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21 겨울호(245호)

서울교육정책포럼-
인공지능(AI) 기반 미래교육
‘인간-인공지능(AI) 공존의 시대를 말하다’

정수진 명예기자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주관하는 2021 하반기 서울교육정책포럼이 12월 1일에 교육연구정보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올해는 『인공지능(AI) 기반 미래교육, ‘인간-인공지능(AI) 공존의 시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었다. 이번 서울교육정책포럼은 1부 ‘AI와 함께 미래교육을 생각하다’, 2부 ‘학교로 간 AI, 새로운 가르침과 배움의 길을 찾다’의 소주제로 기조강연, 질의응답, 사례발표, 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의 환영사에 이어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가르침과 배움의 함의’ 저자인 웨인 홈즈 교수(Wayne Holmes, University College London, UK)의 기조 강연이 이어졌다.

웨인 홈즈 교수의 기조 강연 주제는 ‘인공지능과 교육의 미래(비판적 연구 관점에서)’였다. 웨인 홈즈 교수는 10여 년 동안 교육에서의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학습 과학자로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성취에 대해 소개한 후 인공지능과 교육의 미래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인 연구 관점을 소개했다.

<웨인 홈즈 교수의 ‘인공지능과 교육의 미래’ 기조 강연 중에서>

인공지능과 교육의 3가지 범주 중 첫 번째로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 지원(Learning with AI)에 대해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 지원은 인공지능을 학습에 활용하는 것으로 학교 행정의 일련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 지원 분야, 학생의 학습 활동을 지원하는 학생 지원 분야, 교사의 학습자료 수집 및 기획 등에 도움을 주는 교사 지원 분야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시스템 지원 분야는 학교의 학생 모집, 시간표 관리, 출석 관리 등 학교 행정의 자동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생 지원 분야에서는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Intelligent Tutoring Systems)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학습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다음에 받을 맞춤형 학습 경험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별 학습자가 학습할 자료를 각자의 경로에 따라 학습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의 또 다른 유형으로 소크라테스식 대화 방식을 사용하는 대화형 튜터링 시스템, 자동 서술형 평가, 일대일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앱, 언어학습 앱, 챗봇 등을 소개했다. 한편 교사를 지원하는 인공지능에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여 가장 적절한 학습 자료를 찾아내고,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과 매칭하는 프로그램인 X5GON, IBM의 Teacher advisor, 레바논의 Clever OWL 정도가 있는데, 학생 지원 인공지능에 비해 교사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도구가 거의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공지능과 교육의 3가지 범주 중 두 번째로 인공지능에 대해 배우는 것(Learning about AI)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인공지능의 작동 방식, 테크닉, 기술,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한 교육 계획들로 유네스코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미국의 ‘AI4K12’, 머신 러닝, 코딩, 데이터 과학을 다루는 전 세계 대학의 인공 지능 강의, 일반 시민을 위한 핀란드의 ‘Elements of AI’를 소개했다.

인공지능과 교육의 3가지 범주 중 세 번째 범주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비(Preparing for AI)를 설명했다. 이는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 선전, 인공지능에 대한 편견, 가짜 뉴스 및 사생활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한다. 웨인 홈즈 교수는 사진 자료를 활용해 머신러닝의 패턴 인식 오류,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인식 결과 차이, AI가 학습한 편견을 설명했다. 한편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는 학습이 교사들의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교사가 관찰하여 통찰을 얻는 시간에 대해 간과하는 것이며 어떤 인공지능 시스템도 실제 교사가 지닌 해석의 깊이나 분석의 정확성을 흉내 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뒤이어 웨인 홈즈 교수는 인공지능 활용 학습 도구가 학생에게 맞는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개별적인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학습 결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어떤 경우든 ‘개별 경로’라고 불리는 학습 도구는 평균값에 기반을 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는 학생들을 동질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교사와 가르침을 약화시킨다고 했다. 진정한 맞춤형은 경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성취하고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인데 이것은 현존하는 어떤 인공지능 도구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상업적 인공지능 활용 학습 도구들은 행동주의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교육 시스템이 상업적인 빅테크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 도구에 의존할 경우 데이터는 독점화되며, 또한 이러한 도구들은 학생들의 주체성을 약화시키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의 교육 분야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AI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출발점을 교육적인 문제로 두고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즉, 교육자로서 인공지능 기술자들이 교육담론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고, 교육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자들이 실제 교육 문제들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웨인 홈즈 교수는, AI의 개발은 교육적 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자들과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인공지능은 이미 교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교육을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단지 자동화하는 AI 활용을 피하고 학생과 교육자의 주체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4차 산업 혁명과 팬데믹 위기 속에서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한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 웨인 홈즈 교수가 제기한 비판적인 연구 관점은 교육에 있어서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화상 연결을 통한 질의응답 시간>

