급에서 자신이 보호받고 싶은 권리를 작성한 『나 사용법 설명서』 활동을 시작으로 나의 권리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권리를 이해함으로써 갈등이나 싸움을 예방할 수 있었다. 내가 보호받고 싶은 권리들을 바탕으로 모둠별, 학급별로 확대해서 의견을 모아 작성한 『우리반 인권선언문』 활동으로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고 있다는 체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실천과제 5. Play Together

학급의 대부분은 소외계층 및 맞벌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로, TV와 컴퓨터에만 빠지기 쉬운 환경을 극복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이루기 위해 놀이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타인과 친밀해지고 나눔과 배려를 배워가는 데 놀이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놀이는 실제적인 갈등과 문제 상황에서 교사의 개입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며 자신의 몫을 완성해갈 수 있는 훌륭한 장치이다. 본 연구의 모든 활동에는 놀이와 체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골목놀이, 우리나라 명절과 절기와 관련된 전통 놀이, 세계의 다양한 놀이, 창의놀이 등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수업에 다양한 놀이를 포함시켰고, 틈새시간과 가정에서도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학기 초에 사전 준비를 했다. 놀이 활동이 포함된 수업에는 아이들의 집중도와 성취도가 부쩍 높아졌고 놀이를 통해 보다 즐겁고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졌으며 소통과 협력이 있는 학급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5. Play Together: 세시풍속 놀이

우리의 세시풍속에는 효(孝)사상이 담겨 있고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단오에는 더위를 쫓는 부채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였고, 5월에는 우리 반에서 기른 봉선화로 손톱에 물을 들였다. 칠월 칠석에는 햇볕에 책도 말리고 오작교 놀이를 통해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와의 만남도 가졌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는 국화전을 만들고, 2월 정월대보름에는 친구에게 부럼을 선물하며 마음을 나누었다.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우리 사회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인성역량을 기르기 위하여 체험과 실천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문화 학생이 많다는 것은 약점(Weakness)과 위협(Threat)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교실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서로 돕고 함께 배우는 민주적인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ogether! To Get Up!」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은 어른만큼 편견과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교사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함께 어울리며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참여가 적을 것이라는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학부모들도 높은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어 교사-학생-학부모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반 학생, 학부모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교사의 생각 전환과 성장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 교육을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교육 투자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Together! To Get Up!』의 꿈

우리 반 다문화 학생들 중 많은 수는 한국에서 교육을 마치면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글로벌 한국인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