기조 강연이 끝나고 정제영 교수(이화여자대학교)의 진행으로 주정흔 선임연구위원(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이옥수 장학사(서울특별시교육청), 강윤지 교사(서울양진초등학교), 최성채 교사(창덕여자중학교), 진수영 교사(배문고등학교)가 웨인 홈즈 교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질의응답은 영국과 화상 연결을 통해 진행하였으며 기조강연 및 AI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묻고 해외 석학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포럼을 주관한 교육정책연구소는 학교 현장과의 소통을 위해 서울교육정책 연구지원단의 신청을 받아 웨인 홈즈 교수의 저서(『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가르침과 배움의 함의』)를 발송하고 질의사항을 수합하였으며, 학교 현장의 질문들을 포럼의 질의응답 시간에 활용함으로써 서울교육정책의 수립을 위해 학교로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2부에서는 ‘학교로 간 AI, 새로운 가르침과 배움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신유정 교사(서울오정초등학교)와 최영진 교사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가 사례 나눔 발표를 진행했다.

‘AI 기반 학습 플랫폼 활용 사례’에 대해 발표한 신 교사는 교원학습공동체 및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추진한 에듀테크 협력학교 운영에 참여하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AI기반 학습 플랫폼의 기본 시스템은 학생들이 각자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구성된 자료로 스스로 공부하고, 교사의 큐레이팅을 통해 제공되는 학습 코스 수행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학생에게 피드백 자료를 제공하며 학습행동을 강화하는 구조이다.

신 교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 플랫폼의 교육적 활용을 알아보기 위해 5,6학년 수학 교과를 중심으로 ‘진단-목표 설정-맞춤형 학습 과제 수행-결과 분석-피드백 및 후속 활동 처방의 과정’을 일부 활용해 보았다고 했다. 우선, 교사가 파악한 학생 개별 수준과 학생들이 스스로 세운 목표를 반영하여 학습 코스를 ‘큐레이션’ 한다. 학생들은 가정 학습이나 아침 활동 시간을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수업의 정리 단계에서 형성평가를, 차시 학습이 모두 마무리된 후에는 플랫폼의 단원평가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로 제공되는 맞춤형 문제를 해결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충 활동을 계획하여 정규 교육과정 내 또는 방과후 키다리샘, 점프 업 프로그램 등에서 보충 학습을 실시하였다. 그 후 주 단위, 월 단위로 제공되는 AI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피드백 또는 후속 학습에 반영했다.

<‘AI 기반 학습 플랫폼’ 활용하기>

‘학생 관리 대시보드’에서는 전체 학생들의 학습 현황(출석률, 수행률, 학습 시간, 정답률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학습분석 신호(칭찬/유지/독려)’를 활용해 소극적인 학습자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독려하는 데 활용하였다고 했다. ‘AI 생활기록부’의 평가 분석 내용을 참고하여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과 학습패턴을 확인하였고, ‘평가지 분석’을 통해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후속 활동인 도전 수학 및 탐구 수학 활동을 재구성하는 데 활용했다.

  • 단원: 5학년 2학기 수학(3. 합동과 대칭)
  • 단원평가지 분석 결과 8번, 18번 문항의 오답률이 가장 높음. 개념이해 및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음(선대칭, 점대칭 도형과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도형의 넓이나 둘레, 각도 구하기)
  • 도형의 개념과 성질을 이용해 해결하는 문제를 난이도(상/중/하) 구별하여 8개의 문항으로 제작하고 패들렛으로 제시
  • 학생들은 각자 도전하고 싶은 문제 2개씩을 선택하여 자신의 풀이 과정을 패들렛에 작성(전체 발표 활동 전까지 비공개로 설정)
  • 모둠 친구들에게 자신의 풀이 과정을 설명하고 상호 칭찬 나누기 활동
  • 랜덤 발표를 통해 전체 친구들에게 자신의 문제해결 과정을 설명하기, 자신이 풀었던 문항에서 보충 설명하고 싶은 내용 추가 발표하기
  • EBS Math와 AI 기반 학습 플랫폼의 콘텐츠 활용한 자율 보충 활동 계획 세우기(자율 보충 활동 학생 스스로 실천하기 / 칭찬,격려하기)

그러나 AI 생활기록부가 분석하여 제공하는 정보 자체가 개별 맞춤형 학습을 충분히 지원할 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디지털 콘텐츠 학습 결과물이 아니어도 학교에서 학습 수행 과정 관찰 등을 통해 교사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정보였으며, ‘배움’이 아닌 기계적인 반복 학습에 가까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AI 기반 학습 플랫폼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교사가 채점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학생의 학습 행동 영역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속 학습을 계획하는 데 참고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한 학습 활동에 참여하도록 격려·지원하면서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신장시키고, 이를 상담 자료로 활용하며 더 많이 소통하고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신 교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에듀테크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학교 현장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도전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학생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하며 발표를 끝맺었다.

2부의 두 번째 사례 나눔으로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이하 홍대부중) 최영진 교사가 ‘로봇과 AI의 만남! 메타버스와 3D VR로 전시하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홍대부중은 로봇과 AI를 동시에 교육하고 있는데 메타버스와 3D VR을 활용하여 비대면 상황에서도 전시를 진행하였다. 최영진 교사는 흔히 로봇과 AI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로봇은 스스로 보유한 능력에 의해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작동하는 기계이고, 인공지능(AI)은 인간의 학습·추론·지각 능력, 자연언어 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로 두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목공동아리와 로봇동아리의 연합 작품 AI 고카트 만들기>
<메타버스 게더타운 내의 3D VR을 통한 로봇 AI 전시>

최 교사는 홍대부중에서 실시하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 융합 교육 내용의 특징으로 첫째, 피지컬 도구(로봇, 센서보드 등)를 활용한 AI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AI 교육 선도학교 등을 통해 학교에 다양한 도구가 있다고 했다. 둘째, 기술과 정보 시간의 AI와 로봇 교육에 전교생이 참여하며, 특히 최근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여 학습 자료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있어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다고 했다. 셋째, 방과후 시간에 심화 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로봇 AI 동아리 심화 교육이 매주 2회 이상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로봇동아리는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하였으며, 최근에는 목공동아리와 로봇동아리가 연합하여 학생이 직접 탑승이 가능한 AI 고카트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I 고카트는 외형을 목공동아리 학생들이 나무로 제작하고 전기 전자 부품 및 AI 코딩을 로봇동아리 학생들이 진행한, 두 동아리의 융합 프로젝트이다. 이는 탑승 운행 및 휴대폰 블루투스 주행, 이미지 학습을 통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AI 프로젝트이다. 넷째, 메타버스 게더타운 공간에서 3D VR을 통해 로봇 AI 교육활동 결과물을 전시하였고, 다섯째, 서울교사로봇연구회, AI 기반 융합교육 선도단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교사가 최신 IT 기술을 접하고 연구하며 이를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사례 발표를 마쳤다.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는 정제영 교수(이화여자대학교)가 좌장을 맡고 허제현 학생(성남고등학교), 박정은 학생(선린인터넷고등학교)과 김동진 교사(서울신상도초등학교), 손미현 교사(무학중학교), 송석리 교사(서울고등학교)가 패널로 참여하여 조희연 교육감과 함께하는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토론에서 학생들은 AI 교육과 관련한 각자의 경험담과 학교에서의 AI 수업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교사들은 학교급별 AI 교육 현황 및 교과 담당 교사로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서울교육에 바라는 점 등에 대해 토론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학생, 교사, 교육감이 한자리에 모여 서울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포럼이 ‘인공지능(AI)과 미래교육’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며, 학교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미래교육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